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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3/09 11:03:28
Name 렌즈
Subject [일반] 나는 취업준비생이다.
평어체로...썰 좀 풀어보겠습니다.

나는 이미 서른을 넘겨 서른하나로 진입한 총각이다.
와이프도 있는 와중에 얼마전 다니던 직장에서 결혼도 했으나, 결국 퇴사 후 면접을 전전하고 있으나 후회는 없는..
그러나 내 경력에 대해선 부끄러운 그런 사람이다.

얼마전 직장은 분명 입사시에 20명으로 출발했던 인원이...
내가 입사 후 1개월차에 2명이 퇴사. 일은 종전과 그대로,
2개월차에 1명 퇴사.. 쭈욱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나니 일은 그대로인데 인원은 7명이 감축되어
야근과 특근의 반복속에 1주일동안 와이프랑 저녁먹어본게 일요일 빼고 없다는 것은
'여기가 바로 지옥이구나'를 방불케 했다.

끔찍하게도 나는 그 직장을 관두고 와이프와 밤중에 누워 이야기하다 그만 눈물이 나고 말았다.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느껴지던 그 시점에
남들은 열심히 벌어야 한다고 누누히 말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쉽게 포기했나..싶었다.




과거로 돌아가자면 내 첫직장은 졸업앨범 제작업체였다.
입사를 결정짓고 출근하자마자 이틀만에 실장이 이런말을 했다.
'oo야 너 야간근무 할 수 있겠니?'

2005년도 첫 입사 후 내가 받던 돈은 불과 세후 80만원.
그래도 일이란게 즐거워서 시작했던지라 한참 배워나갈 시점에 청천벽력같이 떨어진 이 소리에
어머니와 상의 후 결국 야간업무를 하게 되었고 그것이 내 발목을 잡게되었다.

일 자체가 너무 쉽고 편하고, 와우도 하고 여타 게임도 다 하면서 나는 나태해졌다.
약 2년여를 그렇게 주간2주 야간2주를 병행하며 나는 꿀맛?같은 회사생활을 했고

회사에 위기가 초래했을때 나는 어쩔 줄 모르고있었다.
모두가 이직을 준비할때 나는 아직 우물안 개구리였고
회사가 폐업신청을 하고있을때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자진퇴사를 하고 말았다.

실업급여조차 신청못하고 내가 택한곳은 사천의 한 항공업체였다.
항공! 얼마나 좋은가. 남자라면 기술. 기술이라면 정비. 정비의 꽃 항공..

항공업체 면접에 당당히 합격 후 나는 짐을 싸서 진주폴리텍대학교로 갔다.
2개월간 합숙을 하며 기술(드릴링, 리뱃팅, 항공교육)을 익혔고 꿈에 부풀어 있었다.

나는 어떤일을 할까? 어떤 기술을 어디에 접목시켜 써먹을 수 있을까?
내가 견학가서 보던 보잉 787 비행기를 직접 보는건가! 두근두근!

동기들과 술을 기울이며 꿈에 젖어있던 나는, 부서배치를 받고 KAI로 가게 되었다.
한국우주항공이라는 공기업의 여느 귀퉁이 헬리콥터 정비업체로 소속되어

정말 재미나게도 솜에 알콜을 묻혀 모래먼지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미국에 있던 헬리콥터(트랜스포머 3인가 2에 초반등장부에 나오는거라고 한다.BH-50인가..)를 사하라 사막에 뒀던건데
다시 쓸 수 있게 새것으로 만들어달라는 오더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제작을 원했던 나는 어느순간 헬리콥터의 정비가 아닌, 청소부가 되었고 구석구석의 냄새나는(정말 역했다)
모래먼지를 닦아내고, 솜을 뭉터기로 쓰고 버리고, 또 물호스를 들고와서 청소하고 헬리콥터 천장안으로 끼어들어가서
수세미로 각 구석구석을 닦아냈다.

정규퇴근이란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침 8시반에 출근하여 밤 10시 11시에 퇴근하는게 일상. 토요일에 쉬는것도 눈치를 보며
받아쥔 월급은 고작 세후 170만원. 방세 30을 지불하고 나니
내가 원래살던 도시와 동일한 금액이었다. 다시한번 밤늦게 어머니에게 눈물을 쥐어짜내는 전화 후
나는 계약금에서 30만원을 떼고 다시 고향으로 복귀했고

첫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의 절반을 홀랑 날려먹었던 기억이다.


오늘 나는 또 한군데의 면접을 보았다.
영업관리라는 이름하에 IT(컴퓨터 관련 가능자)라는 필수항목이 있었고
내가 해야할 일은 '재고관리, 발주관리, 배송관리'였고 관리라는 이름답게
컴퓨터를 활용하며 구체적인 일을 파악하는게 필수라고 배웠다.


하지만 나는 첫 출근하자마자 부서는 '창고관리'로 변경되었고 창고관리자 4명의 선배들에게 각자 물어보니
처음엔 영업관리나 생산관리로 들어와서 일을 배운다는 사장의 말로 시작되어 3개월뒤에 그냥 고정이 되어버린단다...


채용공고엔 버젓히... 사람을 유혹할 만한 업무와 직종을 써놓고...
막상 입사해서 수습이 끝나면 사람들이 꺼려하는 부서로 배치한다니..
이 무슨 어이없는 행위인가 싶다.


한시간만에 사장에게 퇴사를 결정짓고 차를 몰아 돌아나오는데
자꾸 쓸모없이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자고 있는 와이프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

차마 미안함에 깨우지 못하고 다시 채용공고를 들여다본다.


오늘은 있겠지, 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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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캐리어
15/03/09 11:09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잘하고 계시겠지만, 가급적이면 경력이 계속될 수 있게 주특기를 잡아서 일을 찾으시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15/03/09 11:10
수정 아이콘
사실 경력으로 가게되면 사진영업을 다시 이어야 되는데 페이를 보니 힘이 나지 않네요..
가이버
15/03/09 11:15
수정 아이콘
저도2월 말 퇴사를 하고 다른 일 준비하고 있습니다 ^^

힘내십시요.
공허진
15/03/09 11:22
수정 아이콘
재고관리, 발주관리, 배송관리 라면 원래 창고관리자가 하는 일이 맞습니다.
매일 실재고 파악해서 엑셀이나 전산 프로그램에 재고 입력해놓고 발주 받아서 배차하고 실어주고 하는 일이니 사장이 100%속였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약간 성급하게 퇴사를 결정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물류쪽은 업계전반적으로 급여가 적습니다.
15/03/09 11:24
수정 아이콘
후숙 공허진님이 말씀하시니 신뢰도가....
캡슐유산균
15/03/09 11:37
수정 아이콘
보통 자재관리과 하면 이름이 좋아서 다니기 좋겠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나 이런데서 보면 전화 발주내고 현장보고 이런모습만 나오지만 실상은 미어터지고 버리지도 못하는 갖가지 물품 사이로 뛰어다니거나 지게차 핸들카 등등 가지고 노가다 하는 거지요.

노가다라 해서 머리쓰고 책임지는 량이 적으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거든요. 2류 이하 급에 시스템이 미비한 회사에서 마감에 재고 관리 하면 머리털 한웅큼씩 빠지고 퇴근은 뭐 병 안걸릴 정도 밖에 보장 못받기도 하죠.

그래서 의외로 창고직은 이직률이 엄청나게 높은 편입니다.

주로 창고직=자재관리 란걸 모르는 분은 충격을 받을수도 있습니다.
공허진
15/03/09 12:00
수정 아이콘
그렇지요 크크 이상은 뭔가 아마존같은 최첨단 물류창고인데 현실은 쓰레기 모으는 할아버지 집...
이 놈의 재고는 돌아서면 달라지니...
15/03/09 11:47
수정 아이콘
제가 원한게 자재관리가 아니라서 더 충격이네요 ㅠ_ㅠ
실상은 영업부를 지원했다는게 함정이라..
당연히 영업실무를 배우러 차를 타고 같이 이동한다던지 그런걸 예상했거든요..
자재는 아예 생각도 안했다는..
스웨트
15/03/09 11:34
수정 아이콘
참... 저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현재 학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게 되어서 남일같지 않네요.
대학다니면서 생각했었던 곳들은 아무리해도 들어갈수 없었고..그 이후로 이일 저일 종류따지지 않고 하느라 경력 남은것도 없고..
차라리 처음 했던 그일 그때 그만두지 않고, 어렵고 위험하더라도 그냥 계속 할걸 그랬나.. 생각이 매일 수차례 들고..
현재 페이는 막막하고.. 이것또한 경력으로 써먹을것 같지 않고.. 나이는 많아져서 취직은 더더더더더욱 힘들고..
캡슐유산균
15/03/09 12:08
수정 아이콘
이 글의 핵심 논점은 2가지 같습니다.

1. 돈 170만원에 매일 저녁 22시 23시까지 병 안날 정도로만 수면시간 주고 부려먹는 어떤 쓰레기 회사의 행태.

->주로 이런 회사 윗넘들은 입사자에게
"근면 노력하면 나아지고 회사도 큰다." 말합니다.
적은돈에 근로자 노동을 착취하며 그럼에도 미래를 꿈꾸라는 놈들은 무슨꿈을 꾸고 살았길레 기업을 고따구로 관리하는 것일까? 의문이 듭니다.

2. 금액은 둘째 치고 널널한 근무여건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극악맞은 하류 노동 시장을 알아가는 과정.
즐겁게삽시다
15/03/09 12:34
수정 아이콘
며칠 밤새가며 이력서 쓰고 뻗었다가 깼더니 저도 속이 쓰리네요.
힘 내세요~ 좋은 곳이 있겠지요. 있을 거에요.
The Seeker
15/03/09 12:44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정말로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개인의 탓이 아닙니다. 자신을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종이사진
15/03/09 12:58
수정 아이콘
저보다 낫네요.

저는 급여가 반년 밀린 상태에서 퇴사, 3살된 아이를 키우면서 1년 넘게 실직 상태에 있었습니다.

산다는게, 기대한만큼은 아니지만, 걱정한 것보다는 낫더군요.

웃음 잃지 마세요.
바카스
15/03/09 14:53
수정 아이콘
엄청난 열정페이를 지불하고 계셨네요..

렌즈님에게 딱 맞는 자리가 곧 생길겁니다. 그래도 곁에 아내가 있으니 많은 위로가 되실것 같습니다. 부디 힘내십시요.
15/03/09 15:27
수정 아이콘
정말 불합리하네요. 슬픕니다.
야율아보기
15/03/09 18:53
수정 아이콘
원래 재고관리 쪽의 일이 이런가보군요.

취준생 입장에서 이런 정보가 정말 반갑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취준생들이 현장의 살아서 팔딱이는 활어 같은 정보를 얻기가 참 힘들어요. 이런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꿀위키인가? 하는 그곳은 IT계열의 이야기 밖에 없더군요. 좀더 포괄적인 곳이 있으면 취준생이나 이직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큰 도움 될텐데요.
15/03/09 20:11
수정 아이콘
예 맞아요.. IT쪽은 정보가 넘치다못해 과할정도라서 과장이 심한편인데
실상 이런정보들은 반 정도만 들어두세요. 회사마다 다 다를뿐더러 정형화된 무언가가 있는것도 아닙니다.
말마따나 품질관리라는 QA부서도 어떤곳은 QC까지 겸해서 하기때문에 고객관리 및 품질관리때문에 밤을 새야 하는데
또 어떤 회사는 품질관리가 말그대로 꿀?입니다. 그냥 자기 할도리만 하고 칼퇴근하고 수당도 다 나오는거죠.

생산관리도 밤 늦도록 생산팀 퇴근때까지 수량체크하고 계획짜고 이런일이 비일비재 한데
어떤 회사는 생산관리는 계획만 짜고 생산팀 닥달만하고 칼퇴근하는곳도 있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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