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숨겨 왔지만, 이제서야 고백하자면 저는 사실 '마법 소녀 마도카 마기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마도카의 사운드트랙을 바탕으로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2013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냥 그런 게 있나 보다 정도로 넘어갔고, 딱히 가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돈이 아깝잖아요. 콘서트 하나 보려고 해외를 간다니? 아주 미친 짓이죠.
같은 해에 마도카 극장판인 '반역의 이야기'가 일본에서 개봉합니다. 개봉 후 쏟아질 스포일러를 피해 다닐 자신이 없었던 저는 고작 영화 하나 보려고 일본행을 결심합니다. 바로 이전 문단이 무색하게 말이죠. 그리고 TV판보다 더한 감동을 받습니다. 저는 원래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비디오 발매되면 그때 다시 돌려봐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귀국하기 전까지 7번 넘게 마도카 극장판을 감상하고 나니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더군요.
한번 미친 짓을 저지르고 나니 이제 거리낄 것이 없어졌습니다. 그리하여 올해 2월, 이번에는 마도카 오케스트라 콘서트에 갔다 왔습니다. 마침 그 기간 동안에 삿포로에서 [눈 축제]를 하기 때문에, 콘서트뿐만 아니라 눈 축제도 보니까 개이득이라고 자기 세뇌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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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카 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일본 내의 여러 도시를 돌면서 수 차례 실시되었습니다. '아임 빌리지'(Aim Village)라는 회사에서 주관하고 있는데요. 2013년에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6개 도시에서 첫 공연을 가졌고, 여기서 재미를 좀 본 아임 빌리지는 2014년에 초에 한 번 더 재탕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까지, 지금까지 TV판 사운드트랙을 연주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반역의 이야기'에 나오는 음악들을 주제로 다시 한번 오케스트라를 열게 됩니다. 제가 간 삿포로 공연은 2015년 2월 10일과 11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삿포로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눈이다! 눈! 아니, 저건 빙판인가..?
역시 예상대로 눈이 많았습니다. 눈이 예쁘다며 로망을 느끼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저기서 넘어지면 죽을 만큼 아프겠다는 생각밖에 안 나더군요...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여행 기간 동안 세 번이나 넘어진 건 안 자랑. 덕분에 여행 끝나고 삭신이 쑤셔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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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를 보러 가기 앞서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우선 눈 축제부터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삿포로 눈 축제는 삿포로 한복판에 위치한 '오도리 공원'에서 열리는데, 이 공원의 길이는 약 1.5킬로미터입니다. 공원 가장자리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조형들이 세워져 있고, 관광객들은 길을 따라 하나씩 관람하게 되어 있죠.
거대한 사자에 씨!
아니... 이건 뭐죠. 월드 오브 탱크가 일본에도 진출했나 보군요.
그 유명한 하츠네 미쿠입니다. 이건 '유키 미쿠'라고, 눈 축제에 전시할 용도로 따로 만든 모양입니다. 삿포로 여행하는 내내 유키 미쿠 포스터를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이 파여 있으니까 좀 무섭군요...
큐베의 큐는 큐트의 큐다! 마도카의 마스코트 큐베입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것이 역시 마도카를 대표하는 영물답습니다.
이렇게 먹을 것도 팝니다. 이건 시식용으로 받은 건데 뭔지 모르겠군요. 짭조름하니 꽤 맛있던데...
유키 미쿠와 유키 호무라(?)의 단체 사진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그림에서 버그(?)를 발견했죠. 몸체를 먼저 그리고 머리만 바꿔 끼우다 보니 가슴 크기가 서로 뒤바뀌어 있습니다...
근처 가게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기념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츠네 미쿠에 별 관심이 없어서 지갑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매진되어 있기도 했고요.
와, 자판기에는 음료수가... 아니, 안 사요 안 사!
엄마가 먹을 것 가지고 장난 치지 말랬는데...
술 광고도 하고 있었습니다. 진로가 반갑군요. 근데 내가 아는 진로가 아닌 것 같아...
가오나시... 제가 늦게 가서 그런지 유감스럽게도 때가 좀 꼈군요. ㅠㅠ
아니... 아무리 봐도 눈 파인 건 무서워.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미끄럼틀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역시 주위에 돈을 뜯어가기 위한 무시무시한 모뉴먼트가 세워져 있군요...
걷다가 초등학교 꼬마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봤는데, 잘 들어 보니 '칙칙 폭폭'하며 놀고 있더군요(!). 정확한 발음은 '슛슛폿포'(シュッシュッポッポ)라는데, 한국어로 '칙칙 폭폭'이라고 말할 때의 음정이랑 똑같았습니다. 무척 신기하더군요.
잡지식이 하나 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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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케스트라를 보러 가 봅시다.
근처 편의점에 들러 표를 발급받았습니다. 두근두근...
?! 삿포로는 아직도 노면 전차가 다니는군요. 완전 신기...
공연 보러 가는 길에 한번 타 봤습니다. 결과는...
사람이 미어 터져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딱 두 정거장 이동하는데 빨리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한 량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여기가 마도카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열리는 '삿포로 시 교육 문화 회관'입니다.
굿즈 사러 몇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마침내 문이 열리고, 이제 전쟁의 시작입니다.
저는 얼른 달려가서 팜플렛과 클리어 파일 몇 종류를 샀죠.
인기 있는 건 곧 매진되더군요.
지갑을 더욱 털기 위해 블루레이 디스크와 음반도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도카 아이스크림...
마미 맛은 치즈 맛입니다.
홋카이도산 우유로 만들었다고 하니까 왠지 부끄러워요...
나기사도 마미를 치즈를 먹고 싶다네요.
저는 첫째 날은 1층에서, 둘째 날은 2층에서 관람했는데, 2층이 연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기가 더 수월해서 좋았습니다. 다음부터는 무대에 가까운 자리가 아니라 좀 윗층이더라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로 예매해야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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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공연이 시작되고, 마도카 사운드트랙이 연주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원곡이 지휘자의 역량에 따라 각색되어 연주되는 것을 들으니 더욱 재밌었습니다. 특히 합창단을 적재적소에 깔아서 단순 악기 소리 이상을 들려주었습니다.
이 노래가 나올 때는 그저 울 수밖에 도리가 없었습니다. 제가 원래 좀 잘 우는데, 저 장면 보면서 많이 울컥 울컥 했거든요.
그리고 역시, 마지막에 마법 소녀들이 총 출동할 때 나오는 음악, 'misterioso'도 멋지게 깔아 주었습니다.
원래 Kalafina 노래라서 보컬 없이 어떻게 연주할지 궁금했는데, 원곡보다 더 좋게 뽑아내더군요. 노래 시작하자마자 합창단이 소리를 내기 시작해서 클라이막스에 웅장한 화음을 내는데, 양일 간의 콘서트 중에 가장 백미였습니다. 이 5분만 보러 다시 일본에 와도 좋다고 생각했죠. 이건 꼭 블루레이로 다시 보고 싶더군요.
중간 중간 마도카에 출연한 주연 성우들이 내레이션을 넣어 주는데, 예를 들어 마미와 호무라가 대결할 때 나오는 음악을 연주하기 전에, 마미 역의 미즈하시 카오리가 '같은 조건으로 나에게 이길 것 같아?'라는 대사를 치거나, 사야카와 동귀어진을 각오한 쿄코가 각오를 다지는 음악이 나오기 전에 쿄코 역의 노나카 아이가 '어이, 사야카. 많이 괴로웠지?'라고 하는 식이었습니다.
연주 중에 몇 가지 신기한 기술이 사용되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도카 사운드트랙 중에는 위와 같이 사역마가 노래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건 합창대의 목소리를 음성 변조 처리하여 구현했습니다.
바로 이분들이 하는 것이죠.
또한 작중에는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 그리고 괘종 시계가 내는 뻐꾸기 종 소리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것도 실제 시계를 가져와서 연주하더군요.
오케스트라의 비읍 자도 모르는 입장에서, 보통 오케스트라 하면 정해진 몇 가지 악기만 사용되는 줄 알았는데, 이런 변용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무척 감탄했고, 다른 오케스트라에는 어떤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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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나서, 잠시 동안 지휘자 씨와 성우 씨의 토크가 있었습니다. 그 중 관객에게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도 했는데, 도쿄, 오사카 등을 넘어서 마침내 해외에서 온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서 저도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5명 정도 손을 들었는데, 모두 한국인이었습니다. (흐뭇)
공연이 끝나고, 지휘자 양반과 한 컷!
팔로우할 테니 트위터 계정을 알려달라고 하시더군요. 굉장히 친절하신 분이었습니다.
민감한 질문이겠지만 혹시 이 공연이 블루레이 등으로 발매될 수 있냐고 물어 보았는데, 권리 관계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이 감동을 또 느끼고 싶은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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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근처 편의점에 갔습니다. 때마침...이라기보다는 일본 편의점에서는 거의 사시사철 하고 있지만, 마도카와의 캐릭터 콜래보레이션 상품이 진열되어 있더군요. 이번에는 삿포로 눈 축제 기념이었습니다.
마미 입간판, 그리고 사야카 입간판. 가게마다 하나씩 있다더군요.
마침 간 날이 2월 10일이라 밸런타인 초콜릿도 팔고 있었습니다.
죽어도 사람 모습으로는 안 나오는 나기사... 이분 마법 소녀 맞죠?
쿄코 라면...
돌아가는 길에 보니 길거리 텔레비전에서 눈 축제의 진행 과정이 나오고 있었는데, 원재료인 얼음은 자위대를 동원해서 자르고 옮기고 하는 모양입니다... 군바리가 동원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군요...
아 글쎄 안 사요 안 사!
저녁은 대충 이걸로 때웠습니다. 45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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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본 오면 늘 성지 순례할 것부터 찾습니다. 여기서 성지 순례란, 만화에 나오는 배경의 실제 장소를 찾아 가 보는 것을 말하죠. 홋카이도에는 '최종 병기 그녀'의 배경이 있다고 해서, 비행기 타기 전에 잠깐 들렀습니다.
제법 외지에 있어서, 산길 타고 30분 정도 쭉 걸어 올라 가야 합니다.
여기가 바로 슈지와 치세가 사랑 고백을 했던 전망대! 영화 '러브 레터'에서도 나왔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과의 비교 스크린샷입니다.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동행이 없으므로 저는 홀로 고백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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