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2살의, 군대도 안 간 꼬마 학생입니다.
수능은 2번 봤구요. 고작해야 인서울에 간신히 들어온
술을 좋아하고 여자가 좋고 노는게 좋고 공부하는거 싫어하고 운동하는것도 별로 안좋아하고 빈둥거리고 주말엔 맛있는거 먹고 퍼 자고싶은
그런 보통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뻘글 한번 써 봅니다.
수능.. 모두가 다 잘 볼 수는 없는 시험입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잘 봐서 환호성을 지르시는 분들에게는 필요 없을겁니다.
잠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볼까요. 삶이란 무엇일까요. 성공하기 위해선 어때야 할까요. 우리의 성공은 무엇일까요. 우린.. 왜 사는걸까요?
저는 근 3~4년간, 이 문제에 계속 부딫혀야 했습니다. 수능을 망쳤을 때, 집안이 무너졌을 때, 돈이 없어 생활비를 벌고 빚을 져야 했을때, 그리고 ..지금처럼 나락속에서 발버둥치는 와중에도 말이죠.
그 와중에 제가 깨달은게 있다면, 인간의 삶은 우연성의 연속이란 것입니다. 비록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게 필연이라 깨달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참 많은 우연성이 인생의 방향을 휘두른다고 느껴지네요. 정말 얄밉게도, 좋은 우연성은 제게 찾아올 줄 몰랐고, 나쁜 우연성만큼은 필연처럼 연속으로 찾아오더라고요. 몇 번이고 갑자기 떠밀린 수많은 책임들은 너무나 무거웠고, 저는 어린 마음에 그 무서운 것들로부터 피하고 싶었습니다. 몇 번이고 이 세상을 다시 태어나길 바랬죠. 비록 같은 인생을 살더라도, 한번만 더 처음부터 시작하길 바라면서요. 각오라도 할 시간이 있다면, 대비라도 할 시간이 있다면, 아니 적어도...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없더라도........ 안다는 것 자체로 조금은 이를 더 악물수 있을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랬던 괴로움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살아야할 날이 많고, 제 주변의 친구들과 사람들은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데, 제게는 이제 멀리 보낸 행복들입니다. 고작 '가난'하나만 얻었을 뿐인데, 삶의 희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네요.
그래도 저는 살고있습니다. 이 빌어먹을 정도로 토나올 것 같은 책임들을 이악물고 끌고가고 있어요. 언젠가는 웃을 수 있을 거라며. 그렇게 믿고요.
수험생 여러분. 성적에 관계없이 오늘은 지나갑니다. 내일도 지나갑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흐르기 마련입니다. 누구도 그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쏟은 노력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운이 없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의 몇몇은 그러한 좌절이 제가 겪은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아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요. 언젠가는 웃을 수 있습니다. 긴 시간 노력한 것이 빛을 못보는 것은 너무나 괴롭고 스스로를 아프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웃을 수 있는 일입니다. 죽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언젠가 웃을 수 있습니다.
모두 긴 시간 공부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시험에 모든걸 불태우고 지금쯤은 안도감이나 슬픔, 허무감등으로 각각 시간을 보내고 계실까요.
인간의 성공은 무엇일까요? 확실한 것은 여러분의 지금 점수가 성공과 실패를 나누지 않으며, 여러분의 대학이 성공과 실패를 나누지 않습니다. 삶은 우연성과 불확실성의 연속이며, 열심히 준비한 자는 댓가를 얻되, 그것또한 필연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실패했다고 생각한 것에서 귀중한것을 얻는가 하면, 성공했다고 하는 것에 독바른 칼날이 세워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죽지 않고 희망을 가지며 사는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는, 죽기 전까지 알 수 없으니까요.
오늘의 환희를 느끼는 사람도, 좌절과 슬픔을 느끼는 사람도
언젠가는 환하게 웃을 수 있기에.
힘 내서 앞으로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수능볼때는 참 힘들었는데
인생에 힘든건 그런게 아니더라구요.
지금이 힘들수록, 다음에 또 다시 시련과 고난이 찾아와도, 덜 힘드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