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인들의 한나라당 묻지마 지지를 언급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정동영, 유시민 발언 들도 언급되고 있구요.
그래서 이 기회에 세대갈등 이라는 걸 짤막하게 생각해볼려고 합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세대갈등은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70년대가 한창때였던 분들은 그분들이 겪은 역사가 있었고, 그 역사를 통해서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방형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같은 세대라는 집단으로서 동질감을 공유하는 것이죠.
우리들은 90년대 또는 00년대 학번이고, 그 노인분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받았으며, 사회에 나와 일하면서도 그분들과는 다른 환경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우리 세대 나름의 가치관과 동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항상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탄하고,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히 다음세대에 그 자리를 넘겨주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사회에서는 이게 뒤집혀버리는 초유의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기억들 나시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당시에 각 언론과 학자들이 뭐라고 분석했느냐 하면 한국사회의 세대교체, 사회의 주도권이 50~60대로부터 386세대로 이양되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문 한면을 통채로 할애해서 사회의 세대교체를 분석하기도 하고, TV에서는 특집방송으로 몇시간짜리 연작방송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때 386세대 대표하러 나온 게 안희정씨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게 벌써 7년전인데,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가.
뒤집혀버렸습니다. 지난 7년간 386세대로 사회주도권이 넘어오는 것이 아니라 50~60대의 반격에 의해 주도권이 저쪽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이게 사회현상으로서 극히 드문 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했을까.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치적 요인이 있겠죠. 조중동의 지도 아래 대대적인 사회내 좌파색출 열풍이 불어닥쳤고, 김영삼, 김대중 때에도 사회에서 잘 안쓰였던 좌빨 이라는 단어가 일상용어처럼 쓰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중동과 정치투쟁 이라는 것 정도로 세대간 주도권이 넘어갔다 라는 말을 꺼내는 것은 너무 거창합니다. 그럼 무엇이 있느냐. 한국사회의 경제적 구조 문제입니다. 이게 둘째 요인입니다..
우리 사회는 30~40대가 IMF강풍을 맞으면서 구조조정으로 날개가 꺽여 나갔습니다. 반면에 당시 부장이상의 상층부들은 많이 살아남았습니다. 그 결과 50~60대이면서 일하는 현직이 많습니다. 중간층은 구조조정으로 깍여나가고 밑에 신규인력은 알바와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상층부만 비교적 건재한 기묘한 시스템이 되버린 것입니다.
이게 우리사회의 고학력 추구현상과 맞물리면서 아들은 20대후반, 30대인데도 아직 학교에 다니거나 알바를 뛰고 있고, 부모가 가족의 주소득원을 감당하고 있는 형태로 가게 됩니다.
일본이나 유럽에 알바인생이 많다고 하지만, 한국과는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 아들이 고학력, 가족과 동거, 부모가 현직으로 뛰면서 아들 생활비를 보조 라는 특징 들이 있습니다. 알바비/비정규직 임금이 풍족해서 그걸로도 살 수 있기에 그러는 게 아니라, 그걸로는 생활비가 모자라지만 부모가 현직으로 일해서 메꿔주니 살아갈 수 있는 것이죠.
더불어 결혼 연령이 급속도로 늦춰지고, 집값 폭등으로 집은 부모가 해결해주는 것이 필수화 되면서,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이 더더욱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고학력, 만혼, 부모의 현업 종사, 결혼시 집은 부모가 해결...이것들은 한국의 특성들이고, 이게 부모세대의 영향력 존속을 불러왔습니다. 25~40에 이른 아들 세대가 말빨이 안서는 것입니다.
보통 어떤 세대가 얼마나 영향력을 갖는가 하는 것에는 사람 머릿수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베이비붐 세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정 세대가 아주 많은 인구수를 갖고 있으면 사회가 거기에 맞춰 흘러갑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한참 일하고 있을 때 그 사회도 생기가 넘치고, 베이비붐 세대가 늙어서 노인이 되면 그 사회도 노령화됩니다. 미국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 은퇴연령대입니다. 보통 클린턴 세대라고도 하는 데, 한참때를 지나서 은퇴하고 있습니다. 제 급우 한 명은, 미국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너무 많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젊은 세대의 뜻과는 다르게 나라가 움직인다고 투덜대더군요.
일본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 세대가 은퇴하면서 사회 전체의 소비가 줄고 있다는 기사를 보셨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그 베이비붐 세대가 바로 386세대에서 90년대 초반 학번 세대로서, 인구가 제일 많은 막강 세대인 데, 도리어 사회적 영향력을 빼앗겨 물먹는 희귀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사회 주도권을 뺐겼다는 증거는 어디 있는가, 바로 우리가 매일 보는 언론과 이런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비춰집니다.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담론이 지금 한창때인 세대의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가져가버린 세대의 관심사를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본래 우리들 또래, 그러니까 20대 후반에서 40대 사이의 주제는 연애와 그리고 결혼, 그리고 육아입니다.
25~30은 연애와 결혼, 30~35는 아이 갖기와 육아, 그리고 35이상은 첫 집 갖기와 집 평수 늘리기가 화제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초혼연령이 급속도로 늦어지면서, 32,33세를 돌파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30대인데도 어장관리와 연애가 아직 게시판의 화제이며, 육아는 잘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육아 글이 안올라오는 틈새를 채운 것은 아저씨 팬들의 소녀시대 열풍과, 60대 노인들의 좌빨색출 이슈들입니다.
인구 수로 보면 제일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한참 때이고, 구매력도 제법 있을 때인 데. 이들을 타겟으로 한 결혼, 출산, 육아는 신문기사에서 밀려나고 좌파를 색출하자는 기사와 이승만, 박정희 다시보기 기사가 언론에 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은퇴한 노인분들이 조중동보면서 파고다 공원에서 토론할 관심사들이지, 사회에서 제일 파워를 갖고 있어야할 베이비 붐 세대의 관심사는 아니거든요. 현실은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사회의 상황에 따라 주도권이 이리 갈 수도 있고 저리 갈 수도 있는 것이지 왜 그리 민감하게 계산하느냐. 그러다 세대 갈등만 부추긴다 라는 걱정도 있을 법 합니다.
타당합니다. 그렇게 흘러가도 문제가 없다면요.
그런데 문제가 있거든요. 제가 보기엔, 70에 가까운 이명박 세대가 사회담론을 장악하면서, 한국 사회는 지금 자신이 해결해야 되는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사회에게 필요한 것은 좌빨 색출이 아니라, 이 사회 마지막 기회인 베이비붐 세대의 활용입니다. 이 베이비붐 세대가 늙으면 한국사회도 일본처럼 쇠락기에 접어듭니다. 그러기 전에 돈을 벌어두어야 합니다. 이들이 최대한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과 경력관리를 해줘서 노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연금과 의보가 나중에 재원고갈되지 않도록 제도를 수정하고, 미래를 떠받쳐줄 아이 수가 모자라지 않도록 출산율에 국가의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청년실업으로 베이비붐 세대를 날려먹으면 20년 뒤에 한국사회는 쇠퇴할 것입니다. 동남아의 아세안 국가들보다 뒤처질 것입니다.
지금 이 사회는 노인분들 정치관심사에 맞장구 쳐주거나, 60대들 정년퇴임전에 3년 더 일하게 해주기. 이런 데에 신경쓰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 노인분들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가장이고, 그분들이 돈을 벌어도 집집마다 소득은 들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노인이 버는 돈과 아들이 버는 돈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들이 돈을 벌어야 경력이 쌓이고 그들의 기술이 늘고, 사회보험 재정이 쌓입니다. 젊은 세대가 비정규직과 프리터로 20~35세를 날려버리면, 우리는 그들이 사회의 중견으로 일해야 될 때에 매우 취약한 허리를 갖게 될 것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저는 한국사회의 담론 주도권을 노인세대가 중견세대로부터 다시 빼앗아간 것이 장래에 상당한 사회부작용으로 돌아오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보수냐 진보냐 같은 정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논의해야 될 것인가 라는 사회에 필요한 이슈 선정 자체를 왜곡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조중동은 정말 한국사회를 구조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악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중동은 88만원 세대 논쟁이라는 것을 통해, 20대초반들을 자신들의 우군으로 삼아 386을 공격하는 잔수를 부리기도 합니다. 우석훈씨가 필연적으로 언급되게 될 이 얘기는 20대의 정체성 얘기이기도 하며, 이글에서는 다루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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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팍에서 퍼왔습니다.
작성자분이 글을 삭제하고 있다고 글이 올라왔네요.
(작성자는 그래서 안밝히기로 했습니다.딱히 이 글이 위험한건아니지만 다른 글들이 위험한 글들이 보여서;;)
아무래도 요즘 글쓰기가 좀 그렇죠?
이분의 혜안이 부럽네요~
미처 생각못한 좋은 내용같아서 퍼왔습니다.
보수냐 진보냐 같은 정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논의해야 될 것인가 라는 사회에 필요한 이슈 선정 자체가 왜곡되었다는
본문의 내용에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