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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03 13:46:00
Name 친절한 메딕씨
Subject [일반] 1995~1997년의 시위와 진압
저 역시 의경 출신으로서 어제 PD수첩을 보고 참 많은걸 느꼈습니다.
짧게나마 제가 복무했던 당시의 시위들과 진압형태를 적어보려 합니다.


1. 시위의 주체
90% 이상이 대학생 한총련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10%는 재개발 반대 시위, 민주노총, 농민대회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들여다 보면 지역적 재개발 반대 시위나 여타 주민들의 소규모 시위 말고는 전부 대학생들이 연관이 되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시위의 사수대(시위자가 만명이면 사수대는 2백여명 정도)는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었으니까요.

그러니 따지고 보면 이것들도 대학생들과 싸웠던거라 할 수 있네요..
지금은 시민들과 싸우면서 "니들은 애미 애비 가족도 없냐?"라고 반문들 하시지만 예전엔.. "니들은 대학생 아니냐? 똑같은 학생들끼리 왜이러냐?"라는 소릴 들었죠..



2. 시위의 대상과 외치는 구호

당시 거의 모든 대학생들의 구호는 이른바 팔각구호로...
"김.영.삼.은.물.러.나.라" "김영삼은. 물러나라" "김영삼은물러나라. 아야.디야.아야.디야 투쟁~!"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 까지...." 하두 오래되놔서 까먹었네요.. 당시엔 외우는 노래들 몇개 있었는데..

2009년은 어떻습니까?
"이명박은 사죄하라" "국민의 의견 좀 들어주세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등등 너무 많기도 하지만 중요한건 제가 잘 몰라서.....
여튼간에..이젠 물러나라 한들 물러나지 않을것이기에 남은 임기 동안만 참아주자 하면서 국민들의 의견들만 수렴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3. 시위의 방법
당시엔 이른바 쁘락지가 있었습니다.
정보과 형사들이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정보망들이지요 이들이 몇 일날, 몇 명이 모이고, 어디까지 행진하며, 돌은 몇 개, 화염병은 몇 개 준비했다는 등... 이런 정보들을 정보과 형사들이 사전 캐치 후 대책회의를 거쳐 대학생측과 합의 과정을 거칩니다. 합의가 되면 그 시위는 그야말로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딱 거기까지만 하고 거짓말 처럼 해산 됩니다.
물론 화염병도 던지고 돌도 던지고 쇠파이프도 출연하고 그러지요.. 이런건 하나도 무섭지가 않습니다.
약속이 되있거든요.. 어느시점에서 뭐가 얼만큼 나온다는게...

하지만 합의가 되지 않는 다거나 합의 내용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시위가 진행이 되면 체포조가 발동합니다.
이게 정말 이젠 폭력시위가 되는거지요.. 그야말로 예측 불허 입니다..
정말 무서운건 화염병이나 돌, 쇠파이프가 아니라 시위대나 진압부대가 서로 흥분을 하게 되는것입니다
이러면 체포할때나 대치할때 인정사정 없거든요! "너죽고 나죽자!"식이 되어 버립니다.

대표적인 예가 1996년 연세대에서의 8.15 범민족대회가 되겠군요.
이 집회는 해마다 이루어지는 집회로서 의경들이 8월만 되면 두려워 했습니다.
많이들 다치거든요..

이때도 역시 집회신고는 이루어 졌고 어느선까지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당시 정보과 형사에게 들은거라 학생들의 입장은 전혀 모르는 상황이란걸 이해바랍니다.)
그런데 경찰측에서 이 합의를 먼저 깨고 불법집회로 간주하면서 생긴 것이지요. 한총련 측에선 연중 최대의 시위 행사 이기에 합의가 이루어진데로 안할거란건 100% 확실합니다만....;;;

제가 의경으로 근무하면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전 차단"이란 명목하에 연세대의 모든 문과 개구멍까지 특어막고 연세대 학생이 아니면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게끔 만들어 놨었죠
경력 배치가 8.12일날 최초로 됐었는데 부대 복귀 한 날짜가 8월 29일 이었습니다.
이미 들어가 있던 학생들과 연세대생의 학생증을 위조하거나 몰래 몰래 들어갔던 학생들이 해산을 하려해도 나오질 못하니 장기간 지리한 싸움이 되버린것이지요.

이렇게 되자 학생들이 경력이 집중돼 있는 연세대를 피해 고대, 중대, 동국대, 동대문, 등등으로 집결해 동시 다발적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에 들어가게 됩니다. 덕분에 저희 중대도 동국대에서 동대문까지 방독면끼고 방패들고 미친듯이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에 안돼겠던지 경찰에선 연세대로 진입을 결정하게 되고 그곳에 있던 3만여명의 학생들을 모두 체포 서울시내의 30개 경찰서에 나눠 조사를 벌이게 됩니다. 집입과정에서 의경이 옥상에서 던진 돌에 목덜미를 맞아 죽게 되는 사고도 발생하게 되고 많은 학생들이 중상을 입기도 합니다. 또 어느 부대는 학생들에게 포위되어 넘어져 방패로 수십개의 쇠파이프를 막으며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 9시 뉴스에 나가기도 하지요.. 이 장면을 본 저희 어머님께서 나중에 전화 드렸더니 하시는 첫마디가 "아이고~! 우리 아들 살아있었구나!"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이에 한총련은 국민들에게 점점 신임을 잃어갑니다...

화룡점정을 찍은게 97년 6월 한양대에서 있었던 한총련 출범식이 되겠네요...!
일주일간의 지리한 싸움끝에 일반인이 쁘락지로 오해받아 한총련 행동대의 고문끝에 1명이 죽게 되고 의경 사망이 3명, 일반인 사망이 1명이 나오게 됩니다.

이로써 한총련은 사실상 완전히 와해됩니다.
그 사건이 있은 후론 대학생 관련 시위는 드물어졌으며 있다 한들 몇 백명 모여서 투쟁만 외치다 시간 돼면 자진해산 하는 당시로선 "평화시위"가 되버렸지요..



지금까지의 글을 놓고 봤을때 경찰을 너무 두둔하는거 아니냐 하실 분들이 있을거 같아 말씀드리자면

적어두 의경들이 왜 폭력적이고 곤봉과 방패를 사용하고 최류탄을 뿌릴 수 밖에 없었는지.. 살기 위해선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해 달라는 것이지요.


허나 지금은 그저 정말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작년 촛불시위 초창기 당시.. 진중권씨가 했던 말을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는데.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태어나서 이런 시위 같지 않은 시위는 처음 봤습니다. 무슨 어머니들이 애기를 데리고 나와서 웃고.. 노래하고.. 고등학생들이 와서 춤추고 하는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무튼 저두 이 현장에 있지만 너무 재밌고 무슨 축제 같고 그렇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시위는 더이상 시위가 아닙니다.

이미 축제가 되었고 그저 국민의 목소리를 가카께서 들어나 주시라는 부탁이지요.
하도 들어주시지 않으니 더 많은 시민들이, 더 많은 국민들이 축제의 현장에 나와 화염병도 쇠파이프도 돌맹이도 아닌 촛불 하나 들고 당당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아주 작은 권리를 행사하는건데 그것 마저 못하게 하십니까...

교통 혼잡? 선량한 시민들이 싫어한다?

그러시면서 서울의 심장부의 지하철 역사를 아무도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으셨습니까?
그곳을 나가서 단지 집에 가겠다는데 그것 마저도 못하게 하시고 나가는 사람을 봉으로 때려 기절 시키십니까?

꼬마애 하나가 아빠의 목마를 타고 촛불 하나 들고 지나가는데 그걸 법 위반이라고 못들고 가게 하십니까?
촛불이 그렇게 무섭습니까? 왜? 뭣 때문에 그렇게 촛불이 무서우십니까?

현 정부에 대해서 맘대로 비판도 못합니까?
무슨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정치적 발언을 했다고 체포가 가능한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의경으로 복무하던 시절인 15년 전엔 최소한의 일반 시민들의 권리는 지켜줬습니다.
이렇게 까지 인권을 유린하진 않았습니다.



제가 지금 80년대 초 유치원 다니던 시절로 돌아간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니던 소모임도 다 그만 둬야 할 듯 싶습니다. 정치적 발언 했다고 잡혀갈까 겁이 납니다.
직밴도 그만둬야 할 거 같습니다. 모여서 민중가요 몇 번 부르면 잡혀갈까 겁이 납니다.
직장도 그만둬야 할 거 같습니다. 회사에서 직원들하고 몇 마디 하면 역시 정치적 발언이라고 잡혀갈까 겁이 납니다.

아니면, 그냥 어디에서든 조용히 가카께서 시키는 데로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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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03 13:53
수정 아이콘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하던 상황이 아니라,
퇴보하는 10년이 되지 않을련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혹시 모르죠. 이런글과 댓글을 남겨서 이미 정보부 좌파빨갱이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을수도요.
덕분에 정부차원 특별관리되면서 사회에 진입장벽이 생기는 그런 무시무시한 상상까지도 드네요.
WizardMo진종
09/06/03 13:54
수정 아이콘
백투더 퓨처... 아쉬발쿰.. 하면서 깨나고 싶습니다..
몽키.D.루피
09/06/03 13:54
수정 아이콘
진짜 살벌했네요. 저는 중딩이었는데 저희 교회에 단체로 나오던 전경 아저씨들이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불려서 올라갔다왔다 하던 기억이 납니다. 딱 97년 무렵이었는데 그 전경 아저씨들도 깁스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공명테란
09/06/03 14:04
수정 아이콘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희들이 보기엔... 한없이 평화로운 시위도... 그들눈엔 불법폭력집회일 뿐입니다... 그리고... 작년에 여기 pgr에서도... 촛불집회때... 공권력측을 비호하던 분들이 몇몇 계셨었구요.... 요새는 눈팅만 하시는지 모르겠지만요.... 저도 91년~96년 초등학교 시절 전남대학교 상대쪽에 살아서.... 필자님께서 말하시는 그 옛날 시위가 뭔지 대강은 알고있습니다..... 그 때와 비교하자면... 지금은 촛불시위가 아니라 촛불행사라고 해야하죠.... 그런대도... 이렇게 민감하게 곤봉 살수차 사무라이 조가 등장하는 이유를 저는 절대 이해할수 없습니다.....
루나양
09/06/03 14:30
수정 아이콘
요새는 확실히 쁘락치라고 하는 괴상한 분들은 거의없는거같아요.

뭐 어디에나 희한한 사람들은 있지만 그건 일부분인데 우리 가카는 참..너무하시죠.정말.

예전에야 시위! 라고 하면 화염병던지고 한총련혹은 이상한 단체를 우르르르와서 선동하고 막 그랬지만

요새는 그렇지두 않는데..후; 아 정말 후딱 4년이 지나가던지 아니면 2년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forangel
09/06/03 14:31
수정 아이콘
김영삼 시절만 해도 시위가 장난아니었죠..
학생들은 보도블럭 깨서 던지고,쇠파이프 들고, 밀리면 학교건물안에 바리케이트 치고 농성하고
전경들은 최루탄은 기본에,건물들어가면서 학교내 각종집기며,유리창이며 다 부시고....
학교정문앞 가게들은 5-6월만 돼면 만신창이가 돼곤 했었죠...
버스타고 가다보면 최루탄냄새 자주 맡을수 있었고 이런날은 교통정체도 심해서 버스탄걸 후회하곤했습니다.

사실 진압도 문제였지만 시위의 과격함이 한총련이 몰락한 주된 결과였죠..
저역시 당시의 시위는 너무 무서워서 안갔으니까요..

지금의 시위들이 폭력시위라니..
예전처럼 시위하면 쿠데타라고 할듯...
치토스
09/06/03 14:39
수정 아이콘
제가 1988~1992년도를 서울 신촌 근처에서 살았었는데
그때는 참.. 어머니랑 어디 좀 나갈라고 하면 시위 때문에
나가지 못했던 기억이 많네요.
어렸을 당시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었는데....
내일은
09/06/03 15:49
수정 아이콘
95년-97년에 의경 생활을 하셨으면, 꼭 저와 반대 방향에 서있으셨겠네요.
96년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저하고 조금 다르시지만, 뭐 이제는 흘러간 일이니까요.
친절한 메딕씨
09/06/03 15:51
수정 아이콘
내일은님// 감정은 없습니다. 오해 말아주셨으면 하네요..; 이미 지금은 호랭이 담배 피던 시절이 되버렸습니다.
내일은
09/06/03 16:03
수정 아이콘
친절한 메딕씨님// 저도 당시에 대해 남아있는 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전경들이 힘들었던 만큼 갖혀있던 사람들도 만만치 않게 고생했다는 겁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을 정도였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칼자루를 쥔 사람들이 칼 휘두르는 데 힘든 것 이상으로 그 칼에 맞는 사람은 아픕니다.
Into the Milky Way
09/06/03 16:34
수정 아이콘
비루하지만 96년, 97년 저 자리에도 있어봤고 후에 전경으로 군 복무도 해보아서
전체적인 글엔 동감합니다.
근데 97년 한양대 사건의 진실은 저게 맞나요?
제 아는 형이 저 사건으로 구속이 되서 면회도 가고 했는데
"고문"이 있었는지 "쁘락치"로 오해 받은 건지 혹시 사건 전말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알려 주실 수 있나요?
The HUSE
09/06/03 16:48
수정 아이콘
Into the Milky Way님// 일반 학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쁘락치" 로 오해받아 고문 받고 사망한 것 사실일겁니다.
당시 학교가 굉장히 어수선했었습니다.

네X버에 찾아보니, 일반인이었고 1명이었다고 하네요.
내일은
09/06/03 16:56
수정 아이콘
Into the Milky Way님// 학생도 쁘락치도 아니었고, 대학가에 흔히 있는 '대학생이 되고 싶은 ' 일반인이었습니다.
당시 한총련 출범식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학생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 대학을 돌아다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학생들이 학생회에 '잡아들여'(지금보면 굉장한 문제지만, 당시는 정말 쁘락치와 정보과 형사들이 학교를 돌아다니던 시절입니다) 조사했고, 학생증이 없어 '쁘락치'라 의심하고 고문을 하다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으로 한총련은 (과 같이 싸잡힌 여타 학생운동조직들) 국민으로부터 완전 신뢰를 잃고 거의 지리멸렬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사진을 보면 그냥 동네 바보형이던데...
어제 PD수첩에서 경찰들이 명동에서 지적장애인을 연행한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적능력이 떨어지니까 자기자신을 잘 설명, 변호 못하게 되고 이것이 되려 의심을 증폭시키게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친절한 메딕씨
09/06/03 17:11
수정 아이콘
The HUSE님 내일은님// 일반인 1명이었군요.. 수정했습니다.
나누는 마음
09/06/03 17:2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97년 사건은 이석씨 치사사건 같은데요. 당시 사망한 이석씨가 실제 프락치인지 아닌지는 밝혀진게 없습니다만, 통장에 부정기적으로 상당한 액수의 금액이 입금된 내역들이 있고 이게 학생들이 프락치로 의심한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사람이 죽은건 맞구요.
근데.. 96년 연대 사건(.. 항쟁?혹은 사태?)은 작정하고 학생운동의 씨를 말리고자 해산이 아닌 전원검거를 목적으로 봉쇄했죠.
당시 단전단수에 기본의약품, 생리대까지 반입금지, 그렇다고 해산도 불가.
고립된 학생의 부모들이 "전쟁포로한테도 이렇게는 안한다, 의약품만은 반입허용해달라"고 애원하고 분노하셨지만 전혀...

참.. 그것과 별개로, 96년 연대사건때 사망하신 고 이종희 상경은 너무 안타깝습니다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왜 세브란스 병원 등 가까운 병원들을 놔두고 굳이 서울 반대편에 있는 경찰병원(송파)으로 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송중에 숨을 거두었다고 하길래 더욱 그렇네요.
친절한 메딕씨
09/06/03 17:32
수정 아이콘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빼먹은거 같습니다. 어제 PD수첩을 보면서 계속 느낀건데...
방패나 헬멧 등에 중대 표시가 없다는걸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제가 복무하던 당시만 해도 중대 표시는 필수였으며 일종의 자부심이었죠.
방패는 물론 헬멧과 봉, 방독면, 무전기를 메는 벨트에까지 중대마크와 표시를 했었습니다.

참으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만들더군요..


한가지 더
지역주민들의 시위 현장에선 시위하시는 아주머니들이 고생한다, 미안하다, 그리고 이해해 달라며
밤이되면 야식으로 컵라면을 끓여주시곤 하셨습니다.
정릉동 판자촌 일대의 재개발 사업 시위에서 그러했었죠..
오히려 강력계 형사들이 현장에 나와서 용역직원(깡패새끼들이죠 뭐)들에게 주민들이 당하지나 않을까 지켜주시더군요.

실제로 용역직원들과 저희 중대가 대치했던 상황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곳이 어찌 변했을지 궁금하네요. 제대후 한번도 안가봤는데...
퍼플레인
09/06/03 17:36
수정 아이콘
친절한 메딕씨님// 그건 작년 여름부터 그랬습니다. 중대 표시 뿐만 아니라 군복에 새겨져 있는 어쩔 수 없는 작대기 제외하고 기타 관등성명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도록, 어느때부턴가 청테이프 붙이고 하더니 나중엔 아예 지우고 나오더군요-_-
친절한 메딕씨
09/06/03 17:38
수정 아이콘
나누는 마음님// 학생들의 안타까움도 이해하고 있었던 1人 이었습니다. 나중에 저희 경찰서로 이송시킬때 다들 몰골들이 처참했었거든요. 오히려 먹을거좀 달라고 사정 하던 학생도 있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웠던건 붙잡혔던 99%의 학생들은 그저 선배 따라 왔거나 동아리 모임에서 왔다거나 였다는 겁니다.
christal
09/06/03 17:42
수정 아이콘
흠.. 97년도에 그 학교 다녀서;;; 저때 저 분이 진짜 쁘락지였는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이상한 구석이 있긴 했습니다. 학생증 없으면 수업이 있어도 학교에 들어갈 수 조차 없었거든요;; 정말 군대갔다가 휴가 나온 동기는 과사에서 휴학생 맞다고 확인해줬는데도 경찰이 못 들어가게 해서 친구들도 못 보고 쓸쓸히 돌아갔습니다. 심지어 학교 안에 있는 병원가는 길도 다 막아서 환자들이며 환자가족들이며 다 통행증 들고 다녔는데... 학교로 들어가는 통로란 통로는 다 전경들이 4~6줄로 막고 있었는데 신분증도 없는 일반인이 학교에 들어온걸 참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누는 마음
09/06/03 17:48
수정 아이콘
친절한 메딕씨님// 예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단순참가자였음에도 당시 정권은 해산조차 하지 못하게 하면서 극한적 상황으로 몰고 갔습니다. 애초에 학생운동의 씨를 말리면서 공안정국 조성이라는 목적이 있지 않았나 싶구요. 그후 연세대측에선 폐허가 된 건물을 그 상태로 보존하면서 교훈삼겠다 운운하며 정권에 아첨하는 모습을 보였죠.
The HUSE
09/06/03 17:49
수정 아이콘
분위기가 점점 "그것이 알고 싶다" 로 가는군요.
10년도 더 된 이야기 이고, 각자의 신분이 달랐기 때문에 더욱 그런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기억할려고 한다고 하던데...
친절한 메딕씨
09/06/03 17:56
수정 아이콘
나누는 마음님// 공안정국이니 하는건 전 모르겠습니다. 입장의 차이로 보자면 그럴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토론을 하자는 것두 아니고 진실 규명하자는 것두 아닙니다. 제가 몇 자 적은 것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하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삭제합니다.
Into the Milky Way
09/06/03 17:58
수정 아이콘
제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나야NaYa
09/06/03 18:05
수정 아이콘
지금도 대학교마다 정보과 형사들 돌아다닙니다. 학내 신문이나 유인물 같은 것, 혹은 폐지함 모아놓은 곳을 뒤지면서 문서를 입수하려고 하죠.
나누는 마음
09/06/03 18:14
수정 아이콘
앗.. 친절한 메딕씨님. 저도 고쳤습니다. 저도 민감하게 반응했네요. 죄송합니다.
estrolls
09/06/03 19:35
수정 아이콘
와....저도 95~97년도에 의경 기동대에서 복무했었습니다.
친절한 메딕씨님이 올리신 글을 읽어보니 그때가 다시 생각나네요...96연세대때와 97년 5월 광주에 내려갔을때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사실 그당시 진압현장에선 의경입장에선 아무생각안납니다.(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그저..."뚫리면 부대복귀해서 죽는다..."라는 생각밖에는요...쩝....제대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그렇게 만든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었지만 말입니다..안타까울 따름입니다.
09/06/03 20:57
수정 아이콘
95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96년 연세대에 있었고 97년에는 한양대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서울시내를 돌아다니기만 했는데
이후 시간이 흐르고 군대를 갔다오고 복학해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복돌이시절
촛불시위를 보며 '저렇게 강력하고 좋은 무기가 있었는데 왜 우리때는 꽃병에 젓가락을 들고 다녔어야했나'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군요.
09/06/05 17:27
수정 아이콘
1980년대에 비하면 1995~97년은 양반 세대죠.
당시 저희들끼리는 [요즘 애들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구만] 수준의 언사를 농하고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프락치가 거의 필요 없는 세대로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지요. 뭐... 작금의 소통부재는 어떻게 해도 1980년대와 비교할 만한 상황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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