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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06 12:35:09
Name Kint
Subject [일반] 이제 다시 그를 기억하기. -故 김광석 14주기
1.
1996. 1. 6.
당시 제 나이 열여섯이었던 해.
새해 벽두부터 한 가수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뒤숭숭한 뉴스가 들렸습니다.
당시 故 김성재의 사망소식이 있던지 얼마되지 않던 이후라 요즘엔
참 가수들이 많이 죽는구나... 그렇게 담담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초부터 유명을 달리한 그 가수가
몇년전 "특종TV연예"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통기타를 달랑 들고 나와
"나의 노래"라는 노래를 부르던 가수였다 라는 사실을 기억하고서는

목소리는 참 좋은 사람이였는데 왜 죽었을까 하며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
2000. 5.경
스무살이 되어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신분으로 홀로 타향살이를 하며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나모 모르게 청승맞게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의 "서른즈음에"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죠.

아무것도 모르는 스무살 천둥벌거숭이 같던 어린 녀석이었음에도,
그 서러웠던 마음이
깊음 울림의 그 목소리 때문인지
이미 지난것들에 대한 알수없는 회한과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앞으로 다가올것들에 대한 정체모를 두려움때문이었는지,

하릴없이 눈물만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3.
2000. 9.경
또다시 그를 잊고 살다가...
마침 극장가에서는 "공동경비구역JSA"가 추석대목의 흥행을 이어갔고,
저 역시 질세라 그 행렬에 동참했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다시 제 마음을 두드렸던 그 목소리.
"이등병의 편지"의 애잔함과 "부치지 않은 편지"의 서늘함이 공존하며,
2시간짜리의 영화를 간명하게 요약했던 그 두 노래들.

이제는 정말 이 사람을 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없는 돈을 털어 김광석님의 CD를 샀었습니다.
그 뒤로 한 6개월은 늘 김광석님의 음악을 들었고,
여유가 될때마다 김광석님의 CD를 구매하고는 밤새 그의 음악을 들으며
잠못 이루고는 했습니다.

4.
그 뒤로 김광석이라는 이름은
제 청춘을-물론 아직도 청춘이지만 - 아우르는 하나의 키워드였고,
제가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사람이 사는 것에 대한 어떠한 가장 사람다운 모습의 하나의 전형이었습니다.

노래라는 것은 사람을 닮아야 하고
사람이라는 것은 노래를 닮아야 한다고
아직도 그는 내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친구와 함께 술에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사랑했지만"을 부르며 골목을 걷기도 하고,
군대가기 전날 밤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싱숭한 마음을 달래보기도 하고,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나직이 "너무 아픈 사람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며 읊조리기도 해보고,
교내방송국 스튜디오에 감자탕을 시켜놓고 "서른즈음에"를 들으며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기하며...
그렇게 20대를 보냈습니다.

5.
2010. 1. 6.
언젠가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나이 서른살이 되는 해에 김광석님의 기일이 되면,
묘소에 가서 소주라도 한잔 뿌려주고 오자고 약속했던 일이 있습니다.

이제 어느 덧 그 나이가 되서보니
일상에 치이며 사느라 그 옛날 그 약속은 먼 꿈처럼 잊혀져 있었습니다.

문득 오늘이 故 김광석님의 14번째 기일임을 간신히 생각해 내고서는...
"매일 이별하며"살고 있는 제 모습에
접어 두었던 담배 한 모금이 절실한 하루입니다.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이 하나도 쉽게 안보이데요. 다 잘생겼던 못생겼던 있는자건 없는자건
다 그렇게들 태어나는구나. 다들 소중하게. 뭐..되게 없다싶으면 슬쩍 무시하고 낫다 싶으면 괜히 절절매고
그랬던 제 스스로가 되게 부끄러워지더군요. 다 똑같구나."
                      ..... 김광석 인생이야기 中 , 자신의 딸의 탄생을 직접 도와주고 거리에 한동안 멍하니 서있으면서 느꼈던 그의 단상.

                                                                                             -K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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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6 12:50
수정 아이콘
99년도에 백일 휴가 나올 때 TMO타고 왔었는데..자리에 온통 간부들이고 서 계시는 분도 있어서
이등병이 등받이에 등을 데고 편안하게 가는게 눈치가 보여 화장실로 갔더랬지요..
그냥 흥얼거리면서 나온 노래가 이등병의 편지였는데 얼마나 화장실에서 울었던지..갑자기 터져나와서..옛 생각 나네요.
이때쯤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이었군요..

저녁 술안주는 김광석의 노래로..
저글링아빠
10/01/06 12:50
수정 아이콘
저도 뒤늦게 김광석씨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어 LP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CD도 음원 앞에 무릎꿇는 상황에서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한장 한장 닦아가며 약간의 잡음과 함께 듣는 인간적인 맛이 이분의 앨범에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에...
다른 앨범들은 얼추 구해졌는데, '서른즈음에'가 있는 4집은 엄청나게 비싸기도 하고, 비싼 걸 설사 감수한다 하더라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최근엔 약간 반 포기상태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즐겨듣던 많은 곡들의 거의 대부분이 지금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십수년을 지나서도 여전히 감동을 주는 곡들과 호소력있는 목소리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가신지 오래되었으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히로하루
10/01/06 13:00
수정 아이콘
제가 아마 평생 들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단 하나의 가수가 있다면, 바로 이 분 "김광석"님입니다.
세월이 흘러가도 변치 않을 감동을 담은 노래들이 너무나 많지요.
최신식 사운드와 절묘한 리듬과 라임,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 등등을 뛰어넘는
어떠한 "울림"이 이 분의 노래에는 가득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며, 왜 이 분의 노래 중에 잘 알려지지 않는지 궁금하게 여기는 곡이 있는데
"내 사람이여"라는 노래입니다.
잔잔하고 평범한 노래가,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얼마나 풍성하고 깊은 울림이 생길 수 있는 지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라 생각합니다.
다들 꼭 들어보시길~
공업셔틀
10/01/06 13:20
수정 아이콘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가수의 콘서트가
연강홀에서 김광석씨 콘서트를 본 거였는데 그게 그 분의 마지막 콘서트더군요.
그때 다른 일을 준비중이라 당분간 떠나 있을거라고 말했었는데
몇일 있다 신문에서 기사를 보고 황망하더군요.

요즘도 차에서 가끔 듣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더 안타깝고...
10/01/06 13:27
수정 아이콘
어머니랑 같이 여행을 하다 차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틀어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시던군요.
그런데 "60대 어느 노부부를 위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몇년전에 돌아가셨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가 "이거 내 얘기잖아" 하시면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시는 겁니다.
절대 아들들 앞에서 약한 모습 안 보여주시는 분이신데 ...

김광석씨가 살아계셨으면 어머니를 모시고 콘서트장에 갈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하는게 정말 아쉽네요.
10/01/06 13:40
수정 아이콘
정말... 진정한 의미의 가수죠.. 심금을 울리는..
10/01/06 13:43
수정 아이콘
목소리가 귀가 아닌 마음에 들리는 .. 그런 가수..

저도 그래서 이분의 노랠 들을때면 귀가 아닌 마음을 엽니다.
새벽오빠
10/01/06 13:52
수정 아이콘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되는 락밴드 보컬하던 사람이 있는데요.

예전에 "형은 가수 중에 누가 노래를 제일 잘하는 것 같아요?"라고 물으니,
주저함 없이 바로 "김광석, 그 사람은 진짜 가수야."라는 답변이 나왔었습니다.
뭔가 '신나게 잘 지르는' 외국 가수 이름이 나올줄 알았는데 굉장히 의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몇 년이 흘러 서른의 문턱에 다다르니 이제서야 왜 그 사람을 최고의 가수로 뽑았었는지 이해가 되네요.
그림자군
10/01/06 14:20
수정 아이콘
"광석이는 왜 죽었다냐..."

참... 왜 그랬을까요?
Rocky_maivia
10/01/06 14:39
수정 아이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당시 이런 시적인 표현은 저한테는 충격적으로 다가온 표현이었죠.
10/01/06 15:08
수정 아이콘
히로하루님//
저도 그 노래 참 좋아 하는데 정말 '내 사람이여'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게 미스테리입니다. 원곡은 백창우씨가 작사작곡하고 이동원씨가 처음 부른 노래입니다. 이동원씨의 노래로도 들어도 좋습니다. 이동원씨 역시 노래를 맛깔나게 하는 사람이라. 추모 음반에서 권진원이 부른 것도 나름 괜찮구요. 물론 김광석님의 노래가 가장 절절하게 다가 옵니다.

김광석은 참 독특한 가수죠. 그의 목소리로 알려진 대부분의 노래는 자작곡이 아니고 자신이 처음 부른 것도 아니고 기존에 있던 곡들을 불렀는데 김광석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원곡을 부른 사람은 모르고 김광석만 기억하게 되죠.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라고나 할까, 노래를 듣기만 하는데도 부르는 사람의 감정과 듣는 사람의 감정이 하나가 되어 버리는...

너무도 일찍 가버려서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고, 가까운 지인들조차 왜 그가 그렇게 갔는지를 알 수 없어서 더 안타깝게 했던 김광석.
몸은 우리 곁을 떠나 갔지만 가장 오랫동안 사람들의 가슴속에 구체적으로(기억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재의 노래로) 살아있을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히로하루
10/01/06 15:48
수정 아이콘
빈 터님// 그렇죠. 김광석 님이 처음으로 부른 노래가 아닌게 참 많죠.
그런 의미에서 국민가수 조영남씨와도 비슷....(퍽)
날아가고 싶어.
10/01/06 15:48
수정 아이콘
어렸을땐 그냥 좋네~ 라고 했던 노래들이 이제 가사가 이해가 되나봐요..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정말 서른에되어 들어보니 다르고, 전 그래서 삶이 묻어 있는 김광석씨 노래를 비롯해 동물원 노래 매우 좋아합니다.
요샌 동물원의 "우리이렇게 헤어지기로해"를 듣고 있는데, 어렸을때 몰랐던 그런게 담겨 있더군요..

말로 표현할수 없는 삶의 감정과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예술인들이 그래서 빨리들 가시나봐요..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시린 겨울날.. 김광석씨가 더욱 그리워 지네요...
10/01/06 16:19
수정 아이콘
말하지 못한 내 사랑였던가, 그 노래도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고
그녀가 처음 울던날도 좋아하지만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언젠가 추천받아 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무심코 뮤직 플레이어 재생을 누르면서
함께 띄운 가사를 들여다 보곤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노래는 다 듣지도 못하고 꺼버린 적이 있던 곡이라 언제고 기억할 것 같네요.
10/01/06 16:22
수정 아이콘
우와' 라고 탄성이 나오는 가창력이 아니라
가슴이 저미는 , 가슴을 울리는 힘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치환씨와 함께 참 좋아하는 가수입니다,,,사실 가객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만,,
10/01/06 16:58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그동안 운명을 달리한 수많은 우리나라 음악가 중에 가장 안타깝고 슬픈 분입니다.
지금도 듣고 있는 '기대어 앉은 오후에는'
다른 분들의 노래라 해도 광석님의 목소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너무도 크네요.

거리에서
기대어 앉은 오후에는
서른즈음에
부치지 않은 편지
너무 아픈 사랑이 아니었음을
외사랑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너무도 많네요.
SigurRos
10/01/06 17:58
수정 아이콘
슬퍼요...
노력, 내 유일
10/01/06 18:44
수정 아이콘
좋은 노래들이 많지만 대표곡으로 꼽고 싶고 제일 많이 알려진 것 같은 서른 즈음에와 이등병의 편지 단 두곡만으로도 영원히 기억되고 불멸할것 같습니다. 이 분 노래는 귀를 파고드는게 아니라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일랜드스토
10/01/06 19:38
수정 아이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참 슬픈데... 눈물날 것 같은데...
그렇지만, 그래도.
자꾸만 듣게 됩니다.

이 분은 그저 최고입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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