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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11/30 22:31:37 |
Name |
50b |
File #1 |
11111111111111111111.JPG (21.4 KB), Download : 59 |
Subject |
[일반]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싶다. |
-한국말을 안쓰니깐 말을 못하겠어요.
-일본어 공부하고 있죠?
-다음엔 일본어로 이야기해요."
더듬거리는 의사소통.
1.
빨리 일본어를 배워야지라는 의지에 앞서
슬픈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감정이 주위에 맴돌았다.
진정 한국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한국이라는 나라에 돌아와서 나랑 비슷한
사람들과 살고 싶지 않았을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난 봄.
몇 십년만에 한국을 찾은 고모는 할아버지가 계신 묘지의 사진을
사진속에 담고 있었다.
자식들에게 한국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을 간간히 일본어를
섞어가면서 말했다.
그 모습은 단지 고향에 돌아와 과거를 추억하는 향수에 젖은
그런 모습처럼 비추어 졌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지난 날,
고모와 내가 같은 장의 차를 타고 산자락으로 향할 때,
지독히도 아름답게 벚꽃이 흩날렸던거 같다.
한국에 오랜만에 온 고모를 위해 장례를 치른 피곤한
상황이었지만, 한국을 보여주기로 했다.
슬프지만 이제와서
솔직히 고백 하자면 단지 미디어와 엔터테이먼트가 발달한
일본에 사는 고모랑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그런 제안을 했다.
2.
아픈 사람이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상처만 받은 사람이었다.
고모도 그랬고, 그의 남편도 자식도 그랬을 것이다.
차로 이동하는 틈틈이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는 참 나를 시리게 만들었다.
"한국사람들은 말한단다.
일본에서 돈 잘 벌고 잘 사는 재일 교포,
이제 뭐 쪽바리가 다된거라고
일본 사람들은 피한단다
앞으로는 웃지만 뒤로는 손가락질 하면서,
그 고모의 아들은 이말도 했다고 한다.
"차라리 내가 초록색 피부였으면 더 나았을지 몰라-"
3
고모가 할아버지 산소에 올려 놓기 위해 가져온 아들의 책에
GO(영화화된), Revolution NO.3 이런게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 책인데'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내 사촌형이었다는 것에 대한
쇼크가 커서 올려진 책을 보는 내내 신기해만 하다가 보냈다.
고모는 떠났다.
받아주지도 보내주지도 않았던 그나라로 돌아갔다.
아쉬움에. 군대에 가기전에 일본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알바비를 털어 일본으로 갔다.
초록색 피부 인간이 되고 싶었던 가네시로 가즈키를 만났다.
한국말을 못했다.
중학교까지 한국 학교에 다녔지만
한국말을 못했다.
하지만 내가 하는 한국말을 정확히 알아든는걸 보면서
'아마 잊고 싶었겠지' 라고 생각 했다.
그저 단지 팬관리처럼 보이던 그가
50권짜리 한정판, 금으로 된 GO를 건네주며
다음에 꼭 다시 보자는 말을 하고 떠났다.
나는 그순간에도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만났다는게
기뻣고, 이 책이 꽤 비싸게 팔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뻣다.
나는 역시 너무나 이기적인 놈이였다.
4.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도 일본도 우리를 받아 주지 않았다는 고모와
고향에 돌아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돌아갔다는
복싱챔피언 고모부와 초록색 피부를 갖고 싶은,
내일이라도
노르웨이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촌형을 생각 했다.
"존재" 라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의문이
이사람들에겐 가장 본질적인 아픔의 형태로
스며들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핏줄이 나를 가네시로 가즈키의 책으로 인도 했다는
어른들의 말은 그저 바람에 흘려 보내고,
담배를 피며. 그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 했다.
"이사람들 말이야,
정말 한국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p.s:이 글은 7년전쯤 군대 인트라넷에서 본 짤막한글을
그저 여러분들에게 소개 시켜 드리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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