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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11 10:13:09
Name 자메이카
Subject [일반] 비 오는 날 밤의 폐 GP를 아시나요?
요즘 문득 제법 무섭고 스릴있는 글들이 올라오길래 열심히 보던 중에


'내가 살면서 진짜 무서웠던 경우는 언제였지?' 라는 호기심이 들어서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무서운 이야기나 밤길 혼자 다니는건 잘하고 공.포.영.화에 유독 약해서


공.포.영.화 볼 때를 제외하곤 살면서 그닥 살떨리는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는데요.


저같은 경우엔 군대에 있으면서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공포와 스릴을 맛 본 적이 있습니다.


비무장지대 수색매복을 전담하는 수색대대라는 부대의 임무덕분이었지요.



#1 비 오는 날 밤의 폐 GP를 아시나요?


전방에 근무하신 분들은 GOP에서 GP를 마니 보셨을겁니다.


인원이 상주하는 GP는 뭐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사람사는 냄새나고 다를 바가 없지요.


그러나 폐 GP는 참 쏠쏠하고 똥줄타는 맛이 있는데 전 3곳의 폐 GP를 가보았습니다.


영화속에서나 나올법한 '끼이이익'소리를 내며 열리는 육중한 철문, 페인트칠이 벗겨진 벽,


바닥에 고인 물, 시멘트건물 그 특유의 냄새, 불쾌한 습기가 저희를 반겨줍니다.


무엇보다 기분 나쁜건 사람의 기척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세명씩 조를 짜서 내부를 탐색하는데 뻔히 아무 것도 없는걸 알면서도 괜히 초조하고 긴장타게 됩니다.


저는 계급이 좀 되고나서는 영화에서 본게 생각나 총구끝에 라이트를 달고 수색을 하곤 했습니다. -_-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저 낯선 폐 GP도 계속 가다보니 적응이 되지만 역시 백미는 비 오는 날 밤에 하게 되는 매복입니다.


세명이서 한 조로 매복을 서게 되는데 지루한 시간을 때워보자고 서로가 알고있는 온갖 무서운 이야기를 다 끄집어냅니다.


어느덧 잠은 몰려오고 한두명씩 골아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가장 무서운 시간의 시작입니다.


바로 '화장실 가기'입니다. (화장실이라고 쓰고 건물 야외 아무 곳에나 라고 읽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상상해보시길 바랍니다.


영화속에서나 보던 시멘트가 다 벗겨진 시멘트 건물 안, 한치앞도 안 보이는 어둠,


미칠듯이 내리는 비와 뒷골을 서늘하게 내려치는 번개,


가장 소름끼치는건 온 복도에 울려퍼지는 나의 발걸음 소리입니다. '또각또각'


그 모든 것을 뚫고서 '볼일'을 보러 가야합니다.


네, 솔직히 고백합니다. 저는 혼자 가기 너무 무서워서 해뜰때까지 참은 적 있습니다.



#2 5XXGP가 폐 GP가 된 이유?


GP의 존재이유는 간단하게 적을 관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한 GP와 폐 GP가 가까운 곳에 서로 위치해서


평소부터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 분명 시야 확보가 같은 위치인데 왜 하나 더 지었을까?'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그 폐 GP에 들어간 날 팀장님께 물어본 적이 있는데 대답이 걸작이더군요.


한창 남북관계가 냉랭한 시절 북한에서 넘어와 GP인원 전부를 살해하고 불질렀다고 하더군요.


20대 중반인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요. 군대에선 저런 괴담이 많길래 속으론 '뻥치시네 ^^' 라고 웃었죠.


그리고 폐 GP안으로 수색하러 들어갔죠.


불에 시커멓게 그슬린 흔적이 가득한 복도가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3 왜 탄약고초소 뒤의 창고 창문은 다 막혀있을까?


저희 부대의 탄약고초소 뒤에는 한 창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창문이 다 나무로 막혀져 있는 겁니다.


뭐 특별히 귀한 물건을 보관하는 것도 아니고 부대에서 사용하다 남은 온갖 잡다구리한 것들을 비치된 곳인데 왜 저렇지?


같이 근무를 나간 선임한테 물어보고, 선임은 바닥에 앉아 잠 속으로 여행을 가신 후 전 공포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아, 저거? 십년전인가? 하사 하나가 저기서 목 매달았어'



#4 부대에 왜 묘비가 있을까?


부대의 뒷동산에 작은 묘비가 있습니다. 한자로 된 것인데 '1988년 XXX하사 국가를 위해 XXX'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호기심이 왕성한 저는 얼른 주변에 물어보았죠.


그리고 그 대답은 저를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아, 저거? 예전에 평지 매복 들어갔는데 한 병장이 응가가 급해서 조용히 누러갔는데


다른 얘들이 적인줄 알고 수류탄까고 탄창 다 땡겼다더라'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북한애들이 심심찮게 경계를 넘어오던 때라고 하니깐요)



#5 방탄모를 스친 총알


저희 부대는 사격을 엄청나게 많이 합니다.


그래서 안전검사정도는 다들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렀죠.


'사격끝사격끝 조정간안전 약실검사 ---' 이런건 아웃사이더 뺨치게 랩수준으로 합니다.


다음 날의 매복을 준비하며 야간사격을 끝내고 안전검사를 하면서


'격발'을 외치며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총알이 제 방탄모 앞 부분을 스쳐지나갔습니다.


교범상 안전검사시 총구는 전방을 향하게 되있지만 뭐 익숙해져 대충 하다보니. -_-


그날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 가장 큰 불효를 저지를 뻔 했습니다.


물론 그 날 내무반의 분위기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6 총성 한 발


의욕에 불타 글을 적기 시작하던 처음과는 달리, 갈수록 배가 산으로 간다는걸 느끼고 황급히 마무리하려던 차에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머리를 번뜩 스쳐가는군요.


야지 매복을 하던 중에 북한 쪽에서 총성 한 발이 울렸습니다.


'탕'


그리고 이어 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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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그후
09/11/11 10:18
수정 아이콘
ㅡㅡ;
제 친척분이 휴전선부근 장거리수색대에 예전에 근무중 낮은포복으로 수색중 어디서 탕하는 은은한 총성과 함께 다리관통상을 당하셨습니다. 그분도 20년전 이야기입니다.
자메이카
09/11/11 10:23
수정 아이콘
제가 있을 적엔 옆사단에서 수색 도중 k-3에서 5발이 격발되어 코 앞에 있던 전우의 엉덩이에 박혔던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고 하네요.
양념반후라이
09/11/11 10:26
수정 아이콘
마지막 이야기는 이해가 잘 안가네요. 북한 병사가 월남 시도하다가 사살됐다는 애기인지.

아무튼 최전방 군대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합니다.
자메이카
09/11/11 10:31
수정 아이콘
양념반후라이드반님//내용 그대로 북한쪽에서 총성이 울리고 비명소리가 들렸다는 겁니다.
총성은 뭐 가끔 있는 일이니깐 대수롭지 않은데 비명소리에 얼어버렸습니다.
엘푸아빠
09/11/11 10:32
수정 아이콘
폐 GP들어가는것은 정말 끔찍합니다. -_-a 진짜 막 폐 GP되었을 땐 그래도 사람 사는 곳 같았는데 1년후에 가보니 도저히 갈 곳이 안되더군요.
C.P.company
09/11/11 10:36
수정 아이콘
자메이카님// 지네들끼리 쐈다는 말인가요.
여담으로 총 맞아본 사람(맞은것도 아니고 그냥 스친)증언을 들어보니 야구빳따(어감을 살리기위해..죄송합니다)로 백대 맞은거같다더군요.
더블인페르노
09/11/11 10:47
수정 아이콘
저도 GOP부대에 있엇는데 주간 근무중에 적 GP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문열고 남쪽으로 나와서 놀란적이 있죠..망원경으로 보니 3명정도가 밖에 나와 뭘 묻더군요 ;;;솔직히 사람을 묻는건지 동물을 묻는건지는 잘 모르겟지만 제가 보기엔 사람을 그냥 묻는 거 같이 보엿드랫죠..
바로 상황실에 보고하여 주간에 전원투입된 기억이....
그사건으로 전 북한군을 믿지 않게 되더군요....무서운 놈들이라고
자메이카
09/11/11 10:49
수정 아이콘
C.P.company님//네, 북한군 내부에서의 다툼이나 월남정도가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저희 부대에서 북한군 주력총인 ak로 사격을 했던 적이 있는데 총알이 땅에 맞고 튀어서 근처에 있던 고참 다리에 맞았어요.
끝이 뾰족한 망치있죠? 그런걸로 맞은 느낌이라고 하네요.
루크레티아
09/11/11 10:57
수정 아이콘
5XX라고 하시는 걸 보니 혹시 15사단이신가요?
자메이카
09/11/11 11:03
수정 아이콘
루크레티아님//28사단입니다. ^^
루크레티아
09/11/11 11:31
수정 아이콘
자메이카님// 아 그렇군요. 전 15사단이었는데 이쪽도 마찬가지로 폐GP가 있었습니다. 전 운전병인지라 낮에만 가봤는데 참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더군요.
넘팽이
09/11/11 11:46
수정 아이콘
저도 28사단 수색대대 나왔고 5xx 들어갔었는데, 하도 오래되어서 가물가물하네요. 제가 근무할 때도 바로 옆에 폐GP가 있어서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북한군이 넘어와서 GP 몰살시키고 불지르고 목 따갔다고.....하지만 폐 GP에 들어가보진 못했어요. 들어간다는 말은 있었는데 다음 교대중대가 들어갔겠죠. 아 근데 요즘도 까치작전 하나요?
09/11/11 11:53
수정 아이콘
제 기억에도 그런 말을 들었던거 같은데 96-97년 쯤이라며 제가 통문을 열어드렸을 수도있겠네요.
지나가다 반가워서 글 남깁니다.
09/11/11 11:58
수정 아이콘
5XX 에 28사단이면 -_-;;; 저주의 금요일과 대보름 사이 그곳아닌가요? 화염방사기로 몰살당했다는 소문이 있던;;;

그리고 영점사격장에서 옆사로에서 정줄놓은 후임이 총구돌리다가 총쏘는 바람에 제 하이바피 찢어먹은 일이 있었는데 총구가 번쩍하는 순간 쓰러졌습니다. 그래서 아픈건 잘 모르겠네요. 덕분에 팔자에도 없던 평일날 정신과에 심리치료받는답시고 들락날락하고 내무반 막내 주제에 포상휴가나 표창도 이것 저것 많이 받았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날 이후로 관심병사 크리 -_-;;;;;; 병장때야 제가 후유증 같은게 없다는걸 아시고 욕한사발 퍼부어주시던 보급관님이 기억나네요 -_-;;;
09/11/11 12:07
수정 아이콘
The_Fly님// 하이바피가 찢어지시다니;; 진짜 영화에 나올 법한 일이군요...
테란의 횡재
09/11/11 12:12
수정 아이콘
저도 강원도 최전방 사단수색대대 전역하였는데 저희쪽도 그런 괴담이 존재하는데 정말 들을때마다 몸건강하게 전역한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09/11/11 12:51
수정 아이콘
엘푸아빠님// 혹시 55수색 3소대 05 8월번이신가요..?
녹차한잔의여
09/11/11 13:06
수정 아이콘
제가 있던 GP에도 묘지가 하나 있었죠
방책선과 방책선 사이에...

그리고 GP 옆에 불고기폐벙커 라고 불리는 곳이 있었다는^^;
화염방사기로 아군이 다당해버려서그런 이름이 붙었대요..

폐GP 그나마.. 요즘 GP가 폐GP가 되면 뭐 무섭긴하지만 괜찮은데
정말 예전부터 폐GP 인 곳을 가면 그냥 딸랑 건물하나에.. 어떻게 여기서 군생활 했을까 싶다능;;
부끄런상디
09/11/11 14:30
수정 아이콘
저도 28사단이었는데..반갑네요. 전 사단 사령부 전산실에서 근무하였습니다.
09/11/11 16:28
수정 아이콘
오 글쓴분 언제 군생활 하셧나요? 흐흐
저도 6사단 수색 출신인데
GP에 벙커가 있는데 분명히
외관에서 보면 즉, 밖에서 보면 벙커 모양으로 튀어나와있는데 안으로 가보면 시멘트로 막혀있던 곳 있었어요
물어보니 거기서 수류탄 자살해서 그 이후로 아예 벙커를 시멘트 발라서 막아버렸다고 하더군요

..폐 gp는 정말 좀 가기 무서울 것 같긴 하네요
매복을 근데 폐gp에서도 하나봐요?
저희는 그냥 물골이나 그런쪽에서 하는데 ..
참 겨울 매복은 상상하기도 싫군요

한번 나가면 10년씩 늙어서 돌아온다는...
엘푸아빠
09/11/11 19:27
수정 아이콘
아흥님// 헉 맞습니다. 누구시죠?;; 이런 곳에서 제 현실속의 사람을 만나다니... ㅠ_ㅠ
09/11/11 23:02
수정 아이콘
꽃비님// 혹시 1X4 GP 아닌가요? 저도 6사단이었고, 그 시멘트 막혀있던 곳에대한 괴담도 완전 판박이네요..덜덜
자메이카
09/11/12 11:47
수정 아이콘
역시 남자는 군대이야기인가요??크크

꽃비님//네, 저희쪽은 폐 GP에서도 매복을 했습니다. 가다 보면 나름 스릴있고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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