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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09 15:34:14
Name azurespace
Subject [일반] 노트북 이야기
  저에게는 노트북이 한 대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나온 센스 R70이라는 녀석인데 약간 무겁기는 하지만 해상도도 높은 편이고 배터리도 3시간 이상 가는 사랑스런 놈이죠. 알바비와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을 모아서 제 돈으로 직접 구입한 첫 녀석입니다.

  제 모든 작업들은 이 녀석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피지알에서 스덕질을 할 때는 물론이고, PSPICE로 회로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도 이 녀석, MATLAB으로 그래프 그릴 때도 이 녀석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그만 일이 벌어졌습니다. 요즘 저는 치아 교정을 시작한 참인데, 그 날도 교정을 위해 독산동의 치과에 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늦잠을 자서 약속시간에 늦게 생긴 겁니다. 최대한 빨리 짐을 챙겨서 나왔지요. (전 평일엔 기숙사에서 학교에 다니고 주말엔 집으로 갑니다. 그 날은 중간에 치과에 들르기로 한 거죠.)

초조한 마음으로 전철을 타고 가다가 독산역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치과로 뛰어갔죠. 약속 시간에 이미 20분 가까이 늦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던 거지요. 사실 아침이라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었던 듯 싶지만...

교정치료를 받고 나서 나오는데, 노트북 가방이 보이질 않는 겁니다. 주말 동안에 입을 옷을 넣었던 손가방만 보이더군요.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제가 들고 온 건 그게 전부랍니다.

아뿔싸, 전철 선반 위에 가방을 올려두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시계를 보니 11시 50분입니다. 치과에 들어온 게 10시 30분이었으니 이미 한 시간이 넘게 지났습니다. 치과에 올 때와 같은 속도로 역까지 걸어갔습니다. 12시가 되었습니다. 즉 제가 독산역에 도착한 시각은 대략 10시 20분 전후라는 계산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다행히도 제가 성균관대역에서 열차에 올라타면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문자의 시각을 보니 9시 50분. 유감스럽게도 몇 번째 칸에 탔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정도라도 알게 된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바로 독산역 역무실로 들어가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노트북이 들어 있는 가방을 선반 위에 두고 내렸다. 성균관대역에서 9시 50분에 열차에 탑승했으며 독산역에는 10시 20분 정도에 도착했다... 역무원은 두 분이 있었는데, 이런 일에 익숙치가 않았는지, 아니면 그냥 내키지 않았는지 별다른 반응 없이 옆의 열차시간표를 슬쩍 보시더니 "청량리행 열차네요. 청량리 역에 전화해 보세요" 하면서 전화번호 하나를 주시고 하시던 일을 계속 하시더군요.

역무실에서 나와서 전화를 걸고, 다시 사정을 따발총처럼 설명하는데, 아뿔싸...
"여긴 지하철역이 아닌데요. 지하 청량리역에 전화하세요."

이 분들이 기차역 번호를 알려주신 겁니다. 같은 코레일 산하라지만...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뭐, 다시 안내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그 곳 직원께서도 들어온 가방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다른 역에서 보관중일 수도 있으니 한번 알아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서울메트로 유실물센터 홈페이지를 비롯해서 온갖 곳을 뒤지고 다녔습니다. 독산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전화도 다 돌리고...

그러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코레일에서 열차 시간표를 받아서 확인해보니, 이런 젠장. 9시 50분에 성균관대역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딱 하나 있는데, 청량리역이 아니라 성북으로 가는 열차였습니다. 독산역 역무원께서 잘못된 정보를 주시는 바람에 헛수고를 했던 거지요. 그야 의도적인 건 아니겠지만, 역무원이 매일 하는 일이 열차시간표 확인 아닌가 해서 참 기분이 언짢더군요.

그래서 성북역에 전화를 걸어 봤지만, 역시 그런 가방이 없다는 대답. 여기서 저는 정말로 화가 났습니다. 해당하는 열차라도 제대로 빨리 파악했다면 이 열차가 어느 역 즈음을 지나가고 있는지 알아내서 직접 찾아보기라도 했을 텐데, 이미 시간이 너무 흐른 뒤였습니다. 엠피쓰리나 피엠피라면 모를까, 노트북 같은 고가의 물건이 제 자리에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오늘 아침에 혹시나 해서 주요 유실물센터에 전화를 한 번씩 더 돌렸습니다. 그런데 성북역에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노트북 기종이 어떻게 되시나요?"
"삼성 센스 R70이고, 로지텍사에서 나온 레이저 마우스가 같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서 찾았습니다. 허허허.. (아침에 쌍문에서 성대역까지 갔다가 성북역으로 갔다가 다시 성대역... 오늘 지하철은 원없이 탔네요)

발견 일시가 오늘, 11월 9일 아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제 가방과 노트북은 그 사람 많은 1호선 구간을 주말 내내 돌고 있었던 겁니다. 세상에, 정말 아무도 안 건드렸단 말인가요...

대한민국, 아직 살만한 동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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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동네짱
09/11/09 15:48
수정 아이콘
아래 댓글에서 놋북 잃어버리셨다고 적어놓으셔서 ㅠ_ㅠ 애도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완전 잘되셨네요~!!! 새 놋북 산 마음으로 이제 아껴주시길 +_+) 우왕 기분 엄청 좋으실 것 같아요 +_+
09/11/09 15:52
수정 아이콘
주말내내 돌고 돈 노트북을 찾으시다니 우왕 대단하네요!! 다행입니다. 노트북쯤 되면 잃어버리면 정말 터지죠.
달덩이
09/11/09 15:58
수정 아이콘
찾으셨다니 다행이네요..^^
09/11/09 16:03
수정 아이콘
하하.. 정말 x줄 타셨겠네요 -_-;
찾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리오넬메시
09/11/09 16:03
수정 아이콘
오히려 사람이 많아서 안 잃어버렸을지도... 보는 시선이 많으니깐요.
난 애인이 없다
09/11/09 16:16
수정 아이콘
다행이네요. 아는 분은 백업안된 아이폰 어플 개발 소스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맥북을 택시에서 잃어버리셨습니다.
소인배
09/11/09 16:16
수정 아이콘
난 애인이 없다님// 그거 호러네요 -_-;
09/11/09 16:31
수정 아이콘
저 기분 압니다... 저도 관공서에 두고 온 적이 있어서...
찾으셨으니 다행이네요...
09/11/09 16:39
수정 아이콘
저는 노트북이 없어서! 잃어버릴 염려도 없지요!
... ㅠ_ㅠ 유리지갑이네요.
담배피는씨
09/11/09 17:36
수정 아이콘
신기한건.. 주말이라도.. 밤에 청소하시는 분이 발견 하셨을 것 같은데..
설마 주말에는 청소를..
09/11/09 18:24
수정 아이콘
전 학교에서 sony hc3 라는 카메라를 대여해놓고 친구들이랑 놀다가 헤어질 때쯤되니 카메라를 잃어 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한 적이 있는데요.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는 상황) 같이 놀던 친구들을 동원해 기억을 더듬어 본 결과 모임의 최종목적지전에 들른 미스터 도넛에 카메라를 놔뒀다는 결론이 도출되더군요. 모임에서 파하고 다시 돌아간 미스터 도넛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고, 혹시나 누가 가져갔으면 어쩌나하는 생각과, 차라리 내 카메라면 쪼끔은 속이 편할텐데.. 잃어버리면 학교에 뭐라고해야될까 카메라값 무는것도 무는것지만 징계도 먹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을 설쳤는데 다음날 미스터 도넛에 가니까 직원분이 잘 챙겨놓으셨더군요. ㅠㅠ 그때의 안도감이란..
09/11/09 18:29
수정 아이콘
헛..

나도 R70 W202.
피지알에 올린 글 중 99%는 이 녀석으로 올렸는데..

3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웬만한 게임은 다 돌아가는 좋은 노트북.
오래오래 함께하세요...

참고로 전 2개월 전에 삼성AS에서 메인보드 신형으로 무상교체했어요~
그 후 발열도 적고.. 소음도 적고.. 새 노트북 쓰는 기분.
speechless
09/11/09 18:37
수정 아이콘
와 진짜 다행이네요~
저는 회사에서 준 소니 바이오 SR45L 사용중인데 이거 맘에 듭니다.
나중에 회사 그만두더라도 소니 바이오 모델로 하나 사고 싶지만 가격이.....
벤카슬러
09/11/09 20:01
수정 아이콘
노트북을 실제로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찾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저는 노트북은 잃어버린 적이 없지만, 디카를 잃어버린 적이 있어서 ㅜ.ㅜ
앙앙앙
09/11/09 20:18
수정 아이콘
정말정말 다행이네요. 고생 많으셨겠지만, 찾았으니 그 고생이 어디 고생이겠습니까?

다음부터 꼭 조심하시고, 기종 등록도 하시고, 분실에 대비하셔야겠네요.

정말 운 좋았네요. 보통은 노트북 주으면 빙고! 하고 가져갔을텐데.....
greensocks
09/11/09 20:27
수정 아이콘
전 HP 6531s 쓰는데요
램 4g로 업글해서 64비트 윈도7쓰니까
빨라서 너무 좋네요
싼맛에 사서 잘 쓰고 있습니다
希愛來
09/11/09 21:16
수정 아이콘
찾으셔서 다행이네요..
저도 R70 A/W201을 사용합니다..
램 2G>4G로 OS XP>윈7으로 업그레이드 고민중..
축구사랑
09/11/09 22:19
수정 아이콘
오 축하드립니다. 노트북 찾으실때 굉장히 기분좋으셨겠네요.
다행히 선반위에 놔두어서 그런가봅니다. 만약 앉는곳부근에 놔두었다면 여지없이 누군가 가져갔을텐데요.
다행이네요
09/11/10 00:55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기분이 정말 좋으실 듯하네요.

반면에 저는 오늘 공학용계산기를 잃어버리고 패닉에 빠져있는 중이네요...

이놈의 환율때문에 새제품 가격이 11만원이라는 것을 보니... 웃음밖에 안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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