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이 글을 쓰려던 시점이 어제이기에 참 글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이 글의 시점을 2009년 5월 29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2009년 5월 29일.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이었던... 바보 정치인으로 불리던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영결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사실 전 뭐랄까요? 어디 나가고 그런거 싫어합니다. 촛불집회 당시에 뭐... 사실 그때는 군인 신분이었으니까 나갈 수가 없었기도 하지만요. 탄핵 반대 시위때도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로 안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고 싶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불현듯 생각이 나서 수업이 일찍 끝나자 아는 동생과 함께 시청 분향소로 향했습니다. 1시를 조금 넘겼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사람이 계시더군요. 기다릴까 하다가 동생이 집이 멀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지나는데... 분향소에서 절 한번 못드린게 너무나도 아쉽고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금요일에... 제 동생과 함께 시청으로 갔습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친할머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제사때 입으려고 사 놓은 검은 양복을 입고... 넥타이는 제가 없어서... 아버지 넥타이중에도 검은색이나 노란색이 없기에 어쩔수 없이 무례하게 보일지 몰라도 노타이로 갔습니다. 동생도 최대한 검은색 옷을 골라서 입고 갔고요. 경복궁으로 가려고 했지만... 초청된 사람만 들어온다기에 광화문으로 갔습니다. 근데 경찰들이 막아서더군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다시 시청으로 와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고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영결식을 지켜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울었습니다. 한명숙 전총리가 '대통령님,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죄송합니다.'라고 외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욕했습니다. 현 대통령이 TV에 비쳐지자 다들 욕을 했습니다. '고개 숙여.', '저런 XXX같은 놈', '저리 꺼져버려' 등의... 물론 훨씬더 강도가 심하고... 솔직히 말하면 들으면서 정말 민망했습니다. 그리고는 '물러나라 이명박'이라고 다들 외치더군요. 저도 함께 외치고 싶었습니다. 현 대통령이 헌화를 할때는 '자격이 없어!'라고 어떤 분이 외치더군요. 김대중 전태통령님께서 다리가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걸어서 헌화하시는 것을 보고는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저는 그렇게 많은 시민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들과 호흡하고... 고 1때 월드컵 응원 이후로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을 봤습니다. 제가 얼핏 세어봐도 시청 앞에만 20~30만 이상은 있을거라고 봤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다른 시민들처럼 외치지 못하는 제가... 죄송하다고 외치지 못하는 제가... 저는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주위에서 고 노무현 전대통령님께서 재임하실때 마구 욕할때... 단 한번도 그분을 대변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는 저도 그분을 의심했고 욕만 안했다뿐이지 지지를 철회했던 듯 합니다. 무관심했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과연... 현 대통령을 욕하고 노무현 전대통령님을 추모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했습니다. 그래도 눈물은 흘렀습니다. 그분의 영상이 나오는데... 유족과 김대중 전대통령님께서 헌화하는데... 그분을 기리는 모습이 나올때마다 정말 눈물이 났고... 시민들 한 가운데서 어울리지 않게 검은양복을 입은 젊은 놈이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눈물이 왈칵 나오는건 참을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노제 진행하기 전에... 집으로 향했습니다. 학교에서 실험이 있기도 하고... 너무나도 사람이 많았죠. 사실 자리를 이탈했는데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사람이 많아서 말이죠. 도저히 볼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일단 집에 왔습니다. 마지막에 노제 지내려 오시는 거 보고 싶었지만 동생이 '이제 학교 가야지.'라고 말했기에... 저보다도 고 노무현 전대통령님을 좋아했고 친일파를 극단적으로 싫어하고 수구세력에 대한 분노를 더 잘 표출하는 동생의 말이었기에... 저도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이기적인 저는... 그렇게 영결식이 끝나고 제 마음속 영원한 대통령님을 떠나보냈습니다.
슬프고 또 슬픕니다. 아프고 또 아픕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왜 그래야만 했을까요? 얼마나 아프셨을까요?
한명숙 전 총리의 추도사는 제 마음을 흔들었고 백원우 의원의 행동은 저를 대변해주는 듯 했습니다. 통곡하는 김대중 전대통령님의 모습에서 저 역시 통곡하고 싶었고 유시민 전 장관의 슬픈 눈을 보면서 더 슬펐습니다. 그렇게 전 시민들 속에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말이죠.
노란 풍선이 날릴때, 그리고 사람들이 고 노무현 전대통령님을 색인 노란색 선캡을 쓰고 기다릴때... 전 정말... 한국 민주사에 큰 인물이 정말 떠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입니다.' 제가 들고 있던 겁니다.
정말 입니다. 이번에는 진짜입니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이 영결식입니다. 국민장 장례기간 마지막날입니다. 오늘까지만 슬퍼하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오늘까지만 슬퍼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작은 오늘부터입니다.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부터입니다.
당장은... 많이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에서 불타오르다가 다시 차갑게 굳어서 응어리진 분노는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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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찍 잠을 청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고 그러지 못할 것 같네요.
아우구스투스님, 49재가 7월 10일로 알고 있습니다.
그날 비석을 올린다고 합니다.
이른 감이 있지만, 그날 함께 가기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비석을 따로 놓아드리는 것은 뭐랄까 좀 ...... 아시죠? 제 말의 함의를.
이번에 봉하마을로 가는 길은 이곳이 아닌 다른 커뮤니티를 통해서였지만, 만일 뜻이 모인다면 49재에는 이곳의 분들과 함께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우구스투스님이 깃발을 들어 보실래요? 그렇다면, 저는 일단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