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5/27 11:37:09
Name 미남주인
Subject [일반] 송내역광장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부천에는 두 군데의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더군요. 전 접근이 용이한 곳이 송내역이여서 그리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서울은 너무 멀다는 핑계로 다른 이들에게 다녀오게 되면 내몫까지 조의를 표해달라고 했었는데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더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습니다.

저녁 부터 밤까지 대여섯시간 동안은 몹시 붐비더군요.(계속 있던 게 아니라 확실치 않음.) 줄도 꼬불꼬불 3~40미터씩 6~7번쯤 꺾여있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한 번에 20분 정도씩 절(혹은 묵념)을 했는데 회당 3~5분 정도로 낮과 새벽에는 조문객이 적다는 걸 감안하면 송내역 광장에서만 해도 어림잡아 하루 3000분 정도씩 조문을 하실 것 같네요. 다른 곳 상황은 모르겠지만 국민장이 끝날 무렵이면 부천에서만 수만 명 이상의(어쩌면 점점 알려지고 더 많은 분들이 찾으시면 십만이 넘을 수도 있겠습니다.) 추모객이 다녀가실 것 같습니다.

상주의 입장에서 자원 봉사를 하시는 분들... 정말 수고가 많으시더군요. 줄을 서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컵에 끼워져 있는 초를 나눠주시고, 재활용을 위해 분향소 바로 앞에서는 초는 수거하고 국화로 바꿔주십니다. 아, 또 몇몇 분들께서 가슴에 달 것(갑자기 단어 생각이 안나네요. 바보...ㅠ.ㅠ)을 주셨습니다.

숙연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에서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문득 서울시에서 광장 사용을 불허한 것이 떠오르더군요. 반정부를 위한 촛불 시위도 아닌데... 왜 막는 것인지. 이렇게 추모만을 위한 집회 혹은 분향소 설치를 왜 못하게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폭력단체의 행사...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죠. 무슨 기준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어줄 수 있는 장소를 이런식으로 제한하는 건지. 시장... 두고 봅시다. 당신도 더 높은 꿈을, 더 큰 구상을 하고 있겠죠? 잊지 않을 겁니다.

조선일보를 보니 참 화딱지가 납니다. 무가지(거의 모든 기간을 무료로 제공받고 상품권마저 받는 터라 제가 보기엔 무가지입니다. 이사 후 별 고려 없이 판촉하는 이들이 찾아오면 저희 어머니 처럼 그냥 보시는 분들 많을텐데... 그래서 보고 계십니다. 설명을 드리고 신문을 바꾸도록 해 볼 생각이예요. 그냥 공짜니까... 아까운 에너지를 소모하기 싫으니까 참을랬는데 제가 한동안 집에 있게 되고 보니 더이상 참을 수가 없네요. 에혀~ 그래도 약정 기간은 참고 봐야 할 것 같네요.)이기에 그냥 보고는 있지만... 아무리 무가지여도 그렇지 너무 무개념입니다. 어제 1면의 반절을 이용하여 서거 관련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별 내용은 없고 사진이 그 중 절반이었죠. 자세한 상황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뒤로 넘겼으나... 2~3면 모두 다른 기사로 가득. 그 뒤로 계속 넘겨도... 벌써 끝났다고 생각한건지 어떤건지. 오늘 신문은 더 가관입니다. 1면에 아주 작게 실렸더군요. 북핵, 미사일 어쩌고... 작은 일은 아니죠. 하지만, 신문 전체에 언급이라곤 몇 개를 제외하곤 없었습니다. 그나마 읽을 거리라 부르기도 힘들었구요.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11만명이 조문을 했다더군요. 어디서 집계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 숫자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주 작은 광장에도 계속 연이어 조문객이 방문하고 계셔서 적어도 수십만은 다녀가지 않았을까 생각했거든요.

어쩌면 그런 산출이 정말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어림 잡아도 그 수보다는 많지 않을까요?

송내역광장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을 서 있는 수가 대략 일이백명 정도인데 이를 근거로 조문객이 1일 수백이라고 산출하고 있진 않을까 하구요. 물론 나눠주는 리본의 수가 파악될테니 그런 걸 제대로 반영 했다면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산출일 수도 있겠죠. 다른 곳에서는 다른 산출을 근거로 수를 집계하고 있을 수도 있구요.  

한기총 집회 때는 몇 배나 부풀려서 수를 집계하고, 촛불 인원은 역으로 적게 집계하여 대충 사진으로만 봐도 몇 배는 될 법한 인원을 1/2로 1/3으로 발표하던 기억이 있어 곧이 곧대로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분향소에 다녀갔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왜곡해서 소수의 일로 치부될까 걱정되는군요. 아무리 적게 집계를 한다손 쳐도 국민장이 다 끝나고 나면 수백만에 이르겠지만... 얼마나 많은 분들이 어찌 보면 아까울 수 있는 시간을 내서 직접 발길을 그리로 향하고 있는 지는 모두에게 제대로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조중동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하나하나 의심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서거 관련 기사가 당장 북핵, 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것들, 그밖에 일상적으로 다뤄왔던 기사들(정말 필요 없는 기사 몇 개 걷어내고 '정상적'으로 추모하는 글을 넣고 싶더군요.)에 뭍혀 있는 것이 좀 서운하네요.

분향소에 다녀온 얘기를 쓴다는 게 너무 옆으로 새버렸죠? 하나에 꽂히면 이렇게 흥분해버리고 마네요. 양해 부탁드릴게요.

분향소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큰소리로 사촌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시간도 그렇고 해서 안가려고 했는데 도무지 안가고는 견딜 수가 없더라. 심란하고, 죄를 짓고 있는 것 같고, 후회할 것 같더라고. 정말 안가면 후회할 것 같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바로라고 하니까 잠깐이라도 들러야 하지 않겠냐?"

일부러 좀 크게 말했습니다. 옆에 계시던 분들 가운데 귀찮아서, 혹은 이런저런 핑계로 가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았거든요. 이런 소리 듣고 바로 근처이니 다녀와야겠다는 분이 한 분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말 또하고 또하고...

분향소에 간다고, 바로 앞에서 추모를 드린다고, 절을 한다고... 그 분이 살아 돌아오실 리도, 되돌릴 수도 없겠죠. 하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는 걸 경험해 봐서...

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망설이시는 분이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찾아보세요. 많은 분들의 노력 덕에 생각보다 많은 지역에 분향소가 있거든요. 저도 시간 내서 서울에 가기 부담스러웠는데 바로 인근에서 한다는 걸 알고 나니 발길을 옮기기가 좀 더 편했답니다.

혹시 검색해서 찾기 힘드시면 114에 문의해보세요. 전화번호를 알 수는 없지만, 워낙 찾는 분들이 많아서 임시로 어디어디 분향소가 있다는 정도는 알려준다고 하네요.

댓글로 간단히 쓴다는 게... 예의 없이 너무 길어져버려서 좋은 글들 한 칸 밀어내고 자게에 글을 남겨야겠네요.

움직이세요. 후회 하지 않도록...


(댓글로 후다닥 쓰다가 이리저리 옆길로 샌 글이라 좀 어수선해요. 어지럽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꾸벅!!!)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王非好信主
09/05/27 11:45
수정 아이콘
오늘 중앙일보 1면에는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뉴스(YTN) 첫꼭지도 아니더군요. 북핵사건이 작은 사건은 아닙니다만, 수사조차 끝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편성입니다.

중앙일보는 그나마, 북핵사건이 1면의 전부도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뒤에 실린 기사도 일본인 요트친구와의 인터뷰더군요.
미남주인
09/05/27 11:48
수정 아이콘
저도 아침을 먹으면서 뉴스를 봤는데 첫 뉴스는 새로 발생한 사건에 대해 할애를 하나봐요. 신문들에 가십이나 될 기사들이 넘쳐나서... 좀 아쉬웠습니다.
09/05/27 11:53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밤에 송내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밤 10시 20분쯤에 도착했는데 줄서서 30분 정도 기다렸던거 같습니다
늦은 밤시간에도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의 고생이 많으신거 같더라구요
감사한 마음만 더 얹고 돌아왔네요
우왕크굿크
09/05/27 11:56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씁니다... ㅠㅠ
테페리안
09/05/27 12:00
수정 아이콘
송내역... 분향소 바로 근처에서 닭꼬치를 팔아서 -_-;;;

시간 되는 분들은 덕수궁 쪽도 다녀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시청역 입구나 공중전화, 곳곳에 고인을 그리워하는 글귀등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본것 중에 기억나는 거는 '노무현 할아버지 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룡을 보낼게요' 라는 글귀와 함께 공룡 그림이 있던 거였습니다.
초등학생이 그려서 붙여놓은 것 같은데, 참 귀엽더라고요.

아 어제 10시 10분쯤에 간것 같은데, 4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더군요 -_-;;; 5살 이하 어린이와 함께 온 조문객은
기다림없이 바로 조문가능하다고 합니다.
미남주인
09/05/27 12:06
수정 아이콘
테페리안님// 바로 옆에서 닭꼬치를 파신다구요? 놀러가도 돼요?^^;; 위치 알려주시면 담에 가볼게요~

어린 학생이 기특하네요. 어제 분향소에서 교복을 입고 있던 여학생이 아버지를 안고 울던데... 그 어린 학생들이 중년이 될 무렵이면 많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답니다.
테페리안
09/05/27 12:10
수정 아이콘
미남주인님// 헉;; 제가 파는게 아니라.... 바로 근처에서 닭꼬치를 팔아서 조문객들의 코를 홀리고 있어서... 좀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미남주인
09/05/27 12:18
수정 아이콘
테페리안님// 아...;; 이런 민망할 때가. 닭꼬치 하나 더 달라고 하려고 기대하고 있었답니다. 하하.

분향소를 찾으시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는 분들이 많았던지 술집들이 호황이더군요. 아이들이랑 같이 나오신 분들도 많아서 애들 성화에 닭꼬치 하나 들고 가신 분들도 많겠네요.

저도 간단히 맥주 한 잔 했는데 슬픔이 가시긴 커녕 서글픔만 커져서 참 곤란했어요. 귀가하는 길에는 타살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떴다는 소식을 듣고 멍하기도 했구요. 궁금해서 오전에 피지알을 찾았는데 아직 제대로 밝혀진 건 없네요. 부디 고인에게 누가 되는 일이 더이상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밝혀질 무언가가 있다면 어서 드러나고, 그저 내용 없이 혼란만 가중될 일이라면 어서 사그러들어서 추모의 분위기만 가득했으면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078 [일반] 미국은 북한 핵실험 전에 한국에 통고를 했다고 합니다. [10] 세츠나3812 09/05/27 3812 0
13077 [일반] 노前대통령 혈흔, 매경 단독 사진 촬영 [73] 마음을 잃다4931 09/05/27 4931 0
13076 [일반] 유시민 - 넥타이를 고르며... [11] Passion4U4334 09/05/27 4334 6
13075 [일반] 나 아직 죽지 않았다. 돌아온 전설의 레전드. [33] Claire4274 09/05/27 4274 0
13074 [일반] 삼성라이온즈의 역사 - 3. 인과응보라 하기에는 가혹한...... [15] 유니콘스3682 09/05/27 3682 0
13072 [일반] 음모와 의혹의 사이에서 [13] 연휘군2775 09/05/27 2775 0
13071 [일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가 오늘7저녁 서울광장서 개최됩니다 [12] 최승욱3121 09/05/27 3121 0
13070 [일반] 오 시장 “서울광장 개방 정부에 건의” [18] Seany3825 09/05/27 3825 0
13069 [일반] 현실로 받아들여지기까지.... [1] 백마탄 초인3000 09/05/27 3000 0
13068 [일반] 뒤숭숭한 세상입니다..- 北, PSI에 강력 반발.."군사적 타격 대응"(연합뉴스) [14] 달덩이2933 09/05/27 2933 0
13067 [일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이시네요. [13] Seany3455 09/05/27 3455 0
13066 [일반] [뉴욕 타임즈] 후회와 역풍이 노무현의 자살을 뒤따르다. [32] OrBef4985 09/05/27 4985 1
13065 [일반] 눈물이 헤퍼진 바보가 되었습니다 [2] 유유히2988 09/05/27 2988 1
13064 [일반] 음모론을 배제 내지 자제하자는 의견들이 많으신데... [96] KnightBaran.K3842 09/05/27 3842 1
13063 [일반] 슬프다. 난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5] 드림씨어터2620 09/05/27 2620 0
13062 [일반] 송내역광장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8] 미남주인2871 09/05/27 2871 0
13061 [일반] 음모론을 완전히 배제하고 담백하게만 보더라도 참 화가 날 일입니다. [11] 괴수3125 09/05/27 3125 0
13060 [일반] 강남 분향소 소식을 전합니다. [27] 세우실4240 09/05/27 4240 13
13059 [일반] 음모설 좀 자제합시다. [57] 戰國時代3679 09/05/27 3679 0
13058 [일반] 노무현 "억대시계 본적도 없다"(펌) [30] 사랑은4350 09/05/27 4350 0
13057 [일반] 유럽 [최강 vs 최고] 세기의 대결 2008/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약 19시간전! [37] 토호신기3979 09/05/27 3979 0
13056 [일반] 조문을 다녀 왔습니다.(수정) [5] hyungiloveoov3003 09/05/27 3003 0
13053 [일반] <메타루의 헤비메탈 A-to-Z> 2. 알파벳 A로 시작되는 메탈 밴드들. [8] 메타루3303 09/05/27 330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