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강남분향소 이야기를 전합니다.
사실 이 글은 매일 쓸 수 있다고 약속드리는 글은 아닙니다. 정기적인 소식지라고 볼 수는 없지요. ^^
그냥 현장의 기록을 남기고 싶은 제 욕심이기도 하고,
특히나 어제, 제 글이 많은 분들의 인구에 회자되면서 그 후속편(?) 정도는 반드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제가 찜질방에서 잠을 좀 청하고 바로 출근을 해서 정신이 좀 없습니다. 몸에서는 땀냄새도 나구요.
그래서 안그래도 평소에 만연체 장황체로 유명한 제 글이 더더욱 두서가 없을겁니다.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시민분들의 도움으로 강남 분향소가 24시간 운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노점상 분들도 자진철수 해 주셨고,
이 점 정말로 감사드린다"라는 내용으로 썼던 글의 조회수가 7천을 넘어갔습니다.
몰랐어요. 저는 평소처럼 감사하다는 후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인데, 솔직히 아고라에 올릴 생각도 못하고 있었구요......
그 글이 입소문을 타서 여기저기 링크되고, 어떤 고마운 분께서 제보를 해 주셔서 기사로도 났더군요... 다음 메인에도 걸리고.. 에고..
오늘 아침에는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도 했습니다. (물론 저는 아닙니다. ^^;; 강남촛불에는 저보다 더 말씀 잘하는 분들 많으십니다.)
단순히 "저희가 만든 분향소"가 커진다는 사실 자체에 기뻐하기 보다는
시작은 저희가 했으나 순수하게 시민들의 도움으로 발전하고 커지는 분향소를 보면서 그저 한없이 가슴이 벅찰 따름입니다.
또한 대한문이나 기타 다른 분향소까지 가기 힘드시다거나 오래 기다리기 힘든, 강남역 인근의 직장인이나 주민들께서
마음편히 노무현 전 대통령께 꽃 한 송이 올리고 향 한 대 피워올릴 수 있는 공간이 안정적으로 자리잡혔다는 사실이 뿌듯할 뿐이지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저희끼리도 "서로서로" 반 장난으로 하는 말이 그것입니다.
"아이고 일을 왜 이렇게 크게들 치셨어요오~"
어제 강남 분향소의 이야기가 기사로 나면서 맨 위에 있던 사진이
바로 이 대자보인데요. ^^
기사에 나가면서 이 대자보가 갑자기 명물이 되어버렸습니다. ^^;;;;;
이 대자보는 시민들께서 분향을 기다리고 계시는 줄 주변에서 분향소 설치의 취지를 알려드리기 위해 설치한 것인데
"아~ 이거 기사에서 본 그거다"라며 사진을 찍어가시거나
꽃을 달고 근조 리본을 붙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붙이며 이 대자보를 꾸며주시는 분들도 생겼네요. ^^;;;;
사실 이 대자보를 처음 쓰신 "파란다라이"님도 뿌듯함과 동시에 "쓰는데 몇 분 걸리지도 않은 급조한 대자보가 이렇게 유명해질 줄 몰랐다"고 하시네요 ^^
(제가 조금 더 꾸며진 대자보를 찍어온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한 두분씩 서서 강남역 바디샵에서 꺾어지던 줄이 (즉, 말하자면 2열 종대로 섰다는 뜻이겠지요)
지금은 네 분씩 한 줄을 서주십사 협조를 부탁드리고 있는데, 네줄씩 서서 바디샵을 꺾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겉보기로만 따지면 분향소를 찾아주시는 조문객의 숫자가 두 배 정도 늘었다는 말씀이지요.
워메 끝이 안 보입니다. ㅠㅠ)b
당연히 강남촛불과 자원봉사자들이 할 일은 더더욱 늘어났어요.
날도 더워지면서 중간지점에 얼음물을 드실 수 있는 곳을 설치했습니다.
지금 저 위 사진에 보면 줄을 서 계신 조문객들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데,
강남촛불 중 한 분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하는 영상물을 만들어서 프로젝터에 스크린까지 직접 가져오셨습니다.
그것도 중간쯤 설치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하고, 무료한 대기시간을 기다릴 수 있게 해드리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한참 많을 때는 두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묵묵히 그 기다림을 견뎌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규모가 커지면서 줄 끄트머리에서 자원봉사자가 공지를 드리고 있습니다.
어차피 현장에 오시면 안내말씀을 드리지만 미리 글을 빌어 말씀을 드릴께요.
1. 헌화하실 꽃과 분향하실 향은 미리 충분히 준비를 해 놓고 있습니다.
규모가 커지고 조문객의 숫자가 늘다보니 꽃을 판매하는 행상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가끔 저 사람들을 왜 막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는데, 모든 것이 자발적인 분향소에서
저희가 그 분들을 억지로 떠밀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꽃을 저희가 다 준비는 해 놓고 있지만 그 사실을 알고도 개인적으로 뜻이 있어 한 두송이 더 사서 올리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한 두 송이 더 구매하시는 것까지 저희가 막을 수는 없지만,
꽃을 파는 행상은 저희 강남 분향소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의무감에 구입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이 또한 너무 행상의 숫자가 많아져서 조문객들이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된다면 단호하게 제재를 가할 예정입니다.
2. 간혹 분향과 헌화를 마친 후에 기부금조로 금전을 준비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희가 향이나 초 등, 부족할 것이라 예상하는 물품에 대해서 조금씩 지원해주시는 것은 정말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만,
금전을 준비해주실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십시일반 보내주시는 지원물품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허덕이지 않을 정도로는 갖추고 있고
자발적인 시민들의 봉사활동으로 꾸려지는 분향소이므로 애초에 그 돈을 받을 사람 자체가 없습니다.
나이 어린 자원봉사자들에게 돈을 주셔봤자 당황만 할 뿐이니까요 ^^
기부금과 같은 금전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마시고 고인에 대한 인사를 드린 후 홀가분하게 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3.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임산부의 경우에는 나중에 줄을 서시더라도
최우선적으로 분향이나 헌화를 하실 수 있게 양해를 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번 양해를 구하고 있는데요.
저희 자원봉사자가 계속 줄을 지켜보며 이 분들께는 먼저 하고 가시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이런 경우를 보시더라도 (그런 분들은 애초에 안 계시겠지만) "왜 저 사람이 먼저함?" 뭐 이런 마음보다는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어린 아기를 안고 계시면서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가 먼저 할 수 없다"시며 끝까지 기다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서로서로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혹시라도 서계신 줄 주변에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노약자, 임산부가 있다면 줄의 맨 앞으로 좀 보내주십시오.
이거이거 후기라고 해놓고 공지말씀만 잔뜩 드렸군요 ^^
어제도 지원물품이 잔뜩 들어왔습니다.
헌화할 꽃이며, 양초, 종이컵, 물, 음료수에 수박까지 들어왔습니다.
제가 찍지 못한 물품은 이보다 몇 배 더 많습니다.
소중한 물품 지원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물과 음료수 같은 경우는 물론 저희도 마시고 있지만, 가능하면 다시 목마르신 조문객들에게 나눠드리는 쪽으로 하고 있습니다.
헌화하는 꽃과 같은 경우는
이렇게 저희가 따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헌화해주신 꽃을 정기적으로 다시 내려서, 예쁘게 손질하고, 시든 꽃은 처리하고
전체적으로 시들고 싱싱한 꽃이 모자라면 다시 주문을 해서 채워넣고 있습니다.
꽃을 담당하는 자원봉사도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
방명록도 계속 받고 있습니다.
선과 칸의 형식에 구애받지 마시고 자유롭게 남기실 말씀 써 주시면 되며,
방명록은 모두 소중하게 봉하마을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어제의 조문행렬은 자정이 넘어서도 계속되었습니다.
이 사진이 자정 즈음에 찍은 사진이지요.
저희도 조문객들의 귀가가 걱정되어 24시간 운영하니 차시간이 위험한 분들은 다음에 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리지만
한사코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이 사진이 12:49에 찍은 사진이네요.
그리고 길게 늘어서 있던 조문객들의 줄이 모두 줄어든 것은 새벽 두시를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일하고 쉬는 곳에서 바라보면
대충 이런 구도가 되는데요.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늦은 시간까지 헌화와 분향을 하고 계시는 조문객들을 보면 경건한 마음과 함께 피로도 날아갑니다.
여기에 앉아 다리 몇 번 펴고... 쉬라고 눈 좀 붙이라고 하는데도 다들 다시 뛰쳐 나갑니다. "뭐라도 하러"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 앞은
시민들이 가져오신 물건으로 점점 채워졌습니다.
직접 그린 초상화....... 종이학.... 꽃다발....... 담배....... 그리고 공식 영정 사진 액자도 보이는군요.......
(이 내용 전하기 위해 영정 앞에 폰카 들이댄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조문객들께서 분향하고 계신 와중에 함부로 찍지는 않았습니다.)
천막에도 인쇄물을 붙여달라고 하는 분들이 계시구요.
아침 출근 전에도
새벽~아침 추모객들은 계속 찾아주셨습니다.
강남촛불 몇 분께서 돌아가시면서 상주 역할을 하고 계시는데요.
이분이 저 맨 위 대자보를 만든 "파란다라이"님이십니다. 한사코 저렇게 현장에서 눈을 붙이시며 자리를 지키고 계시네요.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현장을 찾아주시는 조문객들과 지원해주시고 분향소를 키워주고 계시는 시민들께는
몇 번을 말씀드려도 저희 가슴속에 있는 감사의 뜻을 다 표현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짧게 남기는 한마디 속에 저희 모두의 뜻이 다시 한번 크게 울리길 바라면서
"다시 한 번 국민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강남 분향소는 29일 새벽 3시까지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