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군대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힘들게 일,이등병 시절을 보냈고 그 시절을 보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죠. 나중에 내가 선임병이 되고 분대장이 되고 나면 지금 선임병들이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 나는 우리 분대 후임병들에게 어려운 일은 없는지 힘들게 하는 일들은 없는지 자주 이야기도 나누고 좀 더 가까이서 챙겨주고 그런 선임병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가 선임병이 되고 분대장이 되고 나니 그걸 실제로 해 나가는게 쉽지가 않더군요.
해야 하는 업무도 많이 있었고, 간부들하고의 관계도 신경을 써야 했었고 후임들, 다른 분대장들, 선임들도 신경을 써야 했죠. 결국 이것저것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처음에 내가 생각했었던 그런 선임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나중에 전역을 할 때가 다 되어서 생각해보니 내가 이전에 싫어했었던 선임병들의 행동과 내가 선임병이 되고 나서의 행동이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듯 해서 씁쓸한 마음이 들더군요. 겨우 열 명이 조금 안되는 분대 하나를 이끌면서도 이런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5000만 국민이 살고 있는 한 나라를 이끌던 분이었습니다. 분명 재임기간동안 국민들이 노 전대통령에게 실망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요. 저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번에 크게 터진 비리사건도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분명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맞는 일이겠죠. 그 액수가 크고 작고를 떠나서 이전에 대통령을 했던 사람들이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던 그것으로 인해서 옹호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 방식은 분명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요. 한,두달전쯤 연이어 신문, 뉴스에 나오는 소식들을 얼핏 들으면서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명예라는 것이 있는데 저렇게까지 해야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무현은 이제 더 이상 정치가가 아닌데, 죄없는 사람들을 죽인것도 아닌데,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난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에게 너무 가혹한 일을 한게 아닌가 싶네요.
아마 노 전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간 있었던 많은 일들로 인해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을, 특히나 도덕성으로 인해서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을 본인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그만큼의 양심이 있었기에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까요?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대통령이 된 것은 이 나라에 있어서 정말 역사적인 일 중 하나였지만 당선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이후에 일어날 일들까지 모두 바꿀 수는 없었던 것 같네요.
정권이 바뀌고 나서 저처럼 정치에 무관심했었던 사람들조차 정치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될 정도로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전 정권을 이끌던 사람이었다는 이유로 노 전대통령은 때로는 다시금 옹호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여전히 비난을 받기도 했죠. 정치적으로 입지가 많이 흔들리게 된 것도, 결국 재임시절에 국민들을 실망시킨것도, 자신이 비난했었던 이전의 대통령들처럼 뇌물 수수를 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한 개인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이 나라가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큰 짐을 지우고 죄를 물은게 아닌가 싶어서 안타깝습니다.
수천억의 비자금을 챙기고 수천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통장에 29만원을 남겨두신 분도 멀쩡히 잘 살고 있는데, 아직 세상을 떠나기에는 젊은 나이의 분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네요.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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