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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3 13:51:18
Name 내일은
Subject [일반]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기억과 추모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눈여겨 본 것은 한국 정치를 이모양 이꼴로 만든 3당 합당에 반대하고 꼬마민주당에 남았을 때 부터 입니다.

공화당이야 그렇다치더라도 김영삼의 민주당 마저 민정당과 함께 민자당을 창당할 때 어린 마음에도(중 3때 였을 겁니다)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그래서 92년 우리동네에 나온 이재오 민중당 후보(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불과 92년 선거가지 이재오, 김문수 등은 정강만 따지면 지금 민주노동당보다 훨씬 왼쪽에 있던 진짜 빨갱이 정당 민중당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입니다)  운동에 따라 나서기도 했었을 정도로 정치에 관심 많은 소년으로 지역감정 타파에 나선 노무현 의원에 지켜보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부산에서 국회의원, 부산시장 선거 등에서 줄줄이 낙선을 했지만, 그를 떨어뜨린 허태열을 비롯한 지역감정에 호소해 표를 얻는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 정치인들에 혐오 때문이라도 지역감정 타파라는 확고한 목표에 자신을 던지는 정치인 노무현에 점점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 고향이 경북이고 그것도 동성촌에서 자란 놈입니다)

그리고 2002년, 정치인 노무현이 광주 경선에서 '대새' 이인제를 꺽고 극적인 승리를 거뒀을 때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대통령에 당선이 되어도 소신을 지키고 이 사회를 바꿔 줄 사람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노사모에 가입도 했고, 개혁당에 가입해 대학생위원회에서 활동도 하고 대학교 마다 선전전도 다녔습니다. 지금 보면 유치한 글들이지만, 여기저기 글도 꽤 많이 남겼습니다.

결국 그는 대통령이 되었습니디. 개인적으로 정말 기쁜 일이었고 (투표권을 얻은 이후로 2009년 지금까지 제가 찍은 후보 중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정치인입니다)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5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4대 개혁 입법에 실패했고, 간신히 통과시킨 사학법과 종부세법은 너무 구멍이 많았습니다. 행정수도 계획은 헌재가 '관습헌법'이라는 이해가 안 되는 논리에 퇴짜를 맞았습니다. 황우석 사건 때도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실망스런 일도 많았습니다. 취임 초부터 삼성으로 상징되는 자본의 논리에 굴복하고, "권력은 기업으로 넘어갔다"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으로 해서는 안될 말도 했습니다. 자신있다는 노동 분야에서도 E랜드를 비롯해 제대로 해결한 문제는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노동법 분야 쪽에서는 나빠지기만 한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경제정책은 도긴개긴인건 알지만 대연정이라는 '뻘짓'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한 때 열혈 지지자였기도 했던 저의 맘을 아프게 했던 일이 한 두개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잘한 일이 있다면, 과거사 위원회, 친일파재산환수위원회 등 우리 역사의 오점인 국가 폭력에 대한 반성과 친일매국 행위자들에 대한 재산 환수 등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검찰과 경찰 등 국가 권력으로 시민의 권리와 자유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어떤 대통령보다 나았습니다.

그는 역사에 유래없고 또 없어야 할 탄핵까지 당했지만 조중동과 극우세력들에게 정치적인 보복을 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실책이라고 보는데, 결국 그것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낸 프레임을 이겨내지 못하고 집권기 내내 재보선에서 패하면 결국 그들에게 주어져서는 안될 대권을 넘겨주게 됩니다.

그리고 상도동과 동교동에 (그리고 연희동에 짱박혀 있는 SSIP새끼들...) 남아있는 전직 대통령들과는 달리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 고향에 돌아가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퇴임 후 1년이 지났습니다. 아직까지 법적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실망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본인이 몰랐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가장이자 대통령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니잖습니까. 당신의 자존심을 아낍니다. 하지만 그 자존심 때문에 귀한 목숨을 내던지다니요. 깨끗하다면 깨끗한데로 부끄러운 일이 있다면 부끄러운 데로 자신의 몫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도 전직 대통령의 역할이  아닐까요. 당신 스스로가 알듯이 권력은 유한한 것이고 지금의 저 서슬퍼런 동시에 치졸한 권력도 언젠가는 수그러 들것이고 시간의 평가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요.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었던가요.

부엉이 바위. 헤겔이 인간의 지혜는 결국 뒤늦은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황혼에 날아오르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로 비유한 이후,  인간이 가진 한계와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희망의 상징인 부엉이 라는 이름을 가진 바위위에서 당신은 무슨 생각을 했던걸까요...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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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희망봉사
09/05/23 13:54
수정 아이콘
10년만 기다렸으면 한나라당 천하도 끝이 보였을것 같은데 정말 아쉽습니다
나이도 한창이신 분이 왜 이런 선택을 하셨는지 다 끌어 안고 가시면 어떻합니까 악착 같이 살아 남아서 한나라당을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데 앞장서셨여할 할분이 정말 답답 합니다 이제 누굴 믿고 가나요
DowntoEarth
09/05/23 13:56
수정 아이콘
미네르바와 부엉이라.. 묘하게 시의성 있는 느낌이 드는군요.

오늘은 술 한잔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예매한 영화도 여친과 상의하지도 않고 취소해 버렸습니다.

뭔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주말 오후입니다. 술을 먹고 나면 오히려 이 현실을 좀 더 현실로서 받아 들일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의..
09/05/23 14:22
수정 아이콘
토스희망봉사단님//흠..전 MB정권을 기점으로 앞으로 더욱 한나라당 유구집권시대를 예상하고 있는데.....하하
과연 누구 예상이 맞을까요?
개인적으로..님의 말처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Ms. Anscombe
09/05/23 14:25
수정 아이콘
간만에 글 하나 적어주셨군요.. 덧붙이면 북한과의 관계 등 외교적인 면에서도 훌륭했다고 봅니다.

"연희동에 짱박혀 있는 SSIP새끼들"은 아직도 배드민턴치러 돌아다니며 신호 조작 시키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진짜 잘못을 통감하고 자살할 분들은 따로 있어 뵈는데..
틀림과 다름
09/05/23 14:40
수정 아이콘
저보다 더 활동적이고 저보다 더 일~찍 아신분이시군요.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경상도에 있으면서 저렇게 일~찍 눈뜨신것에 존경을 금하지 못하겠네요.

저는 2003년 탄핵때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정치에 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경상도 문디라서 한나라당이 좋은 당인지 알았고 그냥 찍어야만 하는줄 알았습니다.
이분을 찍지는 않았지만 탄핵때 촛불 든것이 유일하게 도와준거라고 생각하는 소시민입니다

이렇게 돌아가시면 안되는데... 넘 억울하고 분이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달덩이
09/05/23 22:34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 .... 나름대로 양심이 있는 사람과 없는 XXX의 차이라고 ..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신호 조작하겠지요 . 그 버릇 어디 가겠습니까...
29만원인지, 19만원인지 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 정신이라면 그렇게 안 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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