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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3 15:56:47
Name The xian
File #1 20090523150705702.jpg (72.8 KB), Download : 64
Subject [일반] [쓴소리] 단지 그대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지 : 연합뉴스에서 보도한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전문입니다.)

지금까지도 잘 믿겨지지 않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대한 뉴스를 듣다 보니, 시간 메우기용인지 아니면 이슈를 만들어 낼 게 없으니 쓰고 읽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생역정을 다른 전직 대통령과 동일시하면서 '왜 우리의 전직 대통령은 이렇게 기구한가'라는 식으로 뉴스 앵커나, 신문기사에서 말하면서 - 예를 들자면 - 전직 대통령 '비운의 역사'와 같은 기사를 언론이나 방송에서 내거는 광경들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언론들은 윤보선, 최규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이외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씨와 노무현 대통령을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이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기사와 영상 등을 볼 때마다 위화감을 넘어 고인은 물론 다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올바른 비교와 평가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단지 '전에 대통령을 지낸 사람'을 어쩔 수 없이 이야기 해야겠기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씨 같은 분들을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그러냐 하고 이해하겠지만, '전직 대통령'의 '역사'를 논하고 정의하면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씨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다른 전직 대통령과 동일 선상에 두는 것은 오늘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자, 헌정과 국가를 수호하는 국가 원수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논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씨. 대통령을 지낸 이 네 명의 사람은 역사적으로 커다란 두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대한민국 헌정을 파괴한 인물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국민을 경찰 혹은 군의 힘을 동원하여 탄압, 살해했다는 것입니다.

이승만씨는 잘 알려진 것처럼 부통령인 이기붕씨 등의 측근들과 함께 사사오입 개헌과 3.15 부정선거 등으로 종신 집권을 위해 헌정을 파괴하였습니다. 또한 4.19 혁명 때에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경찰력을 동원하여 살해하였습니다. 그리고 4.19 혁명 이후 하야하였습니다.

박정희씨는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여 그 태생부터 민주주의와는 동떨어진 정권이었고, 3선 개헌 이후 유신 헌법을 통해 역시 종신 집권을 위하여 헌정을 유린했습니다. 경제 성장으로 지금 대한민국의 토대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자유를 긴급조치 등의 여러 조치로 제한하고 인혁당 사건 등의 국민들의 억울한 죽음을 다수 발생시킨 책임이 있는 것 역시 엄연한 사실입니다. 아시는 대로 박정희씨는 결국 김재규씨의 총에 맞아 서거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씨는 12.12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반란의 수괴로서 대한민국의 헌정을 유린했으며 5.18 민주화운동을 통해 광주의 시민들을 학살했습니다. 또한 통치자금 명목으로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유용하였으며, 이런 혐의들로 인해 대통령 직무 수행 이후 재판에 회부되어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전직 대통령 예우와 서훈이 박탈되었습니다.

이들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기록되어 있는 부분이며, 판결만 안 났다뿐이지 전두환, 노태우씨가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 혐의를 이승만, 박정희씨에게 똑같이 대입하여 재판을 한다면 다른 두 분 역시 전직 대통령의 예우가 박탈되고도 남았을 것이라 여깁니다.


그에 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 대접도 하지 않는 무례한 의원들로 인해 의회를 빙자한 깡패질을 당한 희생자라면 모를까. 헌정을 유린하고 파괴한 일은 없습니다. 국민을 법과 권력을 이용해 학살한 일도 없으며, 긴급조치와 같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것만을 놓고 보더라도 저는 단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씨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되어서는 안 되고, 비교될 수도 없다고 보며,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들 중 윤보선, 최규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선상에서 '전직 대통령'이라고 비교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저는 지금처럼 방송과 언론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 네 분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전직 대통령과 같이 거론되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매우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백번 양보해서, '법원의 확정 판결'을 기준으로 든다 해도 전두환, 노태우씨의 경우는 확정 판결로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 사람들인데 자꾸 왜 전직 대통령이라 불러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 것도 두려울 것 없이 펜과 입을 놀리는 언론과 방송에서 그들에게 시달림 당한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인가요. 정작 아직까지 살아 있는 망령된 권력들이 언제 '보도지침'이라도 내릴까 두려워하는 것인가요?


광복 이래 대한민국의 역사가 만 64주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전직 대통령 한 분이 또 떠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전직 대통령을 추모한답시고 쓴 기사에 기껏 64년도 되지 않은 역사 속에서 헌정을 파괴하고 국민을 살해하여 하야와 살해 등으로 임기를 중단한 대한민국 국가 파괴의 가해자들 및 나중에 그런 혐의가 밝혀져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잃어버린 불한당들과,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을 동급으로 놓는 언론들의 지금과 같은 행동은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다른 전직 대통령들을 심히 욕보이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할 위험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떤 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춰 '히틀러'와 비교를 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굵은 글씨를 누르시면 볼 수 있습니다.) 대체 무슨 해괴한 정신상태인지 모를 일입니다. 저는 이런 형편없는 기사를 작성하는 언론들의 정신 상태와 개념이, 오늘 아침 속보를 보도한답시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따위의 무개념한 어휘를 써대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고 봅니다.

권리는 있고 의무와 책임은 적은 언론은 이미 역사의 의미도 모르고 사람에 대한 예의도 모르고 알 권리를 빙자한 속도와 관심받기에만 눈이 벌개져 있어서 자신들이 쓰는 기사에서 깊이를 추구하기는 커녕 사실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오늘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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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23 15:58
수정 아이콘
그 언론...저희가 아는 그것들 중 하나가 맞겠죠?
DowntoEarth
09/05/23 15:59
수정 아이콘
구구절절 동감합니다.
멋진 글 감사드립니다.
동트는 새벽
09/05/23 16:00
수정 아이콘
http://www.afreeca.com/opentv/opentv_pop.asp?szStr=535b1015500d4d13564940114c135646415e0b4d&nWidth=480&nHeight=360&isAutoPlay=1

시청광장에 조문객들이 몰리자, 모두 잔디안에서 몰아내고, 주위는 횡단보도를 포함해서 완벽하게 전경버스로 막아놨습니다.
어이가 없군요.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서우면서도, 분노가 이는군요.
09/05/23 16:02
수정 아이콘
그것말거도 절대적인 차이가 또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인중 유일하게, 타 목적이 아닌, 국민만을 위한 정책을 피려 노력한다고 느끼게 해준 사람이었습니다. 결과가 좋은것도 있고 나쁜것도 있겠지만, 이명박의 수많은 다른 목적이 있는 듯한 정책들을 보면서, 다시한번느낍니다.
적어도 저와 제 자식들은 꼭 대통령님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갈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릴리러쉬
09/05/23 16:03
수정 아이콘
히틀러...히틀러..히틀러...이거 참...
센트럴팍NO.1
09/05/23 16:07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전두환 노태우랑 전직대통령이라고 동급으로 연결시키는건 노무현전대통령 이외에 김영삼,김대중 전대통령등에게도 정말 심히 욕보이는 짓이네요..
덴드로븀
09/05/23 16:09
수정 아이콘
히....히틀러..........할말을 잊게 하네요.....
Ms. Anscombe
09/05/23 16:12
수정 아이콘
뉴시스 기사는 '노무현 = 히틀러' 라기 보다 그 정도 되는 인물이 자살한 사례를 알려준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집만 하더라도 아침 먹으며 '이런 경우가 흔한가?'라는 의문이 나왔을 정도니..(사실 저는 히틀러만 떠오르더군요) 뭐, 좀 자극적이긴 해요..
Siriuslee
09/05/23 16:14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선 당시 최악을 피하고자 차악을 선택하기 위해 한표를 던졌지만,

그 한표가 노무현 전직 대통령께 힘이 될 수 있었다는것이

전 최고로 자랑스럽습니다.
멍멍깽깽꿀꿀
09/05/23 16:20
수정 아이콘
지금 전경들이 서울 광장을 막아서는 것은
집회 신고를 안해서 인가요?
조문 행렬도 집회 임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군요.
백년지기
09/05/23 16:22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 잘 아시겠지만.. 사람들은 기사의 제목과 이미지를 기억하지 내용을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저런 제목을 뽑는 것은 내외적으로 이유가 있는 것이죠. 클릭수와 훼손..
09/05/23 16:37
수정 아이콘
참 씁쓸합니다 기자라는 사람이 저런 기사나 쓰고 있으니...
DowntoEarth
09/05/23 16:55
수정 아이콘
전직대통령 이야기 나온 김에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며 "고통스럽고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꿋꿋하게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고 전광필 비서관이 전했다.

참.. 가지가지하는군요. 29만원밖에 없다면서 버티는 배짱이라도 키우라는 걸까요
09/05/23 17:11
수정 아이콘
할 말이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 뿐..
오소리감투
09/05/23 17:16
수정 아이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간악한 무리들과 노무현을 같은 전직대통령 반열에 올려 놓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쇼타임
09/05/23 17:21
수정 아이콘
걔네나 걔네랑 붙어먹던 것들이 아직도 이 나라에 발붙이고 잘 사는 데에는 그들을 아직까지 '전직 대통령' 취급하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완전히 예우해서 떠받드는 무리들을 뺴고라도 말이지요.
닉넴고민중
09/05/23 18:56
수정 아이콘
정치를 하기엔
너무 정치적이지 않은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겐 대한민국 정치의 "희망"이자 동시에 "절망" 의 증인이신 분이었죠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이런 사람이 대통령하기엔 정치가 생각보다 더 썩어있구나 하는 절망
부디 저 세상에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09/05/23 19:46
수정 아이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3)
아직 잘시간도 멀었는데 벌써 담배 한갑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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