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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3 13:46:57
Name Arata_Striker
File #1 24322c8ce4c8bab1c7912e51607405596a00b.jpg (31.1 KB), Download : 65
Subject [일반] [퍼옴] 고인의 마지막 글.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처음 형님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설마’했습니다.

설마 하던 기대가 무너진 다음에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용서 바랍니다.’ 이렇게 사과드리려고 했습니다만, 적당한 계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마음속 한편으로는 '형님이 하는 일을 일일이 감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변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500만불, 100만불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바닥이 나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말을 했습니다.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 말은 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전들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정치를 떠난 몸이지만, 제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 지금까지 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계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 제가 생각한 것은 피의자로서의 권리였습니다.
도덕적 파산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피의자의 권리는 별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이라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앞질러 가는 검찰과 언론의 추측과 단정에 반박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상문 비서관이 ‘공금 횡령’으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 마당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

제가 무슨 말을 더 할 면목도 없습니다. 그는 저의 오랜 친구입니다. 저는 그 인연보다 그의 자세와 역량을 더 신뢰했습니다.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입니다. 제가 무슨 변명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저를 더욱 초라하게 하고 사람들을 더욱 노엽게만 할 것입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입니다.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나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이 마당에 이상 더 사건에 관한 글을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에게도 동의를 구합니다. 이 마당에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합시다.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 만으로도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들은 공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정치적 입장이나 도덕적 명예가 아니라 피의자의 권리를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이것도 공감을 얻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저를 정치적 상징이나 구심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 사건 아니라도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방향전환을 모색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동안에 이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상 더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사정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습니다.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적어도 한 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 이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사이트를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관리자는 이 사이트는 개인 홈페이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회원 여러분과 협의를 하자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올립니다.




이제 ‘사람 세상’은 문을 닫는 것이 좋겠습니다


-------------------------------

옆 동네, 엠팍에서 퍼왔습니다.
엠팍 댓글처럼, 정말 읽고보니 이 글이 마지막 유서인 듯 합니다.

아직 이 글을 모르시고,
혹은 "저를 버리십시요"라는 본문 중 한문장의 헤드라인만 따온 조중동의 농간글들만 보신 분들을 위해
여러분께 전문을 다시 옮겨 드려봅니다.

고인의 마지막 진실이 담긴 글이군요.
생전 마지막 글.
자기 잘못을 모두 뉘우치는 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빌어도 빌어도 넘쳐지지 않네요.



[제 글 무단전제 배포 도용 금지. 특히 조중동. 특히 멋모르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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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할러
09/05/23 13:49
수정 아이콘
ㅠ.ㅠ
릴리러쉬
09/05/23 13:51
수정 아이콘
이거 참 뭐라 할 말이 없네요.
09/05/23 13:51
수정 아이콘
하아.. 이 글은 정말 슬프네요. 너무나 슬픕니다.
눈팅만일년
09/05/23 13:51
수정 아이콘
부끄럽지만 별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조중동에서 "나를 버려달라"라고 한 줄로 요약했던 전문이 이것이었다니 충격이네요.

그런 요약기술은 박사논문 수백편을 서머리해도 도저히 못 따라갈 듯 합니다.
축구사랑
09/05/23 13:52
수정 아이콘
ㅠㅠ....
09/05/23 13:52
수정 아이콘
스스로 잘못이 있건 없건 잘못된 점을 인정할줄 아는 정말 몇 안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SoulCity~*
09/05/23 13:52
수정 아이콘
정말 읽고보니 이 글이 마지막 유서 같네요...
아 지금 하루종일 멍하다...
동네노는아이
09/05/23 13:52
수정 아이콘
정말 눈물이 납니다.
09/05/23 13:54
수정 아이콘
ㅠ.ㅠ 고통이 절절히 묻어나는군요.
화이트푸
09/05/23 13:54
수정 아이콘
먹먹하네요
09/05/23 14:01
수정 아이콘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하......이 글귀가 너무 슬프네요..
20년전통손짜장
09/05/23 14:04
수정 아이콘
정말 슬퍼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맺힌 것이 십몇년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처음입니다.

3급수에서 1급수 어종이 아무리 적응하고 살려고 발버둥쳐도 3급수가 1급수가 될일은 없겠고 기다리는건 죽음뿐이겠죠.
더러움이 판치는 대한민국에서 그는 자신은 물론 주변도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했으나 수포로 돌아갔고 결국엔 자신마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더러워지자 깨끗함을 늘 갈망하던 그는 더이상 버틸수가 없었던 거겠죠.

한국은 더러워야 살수있는 나라입니다. 높은 자리에 가려면 더욱 더러워야하고 현대통령이 그걸 아주 잘 보여주고있죠.

젠장...
동트는 새벽
09/05/23 14:10
수정 아이콘
아픕니다..
사람에겐 생물학적 목숨과 정치사회적 목숨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스스로 결백을 주장하기엔, 주변에서 어리석게 저지른 일들이 그의 발목을 잡았네요.
진중권 교수의 말처럼 '낯이 너무 두껍지 못한' 그였기에 안타까운 죽음을 택한 것 같습니다.
......
이생각 저생각을 다 떠나서, 정말 마음이 아프고 슬픕니다.
The Drizzle
09/05/23 14:13
수정 아이콘
마치 스포츠 중계를 하듯 수사한 검찰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09/05/23 14:19
수정 아이콘
한사람에게 한 나라에 정치개혁을 맡긴것은 너무 큰 짐을 지운 것이겠죠.
그 역시 사람이고 가장이며 친구가 있는 인간일 뿐인데요.
우리는 '정치인 노무현'이라는 빛가 가려진 '인간 노무현'에 대해 소홀했던거 같습니다.
그가 받았을 각종 고통들을 '공인'이라는 명목하에 방치하고 일정부분 동조한것같아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결국 '노무현'은 우리사회에 십자가를 짊어진채 떠났습니다.
앞으로 제 이에 제 삼에 '노무현'은 나타날것입니다.
그때마다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게하는것이 이 사건을 겪은 우리들이 해야할 몫인것 같습니다.

감정이 격하다보니 단어 하나하나 쓰고 지우고 해도 결국 감정이 실린 글밖에 안써지네요.
술이나 한잔 하러 가야겠습니다. 떠나버린 그를 기억하기 위해서....또 남겨진 자에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서요...
honnysun
09/05/23 14:44
수정 아이콘
이글은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가시는 길에 감사합니다란 말을 보내드리고 싶네요.
있는혼
09/05/23 14:49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는것이 고통스럽네요..
마지막 글에 모든 감정이 드러나 있었군요..
나두미키
09/05/23 14:53
수정 아이콘
휴.... 참........
너무나 깨끗하고 고결했기에............
토스희망봉사
09/05/23 15:22
수정 아이콘
lubmai님// 동감 합니다 너무 한사람에게만 모든 짐이 떠맡겨져 있었습니다 촛불을 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오고 난후에야 사람들은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뒤늦은 후회였죠
09/05/23 18:27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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