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3/23 01:43:13
Name 첸 스톰스타우트
Subject [일반] 아싸
자유 게시판에 일기 써서 죄송합니다. 글은 쓰고 싶은데 딱히 올릴 곳이 없네요..보기 불편하신 분들은 그냥 조용히 뒤로가기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나는 요즈음 흔히들 말하는 '아싸'다. 그렇다고 뭐 내성적이라거나 말수가 적다거나 한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오디오가 비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도 거리낌없이 말을 건네며 농담도 곧잘 하는 편이다. 또한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맞장구도 잘 쳐준다. 덕분에 나는 어딜가나 남들과 잘 어울리고 대화의 주도권을 쥐는 편이다. 보통 이런 사람을 보고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게 마련인데, 나는 그 반대다. 오히려 사회성이 떨어지다 못해 아예 밑바닥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 스스로 AT필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대학생활 내내 가족과 떨어져 혼자 유학생활을 하며 나름 고생도 해보고 쓴맛도 많이 봐와서 그런지,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어느정도 눈치가 좀 있는 편이다. 또한 그닥 민첩한 편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임기응변 능력이나 순발력, 센스 같은것도 남들보다는 좀 낫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항상 이렇게 타인을 고려하고 신경쓰다보니 정작 타인을 대하는 내 말이나 행동에 영혼이 실리지 않는다. 나는 정말 관심없는, 그러나 상대방은 매우 관심있는 주제를 가지고 20분 넘게 수다를 떨고, 타인의 순발력이나 센스의 부족에서 기인한, 내 입장에선 정말 초보적이라서 답답함이 밀려오는 실수들을 눈치 못채게 수습하고, 듣고싶어하는 말(주로 칭찬 내지는 아부)을 딱 집어서 해주고, 시덥잖은 농담이라도 던져서 어색한 분위기도 깨주는 등.. 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나 행동보다 필요하기에 하는 말과 행동이 압도적으로 많다고나 할까.

답답할때는 화도 내고 싶고, 관심없는 따분한 주제로 수다를 떠느니 그냥 침묵하고 싶고,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수다떨고 싶고 나아가 나의 이런 속내까지 다 털어놓고 싶고 매순간 영혼이 실린 대화와 행동을 하며 주변 사람들과 좀더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눈치없는 팔푼이로 낙인찍히는것이 너무 무서워서 그동안 AT필드를 치고 살았는데, 언젠가부터 따돌림 당하기 싫어서 해왔던 말과 행동들 때문에 내가 아싸아닌 아싸가 되어버린게 아닐까, 내 스스로가 타인과 거리감을 두고 있는데 타인이 나에게 거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다 뭔 소용일까, 이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제와서 되덜리기엔 그동안 쳐온 AT필드가 너무 단단해져서 이제 부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아니, 아예 평생 깨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어떡하지.. 난 이렇게 평생 아싸로 살아야 하는걸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5/03/23 01:45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건 아웃사이더랑은 다른거 아닌가요?
첸 스톰스타우트
15/03/23 01:55
수정 아이콘
아싸가 아니면 뭐죠.. 전 잘모르겠네요..
15/03/23 01:58
수정 아이콘
자발적 아싸와 타인에 의한 아싸로 갈리는 것 같아요
오큘러스
15/03/23 01:59
수정 아이콘
이카리 신지의 모습과 오버랩되는거로 봐서
음.....중2?
절름발이이리
15/03/23 02:00
수정 아이콘
내면에서 고립감을 느끼시는 건 알겠지만, 보통 아웃사이더란 건 주변과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지칭하니까요. 아예 독자적인 사상이나 특이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의 아웃사이더도 아닌 것 같고..
뭐 특별하게 무어라 이름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적으로 외로우신 것 같고, 소통을 원하시는 것 같네요.
그래요나가사까먹
15/03/23 02:01
수정 아이콘
자발적 아싸... 부럽습니다 전 벗어나려고 발버둥칠수록 자신감만 떨어져서 그냥 포기했는데..ToT
최종병기캐리어
15/03/23 02:18
수정 아이콘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런 대인관계만 늘어납니다. 나이가 점점 들수록 지켜야할 것은 많아지고 대인관계에서의 피곤함과 리스크를 알아가면서 얊팍한 대인관계가 늘어나죠. 청소년기에 현성된 '오픈'된 대인관계는 대학시절, 군대, 복학기, 직장생활을 거치면서 점점 표면적인 관계로만 유지되며 능수능란한 가면쓰기를 통해서 서로 하하호호하지만 뒤로는 호박씨까고 내 살길을 모색하는 현상이 심화되죠.

제가보기엔 아싸가 아니라 전형적인 도시인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똥눌때의간절함을
15/03/23 07:15
수정 아이콘
1년동안 그렇게 살았는데.. 아무일도 안 생겨요.. 깨길 원하면 본인이 깨야되더군요.
동네형
15/03/23 09:52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엔 나이 더들면 시간이 약일듯 싶네요
15/03/23 10:41
수정 아이콘
다 비슷합니다.
사교성의 문제라기보다는, 낯을 많이 가리냐 아니냐로 갈라지는거 같아요...
15/03/24 08:27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지낸 게 독이 되었군요. 그리고 가족의 부재라는 환경 속에서 겪게된 부정적인 경험들이 정서적인 고립을 강화시켰구요. 원래 누군가와 가까워지려면 어느정도 리스크를 짊어지게 마련입니다. 결국은 자기 노출이거든요. 자신을 노출할 수록 가까워지는 건데, 어디 좋은 면만 자신에게 있겠습니까 안 좋은 면도 있는 거지요. 그리고 그 안 좋은 부분을 노출했을 때 그걸 받아주면서 관계가 가까워지는 거거든요. 헌데 그걸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가족과 떨어진데다가, 자기노출에 대해서 부정적인 경험까지 해버리면 글쓴분처럼 되는 거죠. 자기노출에 대해 어려워하게 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계속 자기노출을 해보는 겁니다. 본인이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대하듯이 다른 사람들을 대해 보는 겁니다. 본인이 편할 때 나오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본인이 정말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그렇게 하십시요. 글쓴분과 같은 방식이 나쁜건 아닙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그렇게 대충 맞춰주고 넘어가야할 상황과 사람들이 분명이 생기게 됩니다. 그럴 때에는 매우 유용해요. 단지 글쓴분께서 정서적인 고립감을 느끼고 있기때문에 본인에게 필요한 친하고 편한 사람들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하라는 거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111 [일반] 방 나가는 룸메이트가 추천해 주었던 새 룸메이트 [34] 캡슐유산균10331 15/03/23 10331 0
57110 [일반] 오늘자 엘클라시코 후기 및 골 장면 [33] 카슈로드6791 15/03/23 6791 0
57109 [일반] 아니 아직 금리인상 시작도 안했는데? [26] Elvenblood10886 15/03/23 10886 15
57108 [일반] 스포츠대작전 야구편(판타지야구) [42] 향냄새7672 15/03/23 7672 1
57107 [일반] 아싸 [11] 첸 스톰스타우트4536 15/03/23 4536 1
57106 [일반] 킹스맨 보고온 후기 (노스포, 영화 내용X) [18] 축생 밀수업자6615 15/03/22 6615 7
57105 [일반] 당신이 틀렸어요. 앤디 [14] 레이드7200 15/03/22 7200 0
57104 [일반] 유사과학에 대한 불만이 한의학으로 넘어왔네요... [176] 갈길이멀다17751 15/03/22 17751 8
57103 [일반] 교사와 정치. [85] 삭제됨6667 15/03/22 6667 0
57102 [일반] (책후기, 스압) 다윈의 위험한 생각 - by Daniel Dennett (2/3) [59] OrBef11369 15/03/22 11369 27
57100 [일반] 무신론자가 신천지 다큐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 [72] Alan_Baxter14276 15/03/22 14276 10
57099 [일반] 졸업 후 1년 6개월간 사회생활 후기 1부 [7] 뱀다리후보생5271 15/03/22 5271 1
57098 [일반] [연재] 빼앗긴 자들 - 26 [8] 가브리엘대천사1855 15/03/22 1855 2
57097 [일반] 박근혜, 청년들에게 '중동 진출'을 주문하다 [115] 똘추15395 15/03/21 15395 35
57096 [일반] 항공권 바꿔치기 뉴스를 읽고 [16] 구들장군7740 15/03/21 7740 0
57095 [일반] 사람을 하나 소개했는데 어렵네요. [15] umc/uw7764 15/03/21 7764 1
57094 [일반] 오픈카 좋아하시나요? [32] 뽀찌11067 15/03/21 11067 4
57093 [일반] 따끈따끈한 요로결석 후기 [71] 삭제됨25751 15/03/21 25751 4
57092 [일반] 부자로 살아가는 기분 – 5580원과 2만 5천원이 만드는 간극 앞에서. [95] 삭제됨10143 15/03/21 10143 9
57091 [일반] 유사과학을 강제주입받았던 경험... [28] 갈길이멀다6690 15/03/21 6690 2
57090 [일반] '나가수'는 왜 시청률이 안나올까요? [90] fRtJ10662 15/03/21 10662 0
57089 [일반] <삼국지> 유비와 똑같았던 유선. [23] 靑龍6362 15/03/21 6362 0
57088 [일반] [야구] 개막전 예매가 시작되었습니다. [7] SKY922988 15/03/21 298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