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1/12 21:07:10
Name 스웨트
Subject [일반] [잡담] 내가 좋아했던 건 정말 이었을까?
"난 정말 좋아했던 걸까? 이게 좋아했던게 맞는건가?"

안녕하세요. 스웨트입니다.
최근에 친구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웃으며 친구 결혼식을 지켜보면서 하나 둘씩 결혼을 하는 주변을 보면,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난 아직 고등학교, 20살때 그때 정신 그대로 인것 같은데 ..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물론 다들 비슷할 겁니다. 다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각하는게 하나 둘씩, 신경쓰는게 하나 둘씩 늘어나고, 예전에 신경쓰던 게임 아이템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육아얘기, 차얘기로 바뀌게 되는거죠.

하지만 제친구들에겐 하나 더 신경쓰이는 것이 있나 봅니다.

"넌 결혼식 보면서 결혼하고 싶다라는 생각 안드냐? 연애좀 해라 연애좀"
"너 여자친구 밥사주는게 소원이다 여자친구 언제 만드냐?"
"축의금 낸거 환수 할 수는 있냐?"

그렇습니다. 세상엔 많고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와중엔 모태솔로도 있지요.
음 벌써 별이 네개는 단듯한 제 직위를 보면 이 솔로부대라는 곳에서 너무 오랫동안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모태 솔로가 흉일건 아니잖아요. ㅠ 으헝헝허어..)
왜 없을까에 대해서 참 많고 많은 시간동안 생각을 해봤었습죠. 외모나 성격, 유머감각.. 매너.. 이미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적극적이지 않아서] 였을 겁니다.

언젠가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오빠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고백을 해본적이 있나요?"
"그냥.. 좋아했었다 라고만 말했었지"
"사귀자 라고 해본적이 있냐구요"
"없었는데"
"[에이, 그럼 사귈 생각이 없었던 거네요 처음부터. 고백을 해야 사귀죠.]"

뭔가 그랬습니다. 정곡을 찔린듯한 느낌이랄까. 복권도 우선은 사야 꽝이든 당첨이든 되는건데 전 복권을 살 생각조차 안했던 거죠.

그럼 나는 왜 고백을 살면서 한번도 하지 않았을까?
그때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내가 잘할수 있을까? 과연 사귀면 뭘 해야할까?
뭔가 환상같은 것도, 막막한 걱정등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연애 할 돈이 있나, 고백하다 차이면 어쩌지, 등등..
썸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되고 이불에서 무회전킥을 수차례 날릴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지만
결국 다 그렇게 저 스스로 흐지부지 만들고 지금 남은건 한 모태솔로남 한명 뿐이었습니다.

지금 주변 친구들을 사귀는 걸 보면 도대체 내가 왜 그렇게 힘들게 생각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에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고, 좋은걸 구경하러 다니고,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생각해보면
단지 여자라는 성별이 다를뿐, 친한 친구들과 하는 행동과 크게 다를건 없어 보이거든요.
물론 거기에 애정이라는 부분이 더해져 잘해주려고 하고, 잘보이고 싶어하고 하는 것들이 첨가되구요.
어릴때는 뭔가 되게 어렵고, 굉장히 섬세한 유리공예를 하는 듯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사귐"이 말이죠.



언젠가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따지 못하는 포도를 바라보며 신포도라 말하던 여우처럼 저 스스로 에게도 자기위안을 날리게 되었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했다면, 고백을 하지 않았을까? 보고 싶어 미칠정도로 좋아한건 아니었잖아. 드라마처럼 죽고 못살정도로 좋아한거 아니었자나"

맞는 말이라면 맞는 말이고, 자기변명이라면 자기변명이었던 그 말..

밤하늘을 보면 센치해지는 날이 있지요.
며칠전에 그랬습니다. 그냥 바깥에 편의점으로 뭔가를 사러 나갔다가 봤던, 밤하늘에서 별을 바라보다가..
방안에 돌아온 후 문득 나도 모르게 카톡 프로필의 인터스텔라로 정처없이 빨려 들어갔고, 그곳에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별을 찾았었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멍하니 프로필을 보고 있다가
저는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난 정말 좋아했던 걸까? 이게 좋아했던게 맞는건가?"

["그래. 좋아했었지. 고백은 안한건지 못한건지 모르겠지만, 좋아한것 까지 부정하지 말자. 난 그 애를 좋아했었어"]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WAAAGH!!
15/01/12 21:26
수정 아이콘
음... 언제 저를 스토킹 하셨는지....... 왜 이렇게 됐는지...
이시코기
15/01/12 23:12
수정 아이콘
심금을 울리는 글입니다. 추천드립니다
마스터충달
15/01/12 23:45
수정 아이콘
자기 마음을 의심하기 시작한다는 게 정말 무서운 일이더라고요.
<나를 찾아줘> 보고 "내가 좋아하는 게 맞는건가? 쟤들 처럼 위선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일상적인 행동 하나하나 까지도 의심이 가더군요. -_-;;
고민 끝에 결국 남는 것은 행동이고, 의미부여는 시간이 해줄 일이 아닐까 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러니 우리 행동합시다. 다음에는 꼭 고백합시다.
15/01/13 04:55
수정 아이콘
제 이야기와 아주 비슷해서 공감하며 읽었네요. 사실 저도 아주 많은 생각(대부분이 글쓴이 분과 비숫한 생각) 때문에 23년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가 아는 형의 충고 덕에 생각이 바뀌어 최근에 솔로탈출했습니다..
그 형이 해준 말은 일단 만나봐야 좋아하는지 안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고 그러니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한번 만나보라고... 물론 첫눈에 반해서 결혼까지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무니깐 그런 우연적 만남을 기대하지 말고 일단 여자사람을 많이 만나보라고 했는데요. 그 말에 자극받고 제가 가지고 있던 걱정과 잡생각을 버리니 2달뒤에 바로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흐흐
스웨트님도 걱정이나 잡생각 버리시고 꼭 좋은분 만나셨으면 좋겠네요!!
산적왕루피
15/01/13 07:53
수정 아이콘
될놈될의 표본이 여기 계시는군요..ㅠ.ㅠ
솔로는 그저 웁니다..흑흑.
첸 스톰스타우트
15/01/13 11:02
수정 아이콘
사람의 감정이란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거죠 뭐. 같은 사람이라도 몇초 전 똥 마려울때 감정하고 당장 똥 싼 뒤 감정하고는 180도 다르지 않습니까? 남녀사이의 감정도 별반 다를것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서로의 감정에 충실하다가 한쪽의 감정이 약해지거나 변할 기미가 보일때 흔들리지 않게 서로 붙잡아 주고, 그런 과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 더욱 깊은 관계가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5930 [일반] 강정호-피츠버그 계약 성사, 피지컬 테스트를 남겨둔 상태 [41] Victor8382 15/01/13 8382 0
55929 [일반] 그 놈의 타이밍 [4] 웃다.4060 15/01/13 4060 2
55928 [일반] 신기한 3d 프린터 [32] crossfitmania8248 15/01/13 8248 0
55927 [일반] 완벽함보다 중요한, 타이밍이라는 것. [12] 스타슈터4755 15/01/12 4755 16
55926 [일반] 2박3일 일본 여행 후기 [33] BessaR3a13388 15/01/12 13388 0
55925 [일반] [잡담] 내가 좋아했던 건 정말 이었을까? [6] 스웨트4059 15/01/12 4059 10
55924 [일반] 정용화는 콜라보 라인이 독특하네요 [29] 바이휴7520 15/01/12 7520 1
55923 [일반] 삼성 썬더스 - 고양 오리온스 2대2 트레이드 [15] Endless Rain4085 15/01/12 4085 0
55922 [일반] 애플이 앱 판매가를 인상했습니다. [13] 총사령관6643 15/01/12 6643 0
55921 [일반] 주행중 워셔액 뿌려도 된다 vs 뿌려선 안된다 [137] 발롱도르12663 15/01/12 12663 0
55920 [일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삼성 & 애플 양강 재편. [109] Leeka10503 15/01/12 10503 0
55919 [일반] 한국에서 1개당 90만원짜리 크리넥스를 쓰는 곳 [40] swordfish-72만세9868 15/01/12 9868 0
55916 [일반] 걸그룹 f(x) 이야기 [35] 정용현7285 15/01/12 7285 0
55915 [일반] 삼국지 문득 떠오른 가설 [15] 새럴4487 15/01/12 4487 0
55914 [일반] 제 7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끝났습니다. [22] Hwantastic6612 15/01/12 6612 0
55913 [일반] 염전노예 업주 감형 [56] 팔라듐 리액터8028 15/01/12 8028 0
55912 [일반] 족구왕 : 관객의 경멸어린 시선이, 영화를 만들어내다. [24] 구밀복검8762 15/01/12 8762 10
55911 [일반] 경부고속도로 대신 동서고속도로가 먼저 지어졌다면? [31] 발롱도르8522 15/01/12 8522 0
55910 [일반] "나는 샤를리"와 "나는 아흐메드" [55] Dj KOZE6358 15/01/12 6358 0
55909 [일반] 대한항공관련 바비킴 사건정황이 자세하게 드러났네요. [228] 삭제됨22130 15/01/12 22130 11
55908 [일반] 삼국지의 오래된 떡밥들 [49] 발롱도르13197 15/01/12 13197 2
55906 [일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감상평 (스포없음) [14] 삭제됨3568 15/01/11 3568 2
55905 [일반] [강력스포] 공무도하, 공경도하 [3] 루크레티아5550 15/01/11 555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