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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11 18:11:08
Name Acecracker
Link #1 http://longlive.tistory.com/m/post/588
Subject [일반] 주인의식 II
대학생때 높으신 분들이 와서 강연하는 강좌가 있었다.
삼성전자 사장님이셨던가... 자본주의 사회의 고랩 찍으신 분께서 오셔서 이런 얘기를 하셨다.

사원은 회사에 있을때에만 회사생각을 한다.
사장은 잠들기 직전까지 회사생각을 한다.
오너는 자는 순간에도 회사생각을 한다.

당시 강연하실때의 말씀은 '그 정도 하니까 오너 자리를 유지한다'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사실은 사실이다. 내 것이 되어 주인의식이 발휘되면 일 앞에 밤낮이 없어지고
반대로 내것이 아니면 어떻게든 농땡이 칠 궁리부터 하게 된다.

사업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제일 힘든게 사람 쓰는 거다. 비싼 인건비 주고 일 시켜 놓으면, 내가 하면 금방 해치우고 다른 것 할 것 같은 일을 가지고 부지하세월을 끈다. 단지 시간만이 아니라 일하는 태도 전반에 걸쳐 말 그대로 남의 일 하듯 일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시켜서 일하는 사람의 생산성은 시키는 사람의 눈으로 보기엔 답답하기 그지없다.

바꿔 말하면 이게 이 체제의 현주소다.
근무지에 발목잡혀 시간 때우며 빈둥대는 거래봤자 제대로 작정하고 놀러가는 것에 비하면 논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일텐데도
이 사회의 가히 대부분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최선의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상태로
일하면서도 일하지 않고 놀지만 놀지 못한다.

그리고 이 장면에 과거 먼나라 이웃나라에 묘사된 공산주의 사회가 오버랩된다.
모두가 공동 주인인 사회에서 누구도 주인의식을 발휘하지 않아서 다함께 태만해졌다던 만화속 서술은
소수가 주인인 사회에서 다수가 주인의식을 발휘하지 않아서 대체로 태만해졌다는 지금의 묘사와 결과적으로 비슷하다.
주인의식을 개인의 미덕으로 강요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
그게 누구나 갖고 싶을 만한 것이었다면 누구나 갖기 위해 욕심을 부렸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욕심내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면 그건 사회구조의 문제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기 사업을 하기가 너무 난해해서 고용된 안정성을 달콤하게 여기게 된 사회.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기 가게를 일궈놨더니 높아진 부가가치를 건물주가 지대로서 거둬가는 사회.
그래서 결국 주인의식을 탐내지 않는 편이 기대소득이 높아져버린, 모두가 낮은 생산성으로 빈둥거리는 사회.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제대로 일하지도 못하는 채 허비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낮은 생산성만큼
우리는 모두 가난할 것이고 힘겨울 것이며 또 불행할 것이다.

지나친 분배가 동기부여를 막아서 생산성을 죽였던 사회가 있었다. 지금 그 반대편 끝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세상을 분배받지 못하고 주인의식을 발휘할 동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체제의 수정이 필요하다.


* 제목부터 그렇지만 이전에 쓴 글에 부연하는 글입니다.
너무 자주 쓴 것 같아서^^; 이 글이 피잘분들께 즐겁게 읽힐수 있을 글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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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teMan
14/07/11 18:18
수정 아이콘
조심하세요. 체제전복시도로 잡혀가세요~ (농담입니다..) 사실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해야 이것이 주인의식을 발휘했다는 최소한의 노동력 투입임을 계량할 수 없기때문에 생산성과 효율에 관한 문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 결과적으로 비슷하다" 라는 결론에는 백번 동의합니다. 노는게 노는게 아니고 일하는게 사실 일하는게 아녀요..
Acecracker
14/07/11 18:48
수정 아이콘
아버지 사업하실제 일시키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런 태도를 아예 이해를 못하시더군요. 놀지도 일하지도 않는 짓을 왜 하는지를.
또 한편에선 우리사주 조금 받았다고 월급날을 사주입장에서 보는-- 사람도 봤습니다.
내 것 이라는 동기부여는 엄청나게 강력하죠. 그리고 사회시스템에 의해 자동적으로 개개인에게 동기부여가 얼마나 제대로 되느냐의 총합은 그 사회의 부와 행복을 좌지우지 할 겁니다.
몽키.D.루피
14/07/11 18:22
수정 아이콘
오너 입장에서 사원에게 주인의식을 가져라는 건 일종의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거죠. 그러고보니 본문에 언급한 양극단이 모두 착취를 강요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하네요.
절름발이이리
14/07/11 18:26
수정 아이콘
우려와는 다르게, 주인의식의 상실로 인한 생산성 하락은 한국에서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지 않습니다. 자기가 주인의식이 없다고 설렁설렁 일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가 아니고, 지독하게 계층상승을 이루려는 욕구가 강한 사회입니다. 가게주들이 자영업의 소득을 다 착취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 배경에는 자영업으로의 쏠림현상이 존재합니다. 건물주가 쎄진건 "너 나가도 할 사람이 많아"기 때문이지, 단순무식하게 '자본>노동'의 구도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럼 왜 자영업으로 쏠리느냐? 주인의식이 부족해서일까요? 전혀 상관없는 일이죠.
원래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가 주인의식 부재란 것도 별로 정확한 서술도 아니고, 주인의식이 그렇게 중요한 이슈인지도 의문입니다. 체제의 수정이 필요하더라도, 핀트가 잘못된 거죠.
최종병기캐리어
14/07/11 18:27
수정 아이콘
그들이 원하는건 별장지기일뿐...

내가 살고 내가 청소하고 내가 관리하지만 소유는 내것이 아니고 언제든지 집주인의 뜻에따라 내쳐지는..
14/07/11 18:28
수정 아이콘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이긴것은 언젠가는 저것이 내것이 될수 있게지라고 생각하는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샌 아무리해도 저건 내게 아니네 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14/07/11 18:54
수정 아이콘
회사에서 설렁설렁 일하고 있는 입장으로 공감합니다.
반면에 제가 하는 일 남을 시키면 어쩜 저리 성의없을까 싶더군요.
Acecracker
14/07/11 19:01
수정 아이콘
동기부여가 완전 잘돼서 모두가 열정적으로 사는 세상을 상상해보세요. 모두가 최선을 다해 혁신할 것이고 모두가 최선을 다하면서도 웃고 있을 겁니다. 그게 유토피아죠. 아메리칸드림이 가리키는 유토피아도 그거고 냉전의 생존자를 만든것도 그거죠.
14/07/11 19:00
수정 아이콘
뭐 본문과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루종일 회사만 생각하고 인생을 회사에 바쳐라고 회사들이 요구하는 부분은 참 재밌죠.
내 인생을 회사에 바치면 회사는 내 인생을 보호해 준답니까? 크크크크 조금만 틀어지거나 나이 먹고 젊은 세대한테 밀리면 바로 내칠 거면서 크크크. 너는 회사에 충성하지만 우리는 니 인생에 관심없음. 이라는 태도로 일관하는데 어느 사원이 이걸 좋게 보고 하루종일 회사 생각을 할지... 차라리 그시간에 나한테 투자하는게 맞죠. 사실 공무원들이 조직에 대한 충성심(국가에 대한이 아니라...)이 좀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공무원 조직은 조직원에 대한 보호 하나는 끝내주니까 그렇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
Acecracker
14/07/11 19:08
수정 아이콘
자영업자 빈곤률이 임금근로자의 3.5배라던가...
수치없어도 상식으로 아시겠지만 대기업세상이라 자영업자가 사장으로 살아남기가 끝내주게 힘들지요.
그 덕분에 평생 사원으로만 사는걸 기정 사실로 하고서 '주인의식? 웃겨 누구좋으라고'라는반응이 일반화되는건데
적당히 주인할 수 있게 해주는 세상일 땐 얘기가 좀 달라질 겁니다.
켈로그김
14/07/11 19:26
수정 아이콘
자영업자가 자신의 가게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와 기회비용을 동반한다는 점.
많은 자영업자(소수보다는 많고 대부분보다는 적은)의 경우, 장기적인 가치/수익모델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
이정도가 현재 자영업자 - 건물주의 관계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보호가 불충분하다고 여길 수 있는 근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덤으로... 성공적인 업주의 영업으로 인한, 건물의 가치상승이라는게 있죠.
(하지만.. 분명히 존재는 하는데, 계량하기가 어려운... 특히나 건물주 입장에서 보면, "A업체 아니라 B업체 들어왔어도 비슷한 가치상승이 있었을것이다" 라고 할 수도 있지요.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일리가 있습니다.)

이게 주인의식과 연결이 되는가.. 에 대해서는 살짝 갸우뚱하긴 합니다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업자에 대한 건물주의 권리행사의 수준이 현 상태보다 낮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있습니다.
혹은, 업주로 인한 자리의 가치상승에 대한 기여를 일부라도 인정할 수 있는 계량화장치가 마련된다던가..??
왕은아발론섬에..
14/07/11 19:59
수정 아이콘
저 인간들이 바라는 건 돈은 자기들이 수십 수백 수천배는 더 많이 가져가면서 일은 자기들하고 똑같은 수준으로 하는 걸 바라는거죠.
MoveCrowd
14/07/11 20:29
수정 아이콘
그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매순간의 주인의식은 결국 본인 스스로에게 수십 수백 수천 배의 성취를 가져다 줍니다.
14/07/11 20:56
수정 아이콘
주인이여야 주인의식을 갖죠, 주인도 아닌데 왜 회사에 충성하나요? 우리 나라는 항상 짜를 때는 자본주의 논리, 일할 때는 주인의식, 가족 공동체를 강조하는 데 가끔 역겹다고 느낄 때가 잇어요
MoveCrowd
14/07/11 21:22
수정 아이콘
그 주인 의식은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아니라 '자기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말하는 겁니다.
결국에 해야하는 일이고 계속 할 직업이라면 (분명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도 가져야 하겠지만)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가져가려는건 당연히 본인에게 더 이롭지 않을까요?
14/07/11 21:33
수정 아이콘
필요한 건 프로의식이겠죠, 주인의식이 아니라요.
MoveCrowd
14/07/11 21:34
수정 아이콘
뭐 프로의식과 비슷한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삶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자라는 말도 못들어 보셨는지.
소독용 에탄올
14/07/11 21:51
수정 아이콘
자신의 삶의 주인이 정말 자신이라면, 맞는말이 될 수도 있지만 정말 그런지 가끔 의심스럽습니다.
바밥밥바
14/07/12 13:11
수정 아이콘
자신의 일이 자신의 삶은 아니죠 회사일을 왜 주인의식느껴가면서 해야하나 모르겠습니다. 책임감은 회사가 만들어줘야죠
MoveCrowd
14/07/12 23:19
수정 아이콘
자신의 삶의 충분히 중요한 일부인걸요.
그리고 피곤하게 각자 가치관 차이를 여기서 자꾸 시비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평행선이고 저도 강요할 이유를 못느낍니다.
그저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네요.
王天君
14/07/11 20:35
수정 아이콘
노동의 강도와 고통은 생각치 않고 주인처럼 일하라는 건 참 어불성설이죠.
소독용 에탄올
14/07/11 21:12
수정 아이콘
현 경제체계에서 '주인의식'은 그냥 열정페이의 한 종류일 뿐입니다.
14/07/11 21:15
수정 아이콘
고랩찍을 만한 분이기는 하네요.

많은 사람들이 저 말을 이상하게 이해하니 알려줘도
고랩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거나
당초에 고랩에 접근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둘 중의 하나인데

'회사생각'이라는 단어를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로 바꾸면 저 말이 이해되실 겁니다.
MoveCrowd
14/07/11 21:26
수정 아이콘
좀 공감되는데
정말 일중독자 정도 되시는 분들은 '일'에서 취미생활급의 재미를 얻으시더라구요.
대한민국질럿
14/07/11 21:15
수정 아이콘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또 그중에서는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죠. 그들이 원해서 뛰어드는지 아니면 이 사회가 그들을 자영업으로 떠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Gorekawa
14/07/11 21:24
수정 아이콘
저는 언제쯤 이렇게 무릎을 탁 칠만큼 공감이 가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너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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