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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23 17:43:29
Name shadowtaki
Subject [일반] [영화] 다림과 춘희 그리고 심은하
안녕하세요. shadowtaki입니다. 오늘도 영화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정확히는 한 명의 배우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여배우에게 있어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저는 로맨틱, 멜로 장르의 주연으로써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 내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성으로서 자신의 매력을 대중에게 인정받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너무 주관적인가요??)
이것을 성공한 배우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죠. 헐리웃의 가까운 예로는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
'해리 샐리', '시애틀의~', '프랜치 키스'로 대변되는 멕 라이언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찾아보기가 힘든데 그 이유가 우리나라 관객의 취향이 영화의 캐릭터 보다는 내용에 집중을 하는 경향이
있고 우리나라 멜로는 지나치게 신파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 영화에서 뿜어내는 감정이 캐릭터를 매몰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전개가 지나치게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있지요. 전체적으로 여배우의 캐릭터가 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또한 최근에는 멜로 영화에 감정적 판타지 보다는 현실 위주의 사실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멜로의 주인공이 여성적 매력을 갖기
보다는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는 상황 때문입니다. 보통 이 공식을 벗어나는 작품들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외면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캐릭터가 살아있는 우리나라 멜로나 로맨틱 영화를 만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을 외면하였으나 성공한 작품들이 몇 작품이 있었고 그 작품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2개의 작품을 연기한 배우가
있었으니 그 배우가 오늘 이야기할 '심은하'입니다.

심은하라는 배우가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은 94년의 '마지막 승부'라는 드라마입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 만화였던 '슬램덩크', 농구대잔치
리즈 시절과의 시너지 효과로 농구를 소재로 하는 스포츠 드라마라고 생각하기 힘든 시청율을 기록한 드라마였지요. 이 작품에서 심은하는
'다슬'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였고 '다슬이 신드롬'과 함께 신데렐라 처럼 등장하게 됩니다. 다음 해에는 납량특집 'M'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그 흥행성을 증명하게 되지요. 이후 영화쪽으로 진출해서 성공을 노리지만 '아찌 아빠', '본 투 킬'이라는 작품들이 모두 실패하면서
영화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데요. 그 상황에서 절치부심 끝에 고른 작품이 허진호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인
'8월의 크리스마스'입니다.

당시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감정을 억제해버린 멜로 드라마 였는데요. 이 영화에서 심은하는 불법주차 단속요원 '다림'의 역할을
연기하게 됩니다. 시한부 불치병에 걸린 남자에게 일상으로 다가오는 여성의 역할을 너무나 매력적으로 표현해냅니다.
이 작품에서 심은하가 보여준 연기에서 눈여겨 볼 점은 영화의 연출이 '다림'의 감정과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지 않았음에도
캐릭터가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보여지는 행동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이해가 되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모습들이 보입니다.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사진관에 사복차림으로 놀러와서 맥주마시며 오징어를 뜯는 그 시퀀스
입니다. 다림은 같이 놀이공원에 놀러가자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표가 있다는 말까지만 하고 눈치를 보는데 정원(한석규)은
무엇이라고 대답할지 모르고 허허 웃기만 하는 그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나중에 개그의 소재가 되기도 하지요. 두 분이 주고받는 연기가
너무 환상적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관객의 입장에서 알고 있음에도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는 순간이었지요.
이 외에도 정원이 갑자기 사라진 사진관에 돌맹이를 던지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사진관에 걸려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웃는 모습들은
여배우가 배역을 이해하고 연기해 낼 수 있는 최대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또 하나의 로맨틱 멜로 영화에 출연하게 되는데요 그 작품은 이정향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인 '미술관 옆 동물원'입니다.
이 영화에서 연기한 배역은 '춘희'라는 촌스러운 이름의 배역이었는데요. 여배우라면 다들 공주처럼 아름답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당대에 최고의 인기배우라면 더더욱 그런 욕심이 컸을텐데 심은하는 이 영화에서 촌스러운
이름의 맛있는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감정에 따라 행동의 기복이 심하고 짝사랑을 하고 있는 여성을 연기하게 됩니다.
짝사랑을 하는 대상 앞에서는 항상 신경을 쓰며 반응을 살피며 작은 기대를 저벼리면 큰 실망을 하는 속앓이가 심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는데 철수(이성재)의 앞에서는 본연의 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에서 본연의 편한 모습이 연예인 심은하가 아닌 일상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여자 '춘희'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여성을 중심으로 한 로맨틱 드라마 였는데 이 영화에서 심은하는
하나의 작품을 오롯이 자신 혼자의 힘으로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역시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오~ 오오옥옥~"을 외치는
장면들이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너무나 사랑스럽게 보인 모습이었습니다.

이 후 영화 '이재수의 난'과 '텔 미 섬씽', 드라마 '청춘의 덫'을 연기하고 영화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심은하의
영화를 언급하고 연기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다시 한번 이 정도의 매력을 지니고 그것을 내뿜어 낼 수 있는 여배우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제 마음 때문입니다. 저는 손예진이라는 배우와 한예슬이라는 배우를 주목했었는데 아직까지 그 배우들을 대표하는 작품을
만나지 못한듯한 느낌입니다. 여러분들의 마음 속 최고의 여성 캐릭터와 주목하고 있는 여배우는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P.S. 이 글을 작성하는데만 2시간쯤 걸린 것 같네요. 글 잘 쓰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부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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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셔틀
10/03/23 18:06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심은하씨는 참 뭐랄까...이 여배우는 연기력이 어떠니, 미모가 어떠니 하는 말이 필요가 없는 사람 같아요.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포스랄까, 분위기랄까 그런걸 가지고 있는 정말 특별한 사람..그런 느낌이죠 저에겐.
이기적인남자
10/03/23 18:07
수정 아이콘
제가 지구에 존재하는 연예인 중에 유일하게 좋아하는 연예인 입니다.
심은하.
다시 그녀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게 소원입니다..
라니안
10/03/23 19:15
수정 아이콘
제게도 심은하는 영원한 로망입니다
하지만 다시 연기자로 컴백하는 것에 대해서 무조건 찬성하기는 조금 망설여지는군요
첫사랑을 10년후 다시 보게되는 느낌이랄까...
감전주의
10/03/23 19:32
수정 아이콘
심은하씨의 작품 중 전 "텔미썸싱"과 "미술관 옆 동물원"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미술관 옆 동물원은 몇 번을 봤지만 볼 때마다 사랑스럽습니다..
심은하씨가 은퇴한 것은 우리나라 영화계에겐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아일랜드스토
10/03/23 21:1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예요.
심은하라는 배우가 연기했기에 더욱 오래 기억되는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심은하씨가 연기를 떠나 가장 예쁘게 나왔던 작품은 이병헌씨와 했던 드라마라고 생각되네요.
두 아이의 엄마로 나왔었는데... 그때 미모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흠.. 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네요...
ThinkD4renT
10/03/23 23:28
수정 아이콘
심은하...
본문에 나와있는 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미술관옆 동물원'은 제가 꼽는 최고의 한국영화 목록에 있을정도로 굉장한 영화 였지요...
특히 '미술관옆 동물원'은 제목에서 보여주듯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미술관과 동물원이라는데에 주목하는게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이별의 아픔을 겪는 외성적인 성격의 이성재와 국회의원 보자관을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표현못하는 내성적 성격의 심은하가 그리는 이 영화는 둘의 극단적인 성격에서 사랑을 싹틔워 나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잘 표현해 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녁에 이성재가 끓여온 김치찌개를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며 좋아라 하는 심은하의 연기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죠...
고 유영길 촬영감독의 유작이기도한 이 작품은 남녀가 사랑하는 과정을 깊게 파고 들지 않으며 저 먼 발치에서 그저 관찰만 하는... 그러나 관객은 둘이 얼마나 서로 사랑하는가 알수 있죠... 허진호감독 특유의 섬세함 이랄까? 그리고 한석규와 심은하의 명연기... 그런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국영화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심은하가 나이트 화장실(맞나?)에서 혼자 거울보며 우는 연기가 최고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영화에서의 젊은 여배우들은 굉장히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많은 여배우들이 감정선을 표현해 내는데에 경탄하지 않을수 없을 정도로 연기를 잘하지요... 문제는 젊은 남자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너무 못한다는게... ㅡㅡ;;
전 젊은 여배우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전에 자게에 올렸던 글에서 처럼... 나문희씨를 최고로 평가합니다...
정말이지 나문희씨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신의 경지라고나 할까? 가끔 전율같은게 몸에 전해지곤 합니다...
10/03/24 00:02
수정 아이콘
저도 한국영화중 8월의 크리스마스를 최고로 꼽습니다.
뭐하나 빠지지 않는 정말 잘만든 작품이죠.
심은하씨의 연기도 최고였는데..
너무 일찍 은퇴하셨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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