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11/17 14:31:01
Name 늘푸른솔
Subject [일반] 10년, 또 10년 그리고 우리들의 죽음
맞벌이 부부가 어린 아이들이 걱정되어 문을 걸어 잠그고 일을 나갑니다.
심심했던 아이들은 불장난을 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자기가 죽인양 가슴 아파합니다.
그랬나보다, 그 땐 그랬나보다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10여년.. 이 곡을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해 준비하던중 눈에 들어온 기사.
아버지가 보험금을 타려고 아들의 손가락을 잘랐던가 하는 기사였습니다.
10년의 간격을 둔 두 사건이지만 누구에게는 당연히 누리고 사는 무언가가 누구에게는 그렇지 못하다는 아픔은 나아진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몇 년... 아침부터 이런저런 기사를 접하고 나니 과연 또 몇 년이 지나 10년이 되는 때
과연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10년이 되는 날 이 노래를 부르며 정말로 '그 땐 그랬었지... 먹고 살기 힘든 때여서 그런 일도 있었어...' 하고 싶은데
업로드 2MB 제한은 너무나 가까이 있고 선거는 멀기만 합니다.
그래도 전엔 '세상을 다 바꾸진 못해도 조금씩 나아지는 맛'에 힘내어 돕고, 싸우고 했었는데
지금은 현상유지는커녕 다시 거꾸로 돌아가는 현실에 기가 막힙니다.

이 노래를 다시 찾아 들을 일은 없기를 바랬는데, 생각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들의 죽음 -정태춘, 정은옥-

<나레이션>
맞벌이 영세 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사이, 지하셋방에서 불이 나
방 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불이 났을 때 아버지 권씨는 경기도 부천의 직장으로, 어머니 이씨는 합정동으로 파출부 일을 나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바깥 현관문도 잠가 둔 상태였다.
연락을 받은 이씨가 달려와 문을 열었을 때 다섯 살 혜영양은 방 바닥에 엎드린 채, 세 살 영철군은 옷더미 속에 코를 묻은 채 숨져있었다.
두 어린이가 숨진 방은 3평 크기로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비키니 옷장 등 가구류가 타다만 성냥과 함께 불에 그을려 있었다.
이들 부부는 충남 계룡면 금대 2리에서 논 900평에 농사를 짓다가 가난에 못이겨 지난 88년 서울로 올라왔으며,
지난해 10월 현재의 지하방을 전세 4백만원에 얻어 살아왔다.
어머니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파출부로 나가면서 부엌에는 부엌칼과 연탄불이 있어 위험스럽고 밖으로 나가면 길을 잃거나
유괴라도 당할 것 같아 방문을 채울 수 밖에 없었다" 면서 눈물을 흘렸다.
평소 이씨는 아이들이 먹을 점심상과 요강을 준비해 놓고 나가 일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는 주택에는 모두 6개의 지하방이 있으며, 각각 독립 구조로 돼 있다.


   젊은 아버지는 새벽에 일 나가고 어머니도 돈벌러 파출부 나가고
   지하실 단칸방엔 어린 우리 둘이서 아침 햇살 드는 높은 창문 아래앉아
   방문은 밖으로 자물쇠 잠겨있고 윗목에는 싸늘한 밥상과 요강이
   엄마 아빠가 돌아올 밤까지 우린 심심해도 할게 없었네
   낮엔 테레비도 안하고 우린 켤줄도 몰라 밤에 보는 테레비도 남의 나라세상
   엄마 아빠는 한번도 안나와 우리 집도 우리동네도 안나와
   조그만 창문의 햇볕도 스러지고 우린 종일 누워 천정만 바라보다
   잠이 들다깨다 꿈인지도 모르게 또 성냥불 장난을 했었어..
   배가 고프기도 전에 밥은 다 먹어치우고 오줌이 안마려운데도 요강으로
   우린 그런 것밖엔 또 할게 없었네 동생은 아직 말을 잘못하니까
   후미진 계단엔 누구하나 찾아오지않고 도둑이라도 강도라도 말야
   옆방에는 누가 사는지도 몰라
   "어쩌면 거긴 낭떠러지인지도 몰라.."
   성냥불은 그만 내옷에 옮겨붙고 내 눈썹 내 머리카락도 태우고
   여기저기 옮겨붙고 훨훨 타올라 우리 놀란 가슴 두눈에도 훨훨

<나레이션>
  엄마 아빠 우리가 그렇게 놀랐을 때 엄마 아빠가 우리와 함께 거기 있었다면..

   방문은 꼭꼭 잠겨서 안열리고 하얀 연기는 방안에 꽉차고
   우린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렸어..
   " 엄마아빠엄마아빠....."

<나레이션>
   우린 그렇게 죽었어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 함께 있었다면 아니 엄마만이라도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 우리가 방안의 연기와 불길 속에서 부둥켜안고 떨기 전에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전에
   손톱에서 피가 나게 방바닥을 긁어대기 전에 그러다가 동생이 먼저 숨이 막혀 업푸러지기 전에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 우리가 어느 날 도망치듯 빠져 나온 시골의 고향마을에서도 우리 네 식구 단란하게 살아갈 수만 있었다면
   아니 여기가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축복을 내리는 그런 나라였다면 아니 여기가 엄마 아빠도 주인인 그런 세상이었다면
   엄마 아빠 너무 슬퍼하지마 이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니야 여기 불에 그을린 옷자락에 작은 몸뚱이 몸뚱이를 두고 떠나지만
   엄마 아빠 우린 이제 천사가 되어 하늘나라로 가는 거야 그런데 그 천사들은 이렇게 슬픈 세상에는 다시 내려올 수가 없어
   언젠가 우린 다시 하늘나라에서 만나겠지 엄마 아빠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운 가장 예쁜 말로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이제 안녕
   안녕


노래: mms://mms.plsong.com/plsong/JeongTaeChun/5/03.wma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우디 사라비
09/11/17 14:34
수정 아이콘
그냥... 펑펑 울고 싶습니다

왜 세상은 슬프게 만들어졌을까요....
09/11/17 14:36
수정 아이콘
아.... 퇴근하려는데 슬픈 글이 두 개 씩이나.. 저 사건은 대충 기억이 나네요. 그게 벌써 10년 전이었나요..

... 자꾸 이러실 겁니까! 헐... ㅠ.ㅠ
09/11/17 15:44
수정 아이콘
대학교 때 처음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전 저 노래를 들으면서 슬프기도, 무섭기도, 화가 나기도 했었습니다.
저 때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은 세상이 좋아졌겠죠?
퍼플레인
09/11/17 15:44
수정 아이콘
처음 이 노래를 듣고, 친구랑 둘이 야, 술마시러 가자, 면서 말없이 술잔만 비웠던 기억이 나는군요. 에효.
생각만큼 많은 것이 변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바뀌었던 것마저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서, 서글퍼졌습니다.
잠시요.
소금저글링
09/11/17 16:13
수정 아이콘
그로부터 10년이나 지났지만 더 나아진게 없네요.

신 자유화로 오히려 더 서민들은 죽어라 죽어라 하고 있는 현 시대잖아요.

희망이라도 보여야 하지만....
朋友君
09/11/17 23:29
수정 아이콘
노래만으로 울게 만들었던 그 노래로군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많아진 우리들의 죽음에..... 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613 [일반] "나는, K리거다!" - 사상 첫 K3리그 출신 K리거 이기동. [6] LowTemplar4023 09/11/18 4023 0
17612 [일반] <통계로 보는 PGR> 10월. (2) 분야별 분석 [58] Ms. Anscombe7168 09/11/18 7168 32
17610 [일반] [정보] 신종플루 변종등장 스페인 독감과 유사.. 스페인 독감이란? [14] Arata4714 09/11/17 4714 0
17609 [일반] 캐치볼 모임 후기+안내에요~ [14] Lixhia3663 09/11/17 3663 0
17608 [일반] 글을 쓰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12] Love.of.Tears.4580 09/11/17 4580 0
17607 [일반] 제 눈은 여자분들에 사소한것들이 잘 보이네요 [59] 뜨거운눈물6382 09/11/17 6382 0
17602 [일반] 2009 Mnet Asian Music Awards 투표 중간 집계... (17일 오후 5시 상황) [31] CrazY_BoY4400 09/11/17 4400 0
17601 [일반] 현재 캐나다에 계신분 신종플루 백신 버리기 전에 맞으세요. [18] 성야무인Ver 0.005564 09/11/17 5564 3
17600 [일반] 콜오브듀티: 모던 워페어 2 유통사 완전히 골 때리네요. [36] swordfish4591 09/11/17 4591 0
17599 [일반] [쓴소리] 뿌린 것도 못 거두시는 분의 쓸데없는 걱정 [13] The xian3891 09/11/17 3891 2
17598 [일반] 10년, 또 10년 그리고 우리들의 죽음 [6] 늘푸른솔3303 09/11/17 3303 0
17597 [일반] 디초코릿이 무한도전에 재미있는 제안을 했습니다 [36] 타나토노트8714 09/11/17 8714 1
17596 [일반] 해태타이거즈 19년사 - 14. 9번의 우승을 일구어내다 [13] 유니콘스4176 09/11/17 4176 0
17595 [일반] KBO의 커트실링이 되고싶은 서재응 [264] 옹겜엠겜7342 09/11/17 7342 0
17594 [일반] 죽도록 사랑한 남과 여 [20] 굿바이레이캬4782 09/11/17 4782 9
17593 [일반] 일상에 관한 소고 - 마흔두번째 [24] 여자예비역2906 09/11/17 2906 0
17592 [일반] 2009 빌보드 싱글차트 Top 5 추이 [16] 리콜한방4130 09/11/17 4130 0
17591 [일반] [잡담] 여자 셋이 모여서 야구 이야기를 하면? [42] Artemis4703 09/11/17 4703 2
17590 [일반] [인증해피] 괜찮은 감자탕집을 소개 할까 합니다. [25] 해피7520 09/11/17 7520 1
17589 [일반] 1차 대전 이야기) 역사의 아이러니 - 소련과 독일- [3] swordfish3964 09/11/17 3964 0
17588 [일반] 프로스포츠와 여성팬 [9] SSeri3901 09/11/16 3901 0
17585 [일반] 내년 예산에서 저소득층 의료지원비 104억 삭감한다네요. [23] 노력, 내 유일3731 09/11/16 3731 0
17584 [일반] [wow]게임과 현실, 그리고 십자군 사령관의 시험장. [36] 윤하6512 09/11/16 651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