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가 어린 아이들이 걱정되어 문을 걸어 잠그고 일을 나갑니다.
심심했던 아이들은 불장난을 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자기가 죽인양 가슴 아파합니다.
그랬나보다, 그 땐 그랬나보다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10여년.. 이 곡을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해 준비하던중 눈에 들어온 기사.
아버지가 보험금을 타려고 아들의 손가락을 잘랐던가 하는 기사였습니다.
10년의 간격을 둔 두 사건이지만 누구에게는 당연히 누리고 사는 무언가가 누구에게는 그렇지 못하다는 아픔은 나아진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몇 년... 아침부터 이런저런 기사를 접하고 나니 과연 또 몇 년이 지나 10년이 되는 때
과연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10년이 되는 날 이 노래를 부르며 정말로 '그 땐 그랬었지... 먹고 살기 힘든 때여서 그런 일도 있었어...' 하고 싶은데
업로드 2MB 제한은 너무나 가까이 있고 선거는 멀기만 합니다.
그래도 전엔 '세상을 다 바꾸진 못해도 조금씩 나아지는 맛'에 힘내어 돕고, 싸우고 했었는데
지금은 현상유지는커녕 다시 거꾸로 돌아가는 현실에 기가 막힙니다.
이 노래를 다시 찾아 들을 일은 없기를 바랬는데, 생각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들의 죽음 -정태춘, 정은옥-
<나레이션>
맞벌이 영세 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사이, 지하셋방에서 불이 나
방 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불이 났을 때 아버지 권씨는 경기도 부천의 직장으로, 어머니 이씨는 합정동으로 파출부 일을 나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바깥 현관문도 잠가 둔 상태였다.
연락을 받은 이씨가 달려와 문을 열었을 때 다섯 살 혜영양은 방 바닥에 엎드린 채, 세 살 영철군은 옷더미 속에 코를 묻은 채 숨져있었다.
두 어린이가 숨진 방은 3평 크기로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비키니 옷장 등 가구류가 타다만 성냥과 함께 불에 그을려 있었다.
이들 부부는 충남 계룡면 금대 2리에서 논 900평에 농사를 짓다가 가난에 못이겨 지난 88년 서울로 올라왔으며,
지난해 10월 현재의 지하방을 전세 4백만원에 얻어 살아왔다.
어머니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파출부로 나가면서 부엌에는 부엌칼과 연탄불이 있어 위험스럽고 밖으로 나가면 길을 잃거나
유괴라도 당할 것 같아 방문을 채울 수 밖에 없었다" 면서 눈물을 흘렸다.
평소 이씨는 아이들이 먹을 점심상과 요강을 준비해 놓고 나가 일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는 주택에는 모두 6개의 지하방이 있으며, 각각 독립 구조로 돼 있다.
젊은 아버지는 새벽에 일 나가고 어머니도 돈벌러 파출부 나가고
지하실 단칸방엔 어린 우리 둘이서 아침 햇살 드는 높은 창문 아래앉아
방문은 밖으로 자물쇠 잠겨있고 윗목에는 싸늘한 밥상과 요강이
엄마 아빠가 돌아올 밤까지 우린 심심해도 할게 없었네
낮엔 테레비도 안하고 우린 켤줄도 몰라 밤에 보는 테레비도 남의 나라세상
엄마 아빠는 한번도 안나와 우리 집도 우리동네도 안나와
조그만 창문의 햇볕도 스러지고 우린 종일 누워 천정만 바라보다
잠이 들다깨다 꿈인지도 모르게 또 성냥불 장난을 했었어..
배가 고프기도 전에 밥은 다 먹어치우고 오줌이 안마려운데도 요강으로
우린 그런 것밖엔 또 할게 없었네 동생은 아직 말을 잘못하니까
후미진 계단엔 누구하나 찾아오지않고 도둑이라도 강도라도 말야
옆방에는 누가 사는지도 몰라
"어쩌면 거긴 낭떠러지인지도 몰라.."
성냥불은 그만 내옷에 옮겨붙고 내 눈썹 내 머리카락도 태우고
여기저기 옮겨붙고 훨훨 타올라 우리 놀란 가슴 두눈에도 훨훨
<나레이션>
엄마 아빠 우리가 그렇게 놀랐을 때 엄마 아빠가 우리와 함께 거기 있었다면..
방문은 꼭꼭 잠겨서 안열리고 하얀 연기는 방안에 꽉차고
우린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렸어..
" 엄마아빠엄마아빠....."
<나레이션>
우린 그렇게 죽었어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 함께 있었다면 아니 엄마만이라도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 우리가 방안의 연기와 불길 속에서 부둥켜안고 떨기 전에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전에
손톱에서 피가 나게 방바닥을 긁어대기 전에 그러다가 동생이 먼저 숨이 막혀 업푸러지기 전에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 우리가 어느 날 도망치듯 빠져 나온 시골의 고향마을에서도 우리 네 식구 단란하게 살아갈 수만 있었다면
아니 여기가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축복을 내리는 그런 나라였다면 아니 여기가 엄마 아빠도 주인인 그런 세상이었다면
엄마 아빠 너무 슬퍼하지마 이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니야 여기 불에 그을린 옷자락에 작은 몸뚱이 몸뚱이를 두고 떠나지만
엄마 아빠 우린 이제 천사가 되어 하늘나라로 가는 거야 그런데 그 천사들은 이렇게 슬픈 세상에는 다시 내려올 수가 없어
언젠가 우린 다시 하늘나라에서 만나겠지 엄마 아빠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운 가장 예쁜 말로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이제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