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플레이볼 선언과 함께 해태의 스트레이트 우승이냐 현대의 반격이냐를 결정지을 4차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명원의 등판은 정민태, 위재영이라는 주축 투수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심하게 지쳐있음으로 인해 현대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수였고 게다가 이 날 마스크를 쓴 현대의 포수 김형남은 단, 5경기에만 출장한 - 그나마도 주전으로 뛴 것이 아닌 백업으로 - 신인 포수였습니다.
현대의 주전 포수 장광호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중견수 박재홍의 원바운드 송구에 얼굴을 맞으며 눈썹 주위를 10여바늘 꿰매야 하는 부상을 입었고 한화에서 건너온 백업 포수 김상국도 3차전에서 약간의 부상을 입은데다가 데뷔 11년차를 맞은 선수로서 이미 선수생활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해태에게는 이종범만 출루한다면 포수가 누구든 1루에서 2루, 2루에서 3루까지는 뛸 수 있었고 홍현우나 이호성등이 적시타 하나만 쳐주면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1회초, 해태의 예상은 적중하는 듯 했습니다.
오랜만에 선발로 올라온 탓인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정명원은 이종범에게 스트라이크하나 던지지도 못하고 스트레이트로 볼넷을 주었습니다.
"그린라이트" 이종범은 1루에 출루했고 2루를 점령하며 현대의 배터리를 손쉽게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2번타자 동봉철도 스트레이트로 볼 3개를 얻더니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를 하며 무사 1, 2루의 천금같은 찬스가 해태에게 찾아왔습니다.
3번타자 홍현우는 무리하지 않고 2명의 타자들을 진루시키기 위해 보내기번트를 시도했고 깔끔하게 희생번트가 성공하며 1사 2, 3루라는 상황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유격수앞 땅볼정도만 터져도 아니 유격수 짧은 플라이가 나오더라도 이종범의 빠른 발 앞에 손쉽게 홈은 점령 할 수 있었고 - 게다가 이종범의 태그 피하는 솜씨는....... - 4번타자 이호성, 5번타자 박재용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해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설의 명언 "야구 몰라요." 라는 말이 있듯이 야구는 사람이 생각하는대로만 움직이는 스포츠가 아니었고.......
이대진은 선두타자 권준헌에게 볼넷을 허용합니다. 다음타석에 들어선 현대의 타자는 손차훈. 손차훈은 희생번트로 1루주자 권준헌을 2루에 보내려고 했으나 그 타구는 투수 이대진 앞으로 굴러갔습니다.
이대진이 유격수 이종범에게 송구하면 1루주자 권준헌은 당연히 포스아웃, 이종범이 재빠르게 반응했을 경우에 따라서는 손차훈까지 잡아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대진의 송구가 1루주자 권준헌의 허벅지를 맞추는 바람에 병살찬스는 허무하게 무사 1, 2루의 상황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김형남의 타석에 좌타자 이희성을 대타로 내보냈고 이희성도 희생번트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또다시 타구는 이대진 앞으로 굴러간 상황. 3루에만 던지면 1사 1, 2루를 만들 수 있던 상황이었지만 이대진은 조금전의 실책이 마음에 걸렸는지 안전하게 타자주자를 잡으러 1루로 몸을 틀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 상황인지 2루수 김종국이 2루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버리면서 1루 베이스커버를 아무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무사 만루라는 큰 위기가 벌어지고 맙니다.
이 경기가 끝난 후 김응룡 감독은 이대진에게 2루 견제 사인을 냈는데 이대진이 투구동작에 들어가 버리면서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의 신인 유격수 박진만에게 우전안타를 얻어맞으며 1점을 잃었고 김인호에게 연속해서 우전안타를 얻어맞으며 또다시 1점을 잃습니다.
윤덕규 대신 들어온 대타 김상국과 박재홍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불을 끄는듯 했지만 이숭용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또다시 얻어맞으며 8회말에만 졸지에 4점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8회말에 이대진 - 임창용 - 강태원 - 김상진이 연속해서 등판했습니다.
그리고 9회초, 이미 패배는 확정이 되었지만 현대에게 노히트 노런기록을 내주지 않으려는 해태.
김종국이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되었고 다음타자는 이종범.
이종범은 박진만쪽으로 땅볼을 날렸지만 죽기살기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간발의 차이로 아웃되었습니다.
김응룡 감독은 동봉철의 타석에서 대타로 김재덕을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정명원이 2스트라이크 0볼의 상황에서 종으로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졌고 김재덕은 헛스윙을 하며 삼진아웃되었습니다.
해태타이거즈의 0 : 4 패배. 그리고 첫 한국시리즈 노히트 노런이라는 기록의 희생물이 되었습니다.
이 날 정명원은 총 106구의 공을 던졌습니다.
김응룡 감독은 이 날 경기가 끝난 후, "구심이 인천사람이어서 정명원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후하게 주었다." 라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판정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지만 김응룡 감독이 문제제기를 한 이유는 노히트 노런을 당하며 분위기가 침울해진 해태선수들의 기세를 올려주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P.S : 4차전이 너무 많은 양을 잡아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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