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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14 10:33:40
Name Haru
Subject [일반] 가난한 대학생 놀리는 근로장학금
고교시절에 쉬는시간마다 학교 매점에서 일하던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반이 달라서 친분도 없었고
뭐랄까 좀 허름해보이는 차림새와 약간 어눌한 말투때문에 -어쩌면 선입견때문에 그렇게 느껴진걸지도-
우리사이에선 '매순이'로 불리며 약간 놀림의 대상이였던 친구였죠.

어느날 제가 소소한 사고를 쳐서 (잘 기억이 안납니다. 야자시간에 오락실을 갔던가 ..?) 담임선생님께 호출을 당했습니다.
보통 사고를 치면 주번을 1-2주 시키는 것이 보통이였는데
뜬금없이 매점 알바를 하라고 하시네요.
매점이 확장되면서 손이 딸린다면서 원래 아무나 시키는 것도 아닌데 너 특별히 시켜주는거라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으냐고 하시면서요.

당연히 형편좋지않은 학생들을 위한 일종의 근로장학제도이니 아무나 시키지야 않겠지만
좋긴 뭐가 좋나요 ..
쉬는시간/점심시간에 놀지도 못하고 무었보다도 놀림당할게 걱정되어서
선생님께 정색을 하고 반항... 하고싶었지만 제가 좀 착해서요(... ).

그렇게 매점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알바하는 친구 .. 사심을 담아 가명으로 승연양 이라고 부를게요.
승연이와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곧 친해졌습니다.
전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그 친구는 붙임성도 좋고해서 금방 가까워졌고 집안사정 등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만화주인공도 아니고 ..
부모님은 사업실패후 3년전 각각 도주 할머니는 편찮으셔서 거동도 불편하신데다가 매달 만만찮은 병원비
1남 3녀중 장녀 겸 가장
학교 끝나면 식당에서 밤까지 일하고 주말엔 따로 알바를 한다네요.
가장 놀란건 그런걸 안지 얼마안된 제게 말할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것.

일하는 시간자체는 적어도 매점일은 까다로웠습니다.
쉬는시간 5분전부터 가서 준비해야하고 점심시간도 없고
수업시간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가며 공부하는 저로서는 쉴세없이 돌아가는 일과가 너무 버거웠습니다.

글의 진실성이 사라지고 있지만 .. 하여튼 힘든 일과에 대해 푸념 & 동조를 구하자 승연이가 그러더군요.
난 이일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학교에서 일할 수 있어서 동생들 용돈이라도 주고 간식거리도 산다고.
요즘애들은 돈없으면 무시당한다면서 웃더군요.


고교시절에 쉬는시간마다 학교 매점에서 일하던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반이 달라서 친분도 없었고
뭐랄까 좀 허름해보이는 차림새와 약간 어눌한 말투때문에 -어쩌면 선입견때문에 그렇게 느껴진걸지도-
우리사이에선 '매순이'로 불리며 약간 놀림의 대상이였던 친구였죠.


난 대체 무슨짓을 해왔던 건지 ..



일한지 두어달 정도가 되었을무렵 매점에는 새로 아주머니가 한분 오셨고 제 알바는 끝났습니다.
받은돈으로 평소 음악을 좋아하던 승연이에게 MDP와 케잌하나를 선물했고
그 뒤론 '제 앞가림' 이란것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생각하며 살았으니 .. 나름 해피 앤딩이네요.
아 .. 그시절을 사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MDP가 CDP를 대신할거란 제 예상은 무참하게 깨졌고 MDP는 한시절 반짝한 후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젠장.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6113.html
[가난한 대학생 놀리는 근로장학금] 이란 기사를 읽고나니 문득 생각이 나서 주절거려 봅니다.
높은 어르신들은 승연이의 사정같은거 관심도 없겠죠 ..?
씁쓸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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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ia0716
09/11/14 10:42
수정 아이콘
그 친구는 참 당당하게 사는 거 같네요. 애초부터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긴 하지만 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댓글 쓰고 기사를 읽었더니, 참 황당하네요. 이놈의 정부의 친서민 정책의 본질이 드러나는...)
사실좀괜찮은
09/11/14 10:45
수정 아이콘
세금을 걷어야 할 곳에서는 감세라며 눈가리고 아웅하고, 세금을 줄여줘야 할 곳에서 그걸 메꾸고 있는데... 그렇게 걷은 세금이 결국 모 대규모 삽질 사업으로 들어간다는 게 좀. 그렇. 습니다.
21세기에도 무쏠리니의 망령이 돌아다닌다... 라고 말하면 선동적이라고 잡혀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 안타깝게도 주어가 없군요.

그 와중에서도, 온정주의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한국인이랍시고 '설마 나라의 높은 분들이 하는 일인데, 뭔가 의미가 있겠지...' 싶어서 이것저것 자료를 뒤져보았던 시간들이 정말 필요했던 것인지, 아까워해야 할 것인지도 분간이 안 되는 요즘입니다.
09/11/14 10:56
수정 아이콘
진짜 정신이 나갔군요..
근로장학금을 주는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한 것에 더해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일텐데요..
아쉬우면 공부해서 성적장학금 타라 이건가요 -_-;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09/11/14 11:28
수정 아이콘
대학교에서도 과사에서 공강시간에 근로하는 그 근로장학생, 한달에 고작 30입니다...
카이레스
09/11/14 12:03
수정 아이콘
참... 대체 누구와 무엇을 위해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신입생에게 지원되는 장학금도 사라진다니 10학번 신입생들 정말 힘들겠네요...
09/11/14 12:04
수정 아이콘
우와... 기사 읽으면서 정말 답답해지는 군요.... 저도 대학시절 학자금 대출과 과외를 비롯한 근로장학 등등의 알바로 근근히 생활햇던 처지라....
민첩이
09/11/14 12:05
수정 아이콘
그냥 답다압하고 .. 씁쓸하네요...
스칼렛
09/11/14 12:21
수정 아이콘
참 뭐라 할 말이 없네요...........저도 넉넉한 대학생은 아니라서 복지장학 받아 다니고 있으니 더욱.

그나저나 하필이면 MDPㅠㅠ
Zakk Wylde
09/11/14 13:25
수정 아이콘
학생에게 돈벌 기회만 준다고 땡이 아닙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공부는 못 하고, 알바만 해야 한다면 학교 가느니 못한거 아닙니까??

공부는 마음것 하게 해줘야 할텐데...

그나저나 MDP만 3개 샀던 저로썬 반갑네요.

그런데 매점 알바비가 얼마나 됐나요? 제가 MDP 살땐 하나에 50만원을 가볍게 넘었었는데...
레코딩이 안되는건 3~40만원 정도였던가..

그게 벌써 10년도 더 됐네요.. 하하;;;
터져라스캐럽
09/11/14 14:40
수정 아이콘
대학교 1학년때는 등록금 3~400만이 피부로 와닿지 않았는데.
휴학하고 산업체에서 돈 벌다보니 돈이란게 정말 무섭더군요..
이제 복학하면 400만원대를 넘기겠네요.
무섭습니다 진짜..
09/11/14 15:11
수정 아이콘
앞으로 몇년간은 복지쪽 예산도 계속 줄어들꺼고
살기 참 힘든나라네요;
멀면 벙커링
09/11/14 21:24
수정 아이콘
어쩔 수 없죠. 빚까지 내가면서 거대 건설사들 배부르게 해드려야하고(?) 위대하신(?) 기득권 폐하님들 재산 불려드리려면(?) 저것만으로도 택도 없을 겁니다. ㅡㅡ;;;;
세우실
09/11/15 09:40
수정 아이콘
진짜 황당하기 그지없네요........ 정말......... 상상력도 좋다고 해야 하는건가..........
어떻게 저런 발상만 해대는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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