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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04 09:40:07
Name 늘푸른솔
File #1 병사의향수2.mp3 (0 Byte), Download : 288
Subject [일반] 고향의 향수
아... 마우스 버튼에 설정해 놓은 뒤로가기... 글 날렸습니다 ㅠ.ㅠ

다시 써야하는군요 흑흑


오래전 어느 날 난생 처음 전라도 땅에 발을 딛었습니다. 장성이었나 그랬죠.

맛난 백반 먹으러 간 건 아니고, 6주 훈련을 마치고 후반기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깃발 들고 대포 위에 올라가서 준비! 쏴!' 하는 보직이라는 소대장의 말에 혹해서 병과 결정할 때 1순위로 썼던 155MM 자주포 사격지휘병.

거기에 덜컥 돼버려 8주간의 후반기 교육을 받기 위해 상무대로 간 것이죠. 8주... 예 8주입니다

12주짜리 전차는 저희 기수에 없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렇다면 저희 기수에서는 가장 긴 후반기교육이었습니다.

무려 두 달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포병학교.

하지만 몸은 참 편했던 것과는 달리 마음은 좀 불편했습니다. (처음에만요)



저희와는 달리 자대생활 하다가 뽑혀서 온 육군 동기들은 이병부터 일병 말호봉까지 있었는데,

아저씨 아저씨 하면서 서로 존대를 하는 모습이 참 충격적이었고,

아침 저녁 구보도 없어서 우리끼리라도 좀 해볼까 하고 구대장에게 말했더니 '여기가 군댄줄 알아! 여기는 학교야 학교!!!' 여기서 또 충격

내가 군대를 온건지 대학을 다시 들어온건지 하루 종일 수업에 툭하면 시험, 연등...


하지만 가장 불편했던건 '군가'였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육군 10대 군가니 하는 것들을 알리가 없었기 때문이고,

학과출장 왔다갔다 하면서 하루에 최소한 네 번 (한 번 이동할 때 한 곡만 부르진 않으니 십여곡..)씩 불렀던 (들었던)

육군 군가들이 참 어색하고 불편했습니다.

유학 가서 조회시간에(외국에도 있나요?) 남의 나라 국기를 보며 남의 나라 국가를 부르는 심정이려나요..

게다가 어디서 시작된건지 '상무대 갔다 온 애들은 육군 군가 부르다 왔다고 엄청 맞는다더라'는 소문이 퍼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동중 군가를 부를 때 중얼중얼 저희 군가를 연습했습니다. 음정 박자 무시하고 가르쳐준 소대장들을 원망하며..


그러던 어느날,

학과출장을 인솔하던 구대장이 평소와는 다른 군가제목을 대더군요.

상무대에서 익혔던 군가들 다 까먹었지만 이 곡 하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만큼 처음 들었던 순간부터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가사나 음율 때문에 못 부르게 하는 노래라는데, 그 날은 구대장 기분이 좋았나보네요.

나중에는 거의 모든 노래를 외워서 같이 불렀지만, 아직 육군 군가를 불편해하고 그럴 때에도 이 노래만큼은 같이 불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글을 쓰다 보니 그 때 기억들이 참 많이 나는군요. 그 동기들 다 뭐하고 있을런지...

참 즐거웠던 상무대 생활이었네요(이 얘기와는 별개로, 시골 밤하늘도 아니고 웬 별들이 그렇게 많던지요).

그렇다고 다시 가고 싶다 이런건 절대 아닙니다.


주저리 주저리가 길었군요. 고향의 향수 입니다.

(정식 군가가 아니기 때문에 가사나 이런거는 부대마다 다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고향의 향수

바람결에 들려오는 정다운 목소리
귓가에 아른 거린다
빠밤 빠빠바바바밤

떠나올때 손흔들며 짓던 그 미소
눈가에 아른 거린다
빠밤 빠빠바바바밤

태극기 새겨놓은 가슴 한곳에
언제나 웃는 얼굴 어머님 얼굴

밤새워 고향찾아 가는 철새야
사랑한다 전해주려마
빠밤 빠바바바바밤




* 노래파일은 참 찾기가 어렵네요...

그냥 원곡인 송창식씨의 '병사의 향수' 로 첨부파일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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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줄알
09/11/04 09:53
수정 아이콘
아..삼실이라 음악을 못듣는 이 답답함..ㅠ.ㅠ

하지만 가사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군요.

퇴근 후에 필히 들어봐야겠습니다.
엔뚜루
09/11/04 09:53
수정 아이콘
아...정말 이 노래 부르면서 눈물을 감추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한 겨울에 1박2일 100km행군할때 정말 힘들때마다 고향의 향수, 여기에 섯다 이 두 군가를 계속 부르면서 힘들었던 훈련들을 꾸역꾸역 버텼던 생각이 납니다. 특히 혹한기 공격기동때 기동을 하면서 땀난다고 내복도 안입고 전투복 하계바지에 상의는 스키파카입고 기동을 했는데 그때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져서 정신줄 놓고 기동하면서 속으로 열심히 고향에 향수 불렀던 생각이납니다. 정말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군가였기도 하구요..

돌이켜 보니 정말 군생활 하면서 군가 외운것만해도 30곡정도 되는것 같네요..
후니저그
09/11/04 09:58
수정 아이콘
정말 이 군가만큼은 가장 좋아했습니다. 훈련소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후반기 받을때도 다른 구대들은 부르던데 저흰 부르지 않았죠.. 그러다가 자대에서 구보때 처음 불러봤습니다. 중간중간 들어가는 추임새라고 해야할까요? 저게 이 군가에 맛이죠~ 어머님 얼굴 다음에 (어머니~)라는 추임새도 저흰 들어갔던 것 같네요.. 듣진 않아도 저절로 들리네요
09/11/04 09:59
수정 아이콘
제목 보고 글 첫부분에 군대 얘기 나오자 마자 군가 얘기구나 생각했는데...
'고향의 향수' 정말 군가스럽지 않고 절로 흥얼거리게 만드는 군가죠...
저희 부대는(육군) 신병오면 10대군가 외에도 한 10여가지 군가를 더 외우도록 암기강요(?) 했었는데..
이곡도 거기에 속했죠.
5개월 고참한테 m16개머리판으로 맞아가며 군가 외우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덧붙이자면 저희 부대에선 "정다운 목소리 귓가에 와서 닿는다" 였던걸로 기억나네요..
09/11/04 11:10
수정 아이콘
저도 상무대출신인데.. 저는 자대가서 이노래를 배웠네요.
글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따라부르는게 재밌네요 ^^
검은고양이경
09/11/04 11:33
수정 아이콘
뻘소리해서 죄송합니다만 고향의 향수라는 표현,어폐가 있지 않나요?향수라는것 자체가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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