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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9/01 00:05:08 |
Name |
곤 |
Subject |
[일반] 가입 첫 인사겸 스타에 대한 추억담 하나 |
안녕하세요 아이디 만든지 4년만에 가입인사를 하게된 곤입니다.
PGR에 글을 올리게됐으니 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는게 좋겠죠?
다들 스타에 관한 특별하고 재밌는 추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고등학교시절을 스타와 철권을 하면서 보낸 저에게는 스타에 관한 추억이 많답니다.
한때 스타 프로게이머가 될까 고민했던 때도 있었으니 자기소개 대신 그때 일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제게 남아있는 스타에 대한 가장 큰 추억은 하이텔 개오동배에 출전했던 일입니다.
몇년도인진 기억안나지만 중학교 시절 동네에서 가장 손꼽히는 고수로 뽑혀 동네 피씨방 대회를 제패하던 저는 (제 생각에는요 하하)
우물안 개구리 범 무서운줄도 모르고 커다란 온라인 대회에 나가게 됩니다.
원대한 목표가 있는 남자라면 모름지기 큰 물에서 놀아야 하는 법..
그 대회는 바로 하이텔 개오동 대회! 두둥~!
그 당시 게임 동호회의 양대 산맥에 하이텔 게오동과 나우누리 나모모가 있었죠
마침 나갈만한 대회를 찾던 저에게 하이텔 2차 게오동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출전을 결심하게 됩니다
개오동 대회는 2차였던걸로 기억하고 출전인원은 그당시 1024강이었던걸로 기억하지만 가물가물하군요
하이텔 개오동 대회는 온라인 대회라 매일 밤 학교 끝나고 부리나케배틀넷에 달려가서 연습하다가 대회에 참가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제 주종은 저그였고 필살기는 필살! 럴커 3cm드랍과 사업안된 언덕벙커 오버로드로 시야확보하고 럴커로 뚫어내기,
플토한테 앞마당 성큰깔고 뽑는 패스트 뮤탈 등등
그 당시 초단위로 계산해서 초보들은 못 막는 뒤를 안보는 올인성 빌드를 주로 사용했던거지요
전 그 대회를 치르면서 앞마당 멀티외에 삼룡이나 스타팅 멀티를 먹어 본 기억이 없습니다
지금은 마우스질을 발로해도도 막겠지만 1998년엔 초보들은 막을 수 없는 전략들이었답니다
1024강이었던 예선이 점점 줄어들고 갑자기 플토를 골라서 패스트 캐리어, 패스트 럴커, 패스트 저글링러쉬 등
당시 리플레이를 보고 해설하던 해설자들도 참 황당해하던 기억이나네요
이 친구 상당히 어이없는 플레이를 하면서 이겨가고 있다고 말이죠.. 하하
이기고 이겨서 결국 16강! 많이 써서 탄로난 패스트 럴커 대신 테란을 골라서 이긴 저는 바로 8강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바로 옆조에 16강이 끝나면 바로 제 8강 상대니까요
그리고 이기고 올라온 제 8강 상대는 바로..
바로.. 그 당시 본좌포스를 팍팍 뿜고 계셨던 김동준 해설이었습니다!
김동준 해설은 그 때 하이텔 개오동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면서 초고수분들 중에 하나로 꼽히있었죠
하이텔 개오동 1차대회도 김동준해설이 우승했던건 그때 활동하시던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듯하네요
그날 밤 저는 잠을 쉽게 이룰 수 없었답니다.. 그때의 두근거림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물론 다음날 학교가서 책상에 엎어져서 하루종일 잤습니다 하하
이렇게 올인 전략을 계속 간신히 성공시키며 어렵게 올라온 16강인데 1차 대회 우승자와 만나게 되다니!
난 이번 대회 우승을 해서 프로게이머가 되어야한단 말이다!!
물론 1등 상품도 꽤 비싼 상품(비싼 컴퓨터 부품)이었기 때문에 상품에 눈도 멀어있었습니다
그렇게 초긴장상태에서 잠을 설치고 선생님이 앞에서 수업을 하던 말던 하루종일 졸던 저는 사형대에 끌려가던 기분으로 집으로 왔던 일이 기억나네요
하루종일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길 것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던 것 이지요
김동준 해설과 저의 실력차이는 그정도로 컸습니다..
그래도 쉽게 GG를 치지 않고 끝까지 항전하며 최대한 오래 버티겠노라하고 다짐하던
저의 결의는 몽고의 침략에 맞서던 삼별초 저리가라 할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미 패배를 예감하며 배틀넷에 접속해서 대회채널로 들어가 무거운 마음으로 절 이기러 올 김동준해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다림도 허무하게 김동준해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김동준 해설이 커다란 방송대회가 있어서 개오동 2차 대회는 기권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때 김동준 해설이 1차, 3차, 4차 대회를 우승했던걸로 기억하는데 2차 대회는 제가 저지한 셈이 되었답니다
결국 저는 산왕공업을 이기고 하얗게 불태워서 다음경기를 허무하게 탈락한 북산고교처럼 허무하게 준결승전과 3,4위전을 져버렸습니다
그리고 4등 상품으로 그 당시 최고의 그래픽카드였던 RIVA TNT2카드를 받아서 신나게 3D게임을 하다가 프로게이머의 꿈은 접고 말았지요 하하
지금은 게임중독도 없어지고 비즈니스 코칭과 최면상담가를 하면서 잘 먹고 살고있으니
프로게이머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화려하게 활동하는 스타 프로게이머들을 방송에서 보면 그때의 각종 스타대회를 나가던 긴장감이 떠올라 기분이 다시 설레이곤합니다.
고등학교때 밤새며 스타를 같이 했던 김동우선수도 지금은 뭐하는지 궁금하네요
한때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커세어 잡는 뮤탈로 본좌포스 냈었는데 기억하는 사람 있을려나 모르겠습니다
PGR올드 게이머들은 다들 1990년대 피씨방 대회들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타를 처음 할 때 기억이 떠오르셔서 기분 좋았다면 제가 글을 쓴 보람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네요
가입인사겸 올드 스타 게이머로써 추억을 하나 올려보았습니다
앞으로 눈팅은 그만두고 스타에 대한 글이나 제 직업에 관련된 글들을 가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PGR여러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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