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살기 좋은 나라라고요.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 3면이 바다로 쌓인 아름다운 나라이며 동시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 설 만큼의 자본과 능력을 가진 나라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말은 누가 이야기 한 것을 막론하고 국민 모두가 동의할 내용일 것입니다. 지난날에 비교하면 급격히 좋아진 면이 많아진 이 나라지만 살펴보면 여전히 안쓰럽고 신음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즐비하게 늘어선 건물들, 그것들을 늦은 시각까지 비추는 네온 싸인 불빛은 사람들로 하여금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불빛과는 달리 안은 상당히 비좁아 몸을 편안히 쉬게 할 수 없으며 또한 마음 맞는 이들과 대화를 할 수도 없습니다.
거리를 거닐 땐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 있는 시멘트 벽돌과 갈라진 아스팔트 자국들이 선명합니다. 아마 생명 없는 그들도 말할 수 없는 나름의 고통이 있나봅니다. 그 광경을 예의주시하며 누군가는 재빠르게 지나쳐야 합니다. 그 상처를 무시한 채 그대로 달려 나갔다가 누군가는 그 흠집에 걸려 넘어지는 신세가 될 것이며 그 역시 상처를 얻어 길가에 모든 상처 있는 것들이 친구하자며 달려들 것입니다.
가끔은 세상이 비뚤어진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니면 이 나라의 공사인부들은 모두 ‘철학적 예술가’ 인지도 모르죠. 여기저기 비스듬히 기울어진 길과 조우할 땐 무척이나마 신경이 날카로워져야 합니다. 자칫 자신이 잘못하면 마치 당신께서 잘못한 것처럼 여기는 부모님이 계시니까요 그 분들께 죄가 없음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라도 기필코 조심해야 합니다.
어김없이 용변을 보러 화장실에 들릅니다. 어떤 이는 갈팡질팡하며 두려움 섞인 낯빛을 하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운 좋게도 용변을 시원하게 보고나서 손을 씻으러 세면대로 향합니다. 상당히 만족스런 얼굴로 말입니다. 오-- 그리고 저기 친절하게도 푸시용 비누가 설치 되어있네요. 이런 횡재가 있나 싶어 손을 뻗어 보길 5분, 그는 손 씻기를 포기합니다.
햇빛이 쨍쨍 내리 쬐는 여름이라 하기엔 멀고 가을이라 하기엔 이른 9월에 날씨를 사랑하는 한 청년은 햇빛과 바람의 적절한 조화를 선물한 조물주의 솜씨에 감탄하며 미칠 듯한 환희를 느낍니다. 그런 어느 날 거리에 놓인 사람들을 뚫고 냅다 달립니다. 지금 이 순간 그대로를 소중히 간직하며 만끽하기 위해----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렸더니 어느새 지하철역에 당도--- 마치 일개미 떼가 여왕개미에게 서로 먼저 가겠다고 경쟁심이 붙은 듯이 쉴 틈 없는 개찰구를 지났지만 또 한 번의 고비가 남았으니, 그 이름은 들어봤나 리. 프. 트. 그는 다시 한 번 상기합니다. 큰 산을 넘기 위해선 반드시 큰 고빌 넘겨야 함을.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일이기에 당당히 맞서려 합니다. 그러나 그 결심도 잠시, 리프트의 상태를 보니 거의 사망 직전에 몰골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닙니다. 이 녀석의 용도와 수명을 믿고 몸을 맡겨야 합니다. (쓸데없는 잡생각이나 부정적인 마음은 구겨둔 채 절대적인 신뢰가 필요합니다.) 그는 초인적 신뢰를 가지고 리프트에 올랐고 마침내 계단을 다 내려와 리프트에서 내렸습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바뀐 혈색. 그러나 그것을 싫어하기라도 하는 듯 내뱉는 역장의 한마디 “저기 한 번 더 타셔야 합니다.”
무섭고 두려운 맘 때문이 아닌 집으로 올 때는 다시 2번을 타야 한다는 그 안타까운 맘, 그리고 찢어질 듯한 톤으로 포효하는 ‘엘리제를 위하여’ 음악이 싫어서였습니다.
이 모두는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일상에서 겪는 ‘장애인들의 삶’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똑같이 살기를 거부한 아니 포기한 이들이라 이런 삶이 너무나도 익숙해서 감히 ‘평등’ 이란 단어는 꺼내지 않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생각과 고민들 그리고 복잡한 절차 없이 살고 싶습니다.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오는...
정말 좋은 보조인이 와서 고맙게 즐겁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보조인 눈치를 보는 그것조차 안하면 좋겠습니다. 신세한탄이나 푸념 혹은 탄식으로 보이십니까? 대답은 절대 아닙니다입니다. 단지 Case by Case인 여러 삶들 가운데 하나를 공유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은 지금도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부디 ‘네’ 라고 답하게 되길 기도합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을 굳게 믿으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늘 싸울 것입니다. 무분별한 투쟁, 감정적인 데모가 아니라 열악한 상황에서 그 상황을 회피치 않고 도리어 더 세상 곁으로 나가 아름다운 이 나라, 점점 발전하는 대한민국, 장애인(長愛人)들이 살기 좋은 세계가 되는 것을 제 두 눈으로 끝까지 바라 볼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의 희망은 99%의 절망을 부순다.
Written by Love.of.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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