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전에 다니던 직장이 외국계 회사여서, 업무 중에는 거의 영어만 사용하는 회사였습니다. 이메일도 영어로 쓰고, 각종 문서도 영어로 만들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 우리나라 회사로 이직을 했는데, 저한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는데 그게 뭐냐하면 바로 이메일을 쓰거나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의 "말투"였습니다. 영어로 쓸 땐 "말투"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would you~", "could you~" 쓰면 됐으니까요. 그런데 한글로 쓰려니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업무를 부탁할 때에도,
등등의 말투들이 제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바람에 한글로 이메일 쓰면서 오히려 영어로 쓸 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래도 많이 적응해서 빨리 쓰고 있긴 합니다. ^^;;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곳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게 바로 "논쟁"(이라고 쓰고 "싸움"이라고 읽습니다)입니다. PGR도 그건 피할 수가 없습니다. 자게, 겜게, 유게에서 수 많은(?) 논쟁이 벌어집니다. 사실 전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논쟁 글을 즐겨(?)봅니다. 그런데 논쟁 글을 보다 보면 주제에 대한 "내용"이 아닌, "말투" 때문에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봅니다.
사실 이 "말투"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오히려 막말이 난무하는(이라고 쓰지만 저도 디씨 유접니다) 디씨에서는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말투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물론 상대의 나이를 알면 ~형 이라고 부르면서 존댓말을 쓰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저는 디씨에서 누가 말투가 기분나빠서 바람에 싸웠다는 얘기는 못들어본것 같습니다. ("말투 때문에 싸우는 것 따위"는 디씨에선 오히려 너무 이슈가 안 되는 걸까요?) 그리고 친한 친구들 사이에도 말투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말투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이 상대에게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의바른(?) PGR이 말투때문에 싸움이 나는경우가 많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말투는 아니지만 PGR에서 대표적으로 상대를 기분나쁘게 하는 방법으로는 "비꼬는 말투 + 웃는 이모티콘" 조합이 있죠.
논쟁 글들을 보면서 문득문득 드는 생각은 "똑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이런 말투 말고 다른 말투로 말하면 이 사람이 이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한 사용자가 글을 썼고, 다른 사용자가 그 글 본문에 있는 내용을 못 본채 그 내용을 또 썼다면..
"제가 본문에도 썼거든요? 글 좀 잘 보시고 리플 다시죠."
"그 내용은 제가 본문에도 썼습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해주세요."
둘 다 높임말을 사용했고 비슷한 내용이지만, 둘 중에 어떤 글이 상대의 분노(?)을 유발하는지는 뻔히 보이는거죠.
긴 글을 썼습니다만, 결론은 매우 간단합니다. 높임말에도 종류가 많습니다. 야구계의 명언처럼 일어날 논쟁은 뭘해도 일어나겠지만(!), "말투"만 잘 골라 쓴다면, 적어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논쟁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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