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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02 00:19:54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잡담] 내가 먹는 게 먹는 게 아냐 (여름철 배탈 및 식중독 주의하세요)
제목 그대로입니다.


지난 월요일, 점심에 회덮밥을 먹었습니다. 회덮밥에 멍게가 들어있던 것부터 좀 꺼림칙했는데 먹다 보니 뭔가 비릿하더군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 날 저녁부터 한시간 혹은 두시간마다 화장실을 들락거렸습니다.

그렇게 밤새 전쟁(!)을 치르고 다음 날 출근길을 나섰는데 하늘이 왜 이리 노랗던지, 정신이 혼미하더군요.
(그 소리를 몇몇 사람에게 하니 혹자는 '황신의 저주'라고 하더군요.-_-;; 제가 먹은 건 그냥 회덮밥입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 회사에 출근해 따뜻한 물만 좀 마시고 있고, 점심은 죽을 사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 시간마다 다시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신세가 계속되었습니다. 아주 판타스틱하더군요.


병원에 갔더니 장염증세를 동반한 배탈, 설사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주사와 약처방을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식도락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단히 뭔가 잘 차려먹기를 좋아하는데,
약 사흘 동안 죽(그것도 반 그릇 조금 못 되게)과 미지근한 물, 그리고 전해질 보충용 포카리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죽만 먹고 꿋꿋이 꼬박꼬박 출근했는데 뒤늦게 발각되어 '미련하게 회사에 나왔다'는 이유로 욕 뒤지게 먹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루 병가를 냈습니다. 병가를 내고 재차 병원에 가 보니, 증세는 많이 호전되었지만 장이 과민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언제까지고 죽만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니 1주(증세가 호전 안 되면 2주 혹은 그 이상) 동안 반식(밥 반 공기만 먹는) 만 하라고 하고,
배탈 증세가 악화될 경우에는 다시 병원으로 오라고 하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지금 제가 먹는 게 먹는 게 아닙니다.


빨갛게 양념한 김치. 못 먹습니다. 어쩌다 한 조각쯤 먹으면 속에서 쓰리다고 괴성을 지릅니다. 김치찌개, 부대찌개 등등은 꿈도 못 꿉니다.
회? 다시 폭XX사 할 일 있나요? 중국요리? GG쳐야 합니다. 삼겹살? 패밀리 레스토랑? 피자와 청량음료? 과자? 라면? 어림 없습니다.

맥주? 죽고 싶으면 마셔야죠. 물조차 꿀꺽꿀꺽 잘못 마시면 그 즉시 화장실 직행해야 할 만큼 위험한 상황인데 뭘 어찌할까요.-_-

갓 이유식 떼고 밥 먹기 시작한 어린애...... 까지는 아니더라도 밥을 밥알 셀 정도로 씹어먹고 있습니다. 그나마 한 공기의 40% 정도입니다.
반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반찬도, 거의 삼키다시피 먹던 반찬을 서너 조각으로 나눠먹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앉은 자리에서 한두 송이씩 먹었던 포도는 세 번에 한 송이를 나눠먹어야 될 정도입니다.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해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니, 제가 먹는 게 먹는 게 아닌 셈이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간식 생각은 안 납니다. 대부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일단은 포기가 되더군요.



여러분, 여름철 배탈 및 식중독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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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02 00:21
수정 아이콘
꼭꼭 씹어먹기, 는 장을 사랑하는 첫 걸음입니다. 좋은 습관이에요. (라고 위로아닌 위로를 해봅니다;)
To_heart
09/08/02 00:37
수정 아이콘
근데 궁금했던 게, 이런 경우에는 음식점에 배상 요청을 할 수 없는 건가요?
09/08/02 00:39
수정 아이콘
선천적으로 속이 약하신 분들이 있던데 시안님이 그러신 모양이네요...
유통기한 지난 과자 우걱우걱 같이 씹어먹었는데 저는 아무이상 없고 같이 먹던 형은 큰 탈이 났던 적이;;

이번 기회에 여러가지 종류의 죽을 만들어 드시는 건 어떨까 하네요. (물론 가장 큰 적은 귀차니즘이겠지만;)
자 이젠 퍼플레인님이 적절하게 맛있는 죽가게를 소개해 주시는것이...(퍽)
Aphrodite
09/08/02 00:42
수정 아이콘
ko..kongkkajima...
점박이멍멍이
09/08/02 00:45
수정 아이콘
The xian님 글들을 봐오자면 미식가이신듯 한데 많이 힘드시겠네요...
얼른 쾌차하셔서 다시금 홀로 음식점 탐방기를 남겨주셔요(응? 죄송해요..)
Timeless
09/08/02 00:54
수정 아이콘
고생 많이 하시네요.

장염은 특별한 치료도 없습니다. 설사 하시니까 수분보충에 신경쓰시고(key point!!!), 식사 조절을 잘 하셔야죠.
장에 염증이 있는 상태이니 자극적인 음식물은 당연히 피하고, 장의 회복을 기다려야 합니다.

의사에 따라 유산균제제, 장벽 보호제, 지사제를 조합해서 쓰기도 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치료의 key는 아닙니다.
어디쯤에
09/08/02 00:55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게 탈이 잘 나시는 체질인가 봐요 .

저도 작녀 이맘때쯤에 생일이라고 고기 사 준다는 놈들 땜시 밤 늦게 고기집에 갔다가 다음날 저만 식중독 크리 .. 사 준 놈들은 밥도 안 먹고 오고 전 생일이랍시구 저녁 배불리 먹고 나가서 고기 몇 점 안 집어먹었는데 말이죠.

참 재수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법이지 말입니다

몸조리 잘 하세요 ~
The xian
09/08/02 01:01
수정 아이콘
To_heart님// 같이 회덮밥을 먹은 다른 분은 이상이 없었던 관계로 배상 요청을 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무엇보다 증거물(?)은 제가 다 먹어버린 터라.-_-

DEICIDE님// 원래 소화기관이 아주 강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한동안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 된통 당했네요.

Timeless님// 수분은 꾸준히 보충하고 있는 중입니다. 포카리도 내일 다시 사다놓아야겠군요.
wish burn
09/08/02 01:08
수정 아이콘
수분보충은 이왕이면 스포츠음료가 낫지요.
설사를 하시면 수분과 함께 몸안의 전해질등 체내구성성분도 조금씩 소실되니까요.
뭐.. 알아서 잘하고 계시네요 ^^
가아든
09/08/02 01:52
수정 아이콘
xian님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빨리 쾌차하시길 바랄께요..
언어유희
09/08/03 18:37
수정 아이콘
오늘은 좀 어떠신가 모르겠네요. 쾌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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