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7/31 18:06:58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예의



대화를 하려면 그에 걸맞는 예의를 지키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뭐 친한 친구사이라든가 기타등등의 경우에는 약간 예의를 '덜 지켜도'되는 부분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 정도가 크건 작건간에 대화를 할 때에 서로가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지만 좀 더 발전적인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의를 다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나의 의견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있다는 하나의 의사표시가 아닌가 하네요. 이러한 의사표시 없이 '나의 생각을 알아달라' 라고 외쳐봐야 정말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별 소용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한테 이런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는 녀석 주제에 내가 왜 네 생각을 알아줘야 하는데? 하는 냉소나 돌아오지 않으면 다행이겠지요.


저는 인터넷 상의 공개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일 역시 하나의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일기장에나 쓸 법한 이야기라고 할 지라도 그것을 굳이 공개된 장소에 올린다는 것은, 그 글을 읽고 누군가 공감해주기를, 혹은 내 생각과는 다른 이가 반박해주기를 기대하면서 타인에게 '말을 거는' 것과 비슷한 성격이 아닌가 해서요. 때문에 공개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지켜야 할 예의는 상대에게 말을 걸 때 지켜야 할 예의와 근본적인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 다른 이와 대화를 할 때 어떤 부분에서 '뚜껑이 열리는지'는 개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저에게 있어서 가장 '뚜껑이 열리는' 부분은 이럴 때입니다. 누가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를 들고 와서... 그것 때문에 낑낑대면서 겨우 대답을 했는데, 상대방은 생업에 바빠서, 혹은 토익공부를 하러 다른곳으로 이미 휭 하니 사라졌을 때입니다. 열 받죠.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더라면 말을 꺼내지 말 일입니다. 대답을 바라면서 말을 걸었다면 성의있는 태도로 나의 대답을 기다릴 일입니다.


요즘 PGR자게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거슬립니다.

하고싶은 이야기만 툭 던져놓고 갑니다. 그러면서 어찌나 다른 사람의 무례에는 그렇게도 민감한지요.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어이가 안드로메다 너머 저 멀리 별의 바다로 사라져 보이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제 입장에서의) 예의는 지키지도 않은 주제에, 상대방이 뭐 하나 잘못했다는게 보이면 꼭 한마디라도 짚고 넘어가야 속이 시원하신가 봅니다. 어쩌면 그렇게 자기 잘못은 모르고 타인의 잘못에는 그렇게도 민감하십니까? 본인이 무슨 예의와는 동떨어진 행성에서 낙하한 존재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싶다면, 자기가 먼저 예의를 지키고 볼 일입니다. 물론 가끔 보면 예의를 지키지 않는 이에게까지도 꿋꿋이 예의를 차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이건 끝까지 예의를 지키는 분이 대단하고, 어쩌면 유별난 분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괜히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성문법으로 추정되는 함무라비 법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조항이 남아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나를 먼저 존중해주어야 나도 상대를 존중하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본능이 아닐지요.


'일기는 일기장에' 라는 댓글은 굉장히 무례한 댓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 냉소가 내 글에 가해졌는지부터 한 번 되돌아보심은 어떠할지요? 개인의 소회와 상념을 담담하게 풀어쓴 글에 '일기는 일기장에' 라는 말이 붙어있다면 그건 그 댓글을 쓴 사람이 되먹지 못했다는데에 저도 기꺼이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허나, 특정한 주제에 대하여 찬반이 오갈법한 글을 공개게시판에 올려두었는데, 바꿔 말하자면 찬반이 나누어지는 주제로 상대와 '대화'를 시작하였는데, 정작 글쓴이 본인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그 글을 읽고, 그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 사람이 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백 명 가까이 이르렀는데도 정작 글쓴이 본인이 자신의 발화(發話)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았다면, 그래도 과연 자신의 글을 읽어준 이에게 '예의를 다하였다고' 떳떳하게 이야기하실 수 있으신지요. 저는 그런 글에는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댓글이 나온다 할지라도 '당해도 싸다' 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댓글에서 예의를 지키기를 원하신다면, 본인의 글에서 먼저 예의를 지키심이 어떠할지요.




추신. 어떤 분은 자신이 직접 풀어서 이야기하기가 싫은지, 퍼온 링크 몇 줄로 자신의 이야기를 대체하려고 하시더군요. 참 궁금합니다. 몇 사람이나 그 링크에 들어가서 모든 이야기를 다 읽으리라 생각하십니까? 많은 PGRer들은 자신의 생업과 학업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시간을 링크 몇 줄로 빼앗으려 하시다니요. 그건 예의일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9/07/31 18:08
수정 아이콘
최근들어 의외로 발화에 대한 책임을 잘 모르는 듯한 분들이 많긴 하더군요.
09/07/31 18:10
수정 아이콘
요즘같이 삭막하고 험한 세상에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박카스500
09/07/31 18:11
수정 아이콘
최근들어 의외로 발화에 대한 책임을 잘 모르는 듯한 분들이 많긴 하더군요. (2)
꾹참고한방
09/07/31 18:1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 누르고 갑니다.
이기적인남자
09/07/31 18:13
수정 아이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것은 부끄러운게 아닌데 말입니다
09/07/31 18:21
수정 아이콘
이기적인남자님// 고인이 되신 그분의 명언 '맞습니다 맞고요'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요 ㅠㅠ
09/07/31 18:25
수정 아이콘
떡밥에 물리는 저희의 책임일지도요.... 던진 사람은 던지고 구경만 하지만 거기에 낚인 저희들은
논쟁이 산으로 흘러가지요. 끝나지도 않을 문제 가지고요.
권보아
09/07/31 18:28
수정 아이콘
가장 무서운건 무관심입니다.
마음을 잃다
09/07/31 18:54
수정 아이콘
PGR의 write버튼의 무게는 그 글이 가지는 내용에도 있지만 사후관리에도 역시 있다고 봅니다.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다면 그 의견에 대한 feedback을 수용하고 reaction을 하는것이 communication의 기본이니까요 추천합니다!!
화이트푸
09/07/31 18:56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PGR을 오래하지 않아서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논란이 될만한 글만 남겨놓고 정작 본인은 댓글을 안다는 글쓴이를 많이 접하는것 같습니다.(저 역시 개인적으로 해서는 안될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유저가 많아 지다보니 막말하는 사람의 비중도 조금씩 늘어가는것 같아서 짜증도 납니다. 막말이 단지 육두문자뿐만 아니라 비아냥거리거나 혹은 인신공격도 막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서스럼없이 말하는 분들 보면 가끔씩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이것또한 개개인의 막말의 기준차이가 있겠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자제하라함에도 불구하고 굳은의지(?)로 끝까지 뱉어내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앞으로 갈수록 예의에 대한 문제는 더욱 불거질꺼라 생각되는데(최근 어떤 글에서 윤리와 도덕의 불필요성을 언급해주셨던 분도 있었죠),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네요.
Eternity
09/07/31 20:54
수정 아이콘
나름대로 도발적인 글을 쓰려고 했는데 잘 안 먹힌걸까요.. 쿨럭.

책임을 다하려 책상 앞에 붙어있다가... 약속시간이 되어 나가봅니다.
오늘 일단 술에 죽은 다음(..)에 토요일 오전에 마저 책임을 다하러 오겠습니다. ;)
09/07/31 21:26
수정 아이콘
저는 그런 분들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사후 처리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쓰고 싶은 글도 못 쓰고 있는데요... 그 분들의 막가파적인 자세가 부럽기까지 합니다.
Bright-Nova
09/07/31 23:05
수정 아이콘
흐흐 너무 맞는 말이라 도발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군요.
추천하고 갑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886 [일반] 7월 31일 카라 정규 2집 컴백 영상 [22] 타나토노트3991 09/08/01 3991 0
14885 [일반]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07/31(금) 리뷰 & 08/01(토) 프리뷰 [25] 돌아와요오스2970 09/08/01 2970 0
14884 [일반] [진부한 내용] 우주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23] Whut!3838 09/08/01 3838 0
14883 [일반] 유진박씨 사건이 점점 대두되고 있네요. [9] Picture-of4796 09/08/01 4796 0
14881 [일반] 결국 캐논 DSLR 에서 떠나왔습니다. [45] Claire4079 09/07/31 4079 0
14880 [일반] PGR21 자유게시판에 대한 쓴소리 [61] 친절한 메딕씨5294 09/07/31 5294 18
14879 [일반] 원하시는분 계정 블럭해드립니다. [20] Toby4719 09/07/31 4719 2
14878 [일반] [기사]동방신기 멤버 중 3명 _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92] 달덩이5747 09/07/31 5747 2
14875 [일반] [인증해피] 런닝화도 한정판이 있다구요? 페가서스 신발이야기입니다. [13] 해피5139 09/07/31 5139 0
14873 [일반] 최근에 지른 엘범들.... [14] KARA3953 09/07/31 3953 0
14872 [일반] 현 정부, 집권 여당, 한나라당 칭찬 릴레이 [102] 사실좀괜찮은4454 09/07/31 4454 0
14870 [일반] 예의 [13] Eternity4626 09/07/31 4626 17
14869 [일반] [WOW] 현자. 그 두 번째 이야기. [6] The xian3794 09/07/31 3794 0
14868 [일반] 영국 보수당의 역사- 보수는 변화의 한 방식이다. [4] swordfish2905 09/07/31 2905 2
14867 [일반] 솔까말 [3] 체념토스3313 09/07/31 3313 1
14866 [일반] 두산베어즈의 역사 - 5. 항명사태로 얼룩진 1년 [4] 유니콘스4438 09/07/31 4438 0
14864 [일반] 2005년 9월 3일 이때까지는 그래두 전 정말 순수했나 봅니다. [2] 친절한 메딕씨3741 09/07/31 3741 0
14862 [일반] 이 쯤에서 다시 보는 박찬호 1997년 ~ 2001년 5년간의 스카우팅 리포트 [17] 친절한 메딕씨5050 09/07/31 5050 0
14861 [일반] 제발 영화사들... 영화 홍보랑 번역 좀 제대로 좀 하면 안 되겠니? [38] 홍맨5561 09/07/31 5561 0
14860 [일반] [스포주의] 오랜 시간이 걸려도 완결되지 않는 만화 중의 하나 '가이버' [22] Picture-of4646 09/07/31 4646 0
14859 [일반] [바둑] PGR 바둑 이야기 제육회 [10] 디미네이트3067 09/07/31 3067 0
14858 [일반] [인증해피] 해적판... 그 참을수 없는 유혹! [11] 해피4348 09/07/31 4348 0
14857 [일반] 한국은 아직도 군국주의의 표상 아닙니까? [54] Inocent4381 09/07/31 4381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