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보수당은 상당히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정당입니다. 17세기부터 유래 하였으며, 정식 정당 체계로 따져도 무려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당이죠. 이에 비견할 수 있는 정당은 한 때 라이벌이었던 자유당의 후손 자유민주당과 미국의 민주당 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라면 딱 망하기 쉬운 '보수'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도 보수당이 이렇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유에 대해 몇자 적어 볼
까 합니다.
사실 보수당은 '토리'라고 부르는 일개 파벌에 불과 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나오는 서인, 동인과 그렇게 다를 것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특별한 이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공통점이라면 친'스튜어트'왕가, 토지지주 중심, 비교적 가톨릭
에 관용적인 성공회교도라는 것입니다. 물론 실재로는 인맥과 지연 중심의 유망가 클럽이었만요.
하지만 현재는 영국의 제1야당이며, 가장 정당 체계가 잘되어있는 정당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 변화는 아주 놀라운
것입니다. 이런 파당의 대부분은 1840년대 일련의 혁명을 통해 귀족 정당을 비롯하여 거의 소멸되어 버렸기 때문입
니다. 그런데도 보수당은 살아 남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1) 시대에 맞는 변화를 했다.
보수는 '옛것을 지킨다'는 의미 입니다. 하지만 보수당은 커다란 사회적 변동에 맞게 자신을 변화 시켰습니다. 이는 인적
구성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귀족과 지주 위주의 인적 구성에서 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자 자유주의를 받아 들였
습니다. 또한 산업 혁명기에는 지주 중심에서 신흥 산업자본가, 상업가들을 지지자로 편입하는 성공합니다. 또한
대중의 시대가 도래하자, 대중과 무산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서 이들 역시 지지자로 끌어 드립니다.
사회주의가 나타나고 노동당이 등장하자, 이러한 변화 역시 받아 들입니다. 그 유명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비버리지
보고서가 나온 건 재미 있게도 '보수당' 수상인 윈스턴 처칠 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일 쇼크 이후 드라마틱한 경제적
변화 역시 빠르게 감지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가장 훌륭한 변화는 민주주의의 수용입니다. 결국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받아 들이면서 보수당은 민주주의 사회
에서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언제나 적절한 시기에 뛰어난 인물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는 것 역시 특이 점입니다. 소 피트, 필,
디즈레일리, 윈스턴 처칠, 마가릿 대처 같이 말이죠.
2) 변화는 하되 급진적이지 않아야 한다. 이게 보수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급격하게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이 보수당이 가진 최고의 미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점이 보수
주의가 가지는 매력이었습니다.
사실 가장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 나면 누가 피해를 볼까요? 물론 마르크스는 무산자들이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
밖에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주의 사상의 아버지인 버크가 언급했듯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일반 서민입니다. 변화의 소용돌이 가운데, 목숨과 가족까지 잃어 버릴 가능성이 크니까요.
이 점은 버크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싫어 합니다.
그리고 보수주의는 이러한 우리의 심리를 자극합니다. 안정된 삶의 보장이라는 이름으로써 말이죠.
하지만 변화는 거부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니까요. 단지 급격한 변화를 싫어
하는 것 뿐입니다.
3) 결과에 승복한다. 대의제의 테두리와 법은 준수한다.
그 유명한 선거구 개혁 운동 당시 만약 개혁이 이루어 진다면 지주 중심의 보수당은 불리한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개혁을 보수당 측에서 받아들여 결국 실행 됩니다. 그리고 이를 준수하게 됩니다. 대신 새롭게 당자체를 변화시켜
약점을 극복하려 하게 되죠.
이러한 사건은 그 유명한 '곡물법'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토론과 협의 통해 결과가 결정되면 이를 준수했
습니다.
결국 이러한 보수당의 모습은 결국 자신을 위해서도 옳은 행동이었고,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서도 옳은 행동이었습니
다. 안정을 희구하는 자신들의 지지층에게 자신들의 모습을 확고하게 각인시켜 줄 수 있었고, 괜히 강력한 반발을
사서 다수의 적을 만들고, 결국 당까지도 사라지게 만들지 않았으니까요. 또한 상대 정당과 이런 모습을 통해 정치적
신뢰를 쌓게 됨으로써 하나의 룰을 만들 수 있었으며,후에 이러한 룰을 통해 정치적 사항은 처리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초래
하는 등 많은 정치적 비용을 계속해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보수당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보수당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건 변화에 대한 자세 때문입니다.
자기 스스로는 꾸준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지지자를 꾸준히 확보하면서도, 자신의 매력인 급격한 변화를 싫어 하는 사람들을
지지를 계속해서 확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완만한' 변화를 통해서 말이죠. 그리고 그 결과 보수당은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보수당을 보면 보수의 기준은 경제나 정치적 자유와 관계된 이념 보다는 '변화를 받아 들이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념 정당의 경우 한시대가 지나면 점차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보수당은 그렇지 않습니다. 쇠퇴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센가 다시 부활해 버립니다.
반면 한 때 라이벌 자유당의 경우 자유주의 시대가 끝나버린 후에 급격히 몰락해 버렸습니다. 현재 라이벌인 노동당도
도대체 좌파가 갈길이란 란 무엇인가가지고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당은 그렇지 않습니다. 변화를 해도
그냥 거창하게 '제 3의 길'이라든지 사민주의, 좌파적 자유주의 같이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냥 '보수주의'란 말 한마디로
설명이 되어 버립니다. (신보수주의, 자유적 보수주의, 이런 말도 있지만, 결국 어느 정도 지나면 그냥 보수주의라고 말
합니다.)
아무튼 이 오래된 정당이 꾸준히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재밌어서 몇자 적어 봅니다. 여러분도 보수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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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빠이님// 유럽의 보수는 미국의 보수와 약간 다릅니다. 미국은 자유주의가 기본이지만, 유럽은 아닙니다.
영국 같은 나라도 자유주의는 많은 경우 좌파에 들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보수주의라는 게 하나의 이념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이야기 한거구요.
덧붙이자면 신자유주의는 약간 재미있는 사상입니다. 그냥 무식하게 이야기하면 경제는 자유주의 하고 정치는
권위주의 하자는 거에 가까우니까요.(신보수주의라는게 좀더 명확하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미국에서 있어서도 그리 오래된 사상이 아닙니다. 70년대 후반 부터 최근까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