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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19 15:55:04
Name Mong
Subject [일반] 남자이야기, 철거민, 사이코패스, 그리고 광주...
요즘 송지나 작가의 '남자 이야기'라는 드라마를 즐겨 봅니다.
연출이 아니라 작가를 강조해 놓은 것은 제가 송지나 작가의 '여명의 눈동자'를 제 생애
최고의 드라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죠. 암요, 최고고 말고요.


scene 1.

굴지의 건설회사의 후계자로, 아버지를 몰아내고 회사를 장악한 '채도우(김강우 분)' 은
지방의 어느 도시에 자신만의 신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명(!)도시' 로 이름붙인 이 도시에는 채도우의 눈엣가시인 철거민들이 있습니다.
채도우는 자신의 개발 사업에 방해가 되는 이들을 경찰과의 유착을 통한 용역깡패의 동원으로
비참하게 몰아냅니다. 아, 물론 이 과정에서 이들에게 저항하던 김신(박용하 분) 및 그의
동료들은 철거민을 선동해 개발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아주 악질적인 깡패로 몰리게 되지요.
채도우에게 항의하러 간 김신에게 채도우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5백만이면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한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럴 자신이 있어. 그 5백만에 못드는 인간들이나 칭얼대는거지.'
그 얘기를 들은 김신이 항변합니다.
'그럼 그 5백만 안에 못드는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되라고, 불도저로 다 밀어버리겠다고?'

어?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은데?


scene 2.

채도우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고 온갖 악행을 저지릅니다. 그리고
그가 저지른 악행들은 그와 유착한 '명도시'의 경찰에 의해 의도적으로 덮어지려 합니다.
이에 울분을 참지 못하던 김신에게 예전 채도우를 담당했던 의사는 채도우의 비밀에 관해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는 전형적인 싸이코패스에요. 감정이 없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양심이 없다, 이말이죠.
싸이코패스 하면 다 연쇄살인범 같죠? 천만에요. 양심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엄청나게 성공하게 됩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다 도구로 쓸 수 있는거죠.
조금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한채 말입니다. 아마 제 생각으로는 정치하는 사람이나,
금융에 종사하는 사람중에 사이코패스가 가장 많을겁니다. 좀 덜떨어진 싸이코패스나 사람
죽이고 그러고 다니는거죠.'

아! 그래서 그분들이?


Scene 3.

경찰과 용역 깡패의 진압으로 철거민 5명, 경찰특공대 1명의 소중한 목숨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에 관한 1만 500여 쪽의 방대한 검찰 수사기록 중 3000여 쪽이 재판부의
'열람등사허용'명령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거부에 의해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 이것도 드라마의 내용이냐구요? 아닙니다. 놀랍게도, 우리 주위에서 일어난
사실이라는군요.


맺으며.

영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국 최고경영자들의 인격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사이코패스의 특성과 일치하였으며, 임원으로 승진할 대상자들 가운데 3.5%가 사이코패스로
드러났다고 합니다.(두산대백과사전 발췌)

29년하고도 하루 전, 사이코패스 수준의 양심을 가진 인간이 권력을 지녔을 때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 무척이나 아프게(이렇게 밖에 표현 못하는걸 용서하십시오.)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코패스는 역시 사이코패스계의 거두 답게 유영철같은 조무래기와는 달리 이미
사형조차 극복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있군요.

하루 늦었지만 그 사이코패스에게 피해를 당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그 사이코패스와 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현재의 수많은 사이코패스들을 진심으로 증오합니다.
열심히 증오하고, 그 감정 잊지 맙시다.

다시한번 삼가 광주와 용산의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ps.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송지나 작가의 사회적 문제의식이 드러나
    있는 '남자 이야기', 한번쯤 보시면 재미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오늘 밤 PD수첩에는 용산의 비공개 수사기록 3000쪽에 대한 내용을 방송합니다.
    둘 다 연속으로 보려면 10시까지는 퇴근해야 할텐데, 이러고 있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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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am Chomsky
09/05/19 16:20
수정 아이콘
내조의 여왕의 인기 덕에 자연히 무관심 드라마로 전락해버린 '남자이야기'지만 흥미롭게 잘 보고 있습니다.
요즘 시대가 뒤숭숭해서 그런지 가벼운 드라마가 선호되는 가운데 무겁고도 어려운 주제를 잡은 드라마죠.
드라마를 보다 보면 내가 드라마를 보고 있는건지, 시사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지 햇갈리기까지 합니다.

등장하는 악역의 대사 하나하나가 참으로 듣기 거북하고, 혐오스럽고 현실의 한 단면을 보는듯해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명(?)도시, 철거민, 비리경찰서장, 정경유착, 주식비리까지 지금의 현실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송지나 작가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참으로 어둡기만 하군요.

여담인데 드라마에 나오는 시장 참 멋지더군요. 그런 분이 선거에 나오신다면 제 목소리가 쉬도록 선거운동 해드릴텐데 말입니다.
라이브
09/05/19 16:21
수정 아이콘
제가 드라마를 챙겨보지는 않아서 얼핏 봤는데요. 석궁테러 장면이 나오지 않나요? 그것도 어떤 사건을 풍자한 느낌이 들더군요.
Anti-MAGE
09/05/19 17:21
수정 아이콘
남자이야기는 여러가지 정치적인 내용을 복합적으로 다룬다는게 흥미진진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벌려놔서.. 이걸 어떻게 다 수습하고 끝낼지 궁금하더군요.

저도 초반부에는 참 재미있게 봤는데.. 갈수록 흥미가 떨어지는게.. 바로 주인공의 답답함 떄문이었습니다.

도대체 주인공인 김신은 누굴 위해 복수를 하는지 명확히 나오지 않더군요. 전 여자친구인 서경아 때문인가?? 아니면 죽은형때문에??

김신의 행동으로는 도저히 모르겠더군요. 반면에 악역인 채도우는 정말 매력적으로 그리더군요.

싸이코패스이자 야심가.. 그리고 항상 혼자이고, 외로운 설정...

주인공 캐릭터가 이렇게 외면받는 드라마는 정말 처음입니다. 차라리 채도우를 주인공 시켰다면 더 좋았을뻔 했습니다.
바스데바
09/05/19 17:49
수정 아이콘
이번에 김강우씨를 새롭게 보네요~
미치광이 연기가 아주 좋더군요~ 예전에 공공의 적에서 이성재의 연기를 보는듯한..
쭈너니
09/05/19 21:27
수정 아이콘
저도 남자이야기 즐겨봅니다.

거기서 채도우 역의 김강우씨~~정말 소름돋을 정도로 연기를 잘합니다.

그 싸이코패스 상태일 때의 그 눈빛..

지금은 그 드라마를 볼 때 김강우씨 눈만 봐도 섬뜩합니다.
infestedJay
09/05/19 23:59
수정 아이콘
제가 이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걸 사이코패스라 보기는 그렇습니다. 차라리 후흑학이라 불리는 두꺼운 낯이 더 어울린다 생각합니다.

사회적성공을 하고 싶으십니까? 좀 더 뻔뻔해지세요.
거짓을 말하다보면 자기자신도 속일 수 있다는 이 말이 오히려 어울린다 생각합니다.

정신적으로 심히 사회적 결여인 그들에게 오히려 미안한 얘기입니다.
미소천사선미
09/05/20 09:06
수정 아이콘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알았지만 사이코 패쓰라는 것이 우리가 아는 무차별 살인마 만이 말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싸이코패스의 일부만이 살인마가 된다고 하네요.

싸이코 패스는 쉽게 양심이 없다. 그러니 사람을 대해서도 보통사람이 느끼는 정, 사랑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한다.
싸이코 패스에게 사람이란 물건이랑 다른 것이 없다. 쓸모있으면 쓰고 쓸모없어지면 버리는...

드라마에 이렇게 애기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게 정확하다면 김강우씨는 정말 제대로 연기하고 있는 거네요.
미소천사선미
09/05/20 09:13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저도 남자이야기 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남자이야기를 보면서 참 놀랍더군요.

드라마이지만 정말 철거민 현장을 제대로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애,노인 구별없이 때리는 모습 하며 죄를 철거촌 사람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거 하며 소방차를 불러주겠다는 경찰서장하며,,,

아 씁쓸하군요...

그리고 남자이야기...
처음엔 주인공인 김신보다 채도우가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여기에서 매력적이라는 것은 인간적으로가 아니라 오로지 드라마속에 캐릭터로만 입니다) 김신 나오는 장면은 별로 재미가 없었는데 김신의 드림팀이 모여지면서 재미가 더해지더군요.
이제는 6회가 남았는데 그 다음회는 어떤 것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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