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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05 10:22
부모님에게 손주라는 유전적 영생을 안겨드렸습니다만 내 어깨의 무거움은 엄청나게 느껴집니다.
뱃속의 아이도 있구요. 지금은 나 스스로의 계발과 투자는 완전히 접은채 가정을 유지하고 먹고 살기 위한 나날만 보내고 있네요. 좋아하던 술 담배도 끊고 취미도 접었어요. 그토록 싫어하던 기계부속품같은 삶을 삽니다. 바램이라곤 딸애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은데 그게 가장 힘드네요.
15/04/05 10:26
올해 30대 후반에 접어듭니다.
작년부터 처와 딸을 데리고 해외에 나와 살고 있습니다. 딸이 취학 전이라 한시적으로 나와살다가 귀국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귀국하는 것에 회의적이 되어가네요. 얼마전 서울에서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지인이 온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교사라는 직종에 10년 넘게 몸담고 있지만 교육의 미래에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더군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미래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했습니다. 성공과 행복의 기준을 물질적인 것으로만 책정하는 한국사회의 가치관, 약자에 대한 배려는 커녕 가렴주구의 형태로 흘러가는 정부의 행태, 아울러 사회의 변화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인의 노력부족으로 치부하는 세대차이... 고향이 안산입니다. 새월호 사태이후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안산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공동묘지 수준이었지요. 한숨나오는 건, 안산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 조차 모이면 유가족을 정치세력으로 치부한다는 겁니다. 자식도 잃은 마당에 뭐가 아깝겠어, 나라 한번 뒤집어 보려는 거지... 아내는 이미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더군요. 장남인 저로서는 아직도 전통적인 한국의 가치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기에, 바쁘지 않은 시간에는 갈팡질팡하게 됩니다.
15/04/05 13:16
지금 어느나라에 거주하고 계신가요? 외국은 사회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은 올해 들어서 사회비관이 더 심해진 것 같아요. 무슨 사건만 터지면 '니가 노오오오력이 부족해서 이런거다.' 이런 식으로 비꼬기나하고
15/04/05 10:40
말만 통한다면 외국에서 사는것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아 한국에서 미래가 없어서 해외이민갈랍니다 하시는 분들은 외국나가면 한국보단 희망차고 밝은 미래가 있기에 나가시는 거겠죠?
15/04/05 10:59
바로 위에 해외에서 가주하고 있다고 댓글을 남겼는데,
비꼬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찝찝하네요. 적어도 한국에서보다는 사람을 사람처럼 취급합니다. 돈을 이유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도 없지요.
15/04/05 12:26
지난주에 제가 좋아하는 웹툰 작가 가스파드가
명언을 남겼더라구요. "사스콰치가 떠난 건 그 곳에 꿈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 곳에 꿈이 없었기 때문이지."
15/04/05 13:06
제가 2년전 5년간 다닌 직장을 옮긴 이유가 딱 이거였죠. 옮긴다고 내 인생이 크게 좋아지진 않겠지만, 여기에서는 죽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었네요. 좀 멋있게 포장하면 작가 가스파드의 말이 되겠네요
15/04/05 13:52
십자가 지셨네요 요즈음은 아갤러 님 같은 심정입니다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고 님께서는 외국에 있어서 다행인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는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오르죠
15/04/05 12:12
물론 제가 부모님과 정치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요즘은 부모님들께서도 당신들 자식세대에게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신 듯 합니다.
덕분에 2~3년 전만 하더라도 결혼과 출산, 양육 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저를 몹시 나무라셨지만 이제는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너 하나만이라도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십니다. 그런 태도의 변화가 저로써는 장남의 책임 등 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의미에서는 편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희망 하나로 70~80년대를 버텨오신 부모님 세대가 그런 부분을 포기하신 것으로 해석되어 어떤 의미에서는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사람은 희망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는데, 한국에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깊은 절망이 느껴집니다. 곧 다가올 세월호 1주기는 그런 절망의 상징이 되어 제 가슴에 평생 동안 남겠죠. 이 대목에 깊이 공감합니다. 한국은 이미 희망이 없는 나라가 된 지 오래죠. 비극과 절망과 추락은 이미 예고되었고 지금도 급속하게 진행중이라고 봅니다.
15/04/05 13:15
청년들은 가난하고 중장년층은 노후가 불안하고, 노년층은 자식들 손자들이 힘들어서 찾아오질 않으니 불행하고 ㅠ 일개 학부생이 잠깐만 생각을 해도 이 나라는 참 미래가 어둡습니다.
혹시 해외에 거주하시는 분 계신다면 그 나라는 사회 분위기가 어떤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15/04/05 14:38
박근혜 정부가 아직 3년 정도 임기가 남긴 했어도(아오... 암걸리는 소리가 막..;;)
그나마 딱 한가지 희망이 보인다면, 이제 박정희의 그늘이 걷히는 모양이 조금씩 보인다는 겁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가지고 있던 어르신들의 마지막 남은 한(?)은, 박정희가 그 뜻을 다 이루지 못하고 비명에 갔다는 것이고, 그 여한을 박근혜가 풀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 염원의 결과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이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얘기하시던 어르신들마저 박근혜 대통령을 욕하고 있다는게 함정이죠. 작금의 홍준표의 짓거리(?)도 어찌보면 최후의 발악처럼 보일 지경이고, 현재 장관들 중에서 일 제일 잘 하는건 황교안 법무부 장관 같아요. (권력의 개가 되어) 종북척결에 아주 큰 공을 세우셨죠. 크크크... 그리고나면... 어디보자... 여권에 인물이 누가 있나??? 과연 반기문 총장은 그들의 최후의 희망이 되어 줄 것인지?!!! 3년... 하아... 길다면 무지 길지만, 어찌보면 짧은 시간이에요. 일제강점기가 30여년이었고, 자유당 + 군사정권이 또 30년이었습니다. 그 세월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거에요. 3년 후면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져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15/04/05 16:38
저희 가정은 아니지만 한쪽 친척들, 형제 자매들이 다들 캐나다 삽니다.
분위기라 캐나다 분위길 여기서 잘은 모르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여유롭습니다. 여기서 하루에 12~13시간 일해도 좋으니 캐나다처럼 주5일 근무만 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한국에선 하루근무 13시간 토요일 없이 근무만 주6일. 남들 다 쉬는 빨간날도 근무가 당연하고 그래야 밥 먹는것이 당연한거고 그마저 나이 많으면 그런 일조차 얻는것이 어려운데 캐나다는 주5일이 당연하고 당연하고 물론 한국에서 막 건너간 영주권 없는 상태에서 하루 노동시간은 같더군요. 다른 얘기지만 사람의 노동력이 꼭 필요한 마트에서도 여기서는 한달 일요일 2번 휴무제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위기 이지만 캐나다는 전혀 그렇지 않는 분위기라고 할까요. 아무튼 우리보다 나은 선진국에서는 좋은 직종이든 나쁜 직종이던 주5일 근무가 당연하고 노동 강도도 개인의 자유시간을 보장하는거 그거 참 부럽더군요ㅜㅜ
15/04/05 16:44
한국에서도 주5일 8시간 근무가 당연한 직종도 많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는 직종도 많지요.
좋은 근무지도 경쟁이 치열하지만 3d 업종도 외노자들과 치열한 경쟁이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 그걸 누리지 못하니. 어쩌면 그당연한 것들이 당연한 것이 되는 나라를 위해서 살아가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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