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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04 23:09:52
Name 마술사얀
Subject [일반] 인공지능 이야기 1 - 소개
어릴적 만화영화를 보면서 저는 다른 친구과는 좀 다른 의문을 가진적이 있었습니다. 악당과 맞서 싸우는 정의의 로봇은 왜 죄다 
사람모양일까? 사자나 호랑이 모양으로  만들면 더 잘 싸울텐데. 의문은 점점 더 커져가서, 사자나 호랑이 모양도 아닌 그냥 팔 
다리 없는 삼각형이든 마름모 형태든 그저 싸움을 잘하는 형태의 움직이는 구조물을 만들면 될게 아닌가란 공상에 빠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보다 일찍 로봇 만화영화에 흥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훗날 에반게리온에서 나오는 사도들이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어릴적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전투로봇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웃음을 짓게 되었지만요.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사도들>

인공지능을 소개하기 앞서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시각의 편협함이 이와 매우 흡사하다고 개인적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은 말 그대로 인위로 만들어진 지능입니다. 웹스터 사전은 지능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웹스터의 지능에 대한 정의에 동의한다면 지능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도 동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 심지어 곤충들도 지능이 있는 셈입니다.

제가 지금 사소한 말꼬리 잡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동물과 곤충들도 지능을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수준이 아닌가란 반론이 있을 법 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다시 전투로봇이 과연 인간의 형태를 따라야 하는게 맞는가란 질문을 던집니다. 전투로봇은 사람과 비슷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과 비슷해야 한다고 믿습니다.인간의 사유방식, 두뇌활동은 과연 웹스터가 정의한 지능이란 활동에 최적화 되어 있는 것일까요?

인간은 운전이라는 지능활동을 합니다. 인간의 머리, 손과 발은 과연 안전, 속도, 경제성 등의 여러가지 기준에서 최적의 활동을 하고 있는걸까요? 기각. 인간은 미숙한 운전을 통해 수많은 사고를 유발하고 터무니 없는 비효율적 연료 소모를 하여 무의미한 시간을 도로에 쏟고 있습니다. 과연 인간의 지능은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이 추구해야 할 목적지일까요?

인간은 운전을 포함하여 수많은 지능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지능활동을 최적화하여 수행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기계속으로 들어간 인간의 지능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깍쟁이 처럼 말꼬리 물고 늘어지고, 그냥 그런가보다 넘어가도 될 이야기를 보는 사람이 짜증날 정도로 자세히 쓰고 있는 이유는 인공지능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결국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방법을 잘못 인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카루스 신화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날개를 이어붙인 밀랍이 태양에 녹는 바람에 추락하고 만 이카루스의 이야기는 인류가 비행에 대한 꿈이 얼마라 오래전부터 시작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이카로스의 추락',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 1636 작 

이 이야기에서 또 하나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은 날기 위해서는 새를 모방해야 한다고 믿어왔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방법론은 1784년 몽골피에 형제의 열기구 발명전까지 인류를 지배해왔습니다. 인간을 날게 하는 것은 날개가 아니라 공기라는 사실을 깨닫기 까지 수 천년간, 실패의 댓가를 치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개발을 위해서는 인간을 모방해야 한다는 믿음은 또 다시 헤아릴수 없는 큰 희생과 긴 실패의 시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아이러니하게도 상상력이 무제한으로 펼쳐지는 영화와 TV 탓이 큽니다. 그 위대한 작품성을 결코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블레이드러너, 공각기동대 등은 인공지능에 대한 협소한 인식을 뿌리내리게 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혼란의 시작은 놀랍게도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 입니다.


앨런 튜링(1912 ~1954)

앨런 튜링은 1950년 ‘기계도 생각할 수 있을까(Can Machines Think)?’ 란 논문을 통해 훗날 튜링 테스트로 불리고 있는 인공지능 판별법을 제안합니다. 구체적인 방법까지 밝히진 않았지만, 컴퓨터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 컴퓨터는 인간의 지능을 가졌다고 봐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근거하여 후대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튜링 테스트를 정립합니다.

"심판은 컴퓨터 2대가 설치된 방에 혼자 들어간다. 한쪽은 컴퓨터고 다른 쪽은 사람이다. 심판은 한 실험 대상과 다섯 번씩 컴퓨터 채팅을 통해 대화한다. 컴퓨터가 2대이니, 한 번에 모두 10번 대화가 오간다. 실험 1회차는 5분 동안 이뤄진다. 5분 안에 양쪽 컴퓨터를 통해 5번씩 채팅을 한 뒤, 심판은 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 쪽이 사람이라고 가늠한다. 컴퓨터가 전체 심판진 30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속이고 사람으로 꼽히면 그 컴퓨터 프로그램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다고, 달리 말해 인공지능을 지녔다고 인정한다."

약 65년간 난공불락의 성이었던 이 그럴듯한 테스트는 2014년 6월 함락되었습니다. 그동안 튜링 테스트를 관장해오던 영국 레딩 대학교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개발한 유진이라는 채팅봇이 드디어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발표를 한 것입니다. 이에 흥미를 가진 인공지능 학자들에 의해 재검증을 받은 결과 아쉽세도 유진은 흔한 채팅봇중 하나이며, 단지 이번 튜링테스트에 운이 따랐을 뿐이라는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유진의 성능을 성능을 떠나 이번 튜링 사태는 그동안 암묵적으로 공론화 되지 않았던 튜링 테스트의 근본적 문제를 수면위에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인간을 속일 수 있을만큼 교활한 채팅봇은 과연 인간의 지능을 가진 것인가?"
이 질문을 또 다시 이렇게 바꿔볼 수도 있겠지요
"인간을 속일 정도의 지능을 가진 채팅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지능을 구현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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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유산균
15/04/04 23:18
수정 아이콘
인공지능은 철저히 관리 통제해야 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무지하고 나약하고 어리석고 평화사랑 인간이 기계에게 자유를 주고 인류는 동물원에서 살게 됩니다.
minyuhee
15/04/04 23:40
수정 아이콘
제대로된 AI의 구현은 현재의 컴퓨터공학기술론 불가능하다고 봐요.
양자컴퓨터나 생체컴퓨터 등 지금과 다른 이론의 기술이 규격화된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마스터충달
15/04/04 23:57
수정 아이콘
인간을 속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일이긴 하지만, 그것은 어떤 제약에 한해서만 쉬워진다고 생각해요. (심리학을 악용하면 사기만큼 쉬운게 없죠;;)진정 인간으로 보이는 것은 그렇기에 어려운 일일 거라고 봅니다. 그 얘기는 튜링테스트를 뛰어넘는 인간과 진정한 소통을 이루는 인공지능을 판별할 더 진화된 테스트가 필요할꺼라는 이야기가 되겠죠.
닉네임을바꾸다
15/04/05 00:01
수정 아이콘
조건 수준 몇가지를 낮춰서 통과된거같긴 하던데...얼핏 뉴스 봤던걸로는...
캡슐유산균
15/04/05 00:07
수정 아이콘
인공지능은 철저히 관리 통제해야 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무지하고 나약하고 어리석고 평화사랑 인간이 기계에게 자유를 주고 인류는 동물원에서 살게 됩니다.
마술사얀
15/04/05 00:25
수정 아이콘
혹시 미래에서 오신건 아니시죠? ^^
F.Nietzsche
15/04/05 11:25
수정 아이콘
뭔 재미도 없는 답글을 두개씩이나...
15/04/05 14:43
수정 아이콘
이분 최소 황신의 추종자...
기러기
15/04/05 00:17
수정 아이콘
음.. 특정한 용도에 관해서는 '당연히' 인간의 지능을 구현할 필요가 없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운전의 경우 기계가 인간보다 훨씬 더 민첩하면서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가장 효율적으로 운전해서 연료까지 절약할 수 있겠죠. 허나 운전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하는 기계가 과연 요리도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답변하기 어렵겠죠.

다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답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인공지능은 '당연히' 감정같은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인공지능과 인간의 지능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을듯 하네요.
마술사얀
15/04/05 00:24
수정 아이콘
운전을 잘하면서 요리도 잘하는 인공지능이 필요할까요?
기러기
15/04/05 00:30
수정 아이콘
범용성과 전용성 이야기를 하면서 예를 든 것입니다. 글자만 읽는게 아니라 글을 읽어야죠.
마술사얀
15/04/05 01:09
수정 아이콘
네 제 구구절절한 제 본문보다 훨씬 간결하고 명쾌한 댓글이군요. 사람들은 범용적 지능을 기대하고 있으나 실제 인공지능은 특별 영역에 전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 개발되고 있죠.
15/04/05 03:55
수정 아이콘
인공지능에게 왜 당연히 감정이 필요없나요? 전 욕구가 없다면 소위 말하는 인공지능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기아트윈스
15/04/05 00:34
수정 아이콘
때마침 앨런 튜링 전기를 완독하고 리뷰를 남긴 참이었는데 피지알에 관련된 글이 있으니 반갑네요. 전기에 근거해 몇 가지 코멘트를 남기자면


1.

튜링 테스트의 구체적인 게임 내용이야 후대에 정립된 것이지만 그 뼈대는 이미 튜링이 구상했던 겁니다. 그 내용은 당시 튜링이 케임브리지와 프린스턴에서 친구들과 즐기던 게임에 기반한 것인데, 속칭 "남자여자"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각자 밀폐된 방에 들어가고 이 둘은 모두 자기가 진짜 여자라고 주장합니다. "심판자"가 이 둘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10차례의 질의응답 끝에 남자나 여자를 맞추는 게임이지요.


2.

튜링이 이야기한 "to think"가 무슨 뜻인지에 대해 더 정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뇌의 기능은 다층적이며 튜링이 생각한 "think"는 사실 그 중 특별한 일부 기능에 국한됩니다. 예컨대 수리논리학자답게 튜링이 생각한 가장 중요한(?) 측면은 수학적 계산과 추론 능력이었습니다. 예컨대, 튜링에겐 think란 체스를 두는데 필요한 능력 같은 것이었지요.

(실제로 최초의 컴퓨터가 세계 곳곳에서 하나 둘 만들어지기 시작한 그 극초기 단계에 튜링과 동료들은 일단 체스프로그램프터 짜볼 생각을 했답니다.)

이점은 당시 기계의 사유(think)가능성에 대해 튜링과 의견을 같이 한 지지자들이나 적들이나 매한가지로 인정하던 점이었습니다. 튜링 본인도 뇌의 감성적인 부분에 대해선 자신이 별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걸 BBC 라디오 토론에서 밝힌 바 있지요.
마술사얀
15/04/05 01:12
수정 아이콘
계산하는 능력. 체스 두는 재주를 think 라고 생각했다면 이미 우리는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어낸 셈이겠죠.
어니닷
15/04/05 00:52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글 잘보았습니다.
2편이 무척 기대되네요.

리플을 다는 리플봇도 하나 보이네요. 성능은 떨어져보입니다만..
15/04/05 01:09
수정 아이콘
최근(?)에 노유진의 정치카페 인공지능편을 들어봤는데,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도 나오고 처음 알게 된 것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아저씨들 떠드는 게 꽤 재밌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께 추천해봅니다.
http://www.podbbang.com/ch/7657?e=21598205
아리마스
15/04/05 02:11
수정 아이콘
인공지능은 반드시 나와야합니다.. 그래야 모니터 속에 제 여자친구가...
설탕가루인형형
15/04/05 15:18
수정 아이콘
아리마스님을 차버립니다OTL
조금먹기
15/04/05 03:31
수정 아이콘
제가 알기로 튜링테스트는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지능을 판단하는건데 인간의 뇌와 같은 기능을 가졌다면 그건 지능을 가졌다 판단하는거죠
유진도 보면 제한적 조건하에서 구별이 안 되는거지 그 조건을 풀면 인간과 다를껄로 예상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뇌와 같은 기능이 같은 채팅봇을 만들어낸다면 그건 지능을 가졌다고 봐도 되죠
프로아갤러
15/04/05 10:55
수정 아이콘
로봇이 인간형태를 띄어야하는건 아무래도 세상이 인간위주로 돌아가니까 거기에 맞게 생활하기 위해선 적절하게 인간형태가 나을지도 모른단 생각 해보네요. 가사도우미 로봇 기대해봅니다.
15/04/05 14:49
수정 아이콘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이라는 단어 자체에 답이 있죠.
과학자들이 만들고자 하는 것도 인공'지능'이지, 인공이성 (Artificial Rationality) 이나, 인공생명 (Artificial Life) 이 아니거든요.
즉,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리액션을 내놓는 것]이 인공지능의 전부입니다.
인간형 로봇이 만들어져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요. 근데, 그쪽에 엄청 집착(?)을 보이는게 요즈음의 일본(...)
회색사과
15/04/05 15:30
수정 아이콘
인간형 로봇.. 은 말 그대로 로봇 공학이라는 독립된 분야가 따로 있습니다.
로봇 공학에서 로봇이 무엇인가를 인지하고 처리하는데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이죠..
일본이 로봇 공학에 [특히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것에] 상당한 관심을 갖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일본에서도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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