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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27 01:27
죄송할 것 없습니다. 님은 충분히 열심히 살으셨고 그 기대에 부응하시지 않으셨습니까 ?
취직하신게 부모님께는 효도입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생길이 꼬여서 남들 처럼 보통의 길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15/01/27 01:37
어째서 제 얘기를 시라노 님이 알고 계시는지 라는 의문이 들만큼 보편적이고 서글픈 우리 자화상이네요 위로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시리노 님께서는 죄송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시라노 님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만 시라노 님은 결코 죄송해 해서는 안되는 분이십니다
15/01/27 01:44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이것 저것 희생하고, 자식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이것 저것 희생하는 게 일반화되어있는 게 한국 사회죠. 어떻게 보면 참 착한 사람들이 서로 위해주는 거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게 서로 희생해서 결국 누가 행복해졌나요?' 라는 질문에는 답하기 힘든 체제입니다. 아이러니죠.
15/01/27 01:54
저도 글쓴분같이 겁이 많아 모험적인 시도를 하지 않고 후회를 많이 했던 스타일인데,
요새 가끔씩 "우직하고 동요함이 없어서, 다른사람은 다 사라져도 너만큼은 항상 그자리에 있을것 같다" 는 소리를 들을때마다 이렇게 사는것도 나쁘지 않구나 싶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모험적이며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나야 할 필요는 없는것 같습니다.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자신의 습관이자 장점이면, 그것을 어필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조급해 하지 않는것도 일종의 용기인것 같습니다. 조급해져서 모험수를 두다가 성공을 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금 더 기다릴 용기가 없어 탈선한것이 되니까요. 다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너무 상심하실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15/01/27 02:26
확률가족이라는 전시물를 보고 왔었는데, 이삼십대의 인생은 사실상 부모의 연봉에서 결정되는 걸 보여주는 장치였습니다. 운동장 같은 곳에서 부모의 부동산과 연봉이 한쪽 벽면에 있고 다른 쪽에는 자식의 연봉을 써놓아 교차점에서 서면 주택담보대출금에서 부모의 노후자금을 빼고 시작하는 자본이 발판에 써있었습니다.
자식이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가야 바로 앞단계 부모의 자식 최저점과 비슷해지더군요. 이런 계층적 구조가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나타난 것도 아닌데 왜 자식과 부모 모두 서로에게 이토록 희생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되었는지 갑갑합니다. 부모 자식 관계가 한국만큼 분리되지 못하는 사회가 있는지, 정치경제적인 구조도 있지만 서로의 벽이 되어 가둬두는 문화심리적인 배경도 있는 것 같고 그런 것 같아요. 미친듯이 달려서 한발자국 옆으로 옮기려는 의욕이 어느날은 벽 앞에 부딪히는 절망이 되고 일어나기도 싫을 때가 너무 많습니다. 원망과 감사함이 계속 엇갈리고 기대와 실망이 하루도 안 쉬고 퍼부어지는 그런 고통의 삶인 것 같습니다. 무기력 앞에 무기력입니다. 힘내지 맙시다! 젠장!
15/01/27 09:09
대부분 겁이 많아
대학가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등등 남따라 하는데 저도 그렇게 했는데 돌아보니 또 그것말고 정말로 내가 꼭 해야하는 것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나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그때 대학가지 말고, 일 배워서 사업했어야 했나? 그때 결혼 하지 말고 혼자 살거나 산으로 들어갔어야 했나? 때로는 겁이 많아 큰 문제 없어 살지 않았나 생각도 해 봅니다.
15/01/27 09:11
사랑이란 조건이 없는 것인데, 자식을 사랑함에도 조건이 붙어버리니 힘드셨겠어요.
부모님도 성인이 성인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조건적인 사랑에 익숙해버리면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겁이 많아지고... 제가 겁이 많습니다.
15/01/27 13:51
제 얘기 같네요...
용기는 현재를 걸 수단이 아니라는데 깊이 공감하고 갑니다. 나는 다 자신있다며 서른이 넘어서 유학을 가고 대학원에 진학한 선배가 부러웠던건.. 저한테 없던 그 용기가 부러웠나 봅니다..
15/01/27 16:34
저는 좀 내키는대로 살아온 것 같은데..
어머니께서 저에게 너는 왜 상의라는걸 모르냐.. 라고 할 정도로 통보 위주의 삶을 살다가 마음대로 대학교 중퇴해버리고 살고싶은대로 살고 있습니다. 제 삶의 모토중 하나가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 라서 더 그런걸지도 모르겠고 성격 탓일수도 있습니다. 거절의 두려움이 큰 편이라 일을 질러버리고 통보해버리는 습성이 좀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뭐 이 길이 아닌것 같아서 중퇴한건 아니구요, 전공과 관련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지요. (하고싶은 것 좀 하다가 복학하려고 했는데 결국 사회에 먼저 나와버리니 복학이 힘들더군요..) 컴공을 다니다가 중퇴했지만 개발자의 삶을 잘 살고 있습니다. 고졸이라 연봉 때문에 속상한 일이 좀 많았지만요. 오히려 재무부장관님이 굉장히 '남들처럼', '일반적으로', '코스에 맞게' 모험없이 사는걸 추구하시니 맞추기 힘들다는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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