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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29 10:35:10
Name DavidVilla
Subject [일반] 사회 초년생, 직장 생활 1년이 지난 지금 드는 생각들
안녕하세요.
pgr죽돌이 DavidVilla입니다.

최근엔 거의 눈팅족으로 바뀐 관계로 글 올리기도 민망하네요. 자게에 글 남기는 것도 3년이 지났고 말이죠..
그래도 남기고 싶은 게 있어 살짝 발 담그고 갑니다.

오늘 제가 쓸 내용은 제목 그대로 직장 생활 1년이 지난 지금, 제가 느낀 것들입니다.
별 내용은 없을 듯하지만, 그냥.. 그냥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 글의 편의상 반말체임을 양해 바랍니다.)



- 부장님, 실장님 등의 내 윗분들은 사장님과의 트러블로 신 나게 욕을 먹고도 사장실을 벗어난 후 몇 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음을 보인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스킬이 대단하다. 그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퇴근할 때가 되면 회사 일도 다 잊고, 그저 집에 간다는 것이 좋은, 행복 그 자체의 모습이다.
  그들은 실수로 주차 딱지를 끊고 와서도, 지방에서 가방을 잃어버리고서도 웃는다. 입사 전, 작은 것에도 크게 반응했던 내 지난날들이 참으로 우습게 보였다.

- 직장 생활을 하며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평소에 나서는 편이 아닌지라 군대에서도 이 정돈 아니었는데, 일부 여전히 어려운 사람을 제외하면 누구와 만나거나 통화해도 크게 긴장되진 않는다. 직함은 있지만, 어차피 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니 굽신거릴 이유가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이젠 편하게 한 마디씩 건네는 것도 별로 두렵지 않다.
  그리고 목소리도 제법 커진 것 같다. 사무실에서 내 통화 소리가 크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땐 오히려 기뻤다. 예전엔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내 작은 목소리에 잘 안 들린다는 제스쳐를 취했었으니까.

- 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이 비록 쥐꼬리일지언정 행복하다. 적금 외에도 데이트 비용, 지인들과의 술자리 비용, 각종 선물 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다.
  하지만 돈이 생겼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었다. 과소비는 언제나 지양해야 한다는 것 또한 배웠다. 돈을 번다는 기쁨에 신용카드 하나만을 가지고 다녔던 입사 초기 카드 결제 금액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이젠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그리고 현금을 나름대로 알맞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주식 생각은 없다..)

- 회사의 명령과 결정이긴 하나, 생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국내에서도 많은 지방 출장을 경험했다. 근 30년을 살면서 처음 맞은 것들인데 앞으로의 인생에 큰 밑거름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과연 내가 공부한답시고 끝도 없이 책만 붙잡고 도서관만 다녔다면 이런 경험과 행복을 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오히려 지난 1년이 너무나 값져서 (되지도 않는) 공부를 중단하고 취업의 길로 뛰어든 게 전혀 후회스럽지 않다.
  물론 입사 후에도 앞으로의 날들을 위해 공부는 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이건 누구에게나 공통된 사실일 것이다.

- 나잇대가 비슷한 형, 친구, 동생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취업에 성공해 각기 다른 회사에서 돈을 벌기 시작한 2014년이었다. 나보다 두 배 이상 버는 지인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학력이 높고, 공부를 더 많이 한 것이 반영된 결과다. 그래서 그냥 인정하려 한다.
  그리고 행복에 있어서 돈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 또한 제대로 느꼈기에 묵묵히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끝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지금의 노력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늦고, 낮은 위치에서의 출발이긴 해도 내 끝은 지금의 위치와는 전혀 다를 테니.

- 현재의 계절은 겨울이지만, 내겐 봄이다. 암울했던 나의 과거를 모두 인정하고,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생겨 평생 처음으로 한 여인에게 고백을 했다. 그리고 우린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매일 같은 야근과 주말 근무 속에서도 이런 사랑을 키울 수 있었던 건 내 마음 가는대로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나와는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았던 '용기'라는 단어, 그것이 내게 왔다.
  나란 사람이 바뀌고 있다. 믿기지 않는 나날들이다.

- 내가 바뀌기 시작하니 부모님도 바뀌고 있다. 그동안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아들의 20대 시절을 그들 역시 함께 보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그렇다고 자랑할 만한 정도도 아니긴 하지만, 최소한 나의 삶은 지금 전혀 부끄럽지가 않기 때문에 그들 역시 변하고 있는 게 보인다.
  단적인 예로, 아들이 직장도 다니고, 여자친구와도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이니, 무뚝뚝한 아버지가 더욱 순해지고 있다. 희끗희끗해지는 머리카락과 더불어 웃음이 많아지셨다. 그리고 어머니를 배려하기 시작했다.
  아, 잠시 다른 길로 빠져서 어제 길을 가다 본 장면을 이야기하고 이어가겠다. 한 아내가 앞서 걸어가는 남편에게, "당신은 왜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날 무안 주는 건데! 항상 그래! 당신 자존심만 세우면 난 뭐가 되냐고!"하는 장면이었다. 거의 울먹일 정도로 소리치는 아내를 신경도 안 쓰고 걸어가 버리는 무뚝뚝한 남편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지나치는데 문득 예전 우리 부모님이 생각났다. '우리 아버지도 저랬었지.. 여린 어머니 맘을 참 몰라주셨었어..'. 난 그런 아버지에게 소리친 적도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지금의 내 아버진 그렇지 않다. 가족 전체에 해피 바이러스가 퍼졌는지 지금의 내 아버진 가족 단톡방에서 어머니에게 따뜻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또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도저히 보고 배우지 않을 수가 없는 모습이다. 나의 변화와 더불어 가족의 변화, 이 모든 게 긍정적이라는 것이 정말로 행복하다.

- 직장 생활 1년이 지났고, 회사뿐만 아니라 내 삶도 많이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먼저, 회사적으로 보면 매너리즘 극복이 최우선 과제인데,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더 발전하면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도 하기 싫고, 해야 할 일도 안 하는 경우가 잦다. 어려운 일이 아니니 잘 극복해서 2015년을 더 빛내고 싶다. 그리고 회사가 원하는 내 모습도 어느 정도는 깨달았으니 그것에 맞추는 게 현재로써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내 인생의 또다른 변화일 텐데,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결혼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버는 돈으로는 택도 없는 소리지만, 사랑하는 마음 잘 간직하며 경제적으로 더 나아진 모습(연봉 인상, 승진 등)을 갖춘다면, 1, 2년 내에는 어떻게 잘 되지 않을까 싶다. 노력 말고는 할 게 없는 인생이니까 계속 그렇게 해서 좋은 결실 맺고 싶다.



(##. 끝으로, 나이가 어떻든 지금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파이팅을 외쳐주고 싶습니다. 힘들 때일수록 좋은 생각 하면서 꼭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물론 저도 이걸 이겨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진 모르겠다, 하는 입장이지만, 1년 후에 바라보면 다 추억이고 자산이니까요. 같이 파이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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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4/12/29 10:39
수정 아이콘
좋네요.
SuiteMan
14/12/29 10:44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말그대로 인생 디벨롭 되셨네요!
dopeLgangER
14/12/29 10:45
수정 아이콘
저도 계속 공부하려다가 포기하고 작년에서야 취업한 입장이라 공감이 많이 가네요. 저랑 느낀바가 거의 똑같아서 깜짝 놀랏습니다. 앞으로도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14/12/29 10:49
수정 아이콘
1번이 정말 중요합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감정적 소모를 줄이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거든요. 단순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는 수준이 아니라, 타인의 공격적인 감정과 맞닥뜨리면서도 그 감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터득한 것입니다. 물론 그 방법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릅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자신만의 방법을 체득히지 못하면 사람이 황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씩 망가지고 부스러지다 끝내 풍화되어 버리기 일쑤입니다.
공허진
14/12/29 11:17
수정 아이콘
처음에는 적어도 월급이 들어오면 좋더군요
하지만 몇년을 해봐도 회사내에서 직급이던 급여던 제자리걸음이 지속되니 지치네요
스테비아
14/12/29 11:43
수정 아이콘
행복하게 사시는 것 같아서 좋네요. 행복한 시간이 오래오래 가길 바라며 추천합니다~!
다리기
14/12/29 11:59
수정 아이콘
월요일이라도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시점에 훈훈한 글을 읽으니 좋네요.
14/12/29 12:49
수정 아이콘
3개월차가 1년차를 바라보며, 저도 1년차땐 비슷한 회고를 남기고 싶습니다. 부럽고도 좋습니다.
...아 하지만 난 여자친구가 없지. 난 안될거야...
14/12/29 12:50
수정 아이콘
맨날 똑같은 직장생활이지만 그 안에서 점점 경험쌓고 연륜도 생기고 월급도 늘고 작지만 조금씩 성장한다는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게 직장인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인 것 같아요. 직장에서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생각나는 게 초심이라던데 항상 그 초심 간직하면서 직장생활하시길 기원합니다~
*alchemist*
14/12/29 13:12
수정 아이콘
디벨롭 되는걸 느끼신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몇몇점은 개선이지만 멘탈적인 면에선 아주.. 망가져만 가고 있어서 어허허.
14/12/29 15:32
수정 아이콘
돈이 없다가 수입이 생기기 시작하면 아주 만족스럽죠.
불안정한 생활에서 안정적인 생활로 접어드니까요.
맘 편히 치킨도 내 돈으로 사먹을 수 있고...
연애 할 때도 취업전에 비해 훨씬 멋진 남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지면서 안정성이 떨어지게 되는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전관리를 계획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투자로 수익을 보는 것 보다는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 습관을 들이시는 쪽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제피
14/12/29 16:04
수정 아이콘
저도 사회생활 5개월차. 늦은 나이에 시작했는데 보고 나니 마음이 좋아지는 글이네요.

잘 보고 가요. 무엇보다 치킨도 제 돈으로 먹고 비싸진 않지만 부모님 선물도 제 돈으로 부담없이 살 수 있어서 좋아요.

돈 차곡차곡 쌓아가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Cazellnu
14/12/29 16:45
수정 아이콘
나중에 지칠때가 오는데 (매너리즘포함)
저는 그때 아버지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뻔한 대답과 질책을 기대했는데 동질감, 감정공유를 하고 나서 더 좋아졌구요.

3~4년차쯤 되었을때 였을겁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생활과 궤도에 올라선 업무수행능력, 타향살이와 함께 새로울게 없는 일상등등에
머리속에 울려퍼지는 '아 이짓을 수십년더 해야되나... 막막하네' 이 생각을 하니 미칠것 같았습니다.
그즈음 명절때 고향을 가서 아버지께 (아버지는 근속 30년가까이 하시고 퇴직) 막막한 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사내자식이 약한소리 한다며 혼날각오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충격이었죠.
'사는게다 그런거다 임마' 이소리 하나에 아버지도 같은 감정이셨구나, 안고 살아왔구나 뭐 이런 동질감등이 느껴지며
더 회복하는데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부가적으로 좀더 깊은 이야기들을 아버지와 많은 대화로 할 수도 있었구요

괜시리 본문보고 옛날 생각나서 끄적여봅니다.
14/12/29 17:13
수정 아이콘
취준생입니다. 늦은 나이라 막연한 불안감이 더해지네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모습 부럽고 보기 좋아보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에바 그린
14/12/29 17:39
수정 아이콘
잘 읽고 조용히 추천 누르고 갑니다.
제10번교향곡
18/11/28 16:41
수정 아이콘
뒤늦게 읽었지만 댓글 안쓸수 없는 글이네요 새로운 환경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나를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글이라 더 가슴 벅차오릅니다 좋은 방향으로 성장해 나겠습니다 인생선배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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