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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2 23:00
덧붙이면... (쓰면서도 계속 뭐가 고구마 캐듯 줄줄이 떠올라서 계속 수정하게 되네요. 허허...)
한 명의 위정자가 나라를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위정자가 절제를 모르고 주색과 돈 혹은 쾌락을 탐하는 것이고(호해, 전한의 선제, 후한의 영제, 동탁, 유선, 조상, 수양제 등등 떠오르는 인물이 한둘이 아니군요)... 가장 대표적인 게 대규모 토목공사를 화끈하게 벌이는 것이겠네요. 돈이 벌려도 쓸 데가 없으면 돈 모으는 재미가 덜하게 마련인데 이러한 대규모 토목공사는 미친 듯이 돈을 흡입하는 수준이니 위정자가 돈 모으는 재미는 최고고 국고는 바닥나고 백성들은 아작나는 아주 쉬운 지름길이죠. 수양제도 그랬고, 백제의 개로왕은 바둑과(이쪽은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마는) 토목공사에 빠졌다가 박살, 동성왕도 무리하게 토목공사 벌이다가 칼빵 등등... 그러고 보니 후삼국 시대와 고려, 조선조는 대원군의 경복궁 증축건을 제외하면 무리한 토목공사를 벌인 케이스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충혜왕이 막장짓을 저질렀다는 건 세간이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만 토목공사를 벌였다는 이야기는 본 기억이 없네요. 중국이야 뭐... 시황제부터 시작해서 어디 한둘입니까... 멸망 직전의 나라를 되살리는 방법은 우선 신료들의 뜻을 하나로 모은 후에 내치를 정비하여 밖으로부터 쓰러지지 않는 나라를 먼저 만들고, 외교력을 동원하여 입지를 점차적으로 넒힌 후에 비로소 정복 사업(경제적이든 전쟁이든간에 말이죠)을 실행해야지, 무턱대고 정복부터 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봅니다. 흠... 소수림왕이나 성왕이 괜찮은 모델이 아닐까 싶네요(비록 성왕은 뒤통수를 맞아서 한강을 빼앗기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실패하긴 했습니다마는). 즉묵을 방어했던 제나라의 전단이 떠오르는데, 이쪽은 좀 격하고 정치적인 요소가 덜해서 그렇지, 즉묵을 방어하는 사람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게 만드는 데에는 그만한 인물이 없다고 평하고 싶군요. 이렇게 사령관과 병사, 왕과 신하가 일치 단결해야 바로 작살내지 못하고 상대방도 지구전을 택하게 되고, 지구전은 버티는 입장에서는 분명히 고통스러운 전략이지만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분명히 막장 단계에 들어서 가는 나라를 구원할 만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죠. 그 옛날 한니발에 맞서 싸웠던 파비우스 막시무스가 그랬고, 독일 최고사령부가 전장을 휩쓸면서 불과 넉 달만에 병력 손실 200만을 돌파해 버리는 개막장 핀치에 몰렸으면서도 뻗딩기고 또 뻗딩겨서 결국 전쟁을 승리로 이끈 소련의 사령관들이 있죠(개인적으로 스탈린은 그 양반만 없었으면 인력 손실이 2천만이 아니라 그 절반, 아니 1/4 정도에 불과했을 거라고 생각해서 승리의 주역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뜻을 하나로 모은다는 예를 근시대에서 찾아보면 이런 게 있겠네요. 미국이 기지개를 켜서 세계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먼로 시점(그 때는 소위 Era of Good Feeling이라 하여 화합의 시대라고도 했었죠)과 남북전쟁으로 내부의 찌그락째그락하는 갈등이 일단락된 이후의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한 나라가 막장 단계에 들어서기는 쉬워도, 그걸 일으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죠. 그러니 길게 봐야 하는 거구요. 그래서 이런 문제에서는 개인적으로 소수림왕을 최고로 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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