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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2/22 16:41:27
Name azurespace
Subject [일반] 마른 하늘에 날벼락.
오늘 2014년 콩월 콩일. 하늘이 나에게 시련을 준비한 것 같다. 사실 오늘은 기숙사 퇴사일이다. 그러나 나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4인 4실을 그대로 신청했고, 연장입사도 함께 신청했기 때문에 이사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멀쩡하던 배가 마치 잘못된 육회를 먹은 것처럼 싸르르 아파오기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폭풍 러시를 시전하고 나온 나는 뭔가 불안함을 느끼며 학교 사이트에 들어갔다. 이런 젠장, 뭔가 잘못되었다.


분명히 4인 4실을 신청했는데 당첨된 것은 6인 3실이었다. 4인 4실은 거실을 끼고 있지만 개인실이 하나씩 있는 구조이고, 6인 3실은 2인 1실 방이 세 개 달려 있는 구성이다. 어쩐지 기숙사비가 싸다 했어. 4인 4실은 가장 비싼 방이고 6인 3실은 3인 1실 다음으로 가장 싼 방이다.


4인 4실이 안 되면 차라리 탈락을 시켜서 원룸을 알아보게 하면 될 것인데, 6인 3실으로 합격을 시켜둔 것이었다. 아, 젠장. 꼬였구나. 당장 오늘 짐은 싸서 나가야 되는데, 당장 오늘 잘 방도 없으니 꼼짝없이 6인 3실으로 가야 할 판이었다.

사실 우리 학교 기숙사는 엄청나게 비싸다. 근처 원룸도 싸지 않지만 원룸에서 사는 것과 별로 차이가 없을 정도니까. 굳이 기숙사에서 사는 이유가 룸메이트 없이 혼자 살 수 있다는 건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때리다니... 이제 10시 출근해서 10시 퇴근한 후의 유일한 낙인 스2 하기도 힘들겠다 싶다. 기계식 키보드의 소음은 솔직히 매우 크다.


어쨌든 12시 전에 나가야 하니 부랴부랴 짐을 즉석에서 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로 배정받은 방이 현재 살던 방과 같은 층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복도에 짐을 방치해두고 열쇠를 기숙사에 반납한 다음, 밥은 먹어야 하니 학교 밖으로 나왔다.


점심을 먹고 입사 시간이 돼서 운영실에 갔다


"XXX호 누구누구요"

"아, XXX호 C번이시네요"

뒤적이더니 열쇠가 지금 없단다.


배정받은 방에 가보니 외쿸인이 'Oh, this is your room? Sorry~' 라며 꼬부랑말로 씨익 웃으며 말한다. 거기서 실랑이하고 싶지 않고, 그래 뭐 금방 싸겠거니 하고...

한시간동안 멀쩡한 방과 짐 냅두고 밖에서 떨다가 들어갔다.


운영실에는 키가 여전히 없댄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그 시옷쌍기역이 열쇠를 반납하지 않고 자기 나라로 쓩 날아가버렸다.

하지만 나는 스2 테란 유저다. 이 정도 일로는 멘탈이 흔들릴 리가 없다. 이런 건 프로토스님을 상대로 아 이번엔 어떤 은총을 내려주시올까 고민하는 상황에 비하면야 뭐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난 오늘 하루만 인종차별주의자 할란다. 후....

학생 알바들은 그냥 멀뚱히 서서 오는 사람에게 열쇠만 주고 있었다. 니들 이등병이냐?
그래서 나는 스스로 운영실 직원을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지금 없어진 열쇠들을 복제하러 갔으니, 일단 짐을 풀어두고 나중에 내려오란다. 마음엔 안 들지만 계속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으니 그러마고 했다.


C호랬지. 일단 방은 비었으니... 외국인들이 살던 방이라 암내가 좀 나네. 일단 창문을 열고, 빗자루로 먼지를 쓸어내고 물걸레질을 쓱쓱쓱. 깨끗해진 방을 보니 상쾌하다.

그러고 나서 짐을 풀었다. 라텍스 매트리스를 깔고, 커버를 씌우고, 이불을 놓고, ...

옷가지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서 컴퓨터까지 설치하니 이사 끝!


짐을 풀어놓고 보니 베란다에 눈이 갔다.


우리 학교는 유교적 전통이 어쩌구 하면서 기숙사 이름도 인, 의, 예, 지, 신으로 지었다. 그 중에서 내가 살고 있던 신관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로, 의관 예관에 살고 있는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대학원생과 외국인이 신관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비싸다.

신관과 다른 관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용 샤워장과 세면장, 화장실을 사용하는 구 관들과는 달리 각 방마다 공용 거실공간이 있고 거기에 화장실과 샤워장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 밖으로 굳이 나오지 않더라도 샤워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무한 이기주의의 장이다. 생각해 보라, 자기 개인 공간은 청소할지언정 누가 공용 공간을 청소하겠는가. 당연히 화장실과 세면장은 엄청나게 더럽게 마련이다. 그나마 세면장, 화장실은 사는 사람들끼리 합의해서 치우는 경우도 있겠지만, 방에 딸린 베란다는 청소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내가 본 베란다 역시 그런 수많은 신관 베란다 중 하나였다. 틀림없이 건물이 지어지고 나서 약 5년, 아무도 청소를 하지 않은 듯, 베란다는 아예 먼지로 새까맣게 뒤덮여 원래 깔려 있는 타일 색이 뭔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새로 산 걸레로 닦아 보았다. 불쌍한 전우는 타일 하나도 채 닦지 못하고 전사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은 세제 물티슈였지만, 이 역시 까맣게 달라붙은 얼룩만 늘어날 뿐, 별다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그냥 이 쯤에서 포기했어야 했는데, 오기가 생겼다.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쓰레기통이었다. 그래, 쓰레기통에 물을 받아서 물청소를 하자! 군대에서도 내무검사 직전이 되거나 해야 한번씩 했던 물미씽을 혼자서, 직접, 완전 수동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빨래용 액체 세제를 살짝 풀고, 빗자루 하나와 쓰레기통 하나를 들고 열심히 뿌리고 닦고 문질렀다. 그러기를 십여 분, 드디어 까만 먼지층은 거의 사라지고 이제 물기만 마르면 될 것 같다. 물은 빗물 나가는 배수구로 흘려보냈으니 끝.

반짝반짝해진 베란다를 보니 정말 보람차다.

피지알에 청소 수기를 올려야징 하고 열심히 이 글을 쓰다가 시계를 보니 네 시.

어라, 운영실이 닫을 수도 있겠는걸. 나는 황급히 운영실로 향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열쇠를 받고 방에 돌아왔다 뭐 그래도 방이 깨끗해졌으니 주말 하루 날린 건 감수해야지.
그리고 난 충격적인 것을 알아내고 말았다.


내 방은 C,D번 열쇠로 열리는 B호였다.
방 번호가 ABC면 열쇠엔 1234로 붙이던가 해라 좀.


지금 다시 이사하러 갑니다. 다음 학기에도 기숙사를 신청하면 제 성기를 잘라 인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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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초코렛v
14/02/22 16:48
수정 아이콘
굉장히 허탈하셨겠는데요?크크 그래도 전 기숙사가 있다는 사실이 부럽습니다. 서울쪽은 이제서야 기숙사가 캠퍼스 저 멀리 하나 완공되었는데 그나마 여학생 전용 기숙사로 사용된다고 해서 기숙사생활은 생각도 못해보는 현실이라는게 흑흑
azurespace
14/02/22 16:56
수정 아이콘
원룸이 이백배는 편하니까 부러워하실 것 없습니다. 통금도 있는걸요. 대학원생이라 예외지만...
윤가람
14/02/22 16:48
수정 아이콘
크크 공약이 많이 쌔네요
azurespace
14/02/22 16:57
수정 아이콘
반드시 원룸으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후...
王天君
14/02/22 16:49
수정 아이콘
..모가지를 거셨으니 어디 한번!!
azurespace
14/02/22 16:57
수정 아이콘
까짓거 장기 자랑 한번 하죠 뭐!
14/02/22 16:52
수정 아이콘
자체 중성화 수술인가요...
azurespace
14/02/22 16:58
수정 아이콘
할복도 스스로 하기 힘들면 도와준다 하는데, 그 때엔 patoto님이 와서 도와 주세용.
14/02/22 17:07
수정 아이콘
흐흐
흔치않은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2/22 16:53
수정 아이콘
저희학교 기숙사도 저렴한 가격 월 50만을 자랑해서.....
무려 주변 원룸보다 비싸다는 말도 안되는 기현상을 보여주죠 ㅠㅠ
azurespace
14/02/22 16:54
수정 아이콘
심지어 이 방엔 베란다도 없네요

아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4/02/22 16:55
수정 아이콘
성기를 거신 걸 보니 솔로시군여
azurespace
14/02/22 16:58
수정 아이콘
쓸 일도 없는 것 같은데 괜한 성욕만 불러일으키니 제거해 버릴랍니다 후샏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4/02/22 17:01
수정 아이콘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4/02/22 16:58
수정 아이콘
캡쳐해놓겠습니다...인증샷 기대할게요 ^-^
azurespace
14/02/22 16:59
수정 아이콘
원룸이나 아예 전셋집 하나 계약해버릴 생각이라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_^
치탄다 에루
14/02/22 17:09
수정 아이콘
안 자르시게 되면, PGR에서 남자친구를 준비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힘내세요 ㅠㅠ
azurespace
14/02/23 10:18
수정 아이콘
왜 남자친구입니까!?
14/02/22 17:35
수정 아이콘
어 우리 학교신가보네요? 수원 캠퍼스? 인의예지신으로 지을 학교라면 우리 학교 밖에 없을 듯 해서..
azurespace
14/02/23 10:19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긴 하죠
lawmantic
14/02/22 17:50
수정 아이콘
명륜은 기숙사마저도 (크흡)
행정은 어딜가나 문제군요.
인의예지신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도 좀 지켜주시길..
azurespace
14/02/22 18:30
수정 아이콘
군대도 일 처리를 이런 식으로 하지 않겠다 싶은 경험을 학교에서만 몇 번을 하는 건지...
에스터
14/02/22 17:51
수정 아이콘
성갤의 그 아주르셨군요.
기숙사 1,2학년때 살아보고 그냥 하숙이나 자취가 답이라는걸 깨닫고 그냥 나왔습니다.
운영이 그렇게 막장인데 자리가 없어서 난리니 참...
지금도 그 약대교수님이 기숙사 총괄하시나요?
azurespace
14/02/22 23:20
수정 아이콘
약대 교수님인지는 모르겠네요 누가 됐건 혁신이 일어나기는 힘든가봐요
우주뭐함
14/02/22 18:20
수정 아이콘
캡쳐해야겠네요.
아 그리고 프로토스 상대하면서 멘탈 흔들리지 마세요. 제가 보기에는 밸런스가 아니라 그냥 님의 마음 탓입니다.
기아트윈스
14/02/22 18:34
수정 아이콘
흔들리는 것은 깃발도 바람도 아니오. 당신들 마음이오.
azurespace
14/02/23 10:20
수정 아이콘
프로 경기승률 9:1인데 밸런스 탓이 아니라니 후덜덜
어차피 상대 프로토스보다 내가 잘하니까 흔들릴 일도 별로 없습니다
이승훈
14/02/23 12:22
수정 아이콘
아주르님. 혹시 이 분한테 돈 빌렸다가 떼먹으셨나요.
azurespace
14/02/23 13:56
수정 아이콘
크크 만원 이상의 돈을 누구에게 빌려본 적이 없네요.
이제 그냥 또라이 같은 양반 상대하지 않으려구요
14/02/23 18:21
수정 아이콘
저도 우연히 중계불판 본적있는데 이 정도면 좀 심각하신데요? 진짜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미워하시는지 이해도 안가지만,
특정한 회원이 남기는 글마다 따라다니면서 이러시는거 보기 너무 안좋습니다. 여긴 게임중계불판이 아니에요. 보통 인터넷에서 특정한 사람이랑 크게 의견이 충돌해서 한바탕 키워를 하면 '난 저사람이랑 이제 상대 안할거야'가 보통 수순 아닙니까. 안맞으시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세요. 이런 식으로 해버리시면 다른 피지알러들 보기 불편합니다.
14/02/23 19:06
수정 아이콘
차에 쌓이 눈을 다 치웠더니 내 차가 옆차더라 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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