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0/01/22 14:13:41
Name 쉐아르
Subject [일반] 재수를 결심한 대학생입니다. (재수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안녕하세요. 눈팅만 하던 유저인데 처음 write 버튼을 누르는군요^^;

올해 수능을 친 고3 분들 이제 원서 결과가 나오고 있겠네요. 그게 벌써 1년이 됐다니 참 기분이 싱숭생숭해요.
작년을 생각해보면 참 기분이 복잡하네요. 지방에 거주하는 터라 인서울 여부, 간다면 과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가면 또 나중에 뭐해야 하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냥 재수할까? 뭐 이런 고민들. 누구나 그런 고민 한번 안해본 사람은 없지만 말이죠.

그 때만 해도 제가 재수할 의지가 없었습니다. 고등학생때도 전과를 하고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그럭저럭 결과에 만족하면서 대학에서의 첫학기를 보냈습니다. 주변사람들 특히 저희 어머니는 계속 반수를 권했는데도 전 요지부동이었죠. 결국은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 않으시고 거기서 열심히 하라고 하셨어요. 뭐 그런 이유인지 몰라도 돌연 방학 때 바깥에 좀 나갔다와라고 하셔서 방학 때 한달정도 해외로 배낭여행을 갔다왔습니다. 여행사를 통해 팀을 짜서 자유롭게 다녔습니다. 참 많은 걸 보고 들었습니다. 1달동안 야간열차에서 서로 부대끼고 생활하면 서로에 대해 참 많은걸 알게 되죠. 고정되어 있던 제 생각에 화두를 많이 던져줬습니다.

여행도 갔다오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그냥저냥 여름방학을 보내고 2학기에 돌입했습니다. 2학기 되니까 갑자기 캠퍼스 공기가 왜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찜찜했습니다. 뭔가 부족했죠. 과 친구들과 얘기도 해봤습니다. 같았습니다. 아 뭔가 아니구나 싶었죠. 일단 돌이킬 수 있는 건 없으니 전전긍긍하면서 2학기를 계속 보냈습니다.

중간이 지나고 수능이 끝났습니다. 재수한 친구들도 만나보고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기말고사 시험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을때 덜컥 신종플루에 걸렸습니다. 2주 쉬었습니다. 집에서 방안에 틀어박혀서 계속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결론이 안났습니다. 일단락을 짓고 기말을 쳤습니다. 방학이죠. 또 고민했습니다. 균형은 깨졌지만 두려움이랄까 그런 것이 많이 남아있었죠.

돌연 서점에 갔습니다. 최근에 필이 꽂혔던 김어준 총수님 관련 책을 찾아봤습니다. '거꾸로, 희망이다' 라는 책을 샀습니다. 김어준 총수님이 나오는 파트를 먼저 읽었죠, 제 기대와는 다르게 질문을 하시고 정혜신님이 답변해주시는 강의를 책으로 옮긴 형식이었습니다. 주제가 나와 내가 아닌 것의 경계를 묻는다였나요. 클린턴의 슬로건을 패러디한 '바보야 문제는 자아회복'이야. 뭐 이런말이 기억에 남네요.

자아회복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아는 것' 자아회복을 위해서 필요한 건 자기대면. 자기대면을 위해서 필요한 건 '자기감각에 충실하라는 것' 제 경우를 대입시켜보면서 책을 계속 읽었습니다. 본능적으로는 여기를 가라고 외치고 있는데 계속 망설이고 있는 제가 보였죠. 어떤 청중분이 질문을 합니다. '자기대면을 자주한다고 자부하는데 내 본질이 타고난 건지 아니면 만들어진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끊임없이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고민해봐도 답이 안나오고 결국엔 낙담한다'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거기에 정혜신님이 해주신 말이 결정적이었죠. 저한테요.

"생각 안에서 결론을 내려고 하면 결코 끝이 나지 않아요. 그러니까 젊은 시기에, 뭐 나이 들어서도 내가 원하는 것, 찾는 것을 만나기란 쉽지 않죠. 맞는 답을 탁 정확하게 찍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쪽이든지 일단 가보는 것, 실행해보는 것, 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감각으로 체험하다보면 명확해지고 단순 명료해져 누가 복잡하게 얘기해도 흔들리지 않고 그냥 내가 느낄 수 있는 겁니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죠. 그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사람이 가장 건강하고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거죠. 누구나 100%의 확신과 조건을 가지고 시작하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자기감각을 애써 무시하고 선택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한다는 것 아닐까요? 그 선택이 설사 시행착오로 끝난다해도 아예 선택하지 않아 나중에 가보지도 못한 길에 대한 후회를 남기는 것보단 나을겁니다.

전 아직 20대 초반에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기에는 부끄럽기만 한 애송이지만 혹시나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신 분에게, 특히 수능이 끝난 고3분중 재수를 고민하시는 분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기감각에 충실하라고, 재수를 스스로 해야한다고 느낀다면 하면 됩니다. 막연한 두려움에 우물쭈물하면 결국 자기만 손해죠. 재수를 주변에서 권하는데 자기가 싫다 싶으면 일단 안하는게 좋습니다. 그래야 거기 대학생활에 집중하든 아니면 저처럼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돌아올 수 있어요.

이건 저한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우물쭈물하다가 시간만 보내지 마라고, 300일도 안남았습니다. Just do it을 실천할 때죠.
제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1년 뒤 다시 이글을 열 때 자랑스러울수 있도록.

7차 교육과정 마지막 수능입니다. 올해 고3 올라가시는 분들, 재수하시는 분들 (물론 n수도) 모두 화이팅하시고 좋은 결과 냈으면 좋겠습니다^^

P.S : 리쌍록은 거부하기가 참 힘드네요 그래도 참아야죠. 이제동 선수 화이팅!!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리콜한방
10/01/22 14:21
수정 아이콘
지금부터 빡세게 달리면 힘빠지실텐데....
유 경험자로서 말씀드립니다.
민죽이
10/01/22 14:24
수정 아이콘
올해 재수했고.. 삼수를 해야하나 고민하는 학생입니다.
생각보다 수능 점수는 안나왔고 1년 재수해서 원하던 대학을 못가게 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재수를 하고 보니 1년 고생을 더 하기 싫은 마음이 큽니다.
친구들에게 재수할때 꼭 내년에는 같이 놀러 다니자고, 월드컵도 같이 보자고 했는데...
그래도, 결국 안정으로 써놓은 대학 가서 후회하고 나중에 다시 도전할까봐
삼수를 하는쪽으로 마음을 기우는 중입니다..ㅜㅠ
휴.... 이 글 읽어보니 더욱 삼수를 해야할거 같네요!
재수와 다르게 삼수하게 되면 나이가 2살차이가 나니 찜찜하네요..
예전에 피지알 댓글중 나이 많은것도 나중에 취직에서 안좋다고 한것 같은뎁..휴.. 고민입니다
방랑시인
10/01/22 14:25
수정 아이콘
벌써 반수, 재수 하시는 분들 자기다짐글이 올라올 시기인가요. 힘내세요. 유경험자로서 지금부터 빡세게 달리면 힘빠지십니다. (2)
10/01/22 14:32
수정 아이콘
저도 재수 해봤지만
빡센 각오와 다짐보다는
매일매일 그냥 꾸준히 불편하지 않게 하루도 쉬지않고 하는게 더 중요한거같아요. 괜히 불타올라서 자기한테 중압감 주기보다는 조금조금 매일매일 쉬지않고 쌓는게 중요한 느낌..? 잘 되셨으면 좋겠네요! 화이팅이요
Psy_Onic-0-
10/01/22 14:33
수정 아이콘
리콜 한방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빡세게 재수한답시고 새해 시작하자 마자 1월 1일부터 달렸었는데..
(고3 수능끝나고 재수하려고 할떄 삼수한 과외형이 힘빠진다고 충고했는데 그떈 무슨말인지 몰랐죠..)

빠르면 4월 초, 늦으면 5월 쯤에 슬럼프가 옵니다..(전 5월초쯤..) 제가 사람을 안만나면서까지 해서 그런지도 모르고요..

한번 공부리듬이 삐끗하니까, 좀 많이 어긋나더군요..(전 독학을 했었습니다. 글쓴분꼐는 학원을 추천해 드립니다..)

학원들이 개강하는 시점인 2월 중순쯤부터 하는게 적당하다고 하더군요..

재수 하신다니까 그냥 이 한말씀만 드리고 싶네요...

지금 가지고 계신 마음가짐을 변함없이 수능떄까지 가져가셨으면 합니다... 조그만한 것(모의고사 등등요..)에도 흔들리지 마시구요..
10/01/22 14:35
수정 아이콘
3월부터 빡세게 달려도 수험생들이 일반적으로 지칠때가 되면 결국 지칩니다.
가을쯤 되면 목표를 두고 1~2월에 집중해서 다져논 기본기나 약점보완이 있다 가정할때 오히려 든든하게 될거라 생각하네요.
물론 대책없이 마냥 열심히하면 바보같은거고요.

근데 참 수능과 공무원시험은 실패했을때 아무것도 남는게 없는 시험이라는게 딜레마 같네요.
파이팅~

PS:전 수능은 스타트 2개월 마무리 2개월 그리고 옵션으로 여름시즌 약점보완 약 한달 그러니까 약 120일~150일이
결국에는 공부한게 남는 시즌이고 여기서 갈린다 생각하네요. 나머지는 열심히 해도 열심히 안해도 별티가 안나는것 같고요.
10/01/22 14:38
수정 아이콘
저도 유경험자인데.. 이시기엔 좀 편하게 지내셔도 큰지장 없을거에요..

저같은 경우에는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 다니기 전인 1월부터 2월중순까지 9개월치 놀걸 미리 다 놀아놓았습니다.

개강한 이후부터는 뇌수막염때문에 결석한 2일 빼고는 방학 주말 포함해서 수업이든 자습이든 학원에서 안보낸 날이 없었죠..
10/01/22 14:50
수정 아이콘
전 8월부터 달렸는데도 지쳤었는데;;;
릴리러쉬
10/01/22 14:53
수정 아이콘
화이팅요
응큼한늑대
10/01/22 14:59
수정 아이콘
주위에 재수하는 친구들 선배들 많았어요.
군대 제대 한 후에 재수하는 친구도 봤었죠.
시기는 중요한게 아닌거 같아요. 내가 이것을 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중요하죠.

다만, 경험자로써 딱 한마디 해드리고 싶은것은
고 3때 공부했던것 두배 이상 공부할 자신이 없다면 하지 않는게 낫다. 라는 말입니다.
재수를 통해 좋은 기회를 잡은 사람도 많지만 오히려 실패를 경험하고 더 위축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너무 너무 많거든요.
아무쪼록, 힘든 결정하셨으니 꼭 좋은결과 있길 빕니다. ^^
양산형젤나가
10/01/22 15:20
수정 아이콘
성공률 10%는 현실인데 10%가 되시길
전 재수때는 10%가 되었는데 무휴학삼수땐...어흑.

힘내세요.
10/01/22 15:21
수정 아이콘
수능이 평소보다 많이 안나온 고삼입니다. 학교는 합격했는데 부모님께서 너무 실망하셔서(전 만족하는데!) 고민중에 참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좋은 결과 보시길 바랍니다.
한승연은내꺼
10/01/22 15:47
수정 아이콘
저같은경우엔 애초에 성적이 너무안나와서 부모님께서 그냥 제성적보다 훨씬높은곳지원한번해보고 재수하라고하셔서..재수햇지만 결국 시망..역시 재수는 하고자하는 의지가잇는사람들이 성공하는것같습니다 제주위를봐도 그렇구요 그런의미에서 쉐아르님께선 꼭 하실수잇으실겁니다 화이팅!
10/01/22 16:17
수정 아이콘
저는 자신의 성적에 만족을 못해서 재수를 한 것이 아니라..
가, 나, 다군 전부 떨어져서 부득이하게 재수를 한 것이라 재수를 결심하는 분들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 되네요.
지금 다잡은 마음 수능 칠때까지만 가지고 가세요// 그럼 100% 성공입니다. 화이팅!
카오스와반수
10/01/24 14:55
수정 아이콘
저도 이번에 무휴학4수 도전하는데...정말 재수삼수 ..N수 정말 힘듭니다.
불꽃남자
10/01/25 04:06
수정 아이콘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건, 처음과 끝의 한결같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시간은 충분하니 여유를 가지세요. 규칙적인 생활 그리고 습관, 이게 핵심입니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밥먹고, 공부하고, 휴식하고 다시 하루를 정리하는 등. 이는 수험생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겁니다. 보통 감정기복이 심하고 슬럼프기간이 긴 수험생들을 살펴보면, 대개 불규칙적인 공부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령 공부를 안하더라도 자신의 리듬에서는 벗어나면 안됩니다. 그리고 휴식은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게 뇌를 깨끗하게 정화시켜주기도 하구요. 단, 그 휴식이 그 다음 공부시간 혹은 다음날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하면 안됩니다.

노력만 한다고 모든것이 이루어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력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건승하십시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9065 [일반] 더 킬러스 내한공연 취소.. ! (내용 넣었어요..ㅠㅠ) [16] 여자예비역3814 10/01/22 3814 0
19064 [일반] 화성인 바이러스 IQ 187... [63] ThinkD4renT15758 10/01/22 15758 0
19063 [일반] 이정훈 선수의 연봉조정신청이 결국 구단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30] 노련한곰탱이4128 10/01/22 4128 0
19061 [일반] 재수를 결심한 대학생입니다. (재수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16] 쉐아르3820 10/01/22 3820 0
19060 [일반] 음.. 저는 사기를 당한 것일까요?.. [49] 김군이라네7695 10/01/22 7695 0
19059 [일반] Boa, 일본 7집 앨범 발매(수록곡 리스트 추가했습니다) [21] 달덩이4416 10/01/22 4416 0
19058 [일반] 중앙대학교 구조조정 이야기 [37] 임요환의DVD5563 10/01/22 5563 0
19057 [일반] 도토리 해킹당했습니다 [19] 쵸비4820 10/01/22 4820 0
19056 [일반] 당신의 돌고래를 유괴하겠다 [11] 롤랑바르트6745 10/01/22 6745 0
19055 [일반] 옛날 이야기. 축구선수 윤정환 [11] 시지프스4241 10/01/22 4241 1
19054 [일반] '도쿄 여우비'라는 드라마를 아시나요? [15] firstwheel4356 10/01/22 4356 0
19052 [일반] 그날도 이렇게 비가 내렸다. [14] nickyo4108 10/01/22 4108 0
19047 [일반] 반 니스텔루이 [18] NecoAki4573 10/01/22 4573 0
19046 [일반] 충격의 추노6화 [63] 부엉이7734 10/01/22 7734 0
19045 [일반] 박지성 - 정말로 위기인가 혹은 해마다 반복되는 관심끌기기사인가 [33] 아웅4316 10/01/21 4316 0
19044 [일반] 다신 당하지 않겠다라고 하면서도 결국 지갑을 여는 SM의 상술 [69] GrayEnemy7308 10/01/21 7308 0
19043 [일반] 가수 양파 아시죠? [33] 큰사람8209 10/01/21 8209 0
19041 [일반] 카데바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네요 [27] Zwei8368 10/01/21 8368 0
19039 [일반] 도대체 멀 원하는지 모르겠네요.. [11] 죽은곰5028 10/01/21 5028 0
19038 [일반] [∫일상] 그냥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 13 [8] Shura3158 10/01/21 3158 0
19037 [일반] 영화를 고르는 기준과 영화한편 추천... [30] ThinkD4renT5482 10/01/21 5482 0
19036 [일반] 1997년의 노래 세 곡 [21] 늘푸른솔5353 10/01/21 5353 0
19034 [일반] [펌] 어느 며느리의 고백 [22] 쉬군6083 10/01/21 608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