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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19 14:36:57
Name Crom
Subject [일반] 5·18 30주년 기념 말러의 ‘부활’ 서울공연 퇴짜 ‘유감’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00119021009


A.
pgr의 글쓰기 버튼을 무겁게 여겨 어지간해선 글을 잘 안씁니다만..
민주-_-시민이자 클래식 애호가로서, 그리고 518을 직접 겪으신 어머니를 모시는 아들로서,
너무 아쉽고 속상한 기사가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B.
잘 모르실 분들을 위해 기사의 전말을 소개해 드리면,

올해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 30주년을 맞이하여
새 지휘자 구자범씨와 좋은 연주를 많이 들려주고 있는 광주시립교향악단이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 교향곡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5월 18일에 전남도청에서 연주가 계획되어 있구요.
서울에서의 공연을 위해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 신청서를 냈으나
"공연 의도"와 교향악단의 실력을 철저히 검증한 결과 탈락했다는 내용입니다.


C.
긴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과연 객관적인 기준에서 심사 탈락한 것인지 의문이 있을 뿐이고,
실제로 광주시향이 엄격한 객관적 기준에 의해 탈락했다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D.
이 와중에 전씨는 팔순 잔치를 성대하게 했나보더군요.
김현중씨가 화제에 올랐던데 이래저래 씁슬합니다.

진심으로 광주시향을 응원합니다.
5월 18일이 평일이라 보러갈 수는 없겠지만 좋은 연주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서울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E.
여담으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자면,
(여기서 부터는 클래식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만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 손에 꼽는 명작으로 평가되며
특히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교향곡"과 같이 합창이 쓰인 5악장은
무한 감동의 쓰나미를 몰고 오는 엄청난 힘이 있는 곡입니다.

피날레의 합창 가사를 옮겨 적어보면

Aufersteh'n, ja aufersteh'n
부활하라, 부활하라

wirst du, Mein Herz, in einem Nu!
한 순간에 부활하라 (직역하면 내 영혼이여 한순간에 그리 되어라.. 정도)

Was du geschlagen,
그대 죽음을 이겨내고 (직역하면 상처입은 그대여)

Zu Gott wird es dich tragen!
그대 신께로 나아가라

보시는 바와 같이 매우 종교적인 가사로 받아들이실 수 있겠습니다.
광주시향에서는 이번 연주를 위해 한국어 번안을 하면서 종교적 색채를 최대한 배제했다고 하는군요.


F.
굳이 우리 삶에서 종교의 의미를 찾아보자고 하면 (저는 종교가 없으며,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후, 곧 죽음 이후에 대한 보상 (예를 들면 천국에 간다든지, 다시 사람으로 윤회한다든지)이 목적이 아닌
현생에서의 현실적인 보상을 위한 자기 안식을 취하는 측면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지금 어떠한 고통을 받든간에
치열하게 살고 당장 내일 죽을 듯이 오늘을 살면
언젠가 그 보상은 극한의 카타르시스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정말로 내일 죽더라도 오늘 눈감을 때 그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라는게 이 교향곡의 주제가 아닐까 하는게 제 생각이구요.

따라서 치열한 1980년 5월 18일을 보내고 눈 감으신 분들의 정신을
되돌아 보는데에도 큰 의미가 있는 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부활하라. 부활하라. 라고 반복하는 부분에서
문자 그대로 죽음을 두려워 말라 너는 다시 신에 의해 부활할지니 라는 속삭임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껴라. 그리고 열정적으로 행동하라! 는 무언가의 외침을 듣습니다.


G.
끝으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말러 2번 연주 중 매우 유명한 전설의 레전드 영상을 올려드립니다.

사이먼 래틀 경의 지휘, 버밍햄시티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
말러 교향곡 2번 5악장 피날레 부분입니다.
현재 배를린필 상임인 래틀경의 지금을 있게 한 그 연주입니다.

혹시 전반부가 지루하신 분들은 3분 55초쯤 부터 들으셔도 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_HpWDQsNJ3k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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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zellnu
10/01/19 14:52
수정 아이콘
말러라고는 천인교향곡밖에 모르는 클래식 초짜지만
공연의도라는 부분에서 참 ... 에휴...
이뭐 할말이 없습니다.
10/01/19 15:10
수정 아이콘
공연의도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광주시립교향악단의 레벨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대충 올해 들어서 연주예정만 살펴보니
문제가 되는 구석은
협연자들 대부분은 오디션을 통해서 뽑는 것 같더군요.
그 협연자들의 레벨이 좀 낮은 것 같습니다.
실력 자체의 레벨보다는 경험적 레벨의 의미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말러의 교향곡 2번을 광주에서 하는 것으로 나와있는데,
메조소프라노 부분은 미정으로 되어 있더군요.
이래서는 대관이 될 가능성은 낮겠죠.
몽달곰팅
10/01/19 16:30
수정 아이콘
그런데 참 웃긴게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은 전속 오케스트라나 오페라단이 없습니다.
(서울시향이 세종문화회관의 전속 오케스트라가 아닌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1년 스케쥴로 전속 오케스트라나 오페라단이 거기에 자신들의 공연을 정기적으로 하는 시스템이 전무한 우리나라에서 속된 말로 아무나 돈만 주면 거기에서 공연이 가능하죠. (그래서 인순이 공연 거절하면서 내건 이유가 코메디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대관이 충분히 가능한 곳에서 어떤 의도로 대관 신청을 거절했는지는 지금 현실에서는 상당히 삐딱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교향악단의 수준을 철저히 검증해서 내린 순수한 결론이라면 별다른 반박을 하기 어렵지만..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보고 난 다음에 기겁한 저로서는 딱히 저들이 수준 운운할 정도나 되나 싶습니다;;
(아...그때 아이다의 처참함이란....ㅠㅠ)
소인배
10/01/20 10:24
수정 아이콘
한국 오케스트라는 뭐 이제 시궁창이죠... -_-;
10/01/20 11:16
수정 아이콘
에효, 나름 구자범씨 팬인 저로서는 씁쓸하네요.
구자범씨께서 광주시향을 이끌고 지휘하는 건 못들어봤습니다만
그 전에 몇 연주회는 참 매력이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베를린필이나 그런 것과 비교해서는 아무래도 연주실력이나 기타등등이 부족한 면이 있지만
매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 큰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구자범씨 유럽 잔류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오셔서 이런 저런 좋은 의도의 공연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광주에서의 공연은 잘 치루어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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