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런 얘기를 현실에서 들었다면 "거~ 남자가 도둑놈이네~" 라던지 "여자가 돈보고
만나는구먼"
라며 편견 섞인 시선을 보내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영화 '페어러브'도 50대와 20대의 사랑이라는 설정만을 보고 그들의 사랑얘기
를 자극적 소재로 흥미를 끌려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아요. 보통 이런 소재들의 이야기들은 극 성향 자체도 자극적
인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50대 남자를 유혹하는 20대의 섹시한 여자도 없고, 20대
의 여자를 돈으로 유혹하는 50대의 남자도 없어요. 그저 한 남자와 한여자의 (우리 모두
가 그러하듯이) 서툰 연애가 있을뿐이죠.
영화는 말합니다. 사랑을 하는데 나이와 국경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그저 예쁘면 된다고...
그렇기에 남은이의 "아저씨 예뻐요" 라는 대사나 형만의 "남은이는 섹시해" 같은 대사들
이 과하지 않고 귀엽게 느꼈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예쁘다고 하는것과 남자가 여자를 섹시하게 느끼는 것이 주변인들에겐
닭살로 비춰지지만 당사자들에겐 당연한것처럼... 그게 50대와 20대의 사랑일지라도 거창
한 무언가가 있는것이 아니라 그저 남녀의 모습일 뿐이었습니다
"아저씨 인생도 아저씨한텐 한평생이고, 제 인생도 저한텐 한평생이에요. 왜 아저씨만 손
해본다고 생각하세요?" - 극중 남은의 대사
그렇죠. 남은도 형만도 그들의 시간을 같이 공유하는 평등한 관계입니다. 형만이 늙었기
때문에 또는 남은이 젊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손해를 보는 관계가 아닌것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는 사랑을 하는 연인들에게 치환시킬수 있을 것 같네요. 그도 그럴것이 형만과
남은의 관계는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이 영화는 언뜻보면 별세계의 이야기 같지만 들여다 보면 내 주위의 얘기를 하고 있는거
같아요.
나 혹은 내 주위의 누군가가 사랑을 시작할때 저러했지. 저렇게 미숙했고 저렇게 티격태
격했지.라고 고개 끄덕여질만한 공감가는 이야기라는 거죠.
영화는 나이를 강조하지 않고, 주위의 반대 또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건 나이 같은건 중
요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중요한건 형만과 남은의 감정이고, 그로인해 변화해가는 형만
의 모습이기 때문에...
'페어러브'는 사실 사랑이야기라기 보단 한 남자의 성장이야기라고 보는게 맞을거 같아요.
자신의 공간에서만 생활하던 폐쇄적인 남자가 어떤 자극(남은)을 받고 변화해 가는 모
습. 이 모습을 자세히 그린게 '페어러브'인 셈인거 같네요.
그렇기에 극에서 남은은 주인공이지만 또한 주인공이 아닌것 같고요.
남은은 형만을 변화시키는 촉매의 역할이 강해 보였거든요.
그리고 '페어러브'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는 그들의 마지막을 자세
히 그리지 않는거 같아요.
이 부분은 많은 관객들에게 의아함으로 남을거 같은데, 아마도 대다수 관객들은 초중반까
지 재밌었는데 끝이 너무 허무하다거나 이해하기 어려웠다라고 얘기할것 같네요.
그건 아마도 '페어러브'를 사랑얘기로만 봤기때문이 아닐까요?
'페어러브'에서 관객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꽤나 많았던거 같습니다.
'나이차가 많은 사랑은 그렇지 않은 사랑과 다른 모습인가?'
'두려움은 변화의 단절이다. 모든 죄악과 고통은 두려움에서 시작하는게 아닐까?'
'뭐든지 어떤면에선 50:50이다. 사랑안에 두려움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두려움을 극복하고 시도해 보는건 어떨까? '
물론, 제가 '페어러브'를 보고 느낀점일뿐 이게 정말 말하고자 하는 바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감독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이유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를 저는 모르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극에서 생각할 꺼리가 있고, 그게 자신에게 어떤 궁금증
을 던진다면 그걸로 좋은게 아닐까 하고 말이죠. 화자에게서 떠난 이야기는 청자에게 맡
겨진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할지는 온전히 청자의 몫이고요.
그런면에서 전 '페어러브'의 다소 어정쩡한 엔딩이 좋습니다.
한번이라도 극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더 되뇌어 보려 하는 자신을 봤기 때문이죠.
'페어러브'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였어요.
기회가 되는대로 보고 있는 점도 그렇기 때문이죠.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두번. 시사회로 한번. 그리고 영화관에서 한번.
보면 볼수록 감탄하는 부분도 많고(사진 수리공인 형만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영화 전반
이 스틸카메라식의 구도로 찍혀 있는 점이나 마치 사진을 넘기듯 음악 비트에 맞물려 변
화하는 화면등은 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극 전반에 흐르는 음악도 참 좋기
때문이죠.(곡수는 매우 적은데 은은하게 깔려서 극 전반을 살려주고 있어요. 너무 노래
전체를 활용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그런 점이 또 좋게 보이는 건 아무래도 좋은 영화
를 보게 된 감동의 산물이 아닐까 싶네요.)
전체적으로 '페어러브'는 참 사랑스러운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재밌는 영화이기도 했고요.
상영관이 마흔여개라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운 '페어러브'.
상업성이나 대중성에서 경쟁이 안된다고 판단한걸까요? 조금만 더 크게 걸렸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영화를 보고 즐길수 있을거 같은데 그렇게 되지 않은 점이 참 안타까울
뿐이네요.
형만과 남은의 귀여운 사랑얘기를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힘들다는 점은 참 안타깝습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훈훈한 웃음이 지어지며 관객들의 반응도 좋은 영화라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습니다.
아직 이 영화 '페어러브'를 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한번 봐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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