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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15 09:25:29
Name Who am I?
Subject [일반] [잡담] 몇가지 마음이 쓰이는 이야기.
가볍게 그리고 얕게.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1.
저사는 동네에는 새벽에 기습적인 큰 눈으로 또(!) 난리가 났군요.
또다시 택시로 출근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주말이니 월요일에는 정상적인 도로상황으로 돌아오기를 빕니다.

올해 반복적인 큰 눈과 한파로 난방비도 후덜덜하고, 교통비도 후덜덜합니다.
절대적으로 늘어날 생활비에 조금 마음이 무겁지만,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주 초에 큰 눈이왔을때 엄여사님이 그러시더군요.
'이상하지...이렇게 눈이 왔는데 누가 얼어죽었다는 얘기가 없어...'
순간, 덜컹-했습니다.
막히는 길에, 올라가는 택시미터만 보고 동동거리는 사이에
누군가는 이 길에서 죽었을지도 모르는데..아니, 죽지는 않았더라도 정말 죽을만큼 힘들텐데..

물론, 한껏 시니컬한 척 하며
'언론에서 다루지 않으니까. 그 전에 아무도 관심이 없으니까, 통계를 내지 않으니까. 없는거지.
신경쓰지 않으면 없는거야'
라고 주억거리는 했지만 정말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에 놀랍고, 서글펐습니다.

각종포털에서 마구잡이(?)로 선정(!)해서 올려주는 인터넷 기사만 몇개 클릭해서 보고는 하는데...
오늘에서야 프레시안에서 관련 기사가 떴더군요. 무언가 한참 부족하고, 밋밋하기 짝이 없는기사였지만.

강남 아파트 값이 얼마가 떨어졌는지는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데...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지.
하다못해 어느 연예인이 어디를 고쳤는지는 전국민이 알아야하는 것 처럼 마구 떠드는데...

하지만 이런 생각과 안타까움도 잠시고,
어쨌든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는 미터기는 겁납니다. 저도 유리지갑 직장인일 뿐이니까요.


2.
이준기씨의 드라마가 어제부로 끝났습니다.
솔직히...마지막회 라는것을 알고있었지만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가 갑니다.

마음이 무겁거든요.

그래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은 최소한 열린 귀와 열린 눈으로 기억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했는데.
그정도를 하기에도 부족한 사람이라서인지...
그 드라마가 말하는 가상이 마음을 참 무겁게 했습니다.

톡까놓고말씀 드리면, 좋은 연기자와 좋은 의도가 있다한들
그것이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건 아닐겁니다. 좋은 드라마-라고 하기 에는 부족한게 너무 많은 드라마였으니.
하지만....대중 문화라는 것이 현실을 토대로 민감하게 눈을 부라릴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농담이지만, 작품에 관여한 모든 분들이 별 피해없이(?) 다음 작품을 했으면 합니다.


3.
며칠전에 이곳에 도시괴담과 같은 이야기가 올라왔었지요..
그 모든 글들이 전부 거짓이라고는 절대 할수 없을만큼, 흉흉한 세상입니다.

덕분에 엄여사님은 늘 걱정이 많으시죠.
(...절대 자그마하지 않은 당신의 자녀를 누군가 휙-집어서 그대로 들고 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십니다.;;)
언제나 처럼 미드 수사물을 tv에 틀어 놓고 딴짓을 하고 있었는데, 옆에 앉으시더니

'저런것들 좀 그만 만들었으면 좋겠어. 자꾸 저런걸 보니까 모방범죄 같은게 생기고
자꾸 일깨워주는 거라고.'
'뭐...그런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수 없지만, 그래도 환기 시켜주는 것도 있어'
'그게 뭔데?'
'본능에 따라 거절해야 한다는 것. 상대의 친절을 거절해도 괜찮다는 것.
싫은 건 싫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같은것들. 아무도 그걸 가르쳐주진 않거든.'

저도 말해 놓고나서 깨달았습니다.
누구도 '친절한 상대'를 향해서 '거절'하는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걸요.
누구도 '나의 거부'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는 걸 말이지요.

우리는 엄격한 서열 사회에 살고 있고,
윗 서열에서 베푸는 친절에 대해서 '거절할수 없는'것으로 배워온답니다.
아이들에게, 여성들에게- 말이지요.
하지만, 나쁜 사람들.. 위해를 가하는 이들이 처음부터 '나쁜 얼굴'을 하고 다가오는 일은 없죠.
착하게 웃으면서, 친절하게 속이면서 다가옵니다.
그렇지만...뭔가 그 웃음이 불편하고, 그 친절이 싫은 느낌일때가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싫다-라고 느끼게 되는 그런 순간.
조금 더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누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각박하다고 저를 손가락질 할지도모르지만...

저는 많은 이들이 '불편한 친절'을 거절할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잡담이 깁니다.
말이 늘어지는 군요. 아침부터 이런저런 잡생각에...주절거렸습니다.
^^;

좋은 하루, 행복한 주말 되시고- 눈이 많이 옵니다. 무사히 출퇴근 하시기를 빕니다.(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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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예비역
10/01/15 09:33
수정 아이콘
서울 언제 오시는 거에요~~ 기다리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조심조심 잘 다니세요~~ 엄여사님 걱정 하십니다~
10/01/15 10:45
수정 아이콘
싫은 걸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세상..참으로 괴로운 것이지요.. ㅠㅠ
어떤 사람에게 좋은 것이 반드시 다른 누구에게도 좋은 건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가끔 불편할 때가 있어요.
눈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시길..
ps. 서울 언제 오시는 거에요~~ (2)
pathology
10/01/15 19:50
수정 아이콘
혹시 동사하는 사람이 없는건 아닐까요. 요 몇년 사이 노숙자중에도 동사자가 없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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