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알 가족 여러분 새해 떡국은 많이들 드셨습니까?
오늘 악마의 똥가루가 많이도 내렸다더군요. 다행히 잠시 충남에 내려와 있어서 여긴 좀 덜합니다만, 내일 서울갈 생각을 하니 조금 심란해 지네요.
이제 막 이십대 후반이 될랑 말랑한 나이가 되었습니다만 한해한해 지날때마다 한살먹는것이 정말 싫은 일 이 되어 갑니다. 며칠전 스펀지에서 `프랑스에선 나이 먹는게 싫어 신년 반대 시위를 한다`라는 내용이 조금은 공감이 갑니다. 뭐 그래도 신년이 오지 않으면 정명훈 선수 스타리그 첫우승도, skt의 프로리그 2연속 제패도 볼 수 없을테니 그래도 새해가 오긴 와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열흘만에 두살이나 늘어 버리니 이 공허한 마음을 어찌 달래야 할지 알수가 없군요. 제목만 보시고도 예상하신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열흘만에 두살을 먹은 경위는 외국 생활을 마치고 열흘전에 귀국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알고있진 않지만 적지않은 나라들이 태어나면 바로 0살로 계산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생활했던 일본도 역시 그랬고 말이죠. 뭐 굳이 생각한다면 저 역시 생명이 잉태한 그 순간부터 이미 삶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해서 한국의 계산이 맞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불과 몇주 전만 해도 `2X 살입니다` 라고 당당히 밝히다가 요새 친구들이 `이제 우리도 2X+2 살이구나` 라는 얘길 들으면 왠지 어딘가 많이 아프네요 -_-;;
평소 한국 국민들이 여러모로 여유가 없는듯 한 면을 보이는것에 대해 조금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만 요샌 조금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치열했던 10대를 헤치고 나오면 군복무의 의무도 있는데다가 재수 삼수 하는 사람도 적지 않고 실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것도 사실이니까 말이죠.
옆길로 좀 샛군요 -_-;
귀국 하고 지인들 만나고 주변정리좀 한후에 실가에 내려 왔다가 대 폭설로 발이 묶여 여동생과 함께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정확한가 모르겠네요) 을 보았습니다. 다행히 동생도 오래전 부터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했던 영화라고 해서 둘이 함께 감상했습니다.
딱히 자세한 시놉시스를 쓰진 않겠지만 영화 내용이 나오므로 조만간 영화를 보실 계획이 있는분은 뒤로가기를 누르시길 권장합니다.
조제도 무척 귀여웠고 (오사카 사투리 쓰는게 무척 귀엽더군요) 일본 영화 특유의 건조한 위트도 맘에 들었습니다만 다 보고난 지금 무척이나 찝찝하네요. 큰일 치루고 닦지 않은것 처럼...... 영화를 딱히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유난히 일본 작품 러브스토리중엔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듯 합니다. 얼마 안되는 경험으로 나마 어느정도 일상 인간관계에서도 그러한 건조한 인간관계가 많다는것을 느끼긴 했습니다만 익숙치 않아서인가 괜히 찝찝하네요. 어차피 스탭롤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왜 굳이 감독은 헤어지는 장면을 보여준건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를 풀어 나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장면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영화를 보는동안 군데 군데 제가 가보았던 곳들이 자꾸 눈에 띄어 반가웠던 한편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길지 만도 짧지 만도 않았던 10개월간의 외국생활 동안 너무나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것이 그 이유 일 것입니다.
2008년 2월에 전역을 하고 바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떠낫었습니다. 의경으로 있는동안 외국어라도 하나 공부 해야지 하며 시작 했던 일본어, 전역 직전에 응시했던 JLPT1급 시험에선 안타깝게도 1점 차로 합격 엔 이르지 못했지만 나름의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고, 외국생활을 경험 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망설이지 않고 떠낫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더군요. 아시다 시피 일본도 자국 경제가 불황에 빠져 있는터라 외국인이 설 자리는 정말 좁았었습니다.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끝내 예정보다 1개월 빠르게 귀국하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3년만에 대학에 돌아가 다시 쉽지 만은 않은 싸움을 해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자꾸 돌아보게 되는군요. 언제나 삶이란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라고 스스로 타일러 보지만 종종 머리에 떠올라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질책하게 될것 같습니다.
그래도 돌아오니 좋은거 한가지 있더군요, 일본 게임을 할때 굳이 한글화가 되길 기다리지 않아도 되게 되었단거나 애니나 영화 볼때 자막이 필요 없어졌다는거 -_-;;
혹시 피지알 식구 분들중에 일본 워킹을 생각 하시고 계신분이 있으시다면 오사카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아즈망가에서 카스가를 보고 `그래 남자라면 오사카지!` 라며 되도않는 이유로 칸사이로 들어가 교토, 고베, 오사카를 전전 했는데 도쿄로 갔으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한게 몇번인지 셀수도 없군요...(물론 자기하기 나름이긴 하겠지만 일자리 자체도 상당히 적은편이고 외국인에 대한 면역도 비교적 적은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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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사랑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조제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얘기가 아닐까 싶어요. 사랑은 그녀가 옷장 밖으로 나올 계기를 마련해주었지요. 더이상 남자에게(배역 이름은 벌써 잊었네요) 업어달라고 조르지 않고, 그녀는 자동 휠체어를 타고 시장을 보러 가고, 여전히 요리를 하죠.. 마지막 조제의 뒷모습을 보고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분명 그 뒷모습의 표정은 진짜 삶을 사는 행복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