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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04 15:17:25
Name nickyo
Subject [일반] 음악의 Out door화.
서울에 엄청난 폭설이 오고 있습니다.
저는 4시에 출근인데 심각한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학원이 절 쉬게 해주지는 않겠죠.
그래서 전 뻘글이나 하나 쓰렵니다..

제가 초등학교 1~2학년때. 아마 1994~5년쯤. HOT가 데뷔하는 때 쯔음이었을 겁니다. 당시에는 CD는 거의 비주류였고 대부분이 TAPE였습니다. 휴대용 기기라고는 소니사의 '워크맨'이라는게 있었죠. 그러나 이 무게나 크기라는게 휴대용으로 크게 각광받을 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노래를 듣기 위해선 테이프를 여러개 들고 다녀야했고, 건전지도 들고 다녀야했고, 크기도 만만치 않았으니까요. 이후 CDP가 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CD를 한 장 사서 거의 반복해서 들었죠. 돌아다니면서 듣기엔 크기도 크구요.

저도 그랬습니다. 워크맨이 있었지만 초등학교 시절 HOT의 테이프나 GOD의 테이프등을 사서 집에 있는 카세트에 틀어놓고 1번부터 끝 트랙 (양면으로 합쳐서 16곡정도 들어있었나 하는 기억이나네요.)까지 들으며 테이프 안의 가사집을 함께 읽어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했구요. 공감하시는 분들 있을겁니다 크크. 그 당시에 앨범을 사면 가사집이 닳도록 음악을 들으며 읽곤 했었죠.


제가 중학교쯤 올라갔을때, 2000년도 전후로 해서 MP3가 드디어 대중화되기 시작합니다. 32mb, 64mb, 128mb등이 20만원 중반을 호가하는 엄청난 고가의 제품이었죠. 뿐만아니라 1998년~1999년 쯤부터 트루넷, 하나로통신 등등이 등장하며 초고속인터넷시대가 열리고, mp3포맷이 여기저기 등장하게 됩니다. 당연히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거의 전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음악은 엄청나게 유출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음반협회나 사람들이나 그 여파가 이렇게 빠르고 커질줄은 몰랐던 거겠죠.

당시 대형가수(조성모같은)들은 앨범을 내면 뭐 몇십만장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백만앨범판매량의 시대가 있었거든요. 그럴 때에 음악을 듣는 방법은 3가지가 있었습니다. 사거나, 빌리거나, TV음악방송옆에 카세트 두고 공테잎에 녹음하거나..음악을 듣는건 돈을 내야 하는 일이였고 하나의 수고였는데 이게 왠걸.. 어느날부터 갑자기 공짜로 음악을 쏟아내주는 'bugs music'이나 '소리바다'덕에 신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음반시장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앨범 판매량이 급 하락 했고, 그것이 바로 '공유'에 의해 그렇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죠. 그 때는 이미 음원시장이 X박살 난 상태였습니다만. 어쨌든 부랴부랴 수습하고 저작권체계를 만들고 유료 서비스 음원사이트들을 만듭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음원공유가 많이 줄고, 디지털컨텐츠의 구입이 상당히 늘어났으니 좋은 일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러한 변화속에서 우리는 음악의 변화도 함께 느낍니다. 바로 '일렉트로니카'사운드와 '반복'의 결합이었죠. 사람들은 이것을 후크송이라고 합니다만, 이런것이 '대 히트'를 쳐버리게 됩니다. 한동안 가요계에서 쉽사리 보이지 않았던 메가톤급 히트였죠. SES,핑클,HOT,GOD,젝스키스,신화,NRG등... 1990년대 중반에 데뷔한 이들 이후로 솔직히 '이렇다' 할 메가톤 급 아이돌그룹은 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쥬얼리, 베이비복스, 샾, 슈가, i-13등등 수많은 유닛들이 등장했지만 확고한 일류 그룹의 냄새를 다시 느끼게 했던건 바로 '원더걸스-텔 미'였다고 기억합니다. 어쨌든, 그 노래는 우리에게 바뀐 음악환경에 대해 확실한 '증거'를 보여준 것이죠. 바로 '음악의 out door'화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음악이란, 가만히 앉아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가사집을 보며 이해하고 느끼고 따라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HOT의 노래를 좋아했고, 전사의 후예나 위 아더 퓨쳐같은게 나올때는 나도 반항아가 된 기분이었고, 아빠 사랑해요라거나 너와나, 행복, 빛 등이 나올때는 함께 마음이 따뜻해졌었죠. 그 당시에 음악이란 '집중해서 즐기는'컨텐츠였거든요. 그런데 MP3가 등장하고 획기적인 음악의 경량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음악을 음악만으로 즐기지 않기 시작합니다. 어디에 갈 때 귀가 심심할 때 mp3를 듣기 시작하고, 집에 가만히 있을 때 보다는 이동중이나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할 때에 BGM 처럼 듣기 시작합니다. 이 때부터, 사람들은 '가사'를 버리기 시작합니다.

버스에서 MP3를 듣다보면 가사를 거의 놓치게 됩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마찬가지고, 책을 읽거나 뭔가를 먹거나 할때도 음악에 집중해서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음악을 앉아서 집중해서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대부분이 휴대용기기를 통해서 무언가의 다른 작업과 병행하기를 원합니다. 당연히, 기존의 가사들이 지니는 매력을 사람들은 점점 모르고 지나치게 되고, 멜로디와 박자만이 머릿속에 남게 됩니다. 이러한 음악감상의 환경적 변화에 힘입어 '후크송'들은 최근 굉장한 기세로 사람들의 인기를 몰고 있습니다.

소녀시대,카라,티아라,SS501,동방신기,샤이니,빅뱅,2ne1,u-kiss,슈퍼주니어,2pm,2am,원더걸스 등의(빠진 그룹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소위 '아이돌'그룹이라고 불리는 애들이 어떻게 이렇게 많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한국 가요계에서 아이돌돌이 동시에 이렇게 많은 숫자가 다들 상당한 인기를 얻는다는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었거든요. 답은 간단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음악에서 감성을 찾지 않거든요. 후크송은 '배경음'이라는 조건에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장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후크송을 어필시키려면 '관심'을 갖게하고 '두세번'듣게 하면됩니다. 그러기에 가장 좋은 조건은 귀엽고 이쁘고 깜찍하고 멋지고 간지나는 외모를 지닌 10대~20대 팔팔한 아이들을 내세우는게 최고인 것이죠.

음악이 점점 BGM화 되고, 아웃도어에서 즐기는 문화로서 많은 변화를 이루면서, 사람들은 가사보다는 멜로디와 박자, 그리고 그 노래를 들었을 때의 떠오르는 가수의 모습에서 희열과 즐거움을 느끼게 되버린 것입니다. 히트곡들의 가사를 잘 살펴보시면 앞뒤도 별로 안맞고 이게 뭔소리인가 싶을때도 상당합니다. 표현도 이상하고, 억지로 운율을 끼워맞추고. 아이돌 가수들이 이렇게 판에 찍히듯 많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외모와 춤과 몸은 예전보다 훨씬 더 잘 만들어져 나오기 쉬워졌고, 사람들은 가창력은 이야기하면서 가수의 가사전달과 감성에 대해선 이미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은 가수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프로페셔널 보컬트레이너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가사의 감성을 제대로 실어내는 가수다.'라고요. 음정이 불안하고 음색이 곱지 않고 기교가 없어도, 그 부르는 방법이 그 가사와 곡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만 한다면 그는 충분히 가수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실제로 대부분 보컬트레이너들은 그래서 재능의 유무를 음정이나 음역이나 목소리 톤에서 찾지 않습니다. 곡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재구성하여 스타일있게 표현하는것. 그것이야말로 가수의 가장 큰 재능이거든요. 그 다음에요구되는 것이 음감정도거든요(타인의 음과 나의 음을 헷갈리지 않고 구별이 가능한 것). 어차피 목소리는 개성이고, 음정과 음역은 훈련을 통해 개선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최근의 리스너들은 이러한 것에 흥미가 없습니다.  최근 히트인 Bo peep Bo peep과 그 안의 가사의 내용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가사는 거의 기억하지 못할걸요? 대부분 기억에 남은건 '뽀삐뽀삐뽀삐뽀삐뽀삐뽀삐뽀삐 아~'하는 소리와 아이들의 귀여운 고양이손, 엉덩이털기 정도일겁니다.


가사가 저질이되고, 후크송이 판치고, 아이돌들이 기본적인 '가사전달능력'이나 '가창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도 인기를 얻으니 시장의 공급자들은 너도나도 저비용 고효율의 아이돌들을 던져냅니다. 훈련비용도 별로 안들고, 적당히 고쳐서 5년쯤 트렌드만 따라가면 어차피 가수들은 공백기가 있고 그 사이에 누이좋고 매부좋고 나눠드시면 되는거니까요.


결국 음악에 대해서 과거에 엄격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 풀어 늘어져 버린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입니다. 음반시장이 망한것은 인터넷의불법 공유 때문이라고 하지만, 가사가 거지같아지고 가수라고 나온 친구들이 가사전달능력도 제대로 안되있고(심지어 발성의 기본인 발음조차 제대로 확보가 안되고)감수성에 대한 표현은 그냥 얼굴 찡그리고 울먹거리면 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거겠죠. 그런것에 대해 연습시키거나 엄격하게 해줘야 할 필요성도 못 느낄 테니까요. 어차피 그들의 팬들은 그들이 무얼하든 어르고 달래주니까 말이죠.


좋은 가사를 듣고싶나요? 시적이고 감수성을 자극하며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노래. 호흡 하나하나 발음 하나하나의 울림과 맺음과 떨림들이 가사와 멜로디에 너무 잘 맞아서 함께 울고 웃을 것 같은 그러한 노래들을 원하신다면, Out door에서 듣는 음악이라도 좀 더 집중해서 엄격하게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자연히 후크송은 금세 사라집니다. 편한 트렌드를 타고 왔듯이, 인기가 사라지면 집착할 수 없는 시장이니까요.


오해방지를 위해 P.S를 붙입니다.

1. 저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대해 부정적인건 아닙니다. 현대 대중음악은 기본적으로 코드진행반주에 기반을 두고있고, 당연히 '반복'되는 반주와 그 사이에 솔로로 들어가는 멜로디라인이 음을 만듭니다. 당연히, 후크송이라 불리는 '30초'음악에 대해 아예 부정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30초가 1분이되면 1절 2절 반복이되고, 그 사이에 30초씩 넣으면 중간 솔로와 마지막의 여운이 되는거거든요.

2.아이돌 중에도 실력있는 아이들은 소수 존재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아이돌그룹이 그 몇몇아이들에게 맞춰서 곡을 낼 순 없습니다. 그래서 '솔로'활동을 하면서 '실력파'이미지를 버리지 않게 하는거죠. 그래서 각 그룹에는 어지간하면 들어줄만한 또는 진짜 와 좀 하는데 싶은 아이들이 1명정도(없기도합니다만) 있기 마련입니다. 덕분에 그 그룹은 실드를 받습니다만.

3.위에서 예로 HOT라는 아이돌그룹을 들었습니다만, 저는 애시당초 아이돌 그룹의 음악성에 대해 평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음악성이라는건 너무나 포괄적이고 개성과 주관의 여지가 강하게 남으니까요. 저는 어릴 때 HOT노래에서 많은 공감대를 느꼈기에 그들의 음악성이 XX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수가 '노래'를 하는 이유는 '멜로디와 가사의 조화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조화에 있어서 가사가 앞뒤도 안맞고 무슨 메세지를 말하는 지 조차 잘 느껴지지 못하게 한다면( 또는 사랑노래라고 불러제껴놓고 내 침대로 와 널  안겠어만 10번 쯤 반복하는 저렴한 표현을 써재낀다면) 그건 이미 예술이라고는 부르기 싫은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예술이 예술인 이유는 난 너와 성교하고 싶어를 굉장히 적절한 표현법들로 '듣기 좋고 보기 좋게'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그건 그냥 포르노죠. 래디오 포르노요. 뭐 관점에 따라서는 그것도 예술은 예술입니다만, 한정적으로 관념화 된 예술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적으로 해체하며 생각하면 뭐 다 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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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ocrite.12414.
10/01/04 15:26
수정 아이콘
하.. 글 잘 봤습니다. 슬프네요 ㅠㅠ 결국 해답은 대중이 취향을 바꿔야 한다로 나오는군요. 지금 아이돌들이 부르는 타이틀곡 말고 수록곡 보면 좋은노래들이 많거든요. 그런 노래들이 타이틀에 묻히는게 너무 슬픕니다. ㅠㅠ
낭만토스
10/01/04 15:26
수정 아이콘
에게로! 멋진 글이네요. 저도 후크송이나 아이돌에 대해 어떤 생각은 있는데 그 근원적인 해답은 '?' 였습니다. 시원하게 긁어주시네요.
Old Trafford
10/01/04 15:28
수정 아이콘
HOT 의 데뷔는 1996년도 입니다.
후크송들 속에서도 충분히 좋은 가사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구절로 인하여 다른 가사들이 묻혀서 그렇죠
소인배
10/01/04 15:28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대로 예전에는 음악이 하나의 작품이고, 메시지를 담기도 했다면 지금의 음악은 거의 배경음악 수준이 되었죠. 따지고 보면 레코딩 기술이 등장했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 겁니다. 모 피아니스트는 반드시 실제로 공연에서 들어야만 사람들이 음악을 경청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녹음 자체를 극도로 꺼렸다고 했구요.
10/01/04 15:29
수정 아이콘
글 잘봤습니다.. 굉장히 정리를 잘 하신 느낌이네요.. 음악의 아웃도어화라.. 하긴 저도 mp3p를 어디 이동중에만 멍때리며 듣긴 하니깐..
감성없는 요즘 노래란 말도 왠지 와닿는군요..
survivor
10/01/04 15:37
수정 아이콘
신화를 예로 들면, 신화는 아이돌임에도 불고하고 음원은 별로 음반이 강세입니다 .신화의 팬들은 음반을 사서 듣는 90년대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중의 취향에 요즘 가수들이 맞춰가고 있는거라 생각합니다.
10/01/04 15:38
수정 아이콘
Old Trafford님// 96년도요? 전사의 후예를 94년 후반인가 95년에 분명히 들었었는데.. 집에 찾아보면 1집 테이프가 아직 남아있을텐데 96년은 분명 2집 발매했을때일겁니다. 제가 초 2때가 96년인데 그때 2집을 들었던거 같거든요..
검색을 해봐야겠네요.
10/01/04 15:40
수정 아이콘
Old Trafford님// 헐, 96년이 맞군요. 그것도 10월. 저는 한 10년을 넘게 착각속에 살고있었네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름 충격과 공포군요..
블랙독
10/01/04 15:56
수정 아이콘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메시지의 전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글쓴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보컬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역시 감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겠지요. 이부분은 공감합니다.

그러나 후크송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사람들이 음악을 집중하지 않고 듣기 때문이라는 것은 절반은 공감하지만 절반은 공감하지 않게 되는군요. 사람들이 집중하지 않고 음악을 듣는것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굳이 집중해야 할까요? 오히려 그저 생각없이 흥얼거리고 싶어서 그러한 음악을 듣는 것은 아닐까요?

저도 이러한 아이돌 후크송을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런것을 좋아하는 친구의 한마디가 참 신선했습니다.
"내용이 없으면 어때, 좋잖아?!"
네. 좋으면 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은게 좋은것은 아니지요. 대중음악도 엄연한 예술의 장르인데 이런식으로만 흘러간다면
대중(추구)음악과 예술(추구)음악간의 간극이 너무 벌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예술성이 없는 대중예술은 점점 도태되고
대중성이 없는 예술작가들이 설곳이 없어지지요.
이 둘을 잘 조합하는 것. 그것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신기하게도 대중음악사에선 항상 그러한 사람들이 등장했었던것 같네요.

ps.
[우리지금맛나] 이 노래도 후크송일까요?
10/01/04 16:34
수정 아이콘
현재의 음악시장에 가창력도 없는 후크송 위주의 아이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실력 있는 가수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은미나 이승철 등 가창력의 지존이라 불릴만한 가수들도 여전히 활동 중이고 루시드 폴이나 이적 등 뛰어난 감수성을 가진 노래들도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요조나 타루, 윈터플레이 등 세련된 분위기의 가수들도 나오고 저는 잘 모르지만 힙합계엔 나름 실력있는 가수들이 여전히 있겠죠.

대형기획사에 의해 육성된 아이돌이 주가된 음악시장과 여타 뮤지션들의 음악시장은 음악이라는 말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배타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거죠. 저 역시 승연이가 좋아서 카라만 보면 흐뭇해지지만 국내 가수 중에 주로 듣는 음악은 루시드 폴이나 윈터플레이, 수니 등의 노래입니다. 지금도 이들 실력있는 가수들의 음악을 즐기려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먼저 앨범을 구입하거나 초콜릿, 스케치북, 라라라, 스페이스 공감 등의 음악프로에는 이런 가수들이 주로 초대되어 나오고, 좀 더 적극적으로 향유하려면 공연을 찾아가면 됩니다. (홍대클럽에 가도 되긴 하는데 전 나이 때문에 갈수가 없다는 ... ㅠ.ㅠ)

엔터테인먼트 가요시장과 뮤지션 가요 시장(이런 용어가 썩 적절하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마땅한 용어가 없네요)이 서로 적대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네요. 둘은 제로섬이 아니라 그냥 각자 발전하는 것이죠.

아이돌을 비판한다고 해서 더 많은 뮤지션들의 활동무대가 생길거라고 보진 않습니다. 그냥 좋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많이 사랑해 줄수록 그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겁니다. 그리고 아무리 토양이 척박해지더라도 이런 진정한 뮤지션들은 없어지지 않을 거구요. 진정 노래를 하는 사람들은 이익이 없다고 해서 노래를 안하진 않으니까요.
Into the Milky Way
10/01/04 16:3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언제 부턴가 음악을 듣기 위한 "수고"가 없어진 걸 느낍니다.
WizardMo진종
10/01/04 16:49
수정 아이콘
겁네잘쓰셨네여.. 저아래분께죄송하지만 훨씬 더 양쪽당사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와닿습니다
SigurRos
10/01/04 17:02
수정 아이콘
'음악 뭐있냐, 신나고 듣기좋으면 장땡이지' 이런 입장을 지니신, 음악의 오락적 기능에 많이 집중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이돌과 후크송 일색인 주류가요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듣고 계시겠지만, 음악이라는 것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있는 분들이라면 현 가요상황이 불만족스러울 겁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록, 힙합, 댄스,발라드 등 장르를 불문하고 대형 기획사에서 길러져나오는 가수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게 되더라구요.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춤을 잘 춰도 감흥이 없어요. 그 능력이 그들의 것이 아닌것 같아서..
음악은 자기 이야기 이다 라는 입장이기에 그렇네요.

끝으로 국내대중가요에 대해서 그냥 아무말이나 하자면
근래 들어서 느낀건데 춤과 노래에 대한 박진영씨의 창작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강산에의 신보는 아직 멀...었겠죠?
커트의가디건
10/01/04 17:11
수정 아이콘
애초에 음악을 제대로 듣기 시작할 때부터 가사보다는 사운드에 중점을 둬서 그런지 조금은 이질감을 느낍니다만
전반적인 내용에는 상당히 공감을 합니다.

전 중학교 들어서부터 너바나를 통해 음악에 빠졌는데 리더인 커트 코베인은 이런 말을 했었죠.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
가사는 그 다음이다' 뭐 저는 팝송부터 시작을 해서 어차피 가사가 이해도 잘 안됐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된 듯 합니다.

음악의 아웃도어화..전 긍정적으로 봅니다. 저같은 경우엔 차음성좋은 이어폰(노이즈 캔슬링 기능되는..소니 mp3사용중)으로
이동중에도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다양한 매체로 접할 게 많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동중에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건 그래도 축복 아닐까요?
바나나맛우유
10/01/04 17:15
수정 아이콘
아마 한 10년전즈음 기성세대들도 당시의 아이들의 음악을 보고 이런 느낌의 글을 쓰셨겠죠..
물론 당시의 아이들은 현재의 저희들이구요.

그 후 10년 뒤.. 이제는 저희세대가 요즘의 아이들의 음악을 보고 이런 글을 쓰며, 이런 글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아.. 제가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싶습니다 ㅜㅜ 이런게 세대의 차이군요.
10/01/04 17:16
수정 아이콘
노래 들으면 반복해서 들으면서 가사에 주의깊게 빠지는 1인으로서 공감합니다
10/01/04 17:24
수정 아이콘
신랄하고 멋진 글입니다.
결국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일이겠죠.
저도 음악을 듣기 위한 수고에 대해 매우 게으른 편이고.. 요새는 가사 일일이 신경쓰지도 못하고 멜로디와 목소리만 듣습니다만..
그런데도 음악의 본래 목적인 메시지전달에 충실히 만들어진 음악을 들으면 즐거운데, 요즘의 후크송은 아무런 감흥이 없더군요..
릴리러쉬
10/01/04 18:15
수정 아이콘
추천
MaruMaru
10/01/04 18:4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인데 동의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음반시장의 변화가 후크송과 아이돌 시대의 원인이지, 음악성이 부족한 아이돌이 음반시장을 현재처럼 만든 것이 아닙니다. 분명 글쓴 분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은데도 뒤쪽에는 마치 음반시장의 문제점이 아이돌에 있는 것처럼 쓰신 문장이 존재하네요. 처음 아이돌 이야기가 나온 글도 거의 모든 댓글을 다 읽어봤습니다만, 이상하게도 부정적인 분들 중에 상당수가 현재 음반시장의 문제점을 아이돌에 그 원인이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분이 많더군요.
대중음반시장이 2000년대 초 무료다운로드와 불법공유 폭탄을 맞으면서 앨범 중심에서 곡 중심으로 재편됐습니다. 거기에 노래를 듣는 방식은 TV, 라디오, CDP가 전부였던 시대가 인터넷 블로그, 미니홈피, 휴대폰 벨소리와 통화연결음 등으로 다양해졌고, 새로 생긴 매체들은 모두 앨범단위가 아닌 곡단위, 곡 중에서도 일부분을 소비하는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30초의 '주멜로디라인'이 중요해졌고, 반복을 통해 인식의 극대화를 노리는 후크송이 시작된 것이지요.
그리고 제가 이런 글에 동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창력(또는 실력)없는 아이돌에 대한 불편함으로 글이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이돌들이 주류로 티비에 등장하고 가수라는 타이틀로 문화시장에 서있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런 불편함을 표현하며 아이돌을 '없어져야 될 존재' 혹은 '대중음악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형태' 라고 치부하는 것에 동의하긴 힘듭니다. 내가 보기 싫다고 해서 그것이 안 보여지기를 원하는 전형적인 인터넷 화법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글쓴 분의 본문에 한정되지 않고, 이글 저글에서 보면서 느꼈던 것이 짬짜면되어 들어가버려 글쓴분께서 불편함을 느끼실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대중중에는 아이돌 후크송이 흔히 홍대나, 인디에서 실력파라고 칭송받는 밴드들의 노래보다 듣기 좋은 저 같은 사람도 존재합니다. (PGR이 아닌 다른 곳에 이런 말을 썼다면 막귀라는 소리를 듣겠지만.)
다양한 음악이 설 자리를 만드는 것을 굳이 현재 서있는 자들의 자리를 뺏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이게 제가 생각하는 결론이군요.
10/01/04 19:14
수정 아이콘
MaruMaru님// 어, 저도 사실 아이돌 음악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돌시장의 과잉화로 인해서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좀 떨어지는게 아쉬운거죠. 그리고 뭐 가창력을 포함해서 가수스럽지 못한 아이돌은 당연히..불편합니다. 그것만이 결론은 아니지만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음악성이 좋고 심금을 울리는 노래(오락성은 짙지 못하더라도)를 듣고싶다면 그러한 노래가 좀 더 팔릴 수 있도록, 그리고 더욱 노출 될 수 있도록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수밖에는 없다고 쓰고싶었어요. 사실 대중들은 음악을 찾고 가사를 읽고 음미하고 일일히 찾아다니기에는 시간이 좀 부담스럽죠. 바쁜 현대인은 더더욱. 그러한 현대인의 일상과 겹쳐서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게 아닌가 싶어요. 패스트푸드처럼요.
I'm Music
10/01/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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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있는 아이돌의 기준이 어디인지까지가 궁금하군요...

게다가 음악을 듣는 방식만으로 음악 자체에 대한 평가는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Jr.갈루아
10/01/0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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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현실을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2가지 중 하나입니다.

1. 현실을 바꾸느냐.

2. 현실과 타협을 하느냐.

밑에 제 글은 2번을 얘기하는 것이고, 이 글은 1번을 얘기하는 것이네요.

어쨌든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현재 현실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2번을 택한 것이고요.
어진나라
10/01/0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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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글입니다.
특히 '좋은 가수의 조건' 부분은 노래를 조금이라도 잘 부르고 싶은 저에겐 깊이 새길만한 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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