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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29 00:49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예술가와 미치광이를 구별할 때,
자신의 컴플렉스를 발현해낼 수 있는 틈을 찾은 자(예술가)와 그 틈을 억지로 벌려서 분출해낸 자(미치광이)로 구별했다고 이중톈 씨가 그러더군요. ... 그냥 왠지 생각나서 적어봤습니다. 요즘 전공 다 때려치우고 배우고 있는 학문이라..
09/12/29 00:58
조금 뻘플인데,
첫번째 이야기의 사람들은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날 뿐이지 아마도 천재는 아닐 겁니다. 분명 아마추어 (그냥 일반인) 레벨에서는 정말 멋져보이겠지만, 그들보다 분명 더 천재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프로의 세계에 살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보는 "아바타" 의 영상 처럼요...
09/12/29 00:59
제 얘기가 나왔으니, 한가지 더 첨언하겠습니다. 그 때 머릿속으로 정리가 안돼서 미처 못 한 얘기가 있거든요.
"먼저 보내주기" 에 있어서 제일 큰 장애물은 '승리욕'입니다. '승부욕'이 아니라요. 제가 생각하는 승부욕이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보고, 그 결과에 승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그리고, '승리욕'이란, 방법이 어쨌건 자기가 지고는 못 사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죠. 근데,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꽤 많아요. 즉, 자기 분야에서 자기가 따라갈 수 없는 천재를 만났을 경우, 그러니까... 이 사람이 재능도 비범한데 노력도 남들을 몇배를 하는 사람이라면? 나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면? 그럼, 본문에 나와있듯이 "먼저 보내주면" 됩니다. 자신의 패배를 쿨하게 인정하고 말이죠. 그럼 그 사람이 지나간 길에서 뭔가 줏어갈 건덕지라도 좀 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자신도 더 발전할 수 있겠지요. 근데... '지고 못사는' 부류의 경우에는 좀 골치아픕니다. 자기가 그 천재한테 패배했다는, 아니 패배할 수 밖에 없다는것 자체를 인정 못하고, 끝까지 덤비거든요. 정 안돼면 상대방을 어떻게든 발목을 잡고, 끌어내리고, 죽여서라도 자기가 앞서야 합니다. 약간 예시가 다를지 몰라도...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살리에리'같은 사람이랄까요? 그런 경우는, 둘 다에게 좋지 않은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09/12/29 01:00
사실 '천재적'이다 라는 분야에 대한 것은
십중팔구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릴때부터 음악을 들을 때 드럼의 타격음이 좋아서 매일 드럼 박자를 집중해서 들었더니(무의식적으로) 드럼 친지 3개월만에 투구탕탕두르르르 어려운 박자의 성취가 훨씬 빠르다든가, 저같은 경우에는 3~4개월정도 공부하기싫어서 PMP로 아무 생각없이 하루에 일본드라마만 6시간씩 보면서 독서실에서 재밌다재밌다 했는데 어느날 자막이 없어서 자막없이 영상만 보자며 드라마를 봤더니 전부 이해가 되어서 으악 하고 놀랐거나(히라가나도 모르는데..). 심지어 그렇게 1~2개월을 더 드라마를 달린뒤에 어쩌다 기회가 있어서 일본인 친구를 소개받게 되었는데 거의 불편함없이 일본인처럼 소통한 것이나(옆에 있던 일본유학하는 한국형이 발음이나 억양, 표현등이 학원에서 오래 구르고 대학생활을 일본에서 하는 자기보다 낫다고 했었죠).. 지금 돌아보면 아마 6시간씩 들여다 본 드라마의 음성과 자막이 겹쳐지면서 무의식중에 학습되고, 재밌다보니 머릿속에서 음성대사와 자막이 함께 떠오르고 간단한 표현들은 입밖으로 따라해보면서 키득대고.. 그런게 저도 모르는 반복훈련이었겠죠. 어떤 분야의 천재들 중 십중팔구는, 집중적으로 무의식속에서 관련지능이 반복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공간활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요리조리 만들고 비벼가며 계산하고 수치재는걸 좋아하는 친구들 치고 수학 못하는 애들을 못 봤고( 심지어 공간도형을 딱보고 답 이거네 해놓고 왜냐고 물으면 ...그냥 그렇지않냐? 라고 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책이라면 글이라면 좋다고 달려들면서 읽던 애들은 나이가 들어서 점점 문학이나 비문학을 분석하고 밑줄그어가며 읽는 취미가 생기기도하고..그런 애들이 논술이나 말하기 기술이 나쁜걸 못봤죠. 감각의 단련이 무의식속에서 이뤄지고, 그게 어떠한 연관을통해 발현될 때, 사람들은 이 사람이 얼마나 그동안 자신도 몰래 반복해왔는지 모른 채 천재라고 말하는 걸 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그러한 무의식의 반복에 가장 중요한건 너무 재밌고 즐거워서 끊임없이 반복하고 가정하고 파고들고 확인하는 게 필요하지만요.. 사람은 의식속에서 학습하려 하는 것 보다, 무의식속에서 반복하는게 훨씬 학습능력이 좋은 것 같기도해요. 잉여재능이란 그런 자기도 모르게 반복된 어떠한 지능(감각)이 다르게 발현된게 아닐까 싶어요. 아, 그렇다고 예시가 저런거지 제가 천재라는건 절대 아닙니다-_ -;;
09/12/29 01:04
AhnGoon님// 먼저 보내주는 이야기.. 예전에 만화가 이문세씨였나..비슷한 주제로 강연을 하셨었죠. 먼저 보내주면 새로운 것들을 남기며 달려가고, 어느새 그들도 같은 벽에 부딫혀있다고. 그러니까 천재와 동시대에 태어나면, 훨씬 더 높은 곳에 편하게 갈 수 있다고, 그러니까 괜히 열폭하며 지치지 말라고.. 자기 젊을때도 '승리욕'에 미쳐서 그거 이겨보려다가 정말 많이 고생했다면서..그럴 필요 없는게 천재라고 하더라구요. 결국 마지막에는 비슷한 벽 앞에서 서로 한계를 느낀다며..
09/12/29 01:10
AhnGoon님// nickyo님// 두 분 이야기에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노력하지 않고 이기려는 욕심은 누구못지 않은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네요.
09/12/29 01:15
저는 '과연 천재란 무엇인가' 라는 천재론에 대한 의미부터 모호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어떠한 능력을 보이는 게 천재인가요? 어린 나이에 어른이 할 법한 일을 빨리 배워서 보이는 게 천재인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하지 못할 것 같이 보이는 일을 해내는 게 천재인가? 아니면, 여러 가지 팔방미인이 천재인가? 너무 애매모호 하잖아요. Nybbas 님의 글 내용으로는 천재에 대한 의미를, '자신의 주 전공이나 직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취미 생활로 한 결과물이 전문가 못지 않은 수준을 보이는 사람' 을 천재와 잉여력이라는 용어로 설명하셨는데요. 저의 의견은 이러한 정도는 집중력과 오기, 시간 투자 등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별로 빨리 배우거나 잘 하는 사람의 차이가 있는데, 이는 문제 해결 / 학습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하고요.
결론적으로는 '천재는 없다' 라는 제 생각인데요, 실제로 제가 봐온 사람들 중 (공학계열 입니다.) 만나거나 같이 일하기 전에는 '이 사람은 천재일거다.' 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대부분, 자신의 시간관리 및 집중력, 체계적인 업무 프로세스 등등 단순히 머리가 좋아서라고 단정 할 수 없는 부분들에서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러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천재다'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단순히 우리가 천재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뭔가 다른 차원의 지능 같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정말 엄청난 녀석들을 보곤 하지만 (4 by 4 inverse matrix 를 암산으로 하는 대학 친구를 보고는….),… 최종 저의 결론은 "천재라는 단어가 단순히 머리 좋은 정도라면, 실제 우리가 역사 속에서 천재로 취급되는 위대한 진보를 일구어 낸 사람들은 그러한 천재들은 아닐 것이다." 라는 것이고, 그러므로 "자기 머리 나쁘다고 포기하지 말고, 과연 자신이 "그 계열에서 '최고'가 될 수 없는 사람들" 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게, 진짜 천재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진짜 천재가 존재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천재가 아니므로 그들이 천재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가 없네요… 써놓고 나니 말이 약간 이상하네요.)_
09/12/29 01:19
coverdale님// 천재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어 음, 어떤거냐면.. 같은 일을 다른 방법으로 또는 불가능해보이는 지적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해 버리는 사람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발함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뛰어난 지적 센스가 천재의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교때 수학쪽은 완전 진짜 천재였지만(4색증명인가를 취미로 하거나 3.14원주율을 1000번째가 넘도록 읇는다거나 공간/벡터나 물리2같은걸 직독직해하듯 공식도 모르고 배운적도없는데 정답을 툭툭 찍던 아이큐검사 180의 아이..)운동 완전 젬병에 사람 대하는것도 서툴렀고 외모꾸미는것도 영 못했던 친구가 있었죠. 이런 타입이 천재인것 같습니다. 타 지능이나 센스가 한쪽에 몰려서 남들보다 한발 더 빠르고 깊고 넓게 그 분야의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요..
물론 대부분 천재 또는 대단한 사람이라 일컬어지는 분들은 지적 능력보다 자기관리능력과 체계적인 생각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실행력이 결합되어서 태어난 것이라는데에는 충분히 동의합니다.
09/12/29 01:24
coverdale님// 모차르트나 비트겐슈타인 쯤 되면 천재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고..
다만, 천재와 '비상한 재능'은 다르다고 봅니다. 그리고 본문에 언급된 잉여력은 대개 '풍부한 시간'이 뒷받침 된 경우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런 사람치고는' 이라는 단서가 붙죠.
09/12/29 01:30
nickyo님// 예... 그러한 내용을 '천재' 로 정의한다면 분명히 존재하죠. 대표적으로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으로 불리는 분들이야 많이들 알려 졌으니까요. 뭐 본문 글에 대한 의견이야 nickyo님// 이나 저나 비슷한 내용이죠. 단순한 머리가 아닌 다른 어떠한 능력들의 조화... 그것이야 말로 수많은 지식 및 정보, 엄청난 도구들의 혜택 또는 보조를 받는 현시대에서, 개인으로 살아갈 때 더 중요한 것이다... 라는 것.. 그렇죠?
09/12/29 01:34
coverdale님//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족을 더하면, 천재가 존재할 때 천재를 빛나게 하는것은 천재의 능력이 아닌 그를 주목받게 할 다재다능한 보통사람의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현대든 과거든 고도로 발달된 미래든 천재는 부럽습니다만, 시간이 지나고 발달할 수록 사회구조적 지식의 계층차별화가 의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보통사람이 천재처럼 살 수 있는 사회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제가 가장 천재답다고 느끼는건 사실 '독한사람들'에게서 느낍니다만.. 휴식이 필요치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도 지칠줄 모르는 그러면서도 남에게 의존하거나 소모하지 않아 그 그릇의 크기가 짐작되지 않는 독한자들을 보면 같은 사람인가 싶어요.. 지적 능력보다도 훨씬 두렵고 부럽더라구요.
09/12/29 01:36
Ms. Anscombe님// 네... 보통 모짜르트 같은 사람들을 천재라고 하죠. 저도 천재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정의(definition)에 부합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트겐슈타인에 관해서는 제가 이야기 할 정도의 지식이 안되서...)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모짜르트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사람인가? 또.. 그건 아니잖아요.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그 누구라고 천재가 될 수 있고, 그 누구도 천재가 아닐 수 있으니, 좀 더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게 본문의 잉여력 관련 된 천재 분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라는 거죠.
09/12/29 01:38
coverdale님// 사실 모차르트는 천재이전에 최고의 영재교육을 받은 사람이기도 한거 같아요. 재능이 분명 있었겠지만 모차르트 위인전기를 읽은 수준의 지식인 저로서는 3살땐가부터 연주를 했다던데............천재이기도 하지만 어릴때 익힌 감각도 정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더라구요.
09/12/29 05:52
천재를 논할 수 있는 분야가 순수 지성이 중요한, 이를테면 수학이나 순수 과학 뿐이라면 머리 좋은 것이 그 기준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해당 분야 중에서도 정말로 지성으로만 승부하는 것은 의외로 얼마 없고, 대부분 지성과 더불어 근성이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서 nickyo님이 말씀하신대로, "독한사람들"역시 어느 정도의 천재성(천재라고 보일만한 특성?)을 가지고 생각합니다.
살아오면서 "저 사람은 천재일지도 모른다"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을 몇몇 만났는데, 그들에 대해 알게될수록 느낀 것은 참 대단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천재는 아니었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은 천재였습니다. 단지, 제가 천재를 가르는 기준이 "내가 도저히 좇아갈 수 없을 정도의 지적 능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사실 그들의 기본 능력에 더해진 근성과 노력이 더 중요한 요소였던 것인데 말입니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모든 연속 확률분포가 그렇듯 "머리 좋은 사람"이 정말 남들보다 월등히 머리 좋을 확률은 얼마 안될 것 같습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할수 있다면 100점도 있고, 99점도 있고, 98점도 있고, 97점도 있고, 이렇게 쭉 있겠지요. 아무리 천재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자기보다 조금 덜 천재인 사람한테 역전당할테고, 조금 덜 천재인 사람도 마찬가지겠고요. 그러다 보면, 결국 천재(?)중에서도 노력하는 자만이 살아남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잉여력도 기본 능력, 근성, 노력이 뒷받힘된다면 천재성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천재성이 곧바로 사회에 대한 기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 잉여력에 대한 사회의 평가가 좀 다를 수 밖에 없겠죠. 개인적으로는 비교 우위에 의한 성취감이 자기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기 때문에, 잉여력 분야에서 천재적인 사람이 그와 비슷한 사회 일반 분야--따라서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할 것이 분명한--로 옮겨온다면 천재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최고 수준에서 경쟁을 거쳐 살아남는다면야 천재가 되겠으나, 그렇지 못한다면 성취감 상실로 인해 평범의 범주로 들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잉여력 본좌들이 최고가 될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아울러, 모차르트같은 영재 교육 수혜자를 천재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기 교육이 성공하면야 영재 교육이 되겠지만, 재능이 부족한데 미리 달리게 했다가 결국 망하는 경우도 참 많기 때문입니다. 3살에 시작해서 어린 나이에 뛰어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천재인 것이 아니라, 몇살이 되었든 뛰어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천재인 것이겠죠. 개개인을 중심으로 본다면 8살에 학교를 가고,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고등학교 때 자기 전공을 정한 후, 대학 사회에 진입하면서부터 포텐셜을 폭발시키는 경우가 더 일반적인 천재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09/12/29 08:05
제가 발을 담그고 있는 분야가 법학인데,
사실 법학이란 학문 자체는 천재를 요구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문과의 우수한 인재들이 법학과에 몰려있는 건 어떻게 보면 인력의 낭비이지요.) 그래서 딱히 정말 '천재다' 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을 본 적은 없어요. 다만 대단한 성취를 발휘하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대개 학문의 체계와 도그마에 대해서 꿰뚫고 있다던지(주로 방법론적으로 발달한 학생들이죠. 속칭 '시험기계'라고도 하고..) 혹은 자기관리능력이 엄청난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자기관리능력이나 성실성의 가치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지 않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볼 때에는 그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갖추기도 어려운 능력이구요.
09/12/29 08:40
졸린 상태에서 횡설수설을 써놓고 갔는데, 좋은 의견이 많이 나왔군요.
nickyo님// 확실히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더 많이 하게 되고, 그래서 더욱 발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제가 생각하는 근원에 해당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약간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 능력이 반드시 그 분야에 대해서만 발휘되는 능력이 아닐텐데, 왜 하필이면 그 분야인가?' coverdale님// 음...천재와 잉여력의 차이는, 제 생각에 '이것이 그 사람이 가는 길과 연관이 있는가' 정도의 차이입니다. 제 경험 내에서 천재는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컴공과인데, 컴퓨터 관련 능력이 정말로 무시무시한 친구들이 존재했거든요. 심지어 학부 시절에 교수님과 논쟁을 벌여서 교수님이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네...'라며 자기의 실수를 인정하게 한 친구도 있고요. 그리고 제 주위에 보였던 '잉여력'이 넘치는 친구들은, 분명히 위에 나온 저 친구처럼 전공 학업을 파면 거의 비슷한 레벨의 능력을 보여줄텐데 전공과 상관없는 취미 카테고리에서 벗어나기 힘든 일에서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숙제 관련 프로그래밍은 딱 돌아갈 정도로만 짜서 제출하고(이 속도가 무시무시했습니다. 다른 애들이 하루종일 처박혀서 해도 나올까말까 하는 프로그래밍을 2시간만에 뚝딱 해서 내는 수준이었으니...그리고 잘 돌아갑니다.; ) 나머지 시간에 온라인 웹게임 전략연구에 열과 성을 다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녀석이 손댄 웹게임에서는 언제나 탑텐 랭커에 들어갔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확실히 반복적이고 무의식적인 훈련이 그 사람을 천재로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 가지고는 극상위층의 능력자들을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그 능력을 끝까지 발휘할 근성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자기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는가' 이런 어려운 조건들을 모두 뚫고 나가야 비로소 사회에서 천재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09/12/29 08:51
저는 나름대로 좋은 학교에 다닌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여태까지 살아 오면서 만나 본 사람들 중 진짜 천재라고 생각한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뛰어난 재능+(뛰어난 관리 능력 or 노력 or 좋은 여건 or etc.)의 조합이더군요. 물론 그걸로도 대부분의 경우 충공깽입니다만, 정말로 압도적 포스를 보여주는 천재는 글쎄요... 저는 본 적 없습니다. 폰 노이만 정도 되면 압도적이겠군요.
09/12/29 09:01
그 소위 '잉여력 폭발' 혹은 '좋은 병맛이다' 같은 댓글이 달리는 게시물들이
향후 10여년 안으로 상업화 전문화를 거쳐 주류문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도 꽤나 주류지만 전혀 돈은 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죠...) 모든 인간사의 발전은 그야말로 '잉여력'의 산물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잉여인간으로부터;;;;
09/12/29 09:35
Nybbas님// 저는 그러한 뛰어난 지적감각이 '잉여스러운' 부분(비하하는게 절대로 아닙니다. 표현을 하자면 그러한 자본적 생산기능이 낮은 분야)에 적용되는게 그 사람의 마인드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만(해야만 하는것과 하고싶은것에 대한 태도차이) 사람의 지적능력은 그 사람이 그것을 활용하려 할 때의 마음가짐도 굉장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아닐수도 있지만요.
09/12/29 10:26
기대하고 있었던 주제의 글이군요! 오오오 +_+
재능이라는 것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제가 보기로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몰입할 수 있고 재미나 흥미가 절로 생기는 그런 것이요. 능력의 향상은 사실 쏟아부은 노력에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재능이니 적성이니 하는 건 따로 없고 노력하면 다 된다라고도 하죠. 그런데 재능이 있고 없고의 차이로 인해서 노력의 질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100이라는 시간이나 자원을 투자해도, 자신이 좋아하고 그에 대한 열정이 넘치면 100 150 이상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아무런 관심도 없는 일에는 50도 안되는 것밖에 못얻을 수 있죠. 예를 들면 똑같이 공부시켜도 2-3시간 흥미있고 집중있게 한 사람이 10시간 스트레스받고 딴청피우며 한 사람보다 성적이 잘 나온다던가 하는 거요. nickyo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사항에 대해 극도로 흥미와 관심이 생기면 무의식에서조차 그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훈련이 되는거죠. 그래서 원론적으로 Nybbas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단 한가지 문제는, 많은 분들이 언급해 주셨듯이, 어떤 개인의 관심사와 재능이 반드시 사회의 영달 혹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수단이 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모든 일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팔리는 것이라면 몰라도 세상은 안타깝게도 불공평하죠. 사회발전이나 재력 등을 기준으로 본다면 OrBef2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어떤 일을 하면 충분히 부와 명예 등을 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관심이나 무지에 의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못얻는 불이익을 얻게 될테니까요. 심하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재정관리가 힘들어질 수도 있고요. 자신이 싫어하는 점을 일부 감수해서라도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만족시켜줌으로써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필요합니다. 결국, 자신의 삶의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는 설사 싫어하는 점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게 최선이겠죠.
09/12/29 10:27
PS. AhnGoon님도 말씀하셨지만,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깨닫거나 발휘하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안타까운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자기자신의 한계를 딱 여기까지다라고 결정짓기보다는, 아직 깨닫지 못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PS. 저도 관심과 흥미가 특정 방향으로 쏠려 있는 편인데, 혼자 좋아하는 데서 그쳐서 남들에게 뭔가 보여줄 만한게 없어서 슬픕니다. T.T 언제쯤 '잉여력'이라도 발휘해 볼 수 있을까요.. PS. 그래서 PGR에는 '동경의 대상'. '이상적인 캐릭터'가 많습니다. :) (2) 가장 부러운 유형은, 매사에 의지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요. 보는 사람마저 가슴이 끓어오르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사람.. PS. 댓글에도 글자수 제한이 있어서 짤리나봅니다. 이 쓸데없는 잉여력 폭발..;;
09/12/29 14:59
더 댓글이 안 달릴 것 같지만, Nybbas 님이 언급하신 "학부 시절에 교수님과 논쟁을 벌여서 교수님이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네...'라며 자기의 실수를 인정하게 한 친구" 정도가 천재라면, 아마 천재는 매우 '남용'될 겁니다. 그래서 현대는 천재의 빈곤이면서 동시에 천재의 홍수라는 얘기도 있지요. 교수와 맞짱 정도가 되려면 러셀을 가르친 비트겐슈타인이나 가르칠 교수가 없어 논문 심사를 받을 수 없었던 크립키 정도는 되어야 할 겁니다. 그런 친구가 대단하다면 '학생 치고' 대단한 것이지, 그 자체로 대단한 게 아니니까요.
사실 이런 논의에 모차르트나 크립키 쯤 되는 전설들을 끌어내는 건 그만큼 '천재'라는 말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반복하지만, '비상한 재능'과는 구분한다는 전제에서)
09/12/29 15:26
Ms. Anscombe님// 그렇죠. 제 기준에서 그들은 '천재'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서 그들은 '그냥 좀 뛰어난 사람'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소인배님의 리플도 그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군요.) 결국 천재라는 기준이 대단히 주관적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아마도 그것은 천재에 요구하는 잣대가 조금씩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현대가 천재의 빈곤인 시대인 것은 그만큼 '창조적'인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고, 또한 천재의 홍수인 것은 그만큼 '전공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09/12/29 15:48
Nybbas님// 세 번째 문단... Good~~ 지적입니다.. 두번째 문단에 대해 언급하면, 사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천재에 대한 잣대는 여전히 낭만주의 시절의 환상의 수준에 있습니다.(그리 변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시인이라면, 갑자기 머리 속, 아니 가슴 속에서 뭔가가 솟구쳐나와 손가락 끝으로 글자들을 내갈기는 그런 그림이죠.. 천재에 대한 갈구는 과거와 달리 생산 체계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동일한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09/12/30 09:06
흔히 말하는 잉여력은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가져 올 수 있어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일본에선 한 때 문제시 되던 오타쿠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수그러 들었습니다. 쓸데없는데 열중하면서 생산적인 일보단 소비에 열중하는 기생충이라고 불리던 자들이 애니나 게임 등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게 되었죠. 그런 컨텐츠들이 수능공부나 하며, 평범하게 대학에 다니며 취직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재능이라고 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스타를 하는 많은 프로게이머 또한 이 스타라는 게임스포츠 상업문화가 없었다면 여전히 잉여인간 소리를 듣고 있었겠죠. 또한 그들의 잉여력이 단순한 낭비라고 볼 수 없는 게, 무언가를 생산하진 않더라도, 그런 시간 때우기 같은 것이 인간의 행복과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행복(기호,사치, 허영, 이기적인 욕심)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간과하기 쉽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에 몰두하는 건 그 자체가 그 개인에겐 최대의 행복입니다. 개인적으로 관심도 없는 분야를 입신, 출세, 명예, 지위를 위해 월화수목금금금하며, 독하게 사는 사람들이 가장 불쌍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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