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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2/28 19:17:31
Name 럭스
Subject [일반] 나에게 아버지라는 존재
※일단 이 글은 종교적 논쟁거리가 아님을 밝히고 들어가는 바입니다.

제 아버지는 좋은 목사님입니다.
다른사람에게 무슨 부탁을 받았을때 싫은 소리를 안합니다.

제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입니다.
지난 1년~1년반동안 저와 제 어머니의 수입으로 우리 가정은 생활했습니다.

제 아버지는 좋은 목사님입니다.
그 안좋은 교회재정에도불구하고 무슨 날 혹은 무슨행사(추수감사절,부활절,크리스마스)에는
꼭 근처 노인정에 과일이라도 한두박스 전해주러 갑니다.

제 아버지는 가족에게 인색한 아버지입니다.
약 15년전 초등학생때 아버지에게 무엇을 사먹기 위해 500원을 타내기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올 여름에 에어컨을 1시간동안 틀었다고 2시간동안 아버지와 다툰적도 있습니다.

제 아버지는 좋은 목사님입니다.교회에 집안 어려운 사람이 보일러가 고장났다고 아버지를 불렀고 그 하루동안 제 아버지는
그 집의 보일러를 고쳐주셨습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보일러를 고치신 제 아버지는 이틀동안 몸살감기에 시달리셨습니다.

제 아버지는 저에게 고리타분한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유년시절에 12살때부터 남의집 머슴살이를 하셨고,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 대신 7남매의 뒷바라지를 하셨으며,
22살에 아무것도 가진거 없이 서울로 올라오셔서
공사중인 집에서 주무시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고등학교까지 가르치시고 다 가르쳤다고 하시며,
이젠 집안에 빨리 보태라고 하십니다.
항상 하시는 얘기는 하나입니다.
"내가 니 나이때는 ~~~했어"

제 아버지는 좋은 목사님입니다.
교회에서 2년동안 사례금(월급)하나 안받으시면서
굶지 않고 밥먹고 살수 있으니 감사한 삶이라고 합니다.

제 아버지는 가족에게 답답한 아버지입니다.
남에게 큰소리쳐야 할 상황에도 항상 숙이십니다.
교회밑층 식당에서 하수구가 막혔다고 제 아버지께 뚫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랑 3~4시간 힘써서 뚫어줬더니 고맙다고 수고했다며 2만원 주더군요.
그리고 그 일에 제가 불만을 가지고 따지려 하니까
"사람 사는건 그렇게 살면 안돼"라고 하십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꽤나 유명한 목사님이라고 알려져 있는 목사님 누구보다도..
아니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도 제 아버지를 가장 좋은 목사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아버지같은 아버지는 되고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죠..............

그래도 저는 어찌 보면 애증의 대상이라고 할수 있는 제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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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무테
09/12/28 19:32
수정 아이콘
우리 아버지. 나의 아버지.
저도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조그만 금방을 운영하시다가 적자로 문을 닫았지만,
밤새워 경비 서가며 저와 제 동생을 남 부럽지 않게 키워주신 분이십니다.
IMF시절, 친구 아버지들은 우후죽순 회사에서 짤리고 있을 때,
보란듯이 전기기사, 보일러기사 자격증을 4개나 따서 당당히 취업하신 분이십니다.
아들이 공립대 들어가서 장학금 받는다고 매번 허허 거리며 아들 등을 쓰다듬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불확실한 직장보다는 많이 배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저를 유학보내시겠다며 이 악물고 일하시는 분이십니다.
아들 둘 모아놓고, '나는 사실 3급 시력 장애인'이라고 말하시면서,
'너희들이 잘 커줘서 고맙고, 너희들의 뒷 공부는 내가 책임지마'라고 힘주시던 분이십니다.
아들이 2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안전한 직장에 합격했을 때,
그 누구보다 기뻐하며 친척들과 교회 집사님들께 천연스럽게 자랑하던 분이십니다.
한시름 놓으셨는지, 아니면 바쁘게 달려온 가장의 짐을 조금 놓아서였는지
요즈음 부쩍 우울하게 홀로 밖을 보시며 한숨을 쉬시기도 하십니다.

그래요. 저에겐 아버지란 이런 분이십니다.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Grateful Days~
09/12/28 19:40
수정 아이콘
아버지란 남자들에겐 사이는 좋지 않으면서도 가장 존경하는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시카와치토
09/12/28 22:46
수정 아이콘
있을때 잘 하라는말 정말 가슴에 하나도 안 와닿는 말이지만 막상 닥치면 마음속 뼈저리도록 느끼는 말중 하나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일요일만 되면 말없이 목욕탕에 제 손을 이끌고 가셔서 제 때 한번 안밀어준적 없고
(때미는 아저씨께 돈 주고 때밀었습니다 아버지,제 순서로) 목욕탕 가는길 오는길 말 한마디 안 걸어주시는 그런 무뚝뚝한
분이셨습니다. 살아생전 어머니께 좋은 남편도 우리 남매에게 좋은 아버지 라고도 말 못할 그런 아버지라고 생각하지만
하늘로 가신지 4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은 가끔씩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목욕탕으로 향하던 그 걸음이
무척이나 그리울때가 있습니다.
09/12/28 22:58
수정 아이콘
저에겐 父라는 존재는 불쌍하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전혀 사랑이나 존경은 느껴지지 않는 존재입니다...

극히 보수적이고 위계적 사회인 한국에 태어나서 지금껏 고생하고 산것은 사실이나... 왜 그 한국의

구역질나는 가치에 의심을 품지 않았으며 가족한테 고통을 전가하는 한심한 존재가 된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가족들과 있지 못하고 혼자 살면서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그건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니

어쩔수가 없네요...
핸드레이크
09/12/29 01:56
수정 아이콘
저에겐 아버진 존경순위 1순위입니다
Mynation
09/12/29 17:51
수정 아이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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