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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01 16:46
에구... 제가 같은 경험이 없어 이해한다고 말은 못하지만... 힘내세요. 그 마음이 하늘에 계신 아버님께도 전달될겁니다.
09/09/01 17:07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 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는 새처럼 살 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을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비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고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 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아버지와 나> N.EX.T 신해철이 20대 초반에 쓴 가사입니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정말 한국의 아버지들을 잘 표현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그냥 배려님 글을 읽으니 이 노래를 띄워드리고 싶었습니다.
09/09/01 18:43
아버지께서 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신지 이제 곧 6개월이 되어 가네요.
저 역시.. 아버지의 말투, 행동 하나하나 곱씹고 있습니다. 나이 29에 아직 장가도 가지 못하고, 직장도 좋은 직장을 갖지 못하고... 제대로 해놓은 게 없는 못난 아들을 보며 남몰래 답답하고 괴로워하셨을 아버지께 차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저 아버지가 그리울 뿐입니다. 어머니께서 고생을 많이 하시고 사고도 몇 번 당해 몸이 안 좋은 걸 안쓰럽게 바라보던 아버지셨는데... 큰 트럭이 컨테이너를 밀어버릴 때 컨테이너 박스와 박스 사이에서 어떤 심정으로 견디셨을까요. 병원에서 어머니를 보고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셨을까요.. 뭔가 유언을 남기려고 손을 들어 어머니를 부르셨다는데 산소호흡기 같은 걸 빼면 그 즉시 즉사할 수 있다는 병원 의사들의 말에 어머니는 산소호흡기 빼드릴까요 하고 물어보지도 못했다네요. 과묵하고 표현을 안 하시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어머니를 보시고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셨을까...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봅니다. 아.. 내가 이렇게 마음이 여리고 나약하구나.. 하는 생각에 아버지께 죄송하고 어머니께 미안할 뿐입니다.
09/09/01 19:24
저희 아버지도 약 6년전에 돌아가셨습니다.
배려님 꿈에서처럼, 저희 아버지도 꿈에 나와주셨으면 좋겠는데..꿈에서조차 나와주시질 않네요. 꿈에서라도 보고싶은데 말이죠.. 대신 치통과, 위통과, 우울증과, 신경쇠약을 주셨는데, 그 당시 그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아버지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는 게 진심으로 감사했었습니다..아버지가 너무 보고싶네요..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을 보고싶어도 볼수 없는 것과, 이세상에 없는 사람을 보고싶은 건..참 달라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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