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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23 18:20:31
Name 럭스
Subject [일반]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영화 리뷰와 곁들인 법의 맹점(영화내용 네타있음)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란 작품을 보았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제대로 된 비판을 할수 있다니.....

흔히 말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게 있습니다.

모든 피의자나 피고인은 무죄의 가능성이 있기에 가능한한 시민의 권리가 보호 되어야 한다는 법이죠.

이 영화에서 피고인 가네코는 전철에서 치한으로 오해를 받습니다. 그리고 현장범으로서 체포가 되죠.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형사사건으로 분류가 되는 상황에서 조사관등은 자꾸 주인공에게 범행인정을 강요하죠.

범행을 인정해야 오히려 손해를 덜 본다고 말이죠. 그리고 그동안에 주인공은 온갖 억울한 상황속에서 오로지 자신은 결백하다는

사실 하나만을 의지하면서 굳건히 버텨갑니다. 그리고 재판의 증거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닌 피고를 유죄로 만들 증거수집과

피고의 무죄를 만들 증거수집의 대결구도로 이어집니다.(이건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법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이 들었을때

저를 욕하실만한 발언일수도 있겠습니다.)문득 역전재판이라는 게임이 생각나더군요.  게임의 플레이어는 피고의 무죄를 만들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 뛰고 합니다만 그것을 가로막는 난관들 즉 상대 변호사들(미츠루기, 카루마등.)은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를

최대한 감추려고 하죠. 이 영화가 말해주는 메세지와는 좀 떨어지는 내용이지만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어찌됐건 영화는 진행되고 드디어 주인공측에서 결정적인 목격자를 확보합니다.

하지만 판사의 판단에 따라 결국 주인공에겐 징역 3개월형의 판결이 떨어집니다.

마지막 주인공의 독백입니다.

"얼마나 재판이 혹독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타이르면서도 나는 정말로 하지는 않았으니까 유죄가 될리 없다.그렇게 생각했다.

진실은 신만이 알고 있다고 말한 재판관이 있다고 하던데 그건 틀린 말이다. 최소한 나는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진실을 알고있다.

그렇다면 이 재판에서 진실로 심판을 할수 있는 이는 나밖에 없다. 최소한 나는 재판관을 심판할수 있다. 당신은 실수를 범했다.

나는 결백하니까. 나는 처음으로 이해했다.재판은 진실을 밝히는 곳이 아니다. 재판은 피고인이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모아들인 증거를

가지고 임의로 판단하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유죄가 되었다. 그것이 재판소의 판단이다. 그래도...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

씁쓸합니다. 이건 비단 일본의 상황만은 아닐겁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주는 메세지 입니다.

"부디 당신이 심판받기를 원하는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 주기를"

※중간중간 맘에 드는 대사들이 있더군요.
"의뢰인이 진범이라는 확신이 들면 언제든 손떼도 좋아. 그러니 맡으라고"
"형사재판의 최대의 사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최대의 사명은 죄가 없는 사람을 벌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기억나는 대사였습니다. 죄가 없는 사람을 벌하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무죄 판결을 내리는건 경찰과 검찰을 부정하는 일입니다.다시 말해 국가에 반항하는 일이지요.그래서야 출세를 할수 없죠.
  어차피 재판소도 관료조직이고 조직안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게 인지상정이죠. 피고인을 기쁘게 해봐야 얻는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유죄만 남발한다고 출세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하여간 무죄판결은 큰 용기와 능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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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23 18:31
수정 아이콘
작년 전주영화제에서 였던가요. 그때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상영되었을때 제목은 살짝 달랐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이었던것 같네요.
개인적으론 러닝타임도 길고 살짝 지루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굉장히 흡입력이 있더군요.
여전히 기억나는 장면은 후반부에서 '주인공이 뒤로 손을뺐다면 팔이 지하철문벽에 부딪힌다. 그러므로 추행하고 손을 뺐다고 볼 수 없다'라는게 실험으로 증명 되었을때 보는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기뻤죠. 드이어 무죄가 입증 되는구나!
그치만 법은 -_-..참 쓰라린 내용을 담고있죠. 개인의 입장에선 타협이냐 불타협이냐..
09/08/23 19:47
수정 아이콘
저도 봤습니다. 유죄가 되는 과정이 조용히 진지하게 그려졌더군요.. 그런데 그게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더군요. 유학생말을 들으니 일본 지하철에서 여자가 치한이라고 소리치면 해당 남자는 인생끝난다라는 소리가 나온적이 한동안 있었다고 하더군요.

더 무서운건 판사의 판결은 논리적 헛점이 하나도 없었다는겁니다.(영화 마지막에 나오죠.)
09/08/23 20:21
수정 아이콘
아 이영화 추천.. 우리나라도 이런영화좀 만들었으면..
abrasax_:JW
09/08/23 22:04
수정 아이콘
정말 대단한 영화입니다. 정말 이런 영화야말로 만들어지고, 보여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옥같은 대사들이 넘쳐나지요.

영화의 메시지로도, 그리고 여러 영화적 기법으로도 굉장한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주인공이 결국 OO판정을 받는 과정과 그 이후의 장면들이 정말 압권이지요.
09/08/23 22:18
수정 아이콘
abrasax_:JW님// 이미 제목에 네타라고 했고 글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했는데 굳이 그렇게 가려주실 필요까지는...
09/08/23 22:53
수정 아이콘
저는 영화로는 못 보고 '나는 하지 않았다' 라는 제목의 원작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서는 결국 무죄판결을 받아내는데 영화는 유죄로 끝나나보네요.
abrasax_:JW
09/08/23 23:51
수정 아이콘
그렇긴 하네요. 혹시나 클릭하신 분을 위해서 ^^;
09/08/24 00:54
수정 아이콘
이런 영화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강력범죄를 그린 영화는 많은데.. 이런 영화는 흔치 않죠.

여론의 분노는 보통 사형제도 엄격실시, 강력한 형 이런 것으로 형성되기 마련인데

이런 영화들이 여론에게 일정 수준의 객관성을 담보케 하는데 도움이 될 듯한 느낌입니다.
순모100%
09/08/24 11:43
수정 아이콘
기소가 곧 유죄라는 일본의 재판문화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죠.
그나마 우리나라 사법부는 조금은 검경찰에서 독립된 편에 속합니다.
그래봤자 일본법조문화에 상당히 가깝긴 하지만...
09/08/25 12:41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법원은 아마 세계에서 가장 양형이 가벼운 축에 속합니다...
법관들이 경륜이 쌓이면 쌓일 수록 범죄자도 한 명의 인간으로 보고 그 사람의 인생의 향방을 진심으로 고민하게 되죠...
그리고 판결서를 낭독할 시점까지 혹시나 무죄인 사람에게 유죄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끝없이 자문을 거듭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사법부는 검찰과는 완전히 독립되게 존재하고 법원은 절대로 검찰의 판단에 구속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죄로 기소된 것을 무죄로 하든 유죄 인정하든 그 판단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면 검찰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검찰이 법원의 눈치를 더 많이 보죠...실제 법정에 가보면 판사들이 공판 검사를 엄청나게 타박하는 장면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영화가 참 재밌을 것 같네요...꼭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 피고인이 실제로 순간적인 성추행을 하였다는 이야기로 끝이 났다면...
(이런 반전은 이제는 오히려 흔합니다만...)
재판부가 오직 증거로만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확고해 질 것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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