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새벽에 출근해서 약간의 일을 마치고
분향소로 달려갔더니 다들 눈이 벌~~개 계시더라구요. ㅠㅠ
목소리도 다 잠기고 얼굴은 밝게 웃고 있는데 몸은 휘척휘척.........................
어린 친구들에게 제가 짐을 지우는 느낌이었습니다. ㅠㅠ
출근 직전 몇 시간은 교대 시간이 겹치기도 하면서 분향소를 지킬 수 있는 인력이 가장 적을 때입니다.
"지킨다"는 표현보다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게 좋지 않겠어요?
밤새 한 줌도 못 자고 분향소를 지켜주신 분들인데,
심심하고 외롭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래서 일손이 당장 필요하지는 않더라도
격려를 해 드리고 함께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고작 한시간 정도밖에 일을 봐주지 못해서 그저 미안할 따름이에요.
아침 분향소는 고요하면서도 언제나 깔끔하게 (여러분들이 보지 않는 순간에도 항상 쓸고 닦습니다.)
현재진행형으로 그렇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젠 비도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고.......... 이른 아침이라 출근길 직장인들께서 좀 찾아오시는 것 외에는
비둘기 두 마리만 여성 자원봉사자들을 놀래키는 아침!
그런데 어제 새벽에는 좀 안좋은 일이 있었다고 해요.
취객이 찾아온 것이죠. 강남지역 한복판에 쳤으니 회사 마치고 거하게 취기 올라온 분들도
간혹 찾아오시고는 합니다. 곁을 지날 때도 많구요.
그래도 취기가 있어도 대부분 분향소를 보시면 조용하게 예를 표하시거나
오히려 인사 드리고 싶은데 내가 지금 술이 취해서 예의가 아닌 것 같으니 술 깨고 꼭 다시 오겠다고
혀가 풀리고 몸을 가누기 힘든 와중에도 꼭 당부하고 가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그런데 새벽에는 좀 소란을 부린 분이 계셨나봐요.
그게 "김대중 나쁜 놈이야! 이런거 하지마!" 이런 소란이 아니라 "너희가 뭘 알아! 너희가 뭘 알고 이런거 하는거야!"는 식의
"생색"이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을 더더욱 어이없고 슬프게 만들었답니다.
현장에 김대중 대통령의 생전 영상을 틀어놓고 있어요. 연설 영상도 있고, 대선 때 홍보 영상도 있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같은 다큐멘터리도 틀어 놓고.......................
그걸 한참 보다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현장의 자원봉사자를 불렀다고 하네요.
갔더니 꼬인 혀로 "너희들 이 분이 어떤 분인지 알어? 감옥도 다녀오셨고 이런거 알어? 내가 이 분을 위해 데모도 하고,
경찰서에도 갔다 온 사람이야! 늬들같은 핏덩어리들이 뭘 안다고 이런 걸 하는거야?"라는 식의 자격론........
제가 제일 치를 떠는 사람들 중 하나가 이런 분들입니다. 생색내기......................
몇 번을 보내고 얘기를 해도 이미 술에 잔뜩 취해서인지 현장에 3~4회 다시 나타나 소란을 피워서
심지어 싸움까지 벌어질 뻔 했다가 겨우겨우 진정이 되었다고 하네요.
나중에 알고보니까 나이가 서른 다섯이라고 했대요 -_-;;;;;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나
처음에 손가락질로 불려간 친구가 서른 둘입니다. -_-;;;;;;;;;;;;;;;;;;;;;;;;;
자격얘기는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하지 않아요.
자격이란 따로 없습니다. 그런것으로 생색내는 분들........ 물론 얼마 안 계시겠지만 그러지 마세요.
처음으로 촛불을 들었던 어린 친구들...... 생각이 굳어버린 어른들 대신에 헌신하고 용기있게 나서는 어린 친구들.........
우리나 그 분 학생운동할 때에는 당연히 하고 싶어도 못했습니다.
시대는 변합니다. 가장 합당한 방법으로 불의에 대한 저항은 이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앞으로 저나 강남촛불 또한 초심을 잃고 뭔가를 생색내려는 기미가 보인다면 따끔하게 혼내주시길........
강남촛불이 운영하고 민주당이 지원해 주면서 함께 하고 있는 일이라서
보통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민주당과 강남촛불의 인원이 적절히 섞여 있습니다만,
강남촛불은 주로 직장인이 많은 데다가 철야 또는 새벽일을 해주는 일이 많다보니
모두들 피로감에 넉다운 되어 잠시 휴식을 취하러 가고 어제 점심나절에는 민주당 분들께서 분향소를 지켜주셨어요.
그 강남촛불 어린 친구들이 집으로 갔을까요? 아닙니다. 근처에 숙소를 잡아서 낮잠을 자고 다시 나오는겁니다. ㅠㅠ
푹 쉬고 나왔다고는 하는데 목이 다 잠겼어요......
직장인이라고 일 다 보고 나가는 제가 그저 미안할 따름이지요.
점심을 얼른 먹고 저도 현장에 나가고 아침에 교대하고 휴식을 취하고 나온 친구들도 있어서
점심시간 이후에는 다시 함께 분향소를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마치고 오신 직장인들이 끊임없이 찾아주셨어요.
강남역 8번 출구 주변은 테헤란로..... 회사가 많은 곳이라 점심시간에는 잠시동안이지만 저녁만큼이나 붐비죠.
그저께 점심때의 시련은 "비"더니 어제의 시련은 "바람"이네요.
분향소 천막이 통째로 뒤로 밀릴 만큼의 바람..........
덕분에 또 분주하게 물통과 모래주머니를 준비하고 천막 또한 붙들고 있어야 했지요.
바로 윗 사진 두개에 한 처자가 천막에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일거예요.
그게 장난치고 있는 게 아니라 바람에 밀려가지 않도록 천막을 붙들고 있는 겁니다.
강남역 앞에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기획전 판넬을 준비했는데
이게 폼보드로 만든거라 자꾸 날아가고 뽑히고 꺾여서 계속 보수를 해 주어야 했지요. ^^
대한민국에서의 만능 재료는 뭐다? 그렇죠 청테이프입니다. -_-)b
팔목에 청테이프 하나 딱 끼우고 있으면 그냥 모든 돌발상황 앞에서 든든하기 그지없네요. ^^
저녁 시간에도 분향소는 조용하지만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퇴근 후, 또는 학원을 마친 후, 또는 강남에 놀러왔던 사람들이 많이 들르고 계셨죠.
아무래도 금요일이다보니 주변에 사람이 복작복작...........
영상물도 상영하구요.
상주는 민주당과 강남촛불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지요.
천막 안이 좀 덥기 때문에 그리고 계속 서 있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자주 교대를 해 주고 있습니다.
한번 올린 꽃이라고 버릴 수 없는 노릇이지요. 너무 많이 쌓이면 적절히 빼서
시든 꽃을 헌화하시는 일이 없도록 골라내고 얼음물로 관리해서 싱싱하게 유지하고 있어요.
저 위에도 적었지만 항상 쓸고 닦고...... 쓰레기도 바로바로 분리수거 해서
현장은 최대한 청결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계정에 올리고 나니 사진을 돌리는 걸 깜빡했네요. -_-
그저께 저녁에 촛불로 만들었던 "민주주의" 네 글자의 반응이 워낙 좋아서
(현장에서는 더 좋았지요. ^^) 어젯밤에도 해 봤는데 바람이 심해 계속 꺼져서
한 두 사람이 붙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촛불을 살려주었습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계속 찾아와주셨어요.
꾸준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때와 여러가지 상황이 다른만큼 그때와 비교할 수는 없겠죠?
예전처럼 한 번 분향하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줄이 늘어서지는 않지만
적어도 분향소에 조문객이 없어 텅텅 비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꾸준하지요.
그리고 열린 광장이다보니 주변에서 관심 보여주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강남분향소는 일단 토요일 2시에 민주당과 합의하에 강남촛불은 철수해서
"강남분향소" 자격으로 국회 앞 분향소에 조문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강남역 앞 강남분향소는 오후 7시까지 민주당이 맡아주시기로 했으며
그 이후에 철수될 예정입니다.
지금도 꽤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계시다고 하는군요.... 저도 다시 달려나갑니다. ^^
끝까지 분향소를 찾아주신, 김대중 대통령께 예를 표해주시는 시민들..... 모두 감사합니다.
끝까지 열심히 운영해서 훌륭하게 민간 분향소로서의 소임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