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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11 10:30:26
Name Tiffany
Subject [일반] 아름다운 작별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저를 무척이나 예뻐해주던 수학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왠지 모르게 학생을 예뻐하는 선생님이다,라고 하면 '편애'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만,
이 선생님은 전혀 그런 분이 아니셨습니다.
비평준화 고교라 학생들간 성적경쟁도 심하고, 그걸 더더욱 부추기는 선생님들도 계시는 학교 분위기 속에서도,
학생들을 잘 다독이고, 힘내라 진심어린 응원도 해주시던 분이셨습니다.
'불량학생'이라는 낙인때문에 억울하게 학생부에 끌려간 자기 반 아이를 변호하기 위해 학생지도선생님께 맞서기도 하시고,
짬을 내어 집안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밥도 사주시고,
교무실에 가면 항상 공부하고 계시던 그 분을 보면서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고, 반성했던 시간도 있었더랍니다.


그러던 어느날,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마주친 선생님께서는 시험 잘 봤냐고 물으시곤,
"수능 때도 그렇게 잘 봐야한다" 라는 말을 남기시고 돌아서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제가 들은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이셨습니다.


그 날 오후 갑자기 쓰러지신 선생님은 급격히 진행된 패혈증으로 이틀 뒤 싸늘한 시신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셨습니다.
소식을 듣고 다들 어이가 없었던 우리들은 학교에 운반되어 들어오는 관을 보고서야,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흘려내고 말았지요.


입버릇처럼 그러셨더랍니다.
죽어도 교단에서 쓰러져 죽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로 하시던 말씀.
시신운구차량을 보며, 내내 그 말이 머리 속에서 울리더랍니다.


아마도 그 날, 그 어느 누구보다 눈물을 많이 쏟아냈던,
'불량학생'의 낙인이 찍혔던 나의 친구들,
그들의 눈물에는 누군가의 죽음,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아마 그 분을 뵈었을 수많은 학생들은, 그 분의 진심을 조금이나마 느껴보았을 테니까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8/11/2009081100026.html

오늘 제가 잘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스승이었을 분의 부고를 접하고 링크를 남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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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11 10:39
수정 아이콘
왜 하늘은 좋은사람을 못 데려가서 안달이 난 것일까.
나두미키
09/08/11 10:43
수정 아이콘
이런 스승이 계셨군요...휴... 왜 먼저 가시는 건지..
LastWeapon그분
09/08/11 10:51
수정 아이콘
진짜 욕많이먹으면 오래산다는 말이 진실로 느껴지는건 왜일까나.....

왜 하늘은 좋은사람을 못 데려가서 안달이 난 것일까.(2)

둥그런지붕가족들이나 좀 데려가지.

물론 주어는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9/08/11 10:52
수정 아이콘
이 기사 보고 얼마 전에 작고하신 은사님이 생각났습니다.
따님이 출연한 연극을 같이 보면서 나눈 이야기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데 말이지요..
aegis2000
09/08/11 21:34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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