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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11 08:38:11
Name
해피
File #1
20081120121131_20986408.jpg (0 Byte) , Download : 72
Subject
[일반] [인증해피] 독백글 - 나에게 있어 신발이란...
단순히 좋아하는 것, 그 이상...
사람들이 묻곤한다...
왜 사냐? 사서 뭐하냐?
왜? 좋으니까... 뭐하냐고? 신는다...
[Episode 1.]
영훈이네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원래 부터 영훈이가 피규어나 에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것에
관심이 많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석의 다락방에서 발견한...
수없이 많아보이던 피규어 들은,
물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왜 모아!?" 라고 묻게 만들었다.
그러자 영훈이가 말하더라...
"너가 신발 모으는 거랑 똑 같은 거야..."
... 아 ...
그때 알았다...
난 신발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단지 돈 지랄하느라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인터넷 쇼핑에 중독이 되서...
그딴거라고 생각해도 별로 상관없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정말로 난 신발이라는 녀석을 좋아한다.
설령 그 녀석 때문에 지갑에 단돈 만원이 없을지라도...
버스탈 돈 천원 한장 없어도...
그녀석이 있다면, 난 어디든 걸어갈 수 있을거 같다.
[Episode 2.]
군생활에서 받는 봉급은 그야말로 박봉이다.
한 달 두달 모으다 보면 그래도 비싼건 한개 뿐이지만,
돌아다니다보면 운 좋게 두개도 살수 있고... 뭐 그렇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신발에 올인하고,
때문에 당장 먹고 싶은게 있는데도 돈 모으느라 못갈지라도...
집에 도착해 있을 녀석을 생각하면 행복했다.
힘든 군생활에 몇 안되는 나만의 안식처이기도 했다.
누구든 안힘들고 누구든 군대 갔다오면 배우는게 없겠냐만은...
나에게 군대라는 곳의 의미는 의외로 컸다.
지금은 군인을 추억만 하지만...
물론 지겹고 짜증도 났지만...
그래도 많은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준 곳이다.
그래...
신발이나 사 재끼는 나를 보면서...
아직도 멀었구나... 철이 덜 들었어...
돈 중요한줄 모르는구나... 군대 헛 갔네...
라고 말해도 좋다.
그보다 심한 모욕도 참아왔던 곳이다...
하지만 화가나는 이유는 하나다.
나에게 소중한 군생활이... 내가 해온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단지 내가 신발을 산다라는 이유로...
퇴색되고... 헛된 시간이라고 평가받기는 싫다.
나에겐 신발도, 군대란곳에서의 2년도...
모두 소중한 것들이고 내 재산이다.
돈으로 바꿀수 없는 거다...
[Episode 3.]
군대는 참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수 있는 곳이다.
경계근무, 업무지에서 한가할때, 훈련 나가서...
그런 시간중 가장 많이 떠 올렸던 생각은,
"난 뭘하고 살지?"
라는 질문이었다.
그냥 나도 평범하게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서 일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고
그냥 그렇게 살다 죽을랑가?
그렇게 생각하니 좀 무서웠다.
그냥 이렇게 살다 죽기는 그냥 싫어! 라는 약간은 철부지 틱한 생각도...
그렇다면 나는 뭘 하고 싶은거지?
그냥 단지 저렇게 살기 싫은 거야?
단지?
그럼 너무 철부지자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난 도데체 뭘 좋아하는 거지?
라는 질문부터 하기로 했다.
원래부터 관심사는 많았다.
옷,시계,신발,전자기기,애니메이션 등등...
그중 역시나 내가 제일 좋아한다고 말할수 있는건 신발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신발과 관련한 삶을 살다 가자!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해서 시작했던 일들...
하지만 마냥 그 길을 가기에는 걸림돌이 많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적인 시선이었다!
가족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넌 그 대학까지 간 녀석이 그딴일이나 하냐?"
"미친놈... 졸업 안할꺼야? 그거 해서 뭐하게?"
"난 오빠가 졸업은 하고 그거 했으면 좋겠어..."
흠...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신경쓰고 있었던 나다!
다 싫드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사회!
그걸 의식하는 나!
점점 시궁창인 현실...
신발에 관심을 끊기로 했다.
"오늘 신은건 내일 신지 말자!"
라는 생각을 몇년째 지키고 살았지만,
끊기로 한 이후로는 계속 한개만 신고 다녔다.
여자친구도 반겨주는 듯 했다.
"오빠 이제 신발 정말 안사?"
나 : "응! 오빠 신발 끊었어... 그냥 학교 열심히 다닐래 ^^ "
"그으래 ^^ "
하면서도 같이 걷다가도 옆에 있는 신발 매장이 있으면
의식적으로 고개를 다른곳으로 돌렸다.
한달하니까 못하겠더라.
보지말자! 보지말자! 해놓고서도
어느순간 부터는 자연스럽게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신발에 고개가 돌아가더라.
"왜? 오빠 저거 맘에 들어!"
나 : "아.. 아냐... 그냥 특이해서..."
"치.. 여전히 좋아하면서..."
나 : " ^^;; "
좋아하고 있는것을 외면하려 하니까
할짓이 못되더라.
결국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심을 혼자 강행했다.
지겨운 대학을 때려쳤다.
그리고 여자친구에게도 미안한 마음에
이별을 통보했다.
나 : "오빠는 대학 안나올거야! 내가 진정 하고자 하고 싶은 걸 하려고해!
그게 너한테 부담이 많이 될거야. 그게 싫어.. 그래서 난 아직도 널 사랑하지만 헤어지는게
너에게 좋을거 같아..." 라며...
펑펑 울더라...
흐르는 눈물에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꺼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한마디 하더라.
"지금 그래서 헤어지자고!? 혼자 다 결정해 놓고!
니 좋을 데로 하면 난 뭐니? 어이가 없어서!
나 : " ㅡ,.ㅡ;; 미안.. "
"됐어! 헤어지는 것도 내가 결정할꺼야!
1년만 지켜봐주겠어! 그때가서도 너가 이건 아니다 싶으면
내가 너 찰꺼야! 그러니까 헤어지자는 말 하지마! "
나 : "그.. 그래..."
그놈의 신발...
그렇게 시작된 지금의 내 삶.
그걸 감싸주는 여자친구...
이제는 이해해주는 가족들, 형들, 친구들...
다 감사하다.
여전히 제멋대로인 나는
빛진게 많다.
그 빛을 갚으려면 내가 신발의 길을 열심히 가는 수 밖에...
신발.
그냥 좋아했던 그것은
이제 나에게는
운명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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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독백형식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그냥 저에게 있어서 신발이란! 것에 대한 독백 글입니다.
스스로에게 한말이라 반말체인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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